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잉 그레이 - 나는 흰머리 염색을 하지 않기로 했다
주부의 벗 지음, 박햇님 옮김 / 베르단디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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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호가 분명한 탓일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회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회색분자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인상도 작용을 한 것 같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 흰머리가 늘어가기 마련입니다. 젊어서는 까맣던 머리에 흰 머리가 조금씩 섞이기 시작하는데, 처음 흰머리를 발견하게 되면 대경실색(?)하는 수준으로 놀라고 당장 흰 머리를 뽑아내고야 마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가도 여기저기서 비집고 나오는 흰머리를 뽑는 일에 지치기 마련이고, 결국은 한 번에 해결하는 방법을 찾기 마련입니다. 바로 염색이죠.


흰머리에 대하여 관대하신 분들도 염색을 하면 훨씬 젊어 보일 거라는 주변의 이야기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순간이 오기 마련입니다. 결국은 염색과 타협을 하게 되는데, 염색을 시작하는 순간 고난에 발목을 잡히는 셈입니다. 염색을 하면 흰머리가 가릴 수 있지만 흰머리가 자라는 것까지 멈출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검게 보이던 머리카락이 시간이 지나면 뿌리에서부터 흰색이 올라오기 시작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보기 싫어지면 염색을 다시 해야 합니다.


사실 저 역시 나이가 나이인 만큼 반백을 넘어 백발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물론 염색은 해본 적은 없습니다. 제 경우는 십대 시절부터 흰머리가 나기 시작했는데, 저도 처음에는 새치를 뽑아내곤 했습니다. 그런데 새치는 하나 뽑으면 둘이 나온다고들 하더니 흰머리가 많아지는 것이었습니다. 사십대에는 관자놀이 부근은 하얀 색이 두드러졌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염색을 하면 젊어 보일 것이라는 주변의 권유가 있었지만, 굳이 염색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결혼한 다음이었던 탓에 흰머리에 신경을 쓸 이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 젊어 보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도 했습니다.


<고잉 그레이>는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골랐던 것 같습니다. 일본 잡지 주부의 벗에서 기획한 책으로 머리칼을 염색하던 것을 중단하거나 자연스럽게 흰머리가 늘어가도록 한 열여섯 사람의 이야기를 취재해서 정리한 것입니다. 49세에서 80세에 이르기까지 연령도 다양하고, 가정주부에서 화장이나 패션 분야에서 일하는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직업도 다양하였습니다.


나이 때문인지 머리칼이 흰 정도가 다양한 것 같습니다.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염색을 제외한 영역, 의상이나, 치장, 화장 등에는 신경을 많이 쓰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늙어가지만, 나이 듦을 감추려하지 않고 오히려 내세우는 쪽으로 자신을 드러내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라는 느낌입니다.


흰머리를 오히려 자랑스러워하시는 이분들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인지 머리를 어떻게 다루는지 화장이나 의상은 어떤지 많은 사진을 곁들여 소개하고 있어서 책장이 수월하게 넘어갔습니다.


외국 책을 번역해서 소개할 때, 국내 인사들의 이야기를 더하는 책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만, 이 책에서는 예수정 배우님과 오금숙 화가님의 기고문을 더했습니다. 두 분 모두 염색을 해오다가 어느 시점에서 그만두었는데, 여러 모로 편한 느낌이 들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분들의 말씀과 모습을 소개한 뒤에 회색머리칼에 잘 어울리는 의상과 화장법을 별도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성 독자라면 관심이 많을 듯합니다만, 아무래도 남성인 저는 그냥 건너뛰기로 했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일본의 헤어숍에 가면 헤어디자이너가 흰머리를 마치 질병처럼 취급해요라는 어느 분의 말씀에 깜짝 놀랐습니다. 최근에 하버드대학에서 나온 연구에서는 나이 듦을 질병이라고 주장했다고 합니다만, 나이 듦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가 가진 운명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생노병사는 지구를 건강하게 지키는 원칙이라고나 할까요? 인간만이 영생을 누리게 된다면 지구가 얼마나 복닥거릴까 상상만 해도 겁날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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