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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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서울송도병원에서 잠시 일하는 동안 암환자들에게 힘이 될 책을 골라 읽고 소개해보려 했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서울송도병원은 대장항문질환 전문병원입니다. 특히 암면역치료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괄목할만한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암진료는 수술, 항암화학치료, 방사선치료는 물론이고, 면역치료, 영양, 운동, 심리적지지 등 다양한 영역의 협력으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살고 싶다는 농담>은 신장암환우회와 서울 서촌에 있는 일일호일 서점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마음튼튼 독서클럽캠페인의 문을 여는 책입니다. 방송인 허지웅님의 수필집입니다. 우한폐렴 확산위기 상황에서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신장암 환우들을 정서적으로 지지해주기 위한 독서지원 기획이라고 합니다. <살고 싶다는 농담>은 악성림프종으로 진단받은 저자가 투병과정에서 얻은 삶의 해석과 현실의 삶에 지친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뜻을 담은 수필집이라는 이유로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암치료를 받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저도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저는 이 책을 암과 싸우고 있는 환자분들게 소개할 자신이 없을 것 같습니다. 우선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절망과 분투하기를 포기한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라고 하셨지만, 그 절망을 자전거타기에 비유한 것이 과연 적절한가 싶습니다. 자전거를 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일단 자전거 타기에 익숙해지면 결코 중심을 잡는 것이 다시 어려워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정적인 두 번째 이유는 항암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저자는 과연 얼마나 주치의의 권고에 따라 암과 맞서 싸우려는 의지를 가졌는지 분명치가 않습니다. 결국 나는 죽음 이외에 다른 건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24)’라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나는 여러분에게 제발 거기 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이 글을 그래서 쓰기 시작했다라는 것입니다. 과연 이런 정도의 이유로 고통스럽게 암과 싸우고 있는 환자들에게 힘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일까요?


책에 실린 글 가운데는 작가의 신산한 삶에 관한 내용도 적지 않은데, 그런 고난을 극복하려는 강한 의지를 읽어낼 수 없었습니다. ‘나는 솔직히 사는 게 지긋지긋하다. 재발을 두려워하고 있는 건지 기다리고 있는 건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환멸이 느껴지고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167)’라고 적었습니다. 그래서 니체를 다시 읽기로 했다는데, 왜 그랬는지도 분명히 와 닿지 않습니다.


책이 중간을 넘어갈 무렵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아프기 전과 후의 내가 다르다고 말한다. 나는 뭐가 달라졌다는 것인지 조금도 모르겠다. () 나는 언제 재발할지 모르고, 재발하면 치료받을 생각이 전혀 없다. 항암은 한 번으로 족하다.(217)”라고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팬이라는 분의 요청으로 악성림프종으로 치료 중인 환우를 만나 위로와 격려도 했는데, 우한폐렴 사태와 맞물리면서 치료 일정에 차질이 생겼고, 병세가 악화되어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그렇듯 안타까운 죽음에 대하여 그저 ‘(그 분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은 것은 너무 상투적이라는 느낌이 남습니다.


용산철거민에 관한 이야기나, 문학작품, 그리고 수많은 영화를 인용하여 써내려간 글들은 대부분 살아남고 싶은 욕망을 북돋우기보다는 살고 싶다는 희망을 그저 농담처럼 이야기하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즉 이 책을 기획한 본질과는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기보다는 다른 기획으로 한 책에 담겨야 할 내용이 아닐까싶습니다. 물론 작가가 이 책에 담고자 하는 깊은 뜻을 제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릅니다.


흔히 전문가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전문적인 지식을 일반인들도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초등학생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설명해주는 전문가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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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 강의 죽음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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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은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고 하겠습니다. 고전이란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언가 남는 책읽기가 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모두 읽지 못했습니다만, <나일 강의 죽음>을 읽게 된 것은 요즘 쓰고 있는 이집트 여행기가 마침 아스완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까닭입니다.

<나일 강의 죽음>은 아스완을 떠난 유람선이 지금은 사라진 나일 강 제2 폭포로 향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을 해결하는 푸아로 탐정의 활약을 그리고 있습니다. 강물 위에 떠있는 유람선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은 일종의 밀실살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트의 대표작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 이스탄불을 떠나 칼레를 향해 달리는 열차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것과 흡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나일 강의 죽음>에서는 ‘1부 영국편에서 살인 사건의 현장에 나타날 인물들이 소개됩니다. 살인의 동기 가능성도 내포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독자 입장에서는 범인을 특정하는데 혼란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추리소설의 독후감을 쓴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 같습니다. 사건의 흐름을 시시콜콜 집거나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밝히는 일을 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떻든 3건의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유람선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살인을 저지르다보니 남의 눈을 완벽하게 따돌리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고, 그래서 목격자를 제거하는 연쇄살인이 불가피했던 것 같습니다.(사실 이 내용도 적으면 안되는 것 아닌가 걱정입니다.)


참고로 <나일 강의 죽음>1937년에 발표된 작품입니다. 그래서 작품의 무대가 되는 아스완을 중심으로 한 나일 강의 풍경은 지금과 사뭇 다릅니다. 하지만 이집트 사회의 달라지지 않은 풍경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푸아로 탐정이 로잘리 오터번과 아스완 시내를 산책하는데 몰려들어 기념품을 소개하는 상인들과 박시시? 박시시? , , 후레이!’라고 떠드는 가난한 아이들을 떼어내는 장면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에르퀼 푸아로는 애매한 몸짓으로 인간 파리 떼를 쫓았다. 로잘리는 몽유병 환자처럼 그들 사이를 뚫고 지나갔다. ‘귀머거리, 소경인 척하는 게 최고예요.’ 그녀가 말했다.(66)” 박시시는 원래 팁을 의미하는 개념이지만 동냥을 하라는 의미로도 쓰인다고 합니다.


그런가하면 당시 유럽 사회에서 부상하던 급진적인 사고를 가진 청년, 퍼거슨의 고대 이집트의 유물에 대한 시각도 참고할만합니다. “피라미드를 예를 들어 봅시다. 그 쓸모없는 거대한 석조물은 오만한 전제 군주의 이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지어졌지요. 그것을 짓기 위해 고생하고 혹사당한 많은 사람들을 생각해 보세요. 그들이 겪었을 고통과 아픔을 생각하면 속이 뒤집힌답니다.(134)” 고대 이집트의 시대적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는 가운데 생긴 편견에 빚어낸 생각입니다.


아스완 하부 둑이 1차 완공된 시점은 1912년이고, 아스완 상부 둑은 1960년 착공하여 1970년 완공되었으므로, 1937년에 발표된 <나일 강의 죽음>에서는 아스완 하부 둑을 경계로 하여 유람선이 운행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부 둑 안에 있는 필래 섬을 구경하거나 아스완 상부에 있는 아부심벨 등을 보기 위하여 유람선을 탔던 것으로 보입니다. <나일 강의 죽음>에서 이야기하는 아부심벨의 람세스 신전을 지금의 장소로 옮겨지기 전의 장소에서 구경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은 아스완 상부 둑으로 만들어진 호숫가에 야트막하게 조성한 산자락 아래 람세스2세의 신전을 옮겼지만, 당시에는 높다란 산자락 아래 어디쯤, 지금은 호수 깊은 곳에 잠겨버린 곳에 있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달라진 고도에서는 동쪽에 뜨는 해가 신전에 드는 것도 과거와는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유물을 옮겨 보존할 수 있었다고는 하지만, 원래 신전을 건축하면서 생각했을 모든 것을 완벽하게 되돌려놓을 수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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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리더인가 - 반세기 경영 끝에 깨달은 마음의 법칙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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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살이 되던 해에 자본금 3천만 원을 가지고 창립한 세라믹 관련 기업 교세라를 세계 100대 기업의 반열에 올린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 펴낸 <왜 일하는가>에서는 젊은이들이 창업의 동기를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창업보다 어려운 것이 사세(社勢)를 유지하는 것이고,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이 사세를 키워가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창업의 동기를 부여하였으니 회사를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에 대한 비결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에서 내놓은 책이 <왜 리더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세기 경영 끝에 깨달은 마음의 법칙이라는 부제에서 얻는 느낌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교세라를 창립하여 이끌어오면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바꾸어가면서 성공적인 경영인으로 자리매김해오는 과정을 정리한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두 번째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회고해보니 그때는 이렇게 했어야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제안한 경영을 잘 하기 위한 법칙 가운데는 불교의 영향을 받은 듯한 분위기가 물씬 풍겨 나옵니다. 아마도 1997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 불가에 귀의했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의 두 번째 생각이 어느 정도는 맞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풀어내기 전에 아마도 현장을 지키던 시절이 모습을 담은 듯한 사진들이 이어지는데, 사진 속에는 짧게 요약된 성공의 비결을 담았습니다. 그 가운데 인상적인 구절이 있습니다. “돌이켜보니 위기를 넘기고 사업을 키우는 건 인재도, 돈도, 능력도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이었다.” 조직의 성패를 가름하는 것은 지도자의 역량이라는 이야기고 보면, 결국 리더의 능력에 달린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그 지도자의 능력이 어디에서 나오느냐 하는 핵심에 대하여 저자는 마음’, 즉 지도자의 철학이 무엇인가 하는데 달렸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자는 마음이라는 화두를 두고 모두 여섯 가지의 질문을 읽는 이에게 던집니다. 재미있는 것은 여섯 가지 질문 가운데 마지막 질문, ‘당신의 마음에는 무엇이 들어있는가를 들어가는 글의 제목으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나머지 다섯 가지 질문들에는 몇 가지의 주제어를 두어 세부사항에 대한 질문을 하고, 답을 주기도 합니다.


첫 번째 질문은 진아를 화두로 한 당시의 마음을 무엇을 끌어당기는가?’, 두 번째 질문은 조화를 화두로 한 타인을 위한 마음은 어떻게 다시 돌아오는가?’, 세 번째 질문은 투지를 화두로 한 강한 마음을 어떻게 끝까지 유지할 것인가?’, 네 번째 질문은 도리를 화두로 한 인간으로서 옳은 일을 하고 있는가?’, 다섯 번째 질문은 근본을 화두로 이 모든 것을 어떤 토대 위에 쌓을 것인가등입니다.


요즈음 저는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제가 살았던 집과 동네를 중심으로 추억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추억도 소환하여 반추하지 않으면 엷어지면서 결국은 소멸된다는 것입니다. 그리도 소환한 추억을 곱씹다 생각한 것들이 더해서 기억된다는 것입니다. 기억이 정확한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변조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저자도 교세라를 창업하여 경영이라는 것을 처음 시작할 때를 회상해보니 스스로 경영자에 어울리는 인격을 갖추었다고 할 수 없더라고 했습니다. 스스로를 변화시켜 나아가는 것, 이것이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끊임 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고, 변화하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지도자의 능력이라 할 것 같습니다.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분이 좋은 경영의 핵심이라 할 비결을 아주 쉬운 말로 적고 있어서 읽는 흐름도 유연하고, 쉽게 이해되는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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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는 꽃의 삶 피오나 스태퍼드 식물 시리즈
피오나 스태퍼드 지음, 강경이 옮김 / 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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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봄꽃이 한창일 때 꽃에 관한 흥미로운 책을 읽었습니다. 꽃의 계절이 지나고 보니 제목의 의미가 실감이 됩니다. 옥스퍼드 대학교 영문학 교수인 피오나 스태퍼드가 쓴 <덧없는 꽃의 삶>입니다. ‘덧없는이란 수식어가 부정적이다 싶습니다만, 아무래도 꽃의 속성 때문인 듯합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전혀 덧없어 보이지 않습니다.


저자는 나는 이파리와 꽃잎으로 내 삶의 마디마디를 가늠할 수 있다.(9)’라는 문장으로 책을 시작합니다. 아버지가 공군에서 근무한 듯, 아버지를 따라 공군기지를 옮겨 다니며 살았다고도 했습니다. 이사를 자주 다녔기에 새 정원은 탐험의 대상이었다고도 했습니다. 꽃에 대한 저자의 관심은 정원을 넘어 주변 풍경을 이루는 들꽃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문학, 신화, 예술로 읽는 꽃 이야기라는 부제를 붙인 것처럼 저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꽃에 관한 이야기들을 이끌어옵니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시인 존 드링크워터(John Drinkwater)가 자서전에 적은 대목을 끌어오면서, “그는 어떤 장소가 스스로를 덜 내세우는 것처럼 보일수록 우리를 더 깊이 사로잡고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며 기억할 많한 곳이 된다고 언급했다(15)”라고 설명한 부분입니다. 언젠가는 저의 경관기행에서도 인용해볼까 합니다.


서문에 해당하는 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꽃과의 인연을 설명한 저자는 이 책은 꽃에 자기 삶을 헌신했던 여러 세대의 사람들에 바치는 헌사다(22-23)’라고 했습니다. 저자는 스노드롭, 프림로즈, 수선화, 블루벨, 데이지, 엘더플라워, 장미, 폭스글로브, 라벤더, 질리플라워, 피나무 꽃, 엉겅퀴, 해바라기, 양귀비, 유령난초 등 15종의 꽃을 이 책에서 설명하였습니다. 부제처럼 다양한 시, 소설, 신화는 물론 미술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료를 끌어와 글을 풍성하게 장식합니다.


특히 호수지방에 살던 워즈워스의 시에 등장하는 수선화가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강력한 치유효과가 있다는 점을 설파하는가 하면, 수선화의 알뿌리에서 추출한 갈란타민이 아세틸콜린 분해효소를 억제한다는 의학적 성과까지 인용합니다. 다만 아세틸콜린 분해효소가 혈관성 치매가 아니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사용되며 혈관성 치매의 치료에도 사용된다는 점을 착각했던 듯합니다. 아마도 혈관성 치매의 치료제로 사용된다는 부분은 혈관성 치매환자의 상당수가 알츠하이머병과 동반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다룬 15종류의 꽃은 아마도 영국의 정원 혹은 산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수선화, 데이지, 장미, 라벤더, 엉겅퀴, 해바라기, 양귀비 등 절반 정도 아는 꽃이고 나머지는 생소한 꽃입니다. 양귀비라고는 했지만, 유럽의 산하에서 들꽃으로 흔히 볼 수 있는 개양귀비에 대한 이야기가 비중을 더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개양귀비로 꽃밭을 일군 곳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유럽을 여행하면서, 특히 스톤헨지로 들어가는 벌판을 온통 뒤덮은 개양귀비와 남프랑스의 벌판을 달리면서 개양귀비로 뒤덮인 벌판을 보면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존 러스킨에게 개양귀비(Papaver rhoeas)는 꽃 중의 꽃으로, 햇빛처럼 숨김없고 내부 비밀이나 조잡함이 없는 꽃이었다(247)”라고 합니다. 저자는 비단과 불꽃의 꽃, “천국의 제단에서 떨어진 타오르는 석탄처럼 멀리 있는 들풀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사방으로 완벽한 테두리를 지닌 진홍컵같은 이 꽃에는 평범한것이라곤 없었다.(247)라고 적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대개 한 점의 미술품을 소개한 다른 꽃과는 달리 양귀비에서는 클로드의 모네의 <양귀비 들판, 1873>, 반 고흐의 <양귀비 들판, 1890>, 구스타프 클림트의 <양귀비 들판, 1907> 등을 비롯하여 단테이 게이브리얼 로세티의 <축복받은 베아트리체, 1864-1870> 등 넉 점의 미술품을 들어 설명하였습니다. 문학작품도 여럿 소개하고 있습니다만, 양귀비와 쥐를 소개하는 독일 소설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서부 전선 이상 없다>와 아이작 로젠버그의 <참호의 새벽>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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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흄 - 인간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자 한 철학자 클래식 클라우드 25
줄리언 바지니 지음, 오수원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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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흄은 몇 년 전에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를 찾아갔을 때, 자일스 성당 근처에서 그의 동상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의 사상을 공부해보겠다는 생각을 해오던 중에 줄리언 바지니의 <데이비드 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인간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자 한 철학자라는 부제가 그의 철학을 압축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저자는 에든버러 도심 부근 칼튼힐 정상에 있는 스코틀랜드 국가기념비에서 이야기를 출발합니다. 저도 가서 보았습니다만, 이 기념비는 아테네의 파르테논신전에서 영감을 얻어 지은 것입니다. 자금이 부족하여 공사가 중단된 채로 전해오고 있습니다만, 나폴레옹전쟁에서 전사한 스코틀랜드 병사와 선원들을 위한 위령비입니다. 칼튼힐에 그리스의 건축양식을 본뜬 건물이 들어선 것은 18세기 초 스코틀랜드가 세계철학의중심으로 그리스 아테네의 후예라고 나설만했던 데서 기인한다고 합니다. 당시 에든버러는 지식의 수도로 유럽 계몽주의를 선도하고 있었습니다. 에든버러가 낳은 위대한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스코틀랜드인들이야말로)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문필의 대가라 부를 수 있는 민족이다(12)’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흄의 저작은 문장이 대체로 길고, 18세기의 어휘가 많기 때문에 읽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언제나 열린 자세를 견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합니다. 이 책의 저자 줄리언 바지니는 흄이 출생한 곳에서부터 죽음을 맞은 곳에 이르기까지 발길이 닿았던 장소를 찾아, 흄의 지적 사유가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뒤쫓았습니다. 흄이 태어난 에든버러의 론마켓을 출발하여 어린 시절을 보낸 천사이드, 설탕장사를 한 브리스톨, <인성론>을 집필한 프랑스의 라플레슈, 주요 저작물을 출간한 런던, 에드먼드 버크 등을 사귄 에든버러의 제임스 코트, 프랑스 계몽주의 사상가들과 교류했던 프랑스 파리, 그리고 여생을 보낸 에든버러의신시가지 등에 이릅니다.


필자가 이런 기획을 하게 된 것은 자신이 흄에게 총체적으로 접근해보고 싶다는 열망에서 시작됩니다. 즉 흄이 내세운 철학이 그 자신의 삶과 존재의 모든 측면과 닿아있는 인물로 흄을 바라보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흄의 생애와 저작들을 모두 살펴보아야 했으며, 흄이 떠났던 프랑스 여행의 궤적을 좇는 일 역시 그의 생애 전반에 걸친 지적 여정을 따르는 일이라 여겼던 것 같습니다.


흄과 인연이 있는 장소와 건물 등을 찾아가는 일종의 경관기행이 되는 셈입니다. 사실 누군가의 족적을 뒤쫓는 일에는 그가 생활하던 장소를 직접 방문하여 그가 남겨놓은 흔적을 뒤쫓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스스로 경관기행을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 역시 7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다보니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자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제가 살던, 혹은 생활했던 공간을 찾아 어떻게 변했는지를 살펴보는 경관기행을 통해서 저의 생활과 생각이 어떻게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적어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흄의 저서 <인성론>의 말미에는 인간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철학자들의 상상대로 다룰 때 철학은 실패한다.(33)’라고 적었다고 합니다. 흄의 철학은 그리스와 로마의 스토아 철학에 닿아있다고 합니다. 또한 실재와 인간 본성에 관한 정학한 견해를 형성하는 능력은 전문적인 과학 지식이 아니라 경험 전반, 그리고 이것들이 서로 합치되는지에 주의를 기울리려는 의지에 달려있다.(55)’라고도 했습니다.


저자는 흄이 머물던 장소의 특징과 그로 인하여 그의 사유가 어떻게 매듭을 지어갔는지 뒤쫓았습니다. 저자는 흄의 저작물 뿐 아니라 편지, 혹은 그와 교류했던 사람들이 남긴 이야기까지 광범위하게 검토하여 정리해냈습니다. 다양한 자료들이 뒤섞이다보니 맥을 붙드는 일이 수월치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흄의 저작물을 찾아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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