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할 땐, 책 - 떠나기 전, 언제나처럼 그곳의 책을 읽는다
김남희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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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갑이 되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해외여행이 학회 혹은 출장으로 일주일을 넘지 않았습니다. 공식 일정 이외에 관광 혹은 여행이라 할 만한 요소는 없었습니다. 회갑이 되던 해부터 아내와 함께 여행다운 여행에 나섰는데, 금년까지 12년 동안 스무 차례의 여행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여행을 할 때도 국내여행을 할 때처럼 적지 않은 책을 챙겨가곤 했습니다. 그렇게 여행을 하고는 꼭 여행기를 정리하곤 했는데, 지난 해에는 여행과 책읽기를 묶은 <양기화의 BOOK소리-유럽여행>을 출간하였고, 내년에는 <양기화의 BOOK소리-세계여행>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여행과 책을 엮어 만든 책은 그리 많지는 않기에 반가운 마음에 <여행할 땐, >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저의 여행은 대부분 여행사의 상품을 이용하는 단체여행입니다. 자유여행이 아닌 까닭에 여행에서 얻는 경험이 다양하지 않고 생각의 방향도 크게 다를 수밖에 없겠습니다. 여행과 책을 엮어 만든 모두 자유여행을 하시는 분들의 작품입니다. 아마도 단체여행의 경험을 책과 엮은 것으로는 저의 책이 처음이지 싶습니다.


스무해 넘게 여행을 하고 책을 써온 여행작가 김남희의 <여행할 땐, >은 자유여행인 만큼 여행에서 얻는 경험과 책읽기에서 얻은 사유의 결과를 담았습니다. 조금 특이하다면 책의 내용이나 책에서의 사유의 비중이 다른 책들보다는 적은 편인 듯합니다.


제가 쓴 <양기화의 BOOK소리-유럽여행>의 경우는 유럽의 도시 26곳과 그 도시와 관련이 있는 책들을 골랐다면 김남희 작가의 <여행할 땐, >24곳과 에필로그를 더해서 모두 25꼭지의 글을 3부로 나누어놓았는데, ‘내 삶은 온전히 거리에서 채워진다’, ‘책을 읽으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지친 허리를 일으켜 다시 한 걸음을 뗀다라는 제목이 본문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는 파악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차이는 <여행할 땐, >에서는 여행지에서의 사유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여행지와 꼭 연관이 있어보이지 않는 책, 그나마도 책 이야기의 비중은 크지 않다는 차이도 있습니다.


24꼭지의 책들 가운데 <리스본행 야간열차>, <그리스인 조르바>, <카탈로니아 찬가> 등 세 종류의 책은 저도 인용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페르세폴리스>, <파타고니아 특급 열차> 등은 <양기화의 BOOK소리-세계여행>에서 다루어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세계의 음식들, 유럽의 서점, 브라질 아마존 들처럼 장소가 분명하지 않은 꼭지도 있습니다. 사실 수필집을 고른 경우에는 장소와 긴밀하게 연관된 이야기를 풀어낼 수가 없게 되는 것 같습니다. d,런 경우에는 책 내용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유럽의 서점에서는 미국의 대서양 연안에 있는 가상의 앨리스 섬에 있는 작은 책방을 중심으로 풀어내는 소설을 인용했습니다만, 모두에서 인용한 제레미 머서의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더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이야기가 부족하다 싶으면 센 강변에 정박하고 있는 선박에 있는 서점 이야기를 담은 <종이약국>을 더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그밖에도 유럽 각지의 서점들을 다룬 책들도 좋았겠습니다.


저자가 서문에 적은 내 인생의 필수품을 두 개를 고른다면 여행과 책이다.() 나에게 여행과 독서는 다르지 않다. 여행은 몸으로 읽는 책이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기에, 책도, 여행도 더 넓은 세계를 열어주는 문이다. 문 너머에 어떤 만남이 기다리는지 알 수 없어 책을 펼 때고, 여행을 떠날 때도 매번 심장이 쫄깃해진다.(11)’라는 대목은 저도 공감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마무리글에 적은 이제 여행은 어디로 가느냐는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여행이 매혹적인 이유는 어행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 인생이 그러하 듯.(250)’이라는 대목에는 쉽게 공감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지금껏 예측 가능한 삶을 살아온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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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괴담의 과학 - 유령은 왜 나타나는가 전파과학사 Blue Backs 블루백스 85
나카무라 마레아키 지음, 김두찬 옮김 / 전파과학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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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는 도깨비나 도깨비불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만 언젠부터인지 시나부로 사라진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밤에 공동묘지에 가는 일은 없겠습니다만, 언젠가는 길건너 공동묘지가 있는 동네에서 산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보니 어렸을 적에는 어스름할 때 공동묘지 앞으로 난 길을 걸어 집에 오기도 했습니다.


전공이 그래서 죽은 이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서 부검을 직접한 적도 있는데, 그런 날에는 소주를 취하도록 마시고 집에 들어가곤 했습니다. 공동묘지에서 가까운 동네의 호젓한 집에서 혼자 살 때의 일입니다. 근데 같은 일을 하는 여자 후배가 죽은 이의 원한을 풀어주는 일을 하는데 귀신이 되어 나타날 일이 있겠느냐고, 오히려 지켜주는 일을 하지 않겧냐고 해서 마음이 편해졌던 기억도 있습니다.


괴담은 어느나라에나 있습니다만 일본은 특히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런 괴담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 시도하는 분도 나오는 모양입니다. <괴담의 과학>을 쓴 정신과의사 나카무라 마레아키 박사가 그런 분입니다.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을 괴담이라고 합니다만, 박사는 '유령은 왜 나타나는가'이 책의 부제처럼 유령을 보는 사람의 심리상태 혹은 정신상태를 정신의학적으로 설명하려고 시도하였습니다. 그밖에도 환청, 환시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괴담의 과학>5개의 장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유령은 왜 나타나는지를 3개 장에 걸쳐 중점적으로 다루었습니다. 4장에서 환청과 착시, 환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물을 보게되는 과정도 설명합니다. 5장에서는 인간은 왜 괴담을 좋아하고 환각을 보게 되는지 괴담의 논리를 설명했습니다.


저자는 동서고금의 유명한 괴담, 체험담들이 대부분 정신의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현상이라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일본의 괴담뿐 아니라 중국을 비롯하여 유럽제국의 괴담들도 불러다 설명합니다. 마젤란의 세계일주 항해와 산에서 조난 당한 사례를 인용하여 집단환각을 설명합니다. 마르코폴로의 여행기를 인용하여 환청 현상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습니다.


책을 읽다 확인이 안된 사실을 만나면 읽던 흐름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게 됩니다. 아쉽게도 <괴담의 과학>에서도 그런 대목이 있었습니다. 육지의 환영을 이야기하고자 인용한 마젤란의 세계일주 항해에 관한 이야기에서 희망봉을 지나 태평양을 항해하기 시작했다는 대목입니다. 츠바이크가 <마젤란 항해기>에서 범한 오류를 검토 없이 인용한 탓으로 보입니다.


마젤란은 카를로스 왕의 허락을 얻어 빅토리아 호를 비롯하여 5척의 배와 270명으로 된 선단을 이끌고 1519810일 에스파냐의 산루칼 항을 출발하여 대서양을 건너 남아메리카로 향했습니다. 아르헨티나 남쪽에서 좁은 해협을 발견하고 마젤란 해협이라고 했으며, 거친 남대서양과는 달리 잔잔한 바다를 만나 태평양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남태평양의 여러 섬들을 거쳐 필리핀에 도착한 그는 1521427일 막탄 섬에서 원주민과 충돌하여 죽고 말았습니다. 이러저런 사정 끝에 다섯 척의 배 가운데 빅토리아 호만이 152298일 세비야로 귀항하였습니다. 이때의 생존자는 후안 세바스티안 엘카노 (Juan Sebastian Elcano) 18명이었습니다.


마젤란 탐험대가 필리핀에 도착했을 무렵까지만 해도 어려움은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몰루카제도를 떠나 포루투갈이 지배하던 항로에서는 보급을 받지 못해 괴혈병과 영약부족으로 많은 선원이 죽었다고 합니다.


마지막 5장의 괴담의 논리에서 싸울 것인가 아니면 달아날 것인가결정하는 순간의 신체 반응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언젠가 인용해 볼 생각입니다.

결국 괴담은 인간이 받아들일 수 없는 극한 상황에서 느끼는 공포에서 비롯된다는 것으로 이해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순간에 오감을 통하여 느낀 것들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결국 귀신이아 유령은 존재하지 않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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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 회의론자 - 신경과학과 심리학으로 들여다본 희망의 과학
자밀 자키 지음, 정지호 옮김 / 심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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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일이 뜻대로 되지 않고 꼬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람들 마다 이런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던가 아니면 비관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냉소론자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나설 것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고 낙담하여 상황을 타개할 방안 찾기를 포기한다면 냉소론자라기보다는 비관주의자라 할 것입니다.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희망론자는 상황이 분명 나아질 것으로 믿고 상황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합니다. 마찬가지로 맹목적으로만 상황을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이상에 그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희망찬 회의론자>는 스탠포드 대학교 심리학과의 자밀 자키 교수가 쓴 책으로 신경과학과 심리학으로 들여다본 희망의 과학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그는 평소 냉소론자였다고 합니다. 세상 분위기가 그를 냉소주의자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그사회에 해를 끼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1. 냉소주의는 영리하다, 2. 냉소주의는 안전하다, 3. 냉소주의는 도덕적이다. 등의 속설로 위안을 삼는다는 것입니다.


냉소론자였던 그가 희망을 전도하기로 한 것은 희망론자였던 동료 에밀 브루노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에밀 브루노는 47세에 뇌암으로 죽음을 맞기까지도 희망이 우리가 가는 길을 비추는 빛 같은 존재라고 믿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저자는 에밀이 남긴 교훈을 널리 전파하겠다는 의도로 이 책을 기획했다고 합니다. “인류는 냉소론자의 상상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복잡하며 미래는 이들이 아는 수준 이상으로 훨씬 더 신비롭다.”고 믿게 된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희망찬 회의주의를 키울 전략과 습관을 공유하고자 한다고 하였습니다. 요약하면 냉소주의 성향 안에 숨어 있는 회의주의를 일깨워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희망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3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냉소주의를 버리는 열쇠에서는 냉소주의의 본질을 분석하고, 2냉소주의 속에 있는 회의주의 깨우기에서는 신뢰문화를 구축하는 길을 설명하며, 3희망찬 회의론자의 길에서는 불신으로 가득 찬 사회가 구성원을 냉소주의로 몰고가는 만큼 신뢰회복을 통하여 희망의 불씨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제안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목차가 끝나고 본문을 시작하기 전에, “희망은 우리가 소파에 앉아 손에 움켜쥔 채 행운을 비는 복권이 아니라, 위급한 상황에서 문을 부수는 도끼 같은 것이다.”라는 레베카 솔닛의 말을 인용해두었습니다.


저자가 신뢰의 효과로 우한폐렴이 확산되던 시점에 한국정부가 취한 신속한 대책을 인용하였습니다. 당시 우리 정부가 투명성, 민주주의, 개방성 등 세 가지 원칙을 준수했다고 했는데, 당시 국내 상황을 겪었던 입장에서는 과연 그랬나 싶습니다.


저자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에밀 브루노가 랄프 왈도 에머슨의 <자기 신뢰>를 읽고 에세이 <자기 신뢰>는 내가 스스로의 인성 개발을 위해 지침으로 삼았던 책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작품으로 손꼽힌다. () 이 책은 선하고 진실한 사람이 돼야겠다는 강한 동기와 영감을 제공해줬고, 동시에 그런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나 스스로 신뢰하고 정의 내릴 수있게 도와줬다.”라고 언급했다고 합니다. 저도 꼭 읽어봐야 하겠습니다.


저자는 자신이 살아온 경험과 신뢰와 믿음에 관한 다양한 연구성과들을 인용하면서 신뢰와 희망의 중요함을 언급하고 있어 쉽게 읽히지 않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만, 기본적인 방향만큼은 겨우 잡을 수 있었던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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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 길 없는 대지 - 길 위에서 마주친 루쉰의 삶, 루쉰의 글쓰기
고미숙 외 지음 / 북드라망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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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서 독후감을 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일본근대문학기행을 다녀온 여행기 <설국을 가다>를 준비하느라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의 독후감을 먼저 써야 했기 때문입니다. <설국을 가다>의 마지막 교정까지 마치고서야 시간 여유도 조금 생겼다. 중국근대문학기행을 떠날 날도 가까워지고 있어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루쉰, 길 없는 대지>20여년간 각자의 방식대로 루쉰을 공부해온 필자들이 의기투합하여 시작한 새로운 방식의 루쉰 평전입니다. 루쉰이 살았던 장소를 찾아가는 한편 그의 작품들을 연대기에 따라 살펴보는 방식입니다.


2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 루쉰 온 더 로드은 루쉰의 족적이 남은 장소를 필자별로 나누어 방문한 기록입니다. 2부 라이팅 온 더 로드는 루쉰의 작품들을 연대기 순으로, 역시 필자별로 나누어 정리한 기록입니다.


머리말에서 언급한 대로, “우리는 루쉰과 생생하게 마주치고싶었을 뿐이다. 그가 머물렀던 곳에 가서 그곳의 하늘과 대지를 음미하고, 그의 사상과 말, 행동을 재연해 보고,(1부에 해당하는 듯) 그의 텍스트를 우리 멋대로 변환해 보고,(2부에 해당하는 듯) 그를 빙자하여 길 위에서 낯선 이들과 접속해보고그렇게 그와 우리 사이에서 새로운 신체성, 새로운 관계가 탄생되는 과정을 즐기고 싶었을 뿐이다.(8)”라고 했습니다.


10월에 떠나는 펀트래블의 중국근대문학기행에서도 베이징과 상하이 등을 찾아 대표적인 중국근대작가 루쉰, 라오서, 마오둔의 족적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이 책은 중국근대문학기행에서 루쉰의 행적과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 같습니다.


펀트래블의 중국근대문학기행을 함께 하는 이유는 1월에 다녀온 일본근대문학기행과 마찬가지로 내년에 출간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양기화의 Book소리-세계여행>에서 중국과 일본의 작가들을 소개하기 위한 취재여행인 셈입니다. 아마도 라오서의 작품과 베이징을, 루쉰의 작품과 상하이를 연결하지 싶습니다.


중국근대문학기행이 예고되면서부터 세 작가들의 작품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일본근대문학기행을 준비할 때보다는 시간 여유가 많아서 미리 읽은 작품이 적지 않습니다. 루쉰의 작품으로는 <새로 쓴 옛날 이야기>, <Q정전과 광인일기>, <부엉이의 불길한 말> 등을, 라오서의 작품으로는 <마씨 부자>, <낙타 샹즈>, <찻집>, <고양이 행성의 기록>등을 읽었는데, 마오둔의 작품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여행을 다녀와서는 더 읽어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루쉰의 경우는 그의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전집이 나와있고, 루쉰의 연구서도 적지 않게 나와있어서 읽어야 할 책들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루쉰, 라오서, 마오둔 등에 대하여 깊이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서 섣부르게 이야기를 할 계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근대중국의 세 작가들의 행적과 작품들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근대일본의 사회적 배경과 전혀 다른 탓인지 문학작품의 성격도 사뭇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태평양전쟁을 벌이기 이전의 일본의 경우는 사회적으로 안정되었던 탓인지 문학의 사조가 다양하게 발전해왔지만, 근대 시기의 중국의 경우 서구열강의 압박을 받는 와중에 청나라가 무너지면서 새로이 근대 정부가 성립되는 과정에서 국공대립의 혼란을 겪어야 했기 때문에 문학의 사조 역시 다양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격동기를 살아가면서 뒤떨어진 인민들을 계몽해야 한다는 사명으로 작품활동을 했던 루쉰의 삶과 작품활동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근대문학의 실태에도 관심이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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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만화미학자 - 미술을 삐딱하게 보는 어느 만화미학자의 이유 있는 궤변
박세현 지음 / 팬덤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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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독특하여 읽게 된 책입니다. 어렸을 적부터 만화 읽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런 만화를 미학적으로 분석한다는 만화 미학이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습니다. <미술관에 간 만화미학자>를 쓴 작가에 따르면 29천 년-32천 년 전에 그려진 프랑스 쇼베동굴벽화는 회화라기보다는 만화에 가깝다고 주장합니다. 목탄으로 사물의 윤곽을 그려낸 기법이 만화의 기법과 같다고 해서 그런가 봅니다. 하지만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만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만화진흥에 관한 법률 제21항에는 만화란 하나 또는 둘 이상의 구획된 공간에 실물 또는 상상의 세계를 가공하여 그림 또는 그림 및 문자를 통하여 표현한 저작물.”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키백과에 따르면 만화의 기원은 만화의 정의에 따라 달라지는데, 15세기 유럽이 될 수도 있고, 멀게는 이집트 상형문자로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러나 컷과 그림 안의 말풍선을 가진 오늘날의 만화 형식 및 '만화'라는 단어 자체가 생겨난 것은 19세기 후반이다.”라고 합니다.


어떻든 만화 미학이라는 단어도 생소하여 찾아보았습니다. 일단 예스24에서 만화미학을 주제로 찾아보면 만화미학이라는 주제어가 들어가 있는 책은 6권으로 박세현, 백준기, 권경민 등 3명이 작가가 썼다고 되어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책으로는 2001년에 나온 백준기의 <만화 미학 탐문>인 것을 보면 역사가 그리 짧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미술관에 간 만화미학자>가 만화의 미학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은 미술을 삐딱하게 보는 어느 만화미학자의 이유 있는 궤변라는 부제에 걸맞게, 똑같은 그림이라도 좀 다르게 보는 만화미학자의 미술 이야기를 담고 있다.(8)”라고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기왕의 미학자들의 시선과는 다를 수 있는 만화미학자의 시선으로 해석해보겠다는 의욕을 보인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저자의 이런 시각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면서 미학과 미술이론을 공부하고, 졸업한 뒤에는 만화미학자로서 대학에서 미학과 예술사, 만화미학과 만화비평을 가르쳤던 경력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인 지금까지 읽어온 미학관련 책들에서는 보지 못했던 철학적 접근이 눈에 뜨였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천지창조: 천지창조의 원리는 수학이다?’기원전 600년경 고대 그리스에는 다양한 학파가 존재했다. 그리스 철학자들에게 중요한 논쟁거리가 하나 있었다. 바로 세상만물의 근원은 무엇일까?’였다.(10)”로 시작합니다. 미학을 논하기 앞서 철학의 뿌리를 찾아간 셈입니다. 학문의 근원은 그리스 철학이라 할 수도 있으니 미학을 이야기하기 전에 그 뿌리인 그리스 철학을 이야기하려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예술작품들의 상당수는 저도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었는데, 다만 관련이 있는 작품들을 서로 비교하여 관점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는 점은 새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미에 있는 참고문헌의 목록에는 64권의 책이 올라있는데, 자가 자신의 책 <만화미학 아는 척하기>가 유일하게 만화미학라는 주제를 다룬 것이었고, 외국 저자의 책들 역시 모두 번역되어 국내에 소개되었다는 점이 눈에 뜨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 책을 번역해놓은 듯 중문으로 되어 있으면서 읽는 흐름이 끊어지는 듯한 대목도 눈에 띄었습니다. 저는 책을 낼 때마다 글을 읽어가는 흐름이 부드럽지 못한 대목은 꼭 손을 보아야 합니다. 초고를 다듬어 최종고를 만들어 출판사에 보내서 판을 짠 다음에도 몇 차례의 교정을 보는 동안 거슬리는 대목이 끊임없이 눈에 띄기 때문에 편집자의 눈치를 보아야 합니다.


이야기를 끝내기 전에 꼭 짚고 싶은 대목은 ‘14. 나르시시즘: 나는 대체 누구인가에서 인용한 프리다 칼로의 <두 명의 프리다>에 대한 설명입니다. “두 프리다의 심장이 동맥으로 연결되어 있고, 흰 드레스를 입은 프리다의 손에는 가위가 들려 있는데, 끊어진 동맥에서 떨어지는 피가 흰 치마를 적신다.(183)”라고 합니다. 하지만 흰옷의 프리다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가위가 아니라 혈관의 출혈을 잡는 지혈감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가위로 동맥을 끊은 것이 아니라 끊어져 피를 쏟고 있는 동맥을 찝어서 지혈을 시키려고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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