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가 들려주는 일상 속 행복
마르크 오제 지음, 서희정 옮김 / 황소걸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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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오는 행복이 있다.’라는 소개글이 눈길을 끌어 읽게 되었습니다. <인류학자가 들려주는 일상 속 행복>은 프랑스의 인류학자 마르크 오제(Marc Augé)가 노년에 쓴 수필집입니다. 마르크 오제는 젊었을 적에 서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와 토고에서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이데올로기와 사회 조직, 종교, 주술 등의 주제를 다룬 저작을 발표했다고 합니다. 장년에는 비서구 사회에 대한 연구에서 서구사회로 연구범위를 확장하였는데, 전통적인 장소에 대비되는 비장소(non-places) 개념으로 현대사회의 인간관계를 새롭게 해석해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올랐다고 합니다. 


<인류학자가 들려주는 일상 속 행복은 마르크 오제가 노년에 이르러 인류학적 관점으로 쓴 행복에 관한 짧은 수필들입니다. 사람들은 어떤 정황과 여건에서 행복을 또렷하고 섬세하게 감지하는지 자신의 경험과 문학작품, 샹송과 음식, 여행과 영화 등을 통해 풀어 썼다는 것입니다. 


제목 ‘일상 속 행복’은 프랑스어 제목 <보뇌르뒤주르(bonheur du jour)>를 그대로 우리말로 번역하였는데, 굳이 저자의 전공인 인류학자를 들먹이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프롤로그에서 밝힌 것처럼 보뇌르뒤주르는 1760년 무렵 처음 등장한 작은 여성용 책상을 지칭하는 단어였다고 합니다. 책상과 화장대를 겸한 부인용 가구였습니다. 그 무렵 취미로 글을 쓰는 일은 거의 여성들이 하는 활동으로 여겼다고 합니다. 그러니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글을 쓰는데서 행복을 추구했다는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이어서 국제연합(UN)이 행복을 국가발전정책의 핵심과제로 삼았고, ‘사회적 행복’이라는 개념을 발전시킬 목적으로 국제행복전망대도 설립했다고 전합니다. 국제연합은 매년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를 통해 세계 행복 순위도 발표합니다. 2024년 우리나라는 세계행복순위에서 143개국 가운데 52위에 올랐습니다. 7년 연속 1위에 오른 핀란드를 비롯하여 10위 이내에 든 나라들의 면면을 보면 개인의 삶의 만족도, 사회적 지지, 기대 수명, 관대함, 부정부패 유무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산출한 국가별 행복 지수에 공감이 갑니다. 하지만 50위에 오른 이탈리아와 비교해보아도 과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탈리아 사람들과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정도가 비슷할지 의문이 듭니다.


국제연합의 세계행복지수를 거론한 이유는 공공선의 의식과 사회의식에 바탕한 이 지수가 과연 개인의 행복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지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저자는 “종전 방식과는 달리 조심스러운 인류학적 접근법으로 우리가 각자 어떤 정황과 여건에서 행복의 순간과 움직임을 또렷하고 섬세하게 감지하는지 살펴보려고 한다.(22쪽)”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단수가 아닌 복수의 행복을 다루게 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인생에는 절대로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행복이 있다. 이 행복은 어떤 풍파에도 버티고 살아남아 기억 속에 영원히 각인된다.(24쪽)”라고도 했습니다. 그 찰나의 행복이 품고 있는 비밀은 그 행복이 사라진 뒤에야 우리가 그 진가를 절감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행복의 형이상학’을 정립하기보다 행복한 순간, 찰나의 감상, 변하기 쉬운 추억을 다룰 것”이라고 했습니다. “행복이란 정의하기 어렵고, 언제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손에 잡기도 어렵다.”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저자는 사람들은 어떤 정황과 여건에서 행복을 또렷하고 섬세하게 감지하는지 자신의 경험과 문학작품, 샹송과 음식, 여행과 영화 등을 인용하여 설명했는데, 우리가 이야기하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 즉 일상속에서 느끼는 작고 확실한 행복을 이야기합니다. 병원에 입원한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었던 행복, 여행과 만남, 그리고 첫 번째 경험, 글쓰기를 통한 창작, 노래부르기, 심지어는 늙어감도 작은 행복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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