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흄 - 인간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자 한 철학자 클래식 클라우드 25
줄리언 바지니 지음, 오수원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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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흄은 몇 년 전에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를 찾아갔을 때, 자일스 성당 근처에서 그의 동상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의 사상을 공부해보겠다는 생각을 해오던 중에 줄리언 바지니의 <데이비드 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인간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자 한 철학자라는 부제가 그의 철학을 압축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저자는 에든버러 도심 부근 칼튼힐 정상에 있는 스코틀랜드 국가기념비에서 이야기를 출발합니다. 저도 가서 보았습니다만, 이 기념비는 아테네의 파르테논신전에서 영감을 얻어 지은 것입니다. 자금이 부족하여 공사가 중단된 채로 전해오고 있습니다만, 나폴레옹전쟁에서 전사한 스코틀랜드 병사와 선원들을 위한 위령비입니다. 칼튼힐에 그리스의 건축양식을 본뜬 건물이 들어선 것은 18세기 초 스코틀랜드가 세계철학의중심으로 그리스 아테네의 후예라고 나설만했던 데서 기인한다고 합니다. 당시 에든버러는 지식의 수도로 유럽 계몽주의를 선도하고 있었습니다. 에든버러가 낳은 위대한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스코틀랜드인들이야말로)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문필의 대가라 부를 수 있는 민족이다(12)’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흄의 저작은 문장이 대체로 길고, 18세기의 어휘가 많기 때문에 읽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언제나 열린 자세를 견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합니다. 이 책의 저자 줄리언 바지니는 흄이 출생한 곳에서부터 죽음을 맞은 곳에 이르기까지 발길이 닿았던 장소를 찾아, 흄의 지적 사유가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뒤쫓았습니다. 흄이 태어난 에든버러의 론마켓을 출발하여 어린 시절을 보낸 천사이드, 설탕장사를 한 브리스톨, <인성론>을 집필한 프랑스의 라플레슈, 주요 저작물을 출간한 런던, 에드먼드 버크 등을 사귄 에든버러의 제임스 코트, 프랑스 계몽주의 사상가들과 교류했던 프랑스 파리, 그리고 여생을 보낸 에든버러의신시가지 등에 이릅니다.


필자가 이런 기획을 하게 된 것은 자신이 흄에게 총체적으로 접근해보고 싶다는 열망에서 시작됩니다. 즉 흄이 내세운 철학이 그 자신의 삶과 존재의 모든 측면과 닿아있는 인물로 흄을 바라보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흄의 생애와 저작들을 모두 살펴보아야 했으며, 흄이 떠났던 프랑스 여행의 궤적을 좇는 일 역시 그의 생애 전반에 걸친 지적 여정을 따르는 일이라 여겼던 것 같습니다.


흄과 인연이 있는 장소와 건물 등을 찾아가는 일종의 경관기행이 되는 셈입니다. 사실 누군가의 족적을 뒤쫓는 일에는 그가 생활하던 장소를 직접 방문하여 그가 남겨놓은 흔적을 뒤쫓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스스로 경관기행을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 역시 7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다보니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자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제가 살던, 혹은 생활했던 공간을 찾아 어떻게 변했는지를 살펴보는 경관기행을 통해서 저의 생활과 생각이 어떻게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적어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흄의 저서 <인성론>의 말미에는 인간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철학자들의 상상대로 다룰 때 철학은 실패한다.(33)’라고 적었다고 합니다. 흄의 철학은 그리스와 로마의 스토아 철학에 닿아있다고 합니다. 또한 실재와 인간 본성에 관한 정학한 견해를 형성하는 능력은 전문적인 과학 지식이 아니라 경험 전반, 그리고 이것들이 서로 합치되는지에 주의를 기울리려는 의지에 달려있다.(55)’라고도 했습니다.


저자는 흄이 머물던 장소의 특징과 그로 인하여 그의 사유가 어떻게 매듭을 지어갔는지 뒤쫓았습니다. 저자는 흄의 저작물 뿐 아니라 편지, 혹은 그와 교류했던 사람들이 남긴 이야기까지 광범위하게 검토하여 정리해냈습니다. 다양한 자료들이 뒤섞이다보니 맥을 붙드는 일이 수월치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흄의 저작물을 찾아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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