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과 기억 - 육체와 정신의 관계에 대한 고찰 세창클래식 18
앙리 베르그송 지음, 이명곤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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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과학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의 <물질과 기억>은 아마도 기억에 관한 책에서 인용된 것을 읽고서 읽어볼 책 목록에 올려두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 도서관에 갔다가 신간서적으로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 읽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은 느낌을 먼저 말씀드리면 정말 어려워서 무언가 기억할만한 대목이 남지 않았습니다.


육체와 정신과의 관계에 대한 고찰이라는 부제가 달린 <물질과 기억>은 시간과 공간, 지속과 연장, 질과 양, 그리고 의식과 물질 등의 구별은 2원론적 단절까지 다루었던 박사논문에 이어 저자가 천착했던 주제였다고 합니다.


정신과 물질을 전혀 별개의 2원론적으로 나누어 놓을 경우, 일정한 연결이 분명한 심신관계에 대한 설명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책으로 완성하기까지 7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베르그송은 2원론적 해석을 완성하기 위하여 '형상(形象)'의 이론 및 행동주의적 지각론과 지속의 관점에서 의식을 '기억'에 관한 이론을 도입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질이라고 표현한 사물을 정신활동인 기억과 연관을 지으려고 한 출발이 적절했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이 책이 쓰인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뇌과학은 태동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과학적 성과가 있었을까 싶습니다. 따라서 실증적 자료를 토대로 추론하였다기보다는 철학적 해석을 통하여 사물과 기억의 관계, 즉 심신관계를 설명하려고 들었다는 한계가 있지 싶습니다.


서두에 옮긴이가 적은 글을 보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물질이 인간의 육체를 상징하는 용어라면 기억은 인간의 정신을 상징하는 용어ㄴ라고 할 수 있다.(7)”라고 설명합니다. 그리하여 심리학과 과학에서 범하고 있는 오류를 밝히고, 인간의 기억과 의식 나아가 정신활동에 대해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다는 것입니다. 과학은 끊임없이 발전하는 학문입니다. 한때는 옳다고 믿었던 사실이 뒤에 확인된 자료에 의하여 옳지 않다는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입니다.


이 책의 두 가지 주제가운데 하나인 기억만 해도 여전히 어떻게 만들어져 저장되고, 필요할 때 끄집어낼 수 있는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분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르그송은 뇌란 단지 기억이 실재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하나의 조건에 지나지 않으며, 기억이 존재하고 작동하기 위해서는 뇌 이상의 다른 것이 요구되는데, 그것은 바로 정신 혹은 영혼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최근까지 밝혀진 기억을 만들고 불러오는데 생화학적 작용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정신 혹은 영혼이라고 하는 증명할 수 없는 무형의 것이 기억을 결정한다는 추론은 과학적이지 못한 셈입니다.


물질이라는 주제 역시 (image)’이라고 하는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상은 시각정보에 의하여 형성되는 것인바, 오감을 통하여 얻어지는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되는 물질의 속성을 시각정보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제한하는 것이 옳을까 싶습니다.


기억이 사실에 근거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형성된 기억이 회상과정을 통하여 수정되어 새롭게 저장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개인의 사고를 통하여 사실과 다르게 저장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질과 기억을 주제로 하여 육체와 정신과의 관계를 설명하려고 했던 저자의 시도는 여전히 밝혀져야 할 것들이 많은 현시점에서도 어려운 주제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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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내리던 저녁 - 중국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스져춘 외 지음, 이욱연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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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로 예정된 중국근대문학기행을 준비하면서 읽게 된 단편집입니다. 옮긴이는 책을 엮으며에서 중국 근대문학은 중국 근대사가 걸어온 고난의 역정을 담고 있다. 어둠과 혼돈에 처한 중국 근대사와 근대 중국인들 삶의 여실한 기록이다.”라고 했습니다. <장맛비가 내리던 저녁>에는 중국 근대문학이 태동한 이후 1949년까지 나온 작품들 가운데 중국 근대문학의 성격을 압축하여 보여주는 9편을 골랐다고 했습니다. 루쉰, 위따푸, 천충원, 빠진, 마오뚠, 스져춘, 라오셔, 띵링 등 8명의 대표작을 하나씩 골랐는데, 루쉰만은 두 편을 담았습니다. 루쉰 소설의 각기 다른 개성을 엿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중국근대문학기행은 루쉰, 마오뚠, 라오셔 등 세 명의 작가를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루쉰과 마오뚠의 작품들은 적지 않게 국내에 소개되어 있지만 라오셔의 작품은 많지가 않아 어렵게 구해서 읽고 있습니다. <장맛비가 내리던 저녁>을 찾아낸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옮긴이의 말로는 띵링의 , 빠진의 노예의 마음, 마오뚠의 린 씨네 가게, 스져춘의 장맛비 내리는 저녁등은 국내에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단편이라고 했습니다. 작품들 대부분이 엮은이의 기획 취지에 부합한다는 느낌이었는데, 스져춘의 장맛비 내리는 저녁의 경우 결이 다른 작품이었습니다. 표제작으로 선정될 정도로 현대적 배경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각각의 작품마다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글을 실어놓아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편집도 돋보이는 점이었습니다. 권말에 붙여 놓은 이욱연의 전통과 근대에 대한 이중의 저항과 고투라는 해설도 중국근대문학의 실체를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는 글이었습니다.


제일 먼저 루쉰의 Q정전을 다시 읽었는데, 얼마전에 처음 읽었을 때와는 달리 전체의 맥락이 쉽게 와닿았습니다. 역시 책을 반복해서 읽을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Q를 장황하게 소개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는 이야기를 모두 읽고 나서도 이해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게다가 Q옛날에는 잘 살았고아는 것도 많은 데다 일도 잘하는거의 완벽한 사람이었다.”라는 대목은 과연 사실인가 싶기도 합니다. 날품팔이 신세인 아Q가 사람들로부터 동네북처럼 구박을 받는 신세라는 점을 반어적으로 이야기하면서 그런 신세를 이겨내기 위하여 정신승리법이라는 대응책을 구사했다는 점이 강조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해혁명의 혼란 속에서 희생양이 되어 죽어야 했다는 결말은 역설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마오뚠의 린씨네 가게는 시대적으로는 일본의 만주사변(1931)과 샹하이사변(1932)을 시대적 배경으로 인한 중국사회의 혼란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린씨네 가게에서는 일본 상품을 주로 파는 가게였는데 일본의 침략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감으로 위기를 맞기 시작하여, 국민당 관료들의 착취가 더해져 결국은 파산에 이른다는 결말이 안타깝습니다. 마오뚠은 제국주의의 침략과 부패하고 타락한 정부가 초래한 현실의 위기는 하층민의 삶을 나락으로 빠트리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작품들을 써왔다고 합니다.


라오셔의 초승달은 어지러운 세태에서 여성들이 겪어야만 했던 질곡의 삶을 그려냈습니다. 화자가 어렸을 적에 남편을 여인 어머니가 딸은 달리 키워보려 애를 쓰지만 힘에 부쳐 개가를 하게 되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자 몸을 팔아 연명을 하다가 딸을 독립시키게 되는데, 화자 역시 혼자서 살아남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결국 어머니의 길을 따라가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만난 모녀는 손을 맞잡고 힘들게 삶을 모색하지만 화자가 단속에 걸려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됩니다. 가혹한 현실 속에서 여성은 여린 초승달에 불과했다고 대비시키고 있습니다. 나도향이 단편 그믐달에서 초승달빛은 따뜻한 황금빛에 날카로운 쇳소리가 나는 듯하고, 세상을 삼키려는 독부가 아니면 철모르는 처녀 같은 달이라고 한 것과는 대비되는 비유라는 생각입니다.


스져춘의 장맛비가 내리던 저녁은 다른 작품들과 결이 다르다는 말씀을 드린 것은 샹하이를 배경으로 평범한 회사원인 중년 남자가 비가 쏟아지는 퇴근길에 우산이 없는 여성을 만나 동행하면서 느끼는 낭만적인 생각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만의 낭만적인 생각의 여행은 다시 무료한 현실로 돌아온다는 결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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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기록자
사이토 마사히코 지음, 조지혜 옮김 / 글항아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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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관한 다양한 책들을 읽어오고 있습니다. 치매 환자가 쓴 투병기도 몇 종류 읽어보았습니다만, 치매 환자가 남긴 일기의 내용을 분석한 책으로는 <알츠하이머 기록자>가 처음입니다. 원제목은 <アルツハイマ-になったがみた世界>로 우리말로 옮기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어머니가 본 세계>입니다. ‘모든 바람이 다 이루어지리라곤 생각 않지만이라는 부제는 일본의 전통 시가인 와카(和歌)를 짓던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쓴 모든 바람이 다 이루어지리라곤 생각 않지만 걸음만은 스스로 곧게 옮겨가기를이라는 시에서 뽑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환자가 남긴 일기를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치매를 전문으로 하는 아들이 어머니의 일기를 분석하고 어머니의 의무기록과 자신의 일기와 전자우편 등을 비교하여 어머니의 병세가 어떻게 변해갔는지를 분석해놓았습니다. 저자는 치매를 전문으로 하는 정신의학과 의사입니다. 그런데 가족, 특히 어머니의 병세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객관적이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서문에 이런 대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환자도 의사가 외부에서 관찰해 객관적으로 기재한 증상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겠지만, 정신과 의사 역시 인지기능이나 정신의 이상에 혼란을 느끼고 불안을 껴안은 환자의 주관적 증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7)”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알츠하이머형 인지증으로 진단받은 한 여성이 손상된 인지 기능을 통해 외부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느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주요 주제라고 했습니다.


선친께서도 일찍이 일기를 쓰셨는데, 작고하시기 전 언젠가의 시점에 끝나 있었습니다. 임종에 즈음할 무렵까지 치매를 의심할 만한 증상을 볼 수 없었는데, 함께 사시던 어머니께서는 치매가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으셨던 것입니다. 저자의 모친께서는 67세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하여 87세까지 20년에 걸쳐 일기를 썼다고 합니다. 1924년생이니 1991년부터 2011년까지 쓴 것입니다. 그러니까 저자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성장이라는 제목의 생애사를 쓰는 것으로 사후 준비작업은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 점에서는 저의 선친께서도 사세(辭世)라는 제목으로 삶을 요약하셨던 것과 닮았습니다.


저자 자당의 일기를 읽다 보면 정말 열심히 살았고, 그 기록도 꼼꼼히 남겼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2005년부터인가 일주일 단위로 행적으로 정리하는 주간일기를 써왔습니다만, 2년반 전에 전립선암을 진단받으면서 하루의 행적을 적는 일기를 새로 쓰고 있습니다. 그날그날의 감상은 아주 드물게 적고 있습니다. 앞서 쓴 독후감 역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일기를 바탕으로 한 책이었던 점을 보면 책읽기도 흐름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치매환자가 힘들어하는 점은 최근의 일을 기억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학습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젊어서 써오던 기기는 아직도 쉽게 쓸 수 있지만, 새롭게 나오는 기기는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입니다. 저 역시 새로운 장비를 만나면 일단 주춤거리게 돕니다. 그런데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인력을 줄이는 대신 기계로 그 업무를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저자가 지적하는 것처럼 인지기능이 떨어진 치매환자는 물론 노인들의 사회생활을 어렵게 하는 상황이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저자의 장인께서 전립선암으로 치료받고 있는데 가정산소요법을 받고 있다는 기록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어떤 치료인지 알아보고 저도 받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역시 책읽기는 생각지도 못한 정보를 얻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자의 자당께서는 74세가 되었을 때 처음 작성한 유서를 주기적으로 보완했다고 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인사를 남기고, 장례절차 등을 어떻게 해달라고 하는 당부를 담은 것입니다. 저도 조만간 유서를 쓰고 정기적으로 수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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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태어나는 곳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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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책 <설국을 찾아서>에서는 금년 1월 여행사 펀트래블의 일본근대문학기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여행과정에서는 도쿄에서 멀지 않은 가마쿠라도 가보았습니다. 나쓰메 소세키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작품에 등장하는 엔가쿠지를 비롯하여 가마쿠라 해변에 가서 작품 속의 분위기를 직접 느껴보기도 했습니다. 가마쿠라의 해변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무대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적었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쓴 <영화가 태어나는 곳에서>를 읽어보게 되었던 것입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에 대한 언급이 눈에 띄었던 것입니다. <영화가 태어나는 곳에서>2019년 열린 제76회 베네치아 영화제의 경쟁부문 개막작으로 상영된 고레에다 감독의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의 제작과정에 얽힌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감독의 영화론이자 자전적 영화 수필이라고 합니다.


책은 일기 형태로 되어 있는데, 2018823일 자부터 시작하지만, 중간에 521, 824일로 이어지더니 201793일부터 1212일까지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촬영에 들어가 마무리할 때까지의 과정을 소개하고 있는데, 배우들과의 면담, 촬영장소의 선정, 대본작업, 촬영 시의 배우들의 동선 등, 감독 업무와 관련된 자료들을 비롯하여 배우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지나칠 정도로 많이 담아냈습니다.


배우들과 이야기하면서 영화 작업을 하는 감독들, 배우들, 그리고 작품들에 관한 뒷이야기들도 많이 나누고 있습니다. 그래서 감독은 내가 경험한 이런저런 일을 내 나름대로 재미있어하며 썼다. 영화 감독이란, 영화 찍기란 힘들지만 재미있는 일이구나, 하고 조금이라도 생각해주면 좋겠다.(22)”라고 서문을 마무리했습니다.


2019년에 제작된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의 시작은 2003년이라고 했습니다. 원래는 도쿄 시부야의 파르코 극장에서 공연할 연극으로 준비한 이야기였다는 것입니다. 처음 제목은 <이렇게 비 오는 날에>였다고 합니다. 인생의 말년에 이른 노년의 여배우가 레이먼드 카버의 희곡 <대성당>의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무대 뒤에 있는 분장실에서 이렇게 비 오는 날에 연극을 보러 오는 사람이 있으려나하고 중얼거리는 대사에서 제목을 따왔다고 합니다.


20112월 쥘리에트 비노슈 배우가 일본에 왔을 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만나서 작품을 함께 하고 싶다라고 했던 것이 계기가 되었는데, 막상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의 줄거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1510월 파리에서 도쿄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착상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유명한 배우들이 남긴 명언도 읽을 수 있습니다. 폴 뉴먼 배우는 나는 재능이 없다. 내 장점은 끈기뿐이다. 베티 데이비스는 나약한 인간에게 늙는다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나도 지금 나이와 싸우는 중이다.(42)”라고 했답니다. 카트린 드뇌브 배우는 우리 어머니는 친구나 낯선 사람이 딸들이 참 예쁘네요라고 할 때마다 어린애한테 외모를 칭찬하는 말을 하면 안 돼요라고 했어. 외모는 타고 난거지 본인이 노력해서 얻은 게 아니니까 칭찬할 필요가 없다고 전부터 말했거든.(52)”라고 했답니다.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말로 보이는 시간이 흐르면 과거의 의미는 달라진다. 그게 내가 <감저으이 기억>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다.(115)”라는 말도 있습니다. 프랑스 영화감독 알랭 러네는 섹스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거기에 이르기까지와 그다음이 재미있다.(193)”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와 관련해서는 카트린 드뇌브 배우가 칸 영화제의 상영에 와주었고, 상영이 끝난 뒤에 손키스를 날려주었다고 하며, 식당에서 만난 아야세 하루카(綾瀬 はるか) 배우[장녀 코다 사치 (香田幸) ] 배우에게 모든 여배우가 그 자리에 서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야. 당신은 참 운이 좋네.(51)”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요시다 아키미라는 작가가 그린 9권짜리 만화가원작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영화 감독이라는 직업의 특성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야기의 흐름이 마구 뒤섞이는 느낌이지만, 톡톡 튀는 듯한 생각들이 반짝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역시 일기는 꾸준하게 써야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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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 - 개정판
크누트 함순 지음, 우종길 옮김 / 창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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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누스 함순의 <땅의 혜택>에 이어 읽은 그의 초기 작품 <굶주림>을 읽었습니다. 그러니까 그가 미국에 다녀온 다음 발표한 작품입니다. 역시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는데 그가 직접 체험한 극심한 가난과 굶주림의 상황, 그리고 심리 상태를 그려냈다고 합니다. 옮긴이는 <굶주림>에는 전혀 새로운 인간형이 등장한다고 했습니다. “19세기의 기술과 과학 발달의 희생자로서 태어난, 신경질적이고 지적이며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가 기술과 과학 발달의 희생자라는 점은 크게 부각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또한 끼니를 거르기를 밥 먹듯 하면서도 자신보다 힘들어 보이는 사람에게는 가진 것을 전당포에 맡겨 돈을 만들어 도와주기도 합니다. 어떻든 주인공은 글을 써서 신문사에 팔아 근근이 버티고 있습니다.


논어 술이편에는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 즐거움이 그 안에 있고 / 의롭지 않게 부귀를 누림은 / 나에게는 뜬 구름과 같다.(飯蔬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이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굶주려도 의를 버릴 수 없다는 것인데, <굶주림>의 주인공은 굶주림에 굴복하여 의롭지 않은 일도 저지르기도 합니다. 거짓을 말하고 금전을 훎기고 합니다. 어쩌면 극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금기라 할 일까지도 서슴치 않고 저지른 것입니다. 그래서 앙드레 지드는 서문에서 계속되는 굶주림으로 인하여 일어나는 온갖 도덕적인 변모와 지적인 동요를 다루었다고 했나봅니다.


구직과정에서 수없이 퇴짜를 맞은 것을 보면 글쓰는 일 말고는 특별한 재능이 없었던가 봅니다. 아니면 거친 일은 할 생각이 없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찾아낸다는 것이 내게 얼마나 절실한 일인지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했습니다. 심지어는 내가 자리를 찾아낼 때마다 하느님이 간섭하고 모든 것을 망치니, 이건 절대적으로 불공평하다고 했습니다.


월세를 낼 수가 없어서 노숙을 밥먹듯하고 심지어는 경찰서의 유치장을 제발로 찾아들기도 하는데, 숙식을 해결하기 위하여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도 납니다. 어떻든 굶주림에 시달렸다는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반전도 없이 읽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러웠습니다. 아마도 무언가 화자가 굶주림을 해결할 무슨 일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읽어갔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곳이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이며 시대적 배경은 저자가 미국에 다녀온 19세기 말임을 생각해보면 사회보장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던 시절이었던가 봅니다. 화자는 결국 허드렛일을 할 선원으로 배를 타고 도시를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뉴펀들랜드 뱅크로 대구를 잡으러 떠났다는 것입니다. 그때의 경험은 <아이슬랜드의 어부들>에 담았다고 합니다.


소개의 글을 쓴 옥타르 미르는 이 작품이 대단하다고 했던 이유가 쉽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사회에 대한 반항이나 열렬한 훈계라든지 격렬한 비판이나 요구가 없었다는 것, 몇날 며칠이고 굶고 지내면서도 불평도 증오감도 없다는 것이 특별하다는 것이었을까요?


미국에서 노르웨이로 돌아와서는 얼마 후에 파리로 피신해서는 가난하고 고독한 가운데 열심히 글을 써갔다고 합니다. 합리적인 프랑스 문학 경향과는 다른 그런 글은 결국 프랑스 문단의 주목을 받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화자를 비롯하여 <굶주림>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을 대체로 순박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물론 셋집 주인처럼 빡빡한 사람들도 있기는 합니다. 이런 상황에 처하기라도 하면 어떻게 활로를 찾아볼 것인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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