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이 끊길 정도로 마시고도 어떻게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가와시마 류타.다이라 마사토 지음, 고은진 옮김 / 현문미디어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몇 개월 전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왼쪽 관자놀이를 어디에 부딪쳤는지 부풀어 올랐는데 왼쪽 눈꺼풀이 부풀어 오르면서 시퍼렇게 멍이 든 것입니다. 부기와 멍든 게 빠지는데 보름 가까이 걸렸습니다. 문제는 사고가 술을 마시고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부상을 당한 것을 기억하지 못하니 필름이 끊긴 것인데, 숙소도 찾아가지 못한 것이 심각한 문제였던 것입니다. 십여 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생겨서 금주를 했던 것을 최근에 조심한다면서 다시 마시기 시작한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런 배경이 있어서 눈에 띈 책 같습니다. 금주를 주장하는 의학박사 가와시마 류타선생과 애주가인 치학박사 다이라 마사도선생이 같이 쓴 책입니다. 두 분은 뇌과학을 전공한 것 같습니다. 사실 뇌에 대하여 많은 연구를 하고 있지만, 뇌에 관하여 모르는 것이 더 많은 형편입니다. 술과 뇌의 관계도 그 중 하나일 듯합니다.


저자들은 먼저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마시고도 어떻게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는 제목으로 저처럼 과음을 하는 경우에 벌어진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라든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도 넘어지지 않는 이유, 뇌가 술에 취하는 기전 등을 설명합니다. 이어서 “‘살짝 취한상태는 뇌를 활성화한다는 제목에서는 술을 조금 마시면 뇌가 활성화되어 깜짝 놀랄만한 생각이 튀어나오기도 하는 이유 등을 비롯하여 술로 인해 생활습관병이 생기는 이유 술에 센 사람과 약한 사람이 있는 이유, 숙취가 생기는 이유 등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술을 마시면 뇌가 위축된다에서는 술을 오래 마시면 결국 뇌가 위축되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기능이 유지되는 이유, 알코올 의존증이 생기는 이유 등을 설명합니다. “그래도 술을 끊지 못하는 당신에게에서는 뇌에 부담을 주지 않는 음주법을 소개하고, 과음을 한 경우에는 술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방법 등을 설명합니다. 마지막으로 두 분이 음주 예찬과 금주 예찬을 두고 나눈 대담을 담았습니다.


일단 술에 취한 다음 생긴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뭔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다양한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을 보면, 기억을 만들고, 저장하고, 불러내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기억이 강화되어 금세 떠오른다거나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중요하지 않거나 일회성 사건의 경우 기억이 만들어지더라도 쉽게 쇠퇴하여 잊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술에 만취하여 기억을 못하는 것은 1차로 기억을 만드는 기능을 하는 해마에 있는 신경세포가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기능은 술에서 깨면 회복될 수 있습니다. 술을 마시면서 안주를 별로 챙기지 않는 사람의 경우 오랫동안 술을 마시다보면 기억장애가 생기기도 합니다. 코르사코프 증후군이라고 하는 일종의 건망증후군인데, 비타민B1의 결핍으로 생기는 병입니다.


술에 취해서 기억은 하지 못하면서도 집을 찾아갈 수 있는 것은 해마에서 새로운 기억은 만들어내지 못하면서도 오랫동안 저장되어 사용하고 있는 기억을 작동시키기 때문입니다. 자전거 타는 법이라든가 젓가락 사용법과 같이 한번 배워 사용하기 시작하면 절차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그렇다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건강에 좋을 것 같습니다만, 적당량의 술을 마시는 사람이 마시지 않는 사람이나 과음하는 사람에 비하여 심혈관 기능의 장애로 인한 사망률이 낮다고 합니다. 특히 적포도주의 경우는 항산화물질, 혈소판 응축 억제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술이 약한 사람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는 통계도 있지만, 왜 그런지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 몸속에 알코올 탈수소효소와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가 술에 든 알코올을 아세트알데히드로, 그리고 아세트알데히드를 물과 초산으로 변환시키는데,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 2형 가운데 활성형인 N형과 비활성형인 D형 가운데 NN조합인 경우에 아세트알데히드 분해가 빨리 일어나기 때문에 술에 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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