빅토르 위고와 함께하는 여름 함께하는 여름
로라 엘 마키.기욤 갈리엔 지음, 백선희 옮김 / 뮤진트리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2년 프랑스 국영 라디오 프랑스 앵테르에서 앙투안 콩파뇽이 진행한 <몽테뉴와 함께 하는 여름>이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으면서 ‘~와 함께 하는 여름은 프루스트, 보들레르, 파스칼, 위고, 마키아벨리, 호메로스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몽테뉴와 함께 하는 여름>은 우리나라에 <인생의 맛>으로 소개되었습니다. <프루스트와 함께 하는 여름>도 읽었는데 역시 간략하면서도 깊이가 있어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몽테뉴와 프루스트에 관한 연작에서 받은 좋은 느낌이 <빅토르 위고와 함께 하는 여름>을 읽게 만들었습니다. 외국 작가의 작품은 읽어볼 기회가 많지만 그 작가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는 쉽게 접할 기회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소설의 경우는 작가의 삶이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알수록 작품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와 함께 하는 여름연작이 그런 점에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빅토르 위고와 함께 하는 여름>은 로바 엘 마키와 기욤 갈리엔이 맡아 진행을 했습니다. <빅토르 위고와 함께 하는 여름>은 모두 43꼭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의 제목은 숭고한 아이입니다. 빅토르 위고는 초등학생 시절에 공책에 나는 사토브리앙이 아니면 아무것도 되지 않을거야라고 적었다고 합니다. 사토브리앙 자작 프랑수아르네((François-René, vicomte de Chateaubriand)는 작가이자 정치가입니다. 프랑스 낭만주의의 선구자 가운데 한명으로 프랑스 문단에 위대한 작가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위고는 일찍 문재(文才)를 드러내 샤토브리앙의 눈에 띄었고, 그로부터 숭고한 아이라는 별칭을 얻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혁명에서는 위고의 인생철학의 어떻게 변해갔는지를 설명합니다. 젊어서는 왕정주의자였던 위고는 프랑스 대혁명을 계기로 공화주의 이념에 동조하기 시작하여 제2제정 무렵에는 반체제인사가 되었습니다. 심지어는 말년에는 파리코뮌 가담자들을 옹호하기까지 했다는 것입니다. 가장 보수적인 우파에서 가장 사회주의적인 좌파로 변신한 것입니다. 이를 변덕이라거나 기회주의자로 폄훼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변하는 사회에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변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위고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는 공적 행위에 관해,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에 관해, 계속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식에 관해 끊임없이 성찰했다(17)”


위고는 젊은 시절부터 밑바닥 생활을 하는 민중들의 고통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경험을 작품에 녹여 민중의 고통에 관심을 표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그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였습니다. 그가 입법의회의 우파진영의 의원으로 선출되었을 때의 연설입니다. “나병이 인간 신체의 질병이듯 가난은 사회 몸체의 질병입니다. 나병이 사라졌듯이 가난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 입법자과 통치자들은 끊임없이 그 생각을 해야 합니다. 이런 문제에서 가능한 일을 하지 않는다면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34)” 그의 연설은 우파 진영의 야유와 좌파진영의 박수갈채를 받았다고 합니다.


가난은 신도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가난한 이들에게는 금전을 주는 것보다 금전을 벌어 삶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지난 5년간 우리나라의 위정자들이 해온 짓은 많은 사람들을 시혜의 노예로 만든 것에 불과합니다. 새로운 정부에서는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일으켜야 할 때입니다.


이런 무거운 주제 이외에도 위고의 사랑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읽을 수 있습니다그대가 누구든, 책을 읽으며 생각에 잠기는 이라면 그대에게 내 작품을 헌정한다.’라고 했던 위고의 말을 새겨보는 기회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의 역사 - 태고로부터 진화해온 숲에 대한 기록
한스외르크 퀴스터 지음, 이수영 옮김 / 돌배나무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태평양 연안의 미국 북서부에 있는 원시림을 지키기 위하여 투쟁하는 아홉 사람의 삶을 그린 <오버스토리>를 최근에 읽었습니다. 원시림의 가치에 대하여 배우는 기회였습니다. 원시림을 베어내고 어린 나무를 심는 상업적인 조림으로는 원시림의 가치를 채울 수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책읽기도보면 묘하게 같은 맥락의 책을 이어서 읽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독일 라이프니츠 하노버 대학교 식물 지리학연구소에서 식물생태학을 가르치는 한스외르크 퀴스터교수의 <숲의 역사>는 역사라기보다는 숲을 다양한 시각에서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독일하면 검은 숲이 떠오를 정도로 숲을 잘 보존하고 활용하는 나라로 알고 있습니다. <숲의 역사>에서는 숲이 인간의 삶에 주는 도움이라거나, 숲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등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무작정 보호하고 지키는 것 이외의 활용방안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독일의 연방삼림법에 따르면, 숲은 모든 산림 식물들이 심어진 바닥면적이다. 나무를 베어냈거나 성기게 심은 바닥 면적, 숲길, 공터도 숲에 해당한다라고 정의하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숲하면 그저 나무가 우거져 있는 곳이라는 막연한 생각일 뿐 숲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다고 하는 것이 일반이라고 합니다.


앞서 읽은 <오버스토리>가 원시림을 사수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면, <숲의 역사>에서는 숲이 자연적으로는 안정적인 상태인데 인간의 개입으로 불안정해지고 균형을 잃었다는 전제는 틀렸다(16)’라고 말합니다. 자연은 항상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균형이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봄이 되면서 산불이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산불의 원인 가운데는 낙뢰와 같은 자연적 요인에 의해서, 사람들의 실수로, 심지어는 방화로 일어나기도 합니다. 산불로 인하여 황폐화된 산에 나무를 심어 조림을 서두르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숲이 복원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인구가 늘면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 나무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세계 여러나라에서는 숲을 관리하는 다양한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경우는 중림경영을 내세우고 있는데, 나무를 심어 일정한 기간 동안 키운 다음에 난방 혹은 상업적 목적으로 벌채를 한다고 합니다. 독일의 경우는 숲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는 정책을 고수하며, 영국의 경우는 대규모 조림이나 중림도 없이 외국에서 필요한 만큼 나무를 수입해다 사용한다고 합니다.


필자가 어렸을 적에는 식목일에 산에 가서 나무를 심는 식목행사를 매년 빠트리지 않고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6.25동란을 겪으면서 헐벗은 산을 빠르게 복원하기 위하여 나라에서 조림을 권장했던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식목행사가 슬그머니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요즘에는 식목일도 없어진 것 같습니다.


숲이 많다는 독일의 경우도 상당부분의 숲이 자연적으로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문화적 개입으로 조성된 것이라고 합니다. 주로 가문비나무와 소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숲은 원시림이라고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물론 조림을 통하여 만들어진 숲에서도 성장과, 먹이사슬, 소멸 등의 자연적인 과정은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숲을 이용하려는 의도가 서로 다를수록 숲을 보존하는 방법을 절충하는 것이 복잡하다고 합니다. 숲은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며, 모든 숲은 단 한 번만 존재하기 때문에 숲의 이용에 있어서 절충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다만, 더 좋은 길을 찾으면 언제든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닏. 자연, 숲이용 전략, 숲에 대한 이념은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버스토리
리처드 파워스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억에 남아있지 않으나 누군가의 책에서 소개되어 읽게 된 <오버스토리>입니다. 오버스토리(overstory)는 숲의 상층부의 전체적인 생김새를 뜻한다고 합니다. 무려 702쪽이나 되는 책은 20세기 말 태평양 연안의 북서부에 남아있는 원시림을 지키기 위하여 모인 9명의 사람들의 삶을 그렸습니다. 먼저 9명의 개인적인 삶을 뿌리에서 소개하고, 이어서 몸통, 수관, 종자 등을 통하여 이들이 원시림 지키기에 참여하는 과정을 소개합니다. 하나의 나무를 구성하는 요소들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셈입니다.


주인공들은 문화적 배경도 다양합니다. 니컬러스 호엘은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브룩클린에 온 노르웨이 청년과 아일랜드 처녀의 혈통을 이어받았습니다. 두 사람의 아들은 브룩클린에서 밤종자를 가지고 아이오아의 드모인으로 이주하여 심은 밤나무들 여섯 그루 가운데 한 그루를 매달 사진을 찍어 보관하기 시작합니다. 밤나무 사진찍기는 3대에 걸쳐 100여년을 이어갔습니다.


미미 마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 국공내전을 피해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페르시아계 후이족 무슬림입니다. 상인인 아버지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아들에게 옥으로 된 반지 3개와 루오한과 아라한을 그린 족자를 건네줍니다. 옥반지는 뽕나무를 형상화한 것으로 과거, 현재, 미래를 상징합니다. 반지들은 아버지로부터 세 딸에게 건네집니다.


애덤 어피치는 분명치는 않으나 캐나다의 상징인 단풍나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캐나다와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지적재산분야의 변호사 레이브링크먼과 그의 비서인 도러시 카잘리는 연극 <맥베드>에 출연하는 것을 계기로 결혼에 이릅니다. 위스컨신주의 오클레어와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더글러스 파블리첵은 캘리포니아 출신인 듯하고,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비행기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하지만 반얀나무에 걸려 목숨을 구하는 인연이 있습니다. 인도계인 닐리 메타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것 같습니다. 장애가 있는 패트리샤 웨스터퍼드는 너도밤나무가 많은 오하이오 출신으로 나무들이 화학물질로 소통한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마지막으로 올리비아 밴더그리프는 보험통계학을 전공하는데 마지막 학기가 끝날 무렵 감전되어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이들 9명의 삶은 몸통에서 엮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등장인물이 채 파악되어 있지 않은 채 읽기 시작한 몸통에서는 등장인물들이 교대로 출연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더글라스 파블리첵은 전쟁이 끝나고 유랑 끝에 나무를 심는 일에 종사합니다. 그런데 누군가 나무를 심는 일은 더 많은 나무를 잘라내기 위하여 벌이는 일이라고 알려줍니다.


등장인물들이 원시림의 벌채를 막기 위한 운동에 하나 둘 동참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확대됩니다. 이들이 모여든 곳은 아이다호주의 캐스캐이드 산맥입니다. 이들은 벌목인부들과 맞서기도 하고, 원시림에 서 있는 나무 꼭대기에 자리를 만들어서 고공농성을 전개하기도 합니다.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다양합니다. 투지에 불타는 젊은이들에 더하여 기타를 든 할머니 우주전쟁용 물총을 든 유아도 있습니다. 유모차를 미는 생존주의자도 있었다는 대목에서는 2008년 광우병파동 당시에 시위현장에 유모차를 몰고 나온 여성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벌목꾼들이 900년된 나무를 하나 잘라내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20여분입니다. 쓰러지는 나무는 주변에 있는 나무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체포되어 기소되고 사안의 무게에 따라 벌금형을 받거나 징역형을 언도받기도 하였습니다. 원시림을 개벌하고 조림으로 숲을 대체할 수 없다고 합니다. 목재가 필요하면 원시림에서 나무를 잘라내기보다는 먼저 조림을 하고 그 나무들이 성장한 다음에 벌채하여 쓰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이곳은 나무가 끼어 사는 우리의 세계가 아니다, 나무의 세계에 인간이 막 도착한 것이다.”라는 대목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형이상학 동서문화사 월드북 3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이종훈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심강현 선생님이 <시작하는 철학여행자를 위한 안내서>에서 소개한 철학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플라톤의 저서를 끝내고 아리스토텔레스로 넘어가게 되었는데, 첫 번째 책 <형이상학>이 너무 두꺼워서 몇 차례나 미루게 되었습니다. <형이상학>은 처음 읽는 것이지만, 이븐 루시드라고 하는 아랍철학자가 쓴 <형이상학>의 해설서인 <아베로에스의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을 읽은 바 있어서 생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깨닫게 되었습니다. 역시 <형이상학>은 어려웠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파피루스 두루마리 106권에 달하는 글을 남겼다고 합니다. 대부분은 강의용 원고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술은 기원전 1세기 초엽에 아테네의 시민 아펠리콘의 손에 들어갔다가 그리스가 로마제국에 점령되었을 때 로마 장군 루쿨루스에 의하여 로마로 옮겨졌습니다. 그리고 포로로 잡아온 아미소스의 티라니온에게 맡겼습니다. 티라니온의 제자 안드로니코스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전집을 편집하여 출판한 것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 후대에 전해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은 통일적인 구상을 바탕으로 쓰여진 것이 아니라 안드로니코스의 주제별 편집방침에 따라 구성된 것이라고 합니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앎을 원한다. 그 증거로는 감각지각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23)”라고 시작하는 <형이상학>은 후세 철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아리스토텔레스의 제1철학이라고 부릅니다.


모두 14권으로 구성된 <형이상학>에서 낱권에 제목이 붙어있는 것은 철학 난문집이라는 제목이 달린 제3, ‘철학용어사전이라는 제목이 달린 제5, ‘실체에 관하여라는 제목이 달린 제12권 뿐입니다. <형이상학>의 말미에는 누가 쓴 것인지 밝혀지지 않은 아리스토텔레스 생애 사상 저작이라는 해설이 더해져있습니다. 해설자는 형이상학을 형태를 초월한 것, 형태가 없어서 감각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것, 경험의 범주에서 벗어나 자연적물리적 존재를 초월한, 감각적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것이라는 국어사전적 의미로 정의해 두겠다(459)”라고 적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제1철학, 즉 형이상학의 주된 관심은 실체입니다. 그는 실체란 그 자체 이외의 다른 무엇에도 의존하지 않고 실재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는데, 이는 플라톤의 이데아론과 대치되는 학설입니다. 실체의 의미에 대하여 연구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의 대립 개념과 4원인설입니다. 대립 개념으로는 질료형상’, ‘가능태현실태가 있고 네 가지 원인으로는 질료인, 형상인, 작용인, 목적인 등이 있습니다. 질료는 어떠한 개체를 구성하는 재료를 말하고 형상은 개체를 다른 것과 구별할 수 있게 해주는 본질적 특징입니다. 가능태는 질료가 형상을 지니지 못한 상태이며 현실태는 질료가 형상으로 변화하는 과정인 사물의 운동변화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면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은 서구철학의 만들어낸 기본 틀이라고 해야겠습니다. 앎을 추구하기 위한 방법론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철학적 탐구의 방법론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인용하는 것들은 요즈음의 앎으로 보면 타당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사물을 구성하는 재료가 흙, , , 공기라는 4원소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주장이 타당함을 입증하기 위하여 앞선 철학자들의 주장을 들어 조목조목 따져보는 자세는 바로 학문을 하는 자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근거를 들어 밝히고 있는 점도 중요한 것입니다.


철학용어집이나 철학 난문집처럼 공부하는데 필요한 자료들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철학을 배우는 학도들에게는 좋은 선생님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멕시코 작가 라우라 에스키벨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김탁환 작가의 <읽어가겠다>에서 이어진 책읽기였습니다. 김탁환 작가는 이 소설의 소제목은 일월부터 십이월까지 열두달에 어울리는 요리들이 소개된다고 했습니다. 식욕과 성욕은 통하는 바가 있지요. 주인공 티타가 조리한 음식을 먹은 사람들이 성욕이 발동해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표지 뒤에 숨겨진 부제를 식탁과 침대로의 단 한 번의 초대라고 적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소제목에는 요리가 아닌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6월에 만든 전통성냥입니다. 당연히 성냥은 요리가 아닙니다만,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주인공이 먹고 온몸을 불태워 사랑하는 이를 따라가는데 사용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또다른 의미의 먹을거리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김탁환 작가와 다르게 읽은 부분은 데 라 가르사 가문에 전통으로 전해온다는 막내딸은 결혼을 하지 않고 어머니가 죽을 때까지 보살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전통이 마치 멕시코의 전통인 것처럼 소개하였는데, 모든 멕시코 가정의 전통이었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데 라 가르사 가문의 막내딸 티타입니다. 그런데 티타는 페드로라는 청년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티타의 어머니 마마 엘레나는 청혼하러온 페드로에게 티타 대신 둘째 언니 로사우라와 결혼하라고 요구합니다. 페드로는 티타의 곁에 머물러 있으려고 이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두 사람의 비극적인 사랑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두 사람의 암묵적인 약속은 지켜졌을까요? 결국 마마의 고집으로 두 사람은 떨어져 살아야 했고, 티타는 집에서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그런 티타를 구원해준 사람은 상처를 하고 혼자된 의사 존입니다. 존의 지극한 사랑으로 페드로와의 관계에서 상처를 티타는 마음을 추스릴 수 있게 되고, 존의 청혼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티타는 존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만, 작가는 물 흐르듯 두지 않았습니다. 약혼자 존이 이모를 모시러 간 사이에 티타를 범한 것입니다. 그리고는 존으로 마음이 기운 티타를 비난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새로운 사랑을 발견한 티타를 축복해주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페드로와의 예기치 못한 관계가 생기면서 티타는 존에게 파혼을 선언하게 됩니다. 티타와 페드로의 사랑은 페드로가 잘못된 결혼을 선택하면서 어긋났다고 해야 할 것인데도 어긋난 사랑을 굳이 이어 이어 붙이려다보니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정황을 만들어내야 했는지도 모릅니다. 마마 엘레나가 죽은 뒤에도 유령처럼 등장해서 티타와 페드로 사이를 감시한다거나, 이야기의 마지막에 성냥을 먹고서는 불을 붙여 인신공양을 하는 장면과 같은 것입니다.


김탁환 작가는 낄낄 웃으면서 이 책을 통독했다고 합니다만, 저는 불편한 심경 가운데에서도 전통 멕시코 요리를 일상에 잘 녹여낸 작가의 역량에 놀랐습니다. 요리법이 이야기 속에 뒤섞여서 정리가 잘 되지 않기도 했습니다.


책을 열면 1월의 요리로 나오는 크리스마스 파이를 만드는 법이 소개됩니다. “양파는 아주 곱게 다진다. 양파를 다지면서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다면 자그마한 양파 조각을 머리 위에 얹는다.(11)”라고 시작하는데, 1월에는 티타가 눈물을 흘릴 일이 많았습니다. 눈물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도 흥미로운 달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매달 소개되는 요리 제목은 계절과는 전혀 무관한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전개상 필요해서 만드는 요리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오랜 식민지 시대에서 벗어나려는 멕시코 혁명의 시기라서 세상은 뒤숭숭한 가운데 가문의 전통을 지키려는 마마 엘레나의 뚝심도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큰 딸은 혁명군의 장군이 되었고, 막내 딸은 마마의 방침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변하는 세상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도 있었지만, 오랫동안 감추어두었던 마마의 비밀을 알고보면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