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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상학 ㅣ 동서문화사 월드북 3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이종훈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9년 10월
평점 :
심강현 선생님이 <시작하는 철학여행자를 위한 안내서>에서 소개한 철학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플라톤의 저서를 끝내고 아리스토텔레스로 넘어가게 되었는데, 첫 번째 책 <형이상학>이 너무 두꺼워서 몇 차례나 미루게 되었습니다. <형이상학>은 처음 읽는 것이지만, 이븐 루시드라고 하는 아랍철학자가 쓴 <형이상학>의 해설서인 <아베로에스의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을 읽은 바 있어서 생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깨닫게 되었습니다. 역시 <형이상학>은 어려웠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파피루스 두루마리 106권에 달하는 글을 남겼다고 합니다. 대부분은 강의용 원고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술은 기원전 1세기 초엽에 아테네의 시민 아펠리콘의 손에 들어갔다가 그리스가 로마제국에 점령되었을 때 로마 장군 루쿨루스에 의하여 로마로 옮겨졌습니다. 그리고 포로로 잡아온 아미소스의 티라니온에게 맡겼습니다. 티라니온의 제자 안드로니코스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전집을 편집하여 출판한 것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 후대에 전해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은 통일적인 구상을 바탕으로 쓰여진 것이 아니라 안드로니코스의 주제별 편집방침에 따라 구성된 것이라고 합니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앎을 원한다. 그 증거로는 감각지각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23쪽)”라고 시작하는 <형이상학>은 후세 철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아리스토텔레스의 제1철학이라고 부릅니다.
모두 14권으로 구성된 <형이상학>에서 낱권에 제목이 붙어있는 것은 ‘철학 난문집’이라는 제목이 달린 제3권, ‘철학용어사전’이라는 제목이 달린 제5권, ‘실체에 관하여’라는 제목이 달린 제12권 뿐입니다. <형이상학>의 말미에는 누가 쓴 것인지 밝혀지지 않은 ‘아리스토텔레스 생애 사상 저작’이라는 해설이 더해져있습니다. 해설자는 “형이상학을 ‘형태를 초월한 것, 형태가 없어서 감각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것, 경험의 범주에서 벗어나 자연적․물리적 존재를 초월한, 감각적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것’이라는 국어사전적 의미로 정의해 두겠다(459쪽)”라고 적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제1철학, 즉 형이상학의 주된 관심은 ‘실체’입니다. 그는 실체란 “그 자체 이외의 다른 무엇에도 의존하지 않고 실재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는데, 이는 플라톤의 이데아론과 대치되는 학설입니다. 실체의 의미에 대하여 연구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의 대립 개념과 4원인설입니다. 대립 개념으로는 ‘질료’와 ‘형상’, ‘가능태’와 ‘현실태’가 있고 네 가지 원인으로는 질료인, 형상인, 작용인, 목적인 등이 있습니다. 질료는 어떠한 개체를 구성하는 재료를 말하고 형상은 개체를 다른 것과 구별할 수 있게 해주는 본질적 특징입니다. 가능태는 질료가 형상을 지니지 못한 상태이며 현실태는 질료가 형상으로 변화하는 과정인 사물의 운동․변화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면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은 서구철학의 만들어낸 기본 틀이라고 해야겠습니다. 앎을 추구하기 위한 방법론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철학적 탐구의 방법론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인용하는 것들은 요즈음의 앎으로 보면 타당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사물을 구성하는 재료가 흙, 물, 불, 공기라는 4원소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주장이 타당함을 입증하기 위하여 앞선 철학자들의 주장을 들어 조목조목 따져보는 자세는 바로 학문을 하는 자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근거를 들어 밝히고 있는 점도 중요한 것입니다.
철학용어집이나 철학 난문집처럼 공부하는데 필요한 자료들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철학을 배우는 학도들에게는 좋은 선생님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