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스토리
리처드 파워스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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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아있지 않으나 누군가의 책에서 소개되어 읽게 된 <오버스토리>입니다. 오버스토리(overstory)는 숲의 상층부의 전체적인 생김새를 뜻한다고 합니다. 무려 702쪽이나 되는 책은 20세기 말 태평양 연안의 북서부에 남아있는 원시림을 지키기 위하여 모인 9명의 사람들의 삶을 그렸습니다. 먼저 9명의 개인적인 삶을 뿌리에서 소개하고, 이어서 몸통, 수관, 종자 등을 통하여 이들이 원시림 지키기에 참여하는 과정을 소개합니다. 하나의 나무를 구성하는 요소들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셈입니다.


주인공들은 문화적 배경도 다양합니다. 니컬러스 호엘은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브룩클린에 온 노르웨이 청년과 아일랜드 처녀의 혈통을 이어받았습니다. 두 사람의 아들은 브룩클린에서 밤종자를 가지고 아이오아의 드모인으로 이주하여 심은 밤나무들 여섯 그루 가운데 한 그루를 매달 사진을 찍어 보관하기 시작합니다. 밤나무 사진찍기는 3대에 걸쳐 100여년을 이어갔습니다.


미미 마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 국공내전을 피해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페르시아계 후이족 무슬림입니다. 상인인 아버지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아들에게 옥으로 된 반지 3개와 루오한과 아라한을 그린 족자를 건네줍니다. 옥반지는 뽕나무를 형상화한 것으로 과거, 현재, 미래를 상징합니다. 반지들은 아버지로부터 세 딸에게 건네집니다.


애덤 어피치는 분명치는 않으나 캐나다의 상징인 단풍나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캐나다와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지적재산분야의 변호사 레이브링크먼과 그의 비서인 도러시 카잘리는 연극 <맥베드>에 출연하는 것을 계기로 결혼에 이릅니다. 위스컨신주의 오클레어와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더글러스 파블리첵은 캘리포니아 출신인 듯하고,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비행기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하지만 반얀나무에 걸려 목숨을 구하는 인연이 있습니다. 인도계인 닐리 메타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것 같습니다. 장애가 있는 패트리샤 웨스터퍼드는 너도밤나무가 많은 오하이오 출신으로 나무들이 화학물질로 소통한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마지막으로 올리비아 밴더그리프는 보험통계학을 전공하는데 마지막 학기가 끝날 무렵 감전되어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이들 9명의 삶은 몸통에서 엮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등장인물이 채 파악되어 있지 않은 채 읽기 시작한 몸통에서는 등장인물들이 교대로 출연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더글라스 파블리첵은 전쟁이 끝나고 유랑 끝에 나무를 심는 일에 종사합니다. 그런데 누군가 나무를 심는 일은 더 많은 나무를 잘라내기 위하여 벌이는 일이라고 알려줍니다.


등장인물들이 원시림의 벌채를 막기 위한 운동에 하나 둘 동참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확대됩니다. 이들이 모여든 곳은 아이다호주의 캐스캐이드 산맥입니다. 이들은 벌목인부들과 맞서기도 하고, 원시림에 서 있는 나무 꼭대기에 자리를 만들어서 고공농성을 전개하기도 합니다.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다양합니다. 투지에 불타는 젊은이들에 더하여 기타를 든 할머니 우주전쟁용 물총을 든 유아도 있습니다. 유모차를 미는 생존주의자도 있었다는 대목에서는 2008년 광우병파동 당시에 시위현장에 유모차를 몰고 나온 여성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벌목꾼들이 900년된 나무를 하나 잘라내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20여분입니다. 쓰러지는 나무는 주변에 있는 나무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체포되어 기소되고 사안의 무게에 따라 벌금형을 받거나 징역형을 언도받기도 하였습니다. 원시림을 개벌하고 조림으로 숲을 대체할 수 없다고 합니다. 목재가 필요하면 원시림에서 나무를 잘라내기보다는 먼저 조림을 하고 그 나무들이 성장한 다음에 벌채하여 쓰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이곳은 나무가 끼어 사는 우리의 세계가 아니다, 나무의 세계에 인간이 막 도착한 것이다.”라는 대목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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