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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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진정한 등단 작품이라고 했습니다. 에드가 란포상에 응모했던 작품이 수상에 실패하면서 4년 뒤에 출간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면 그가 25살이라는 젊었을 때라서인지 학원을 무대로 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던 시절이었던 듯합니다. 또한 운동과 관련된 주제로 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을 보면 그가 운동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이야기도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교야구대회가 여럿 있어서 도토리 키재기 하듯합니다만, 일본에서는 봄 고시엔대회가 고교야구의 꽃이라고 합니다. 일본고교의 야구부는 4천개가 넘고 선수만 해도 16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 중에 지역예선 등을 거쳐 선발된 32개 야구부가 격돌하는 것이니 고시엔대회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즐기는 야구 수준에 머물던 게이요 고등학교가 봄 고시엔 대회에 출전하게 된 것도 스다 다케시라는 천재 투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강력한 우승후보 오사카의 아세아학원과 맞붙어 1:0으로 이기고 있는 가운데 맞은 9회 말에 3루수와 유격수의 잇다른 실책으로 만루의 위기 상황으로 몰렸습니다. 2사까지는 잡았지만, 마지막 타자와의 승부에서 통한의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투수가 던진 폭투를 포수가 막아내지 못하고 뒷그물까지 굴러가는 사이에 역전주자가 들어와서 경기가 종료된 것입니다. 이때 스다가 던진 공이 마구(魔球)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열흘 후, 게이요 야구부의 포수 기타오카가 애견과 함께 등굣길에서 죽은 채 발견되고, 며칠 뒤에는 투수 스다가 오른팔이 잘린 채 살해된 것입니다. 두 사람 모두 마구(魔球)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두 사람이 죽고 나자 게이요 고교 야구부는 다시 즐기는 야구로 돌아가는 분위기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작품이라서인지 문제를 해결하는 인물이 따로 없이 지역경찰이 나서서 사건을 조사하여 진실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고교야구부 안에서 일어난 두 건의 죽음에 대하여 서술하는 사이에 도자이 전기주식회사에서 폭발물이 발견되고 이어서 나카조 겐이치 사장에게 돈을 요구하는 사건이 진행됩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두 사건이 언제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 하는데 관심이 집중되기 마련입니다. 사회인 야구부를 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개인기업에서 일어난 사건이 고교야구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작가는 독자가 머리를 쥐어짜는 사이에 두 사건을 연결할 수 있는 꼬투리를 조금씩 풀어놓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미리 복선을 좌악 깔아두었더라면 읽어가다가 놓친 부분이 있다는 점을 깨닫고 되돌아가는 재미도 있기 마련입니다만,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꼬투리를 던지듯 내놓는 소설은 감질나듯해서 별로인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건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알고 있는 사실을 수사진에게 제공하지 않는 바람에 사건해결이 터덕거리는 요인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해결에 실마리는 제공하는 그런 등장인물도 있기 때문에 종국에는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게 됩니다.


특히 야구에서 투수는 경기에서 감당할 몫이 큰 위치입니다. 어렸을 적에는 직구 중심으로 훈련을 받도록 하는 것은 변화구를 많이 던지게 되면 팔에 무리가 올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고교야의 경우 선수층이 두텁지 않기 때문에 대회가 열리면 제일 잘 던지는 투수가 대부분의 경기를 소화하는 야구단이 많다고 합니다. 당연히 팔을 혹사하는 투수가 생기기 마련이고 성인야구에서 피어보지 못하고 스러지는 선수도 많다는 것입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은 고교야구에서도 통하는 진실인 셈입니다.


게이요 고교야구부에서 일어난 두 건의 살인사건과 마구 사이에는 어떤 사연이 숨어있는지, 사정이 어떻든 정석대로 운동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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