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잉 그레이 - 나는 흰머리 염색을 하지 않기로 했다
주부의 벗 지음, 박햇님 옮김 / 베르단디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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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호가 분명한 탓일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회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회색분자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인상도 작용을 한 것 같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 흰머리가 늘어가기 마련입니다. 젊어서는 까맣던 머리에 흰 머리가 조금씩 섞이기 시작하는데, 처음 흰머리를 발견하게 되면 대경실색(?)하는 수준으로 놀라고 당장 흰 머리를 뽑아내고야 마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가도 여기저기서 비집고 나오는 흰머리를 뽑는 일에 지치기 마련이고, 결국은 한 번에 해결하는 방법을 찾기 마련입니다. 바로 염색이죠.


흰머리에 대하여 관대하신 분들도 염색을 하면 훨씬 젊어 보일 거라는 주변의 이야기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순간이 오기 마련입니다. 결국은 염색과 타협을 하게 되는데, 염색을 시작하는 순간 고난에 발목을 잡히는 셈입니다. 염색을 하면 흰머리가 가릴 수 있지만 흰머리가 자라는 것까지 멈출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검게 보이던 머리카락이 시간이 지나면 뿌리에서부터 흰색이 올라오기 시작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보기 싫어지면 염색을 다시 해야 합니다.


사실 저 역시 나이가 나이인 만큼 반백을 넘어 백발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물론 염색은 해본 적은 없습니다. 제 경우는 십대 시절부터 흰머리가 나기 시작했는데, 저도 처음에는 새치를 뽑아내곤 했습니다. 그런데 새치는 하나 뽑으면 둘이 나온다고들 하더니 흰머리가 많아지는 것이었습니다. 사십대에는 관자놀이 부근은 하얀 색이 두드러졌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염색을 하면 젊어 보일 것이라는 주변의 권유가 있었지만, 굳이 염색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결혼한 다음이었던 탓에 흰머리에 신경을 쓸 이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 젊어 보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도 했습니다.


<고잉 그레이>는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골랐던 것 같습니다. 일본 잡지 주부의 벗에서 기획한 책으로 머리칼을 염색하던 것을 중단하거나 자연스럽게 흰머리가 늘어가도록 한 열여섯 사람의 이야기를 취재해서 정리한 것입니다. 49세에서 80세에 이르기까지 연령도 다양하고, 가정주부에서 화장이나 패션 분야에서 일하는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직업도 다양하였습니다.


나이 때문인지 머리칼이 흰 정도가 다양한 것 같습니다.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염색을 제외한 영역, 의상이나, 치장, 화장 등에는 신경을 많이 쓰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늙어가지만, 나이 듦을 감추려하지 않고 오히려 내세우는 쪽으로 자신을 드러내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라는 느낌입니다.


흰머리를 오히려 자랑스러워하시는 이분들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인지 머리를 어떻게 다루는지 화장이나 의상은 어떤지 많은 사진을 곁들여 소개하고 있어서 책장이 수월하게 넘어갔습니다.


외국 책을 번역해서 소개할 때, 국내 인사들의 이야기를 더하는 책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만, 이 책에서는 예수정 배우님과 오금숙 화가님의 기고문을 더했습니다. 두 분 모두 염색을 해오다가 어느 시점에서 그만두었는데, 여러 모로 편한 느낌이 들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분들의 말씀과 모습을 소개한 뒤에 회색머리칼에 잘 어울리는 의상과 화장법을 별도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성 독자라면 관심이 많을 듯합니다만, 아무래도 남성인 저는 그냥 건너뛰기로 했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일본의 헤어숍에 가면 헤어디자이너가 흰머리를 마치 질병처럼 취급해요라는 어느 분의 말씀에 깜짝 놀랐습니다. 최근에 하버드대학에서 나온 연구에서는 나이 듦을 질병이라고 주장했다고 합니다만, 나이 듦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가 가진 운명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생노병사는 지구를 건강하게 지키는 원칙이라고나 할까요? 인간만이 영생을 누리게 된다면 지구가 얼마나 복닥거릴까 상상만 해도 겁날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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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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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진정한 등단 작품이라고 했습니다. 에드가 란포상에 응모했던 작품이 수상에 실패하면서 4년 뒤에 출간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면 그가 25살이라는 젊었을 때라서인지 학원을 무대로 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던 시절이었던 듯합니다. 또한 운동과 관련된 주제로 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을 보면 그가 운동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이야기도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교야구대회가 여럿 있어서 도토리 키재기 하듯합니다만, 일본에서는 봄 고시엔대회가 고교야구의 꽃이라고 합니다. 일본고교의 야구부는 4천개가 넘고 선수만 해도 16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 중에 지역예선 등을 거쳐 선발된 32개 야구부가 격돌하는 것이니 고시엔대회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즐기는 야구 수준에 머물던 게이요 고등학교가 봄 고시엔 대회에 출전하게 된 것도 스다 다케시라는 천재 투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강력한 우승후보 오사카의 아세아학원과 맞붙어 1:0으로 이기고 있는 가운데 맞은 9회 말에 3루수와 유격수의 잇다른 실책으로 만루의 위기 상황으로 몰렸습니다. 2사까지는 잡았지만, 마지막 타자와의 승부에서 통한의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투수가 던진 폭투를 포수가 막아내지 못하고 뒷그물까지 굴러가는 사이에 역전주자가 들어와서 경기가 종료된 것입니다. 이때 스다가 던진 공이 마구(魔球)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열흘 후, 게이요 야구부의 포수 기타오카가 애견과 함께 등굣길에서 죽은 채 발견되고, 며칠 뒤에는 투수 스다가 오른팔이 잘린 채 살해된 것입니다. 두 사람 모두 마구(魔球)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두 사람이 죽고 나자 게이요 고교 야구부는 다시 즐기는 야구로 돌아가는 분위기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작품이라서인지 문제를 해결하는 인물이 따로 없이 지역경찰이 나서서 사건을 조사하여 진실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고교야구부 안에서 일어난 두 건의 죽음에 대하여 서술하는 사이에 도자이 전기주식회사에서 폭발물이 발견되고 이어서 나카조 겐이치 사장에게 돈을 요구하는 사건이 진행됩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두 사건이 언제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 하는데 관심이 집중되기 마련입니다. 사회인 야구부를 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개인기업에서 일어난 사건이 고교야구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작가는 독자가 머리를 쥐어짜는 사이에 두 사건을 연결할 수 있는 꼬투리를 조금씩 풀어놓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미리 복선을 좌악 깔아두었더라면 읽어가다가 놓친 부분이 있다는 점을 깨닫고 되돌아가는 재미도 있기 마련입니다만,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꼬투리를 던지듯 내놓는 소설은 감질나듯해서 별로인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건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알고 있는 사실을 수사진에게 제공하지 않는 바람에 사건해결이 터덕거리는 요인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해결에 실마리는 제공하는 그런 등장인물도 있기 때문에 종국에는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게 됩니다.


특히 야구에서 투수는 경기에서 감당할 몫이 큰 위치입니다. 어렸을 적에는 직구 중심으로 훈련을 받도록 하는 것은 변화구를 많이 던지게 되면 팔에 무리가 올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고교야의 경우 선수층이 두텁지 않기 때문에 대회가 열리면 제일 잘 던지는 투수가 대부분의 경기를 소화하는 야구단이 많다고 합니다. 당연히 팔을 혹사하는 투수가 생기기 마련이고 성인야구에서 피어보지 못하고 스러지는 선수도 많다는 것입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은 고교야구에서도 통하는 진실인 셈입니다.


게이요 고교야구부에서 일어난 두 건의 살인사건과 마구 사이에는 어떤 사연이 숨어있는지, 사정이 어떻든 정석대로 운동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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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기생충 열전 - 착하거나 나쁘거나 이상하거나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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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조국흑서라 불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 https://blog.naver.com/neuro412/222083815869>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수구세력의 적폐를 청산하자고 앞장섰던 분들이 보이는 행태가 비판의 대상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아니 더하는 것 같은 행태를 보면서 좌절했던 분들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진보의 탈을 쓴 사람들에게 속았다는 생각이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장 진보주의자들을 떠받드는 비이성적인 지지자들의 위세에 눌려 올곧은 소리를 내는 것조차 눈치를 보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른바 진보가 위기를 맞은 순간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의 필진으로 참여하신 다섯 분들은 진정한 진보의 가치를 지켜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제목소리 내기에 나섰다는 결의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 분들 가운데 서민 교수님의 <서민의 기생충 열전>을 다시 읽었습니다. 2013년에 초판이 나왔으니 꽤 오래된 책입니다. 기생충을 전공하시는 분들이 갇혀있던 자기들만의 세계의 문을 일반 대중에게 활짝 열어놓은 기념비적인 책이라는 점을 새삼 일깨우는 책읽기였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해도 봄 가을에는 기생충검사를 하고 기생충약을 먹었습니다. 의과대학에 다니던 70년대에도 무의촌 봉사를 가면 기생충검사를 하고 약을 나누어주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시절이 있었는데, 언젠가부터는 기생충 이야기가 시나브로 사라져버렸습니다. 기생충을 전공하시는 분들은 요즈음에는 무엇을 연구하시나 궁금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기생충의 세계에서도 과거의 주연들이 퇴진하고 새로운 주연들이 등장하는 큰 변화가 생겼을 뿐이었습니다. 우리와 함께하는 기생충들은 여전히 있었던 것입니다. 2020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기생충>에서 다룬 인간 기생충에 이르기까지 말입니다.


<서민의 기생충 열전>은 기생충의 정체를 설명하고, 우리 몸 곳곳에서 서식(?)하고 있는 기생충들을 소개합니다. 아주 쉽게 말입니다. 최근에 알레르기 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이 늘고 있는 것이 기생충감염이 줄어든 탓이라는 것도 틀리지 않았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생충학을 깊이 공부한 것은 아닙니다만, 병리학과 진단검사의학을 전공한 저도 기생충을 볼 기회가 꽤 되었습니다. 기생충이 문제를 일으켜 수술을 받은 조직 안에서 기생충이나 충란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어가다보니 서민교수님이 경험하신 장모세선충 사례가 저와 연결될 뻔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1993년에 경험하셨다는 남원에서 확인된 장모세선충의 사례입니다. 제가 남원의료원 병리과에 부임한 1994년에 이 기생충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조금만 일찍 남원의료원에 갔더라면 그때 서민교수님을 만날 기회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최근에 어느 분이 소설 쓰시네라는 말씀으로 세인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만, 소설을 쓰는 일을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것 같습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상상력이 풍부하지 않으면 쉽지 않을뿐더러, 많은 소설들이 이미 일어난 일을 토대로 써진다는 사실을 모르셨던 모양입니다. <서민의 기생충 열전>에서도 저자의 소설가적 상상력의 일면을 엿보는 대목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맹장에 사는 요충이 알을 낳으러 항문으로 이동하는 경로를 설명하는 대목입니다.


맹장에서 항문까지는 서민교수님의 말대로 1.5m인데, 맹장은 우리 몸의 오른쪽 아래에 있고, 이어지는 결장은 간과 위장이 있는 위쪽으로 돌아서 왼쪽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맹장에서 오른쪽 결장을 거치는 과정을 사람으로 치면 20m의 암벽을 등반하는 일에 비유하신 것입니다. 아무리 기생충이라고 해도 장 내용물인 이상 스스로 움직여 올라갔다고 하기 보다는 장운동에 떠밀려가는 내용물, 거칠게 말씀드리면 똥 덩어리와 함께 밀려갔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암벽등반으로 표현하신 것은 교수님의 상상력이 얼마나 풍부한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는 것입니다.


어떻든 일반 독자들과의 돈독한 관계가 힘이 되어 진보의 가치를 지키는 일에 성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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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무기력이 찾아왔다 - 우울증과 번아웃 사이에서 허우적대는 나에게
클라우스 베른하르트 지음, 추미란 옮김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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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폐렴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어 지구촌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년 초에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지 못하면서 대구를 중심으로 대규모 유행을 보여 강력한 방역정책을 시행하여 3월 말 경에는 일단 불을 끄는데 성공한 바 있습니다. 우한폐렴이 확산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외출자제 등의 방역이 강화될 무렵 사람들의 삶의 질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정신적 부담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급성 전염병으로 인한 사회적 통제가 강화되는 특정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이유로 지치거나 우울증에 빠지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금년 들어 우한폐렴 사태도 있고, 개인적으로도 어려운 사정이 생기면서 정신적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독일의 정신요법의사이자 인기작가인 클라우스 베른하르트 기자가 쓴 <어느 날 갑자기 무기력이 찾아왔다>가 눈에 띈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더하여 최근에 정리하고 있는 치매예방과 관련하여 우울증이 중요한 주제가 되었던 것도 이유가 되었을 것입니다.


우울증과 번아웃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자가치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목적으로 쓴 책이라고 하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원인을 정확하게 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은 소진증후군(消盡症候群)으로 옮길 수 있는데, 맡은 일에 몰두하던 끝에 피로가 쌓이고 열정이 사라진 상태를 말합니다. 이델비치(Edelwich J.)와 브로드스키(Brodsky A.)는 소진증후군이 발전하는 단계롤 열정-침체-좌절-무관심의 4단계로 구분하였습니다.


베른하르트는 우선 우울증과 소진증후군을 둘러싼 진실과 거짓을 정리하여 개념을 분명하게 합니다. 그리고 우울증과 소진증후군을 일으키는 원인을 각각 10가지씩 들어 설명하고, 우울증과 소진증후군이 생기는데 기여하는 개인적 성향을 분석하여습니다. 또한 우리 뇌가 가지는 특별한 기능을 이용하여 우울증과 소진증후군에 대응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위장약, 천식약, 항생제, 코르티솔, 뇌전증 치료제를 비롯하여 식욕억제제, 편두통약, 콜레스테롤 억제제, 간염치료제, 말라리아 치료제, 탈모방지 호르몬제, 금연 치료제, 여드름 치료제 등이 우울증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글루텐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조금 헷갈리게 정리가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글루텐이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글루텐이 없는 음식을 먹여야 한다는 주장이 때로는 상술이 숨어있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의 목표가 문제를 알고 스스로 치료하는 법을 안내하는 것에 두었기 때문에 5가지 치료법을 살펴보았습니다. 제목이 조금 어렵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외국어 요법인데, 부정적인 혼잣말을 외국어로 말해보는 것이 정신적 압박감을 해소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니 젊었을 적에 하는 일이 힘들어서 술이라도 한잔하면 사람들이 없는 길을 가면서 영어로 떠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누군에게 배워서 한 것은 아니었지만, 도움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우울증을 치료하는 나만의 구급상자 만들기입니다. 오감을 충족시켜주는 무언가를 정해놓는다는 것입니다. 청각적으로는 좋아하는 음악을 녹음해두었다가 듣는다거나, 미각적으로는 좋아하는 초콜릿을 준비해두었다가 필요할 때 먹는다는 것입니다. 시각적으로는 기분을 전환시킬 수 있는 사진을 준비해두고, 촉각적으로는 기억에 남을 만한 물건을 준비한다는 것 등입니다.


그밖에도 우울증과 관련된 불면증을 치료하는 방법도 소개하고 았어 따로 정리를 해두었습니다. 저자는 특히 우울증과 소진증후군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을 오랫동안 치료해오면서 쌓은 경험에 더하여 다양한 책들을 인용하여 쉽고 재미있게 우울증과 소진증후군에 대한 이해와 자가치료방법을 구축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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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이 끊길 정도로 마시고도 어떻게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가와시마 류타.다이라 마사토 지음, 고은진 옮김 / 현문미디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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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전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왼쪽 관자놀이를 어디에 부딪쳤는지 부풀어 올랐는데 왼쪽 눈꺼풀이 부풀어 오르면서 시퍼렇게 멍이 든 것입니다. 부기와 멍든 게 빠지는데 보름 가까이 걸렸습니다. 문제는 사고가 술을 마시고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부상을 당한 것을 기억하지 못하니 필름이 끊긴 것인데, 숙소도 찾아가지 못한 것이 심각한 문제였던 것입니다. 십여 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생겨서 금주를 했던 것을 최근에 조심한다면서 다시 마시기 시작한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런 배경이 있어서 눈에 띈 책 같습니다. 금주를 주장하는 의학박사 가와시마 류타선생과 애주가인 치학박사 다이라 마사도선생이 같이 쓴 책입니다. 두 분은 뇌과학을 전공한 것 같습니다. 사실 뇌에 대하여 많은 연구를 하고 있지만, 뇌에 관하여 모르는 것이 더 많은 형편입니다. 술과 뇌의 관계도 그 중 하나일 듯합니다.


저자들은 먼저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마시고도 어떻게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는 제목으로 저처럼 과음을 하는 경우에 벌어진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라든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도 넘어지지 않는 이유, 뇌가 술에 취하는 기전 등을 설명합니다. 이어서 “‘살짝 취한상태는 뇌를 활성화한다는 제목에서는 술을 조금 마시면 뇌가 활성화되어 깜짝 놀랄만한 생각이 튀어나오기도 하는 이유 등을 비롯하여 술로 인해 생활습관병이 생기는 이유 술에 센 사람과 약한 사람이 있는 이유, 숙취가 생기는 이유 등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술을 마시면 뇌가 위축된다에서는 술을 오래 마시면 결국 뇌가 위축되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기능이 유지되는 이유, 알코올 의존증이 생기는 이유 등을 설명합니다. “그래도 술을 끊지 못하는 당신에게에서는 뇌에 부담을 주지 않는 음주법을 소개하고, 과음을 한 경우에는 술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방법 등을 설명합니다. 마지막으로 두 분이 음주 예찬과 금주 예찬을 두고 나눈 대담을 담았습니다.


일단 술에 취한 다음 생긴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뭔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다양한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을 보면, 기억을 만들고, 저장하고, 불러내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기억이 강화되어 금세 떠오른다거나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중요하지 않거나 일회성 사건의 경우 기억이 만들어지더라도 쉽게 쇠퇴하여 잊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술에 만취하여 기억을 못하는 것은 1차로 기억을 만드는 기능을 하는 해마에 있는 신경세포가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기능은 술에서 깨면 회복될 수 있습니다. 술을 마시면서 안주를 별로 챙기지 않는 사람의 경우 오랫동안 술을 마시다보면 기억장애가 생기기도 합니다. 코르사코프 증후군이라고 하는 일종의 건망증후군인데, 비타민B1의 결핍으로 생기는 병입니다.


술에 취해서 기억은 하지 못하면서도 집을 찾아갈 수 있는 것은 해마에서 새로운 기억은 만들어내지 못하면서도 오랫동안 저장되어 사용하고 있는 기억을 작동시키기 때문입니다. 자전거 타는 법이라든가 젓가락 사용법과 같이 한번 배워 사용하기 시작하면 절차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그렇다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건강에 좋을 것 같습니다만, 적당량의 술을 마시는 사람이 마시지 않는 사람이나 과음하는 사람에 비하여 심혈관 기능의 장애로 인한 사망률이 낮다고 합니다. 특히 적포도주의 경우는 항산화물질, 혈소판 응축 억제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술이 약한 사람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는 통계도 있지만, 왜 그런지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 몸속에 알코올 탈수소효소와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가 술에 든 알코올을 아세트알데히드로, 그리고 아세트알데히드를 물과 초산으로 변환시키는데,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 2형 가운데 활성형인 N형과 비활성형인 D형 가운데 NN조합인 경우에 아세트알데히드 분해가 빨리 일어나기 때문에 술에 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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