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겐 친구가 있잖아 -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로마편
루카 스파게티 지음, 김은정 옮김, 김민호 그림 / 멜론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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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마 전에 읽은 <외모의 비밀>에 “음식을 먹는 행위를 이처럼 생동감 있고 재미있게 묘사한 것처럼 우리 역시 입데 들어가는 음식들에 마음을 두변 이를 더욱 즐기게 되어 만족감도 높아진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마침 같이 근무하는 동료의 책장에서 본 기억이 있어 빌려 보았습니다만, <먹고 기도하고 가랑하라>에 등장하는 루카 스파게티가 쓴 속편 격으로 ‘너에게 친구가 있잖아’라는 부제가 달린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로마편>이었습니다.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첫편을 아직 보지 못했으니 비교할 수 없겠습니다만, 루카 스파게티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로마편>을 읽으면서 ‘그래 바로 이거야!’는 생각을 여러 번 하게 되었습니다.  

 

루카 스파게티는 1970년 로마에서 태어났으며 성(姓)이 정말 스파게티랍니다. 2003년 9월, 로마를 찾아온 미국 여류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와 운명적으로 만나면서 완전히 인생역전이 되고 말았다는데, 그 이유는 길버트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매력적으로 그려지는 인물이 바로 그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인지도가 높아져 이런 저런 덕을 보게 되었고, 길버트와의 만남을 루카의 시각으로 정리하여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로마편>를 세상에 내놓게 된 것이라는 것입니다. 루카는 재미있는 로마인이면서 동시에 글재주도 참 대단하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그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로마편>에 자신의 성장과정을 ‘로마여 이 밤을 망치지 말아다오’라는 제목으로 정리하고, 학교를 졸업하고 친구와 함께 미국대륙을 동서로 왕복 횡단하는 과정을 담은 ’미국에 간 로마 남자‘에 담고, 그리고 엘리자베스 길버트와 만나 겪은 로마이야기를 ’로마에 온 미국 여자‘라는 제목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제 마음이 훅 끌린 부분은 바로 첫 번째 장에 해당되는 ‘로마여 이 밤을 망치지 말아다오’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요즘도 TV에서 방영하는 ‘걸어서 세계속으로’라는 프로그램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공부할 때도 살고 있는 동네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동네에서 지역축제가 열린다고 하면 쫓아가서 같이 즐기곤 했습니다. 그런데 외국을 방문할 때 가장 답답한 것은 그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 예를 들면 지역문화, 토속음식을 잘하는 식당, 축제, 명승지 등등에 대한 정보가 사실을 콕 짚어 정리된 자료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그 지역을 백배로 즐기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만, 루카는 로마에 가면 적어도 이런 것들은 즐겨야 된다는 것들을 콕집어내서 소상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한 이야기는 모든 로마인이 어른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품고 있는 아름다움과 소중함에 대해 깨닫고 그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는 도시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루카 스파게티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어릴 적부터 로마를 특별하게 생각했다.”는 마무리를 읽으면서 루카라는 젊은이의 인간성을 알게 되는 느낌입니다.

한번 더 놀라는 것은 70년생이라는데 그의 혼을 끌어당긴 음악들이 16년이나 나이차이가 나는 저와 매우 흡사하다는 점입니다. 즉 제가 젊었을 적에 즐겨듣던 음악들을 이 친구는 초등학교에 다닐때부터 빠져들었다는 것인데 정말 믿거나 말거나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이 친구가 ‘미국에 간 로마 남자’에 적어놓은 미국방문기인데 아무리 겁나는 것없는 젊은이라고 해도, 동서횡단철도인 암트랙으로 동부에서 서부까지 그리고 장거리 노선버스인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서부에서 다시 동부로 횡단을 하는 경험은 저도 미국에 있을 때 꼭해보고 싶었지만 끝내 해보지 못한 것이었고, 또 한가지 뉴욕 양키스 경기를 운동장에 가서 보았다는데, 제 경우는 꼭 가보고 싶었던 미네소타 트윈스의 야구, 미네소타 바이킹스의 미식축구,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농구경기는 물론이고 미네소타 스타스의 하키경기도 꼭 보고싶었지만, 그 역시 마음뿐이어서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으로 남아있다는 고백을 드립니다.

아마도 저와 이 청년의 차이는 “나는 언제나 화끈한 낙관주의자이다. 되는 일이 하나 없을 때도 컵에 반이-주로 포도주-차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컵은 안보고 포도주만 보는 낙관주의자임을 자칭한다.(98쪽)”라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청년이 동서로 왕복하면서 횡단하면서 구경하는 미국의 도시들에 대한 기록은 아마도 제가 곳곳을 방문하면서 적어두었던 기행문보다도 더 간단한 것은 아마도 충분한 준비없이 한 여행이었기 때문인 듯합니다. 미국에서 여행을 떠날 때는 적어도 한달 전부터 방문지역에 대한 관광정보에서부터 방문경로 등에 대한 상세한 자료를 모아 여행계획을 짜야 성공적으로 여행을 마칠 수 있고, 또 그렇게 준비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 책의 두 번째 부분에서는 암트랙과 그레이하운드 탑승기가 놀라웠다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감동은 없었는데 세 번째 부분에서 또다시 새로운 감동을 얻게 되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태리 남성의 기질에 대한 이러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만, 루카 스파게티가 ‘믿거나 말거나’라는 제목으로 적은 프롤로그에서 “인생은 알 수 없고 경이로움으로 가득하다. 이것을 리즈가 내게 가르쳐주었다. 또 그녀는 세월에도, 먼 거리에도, 변하지 않는 진정한 우정의 가치를 가르쳐주었다. 그 우정이란 그녀와 내가 여러번 말해왔듯이 ‘A different kind of love(또 다른 종류의 사랑)이다.(12쪽)”라고 적은 부분에 대하여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이탈리아 남성이 여성과 우정을 쌓을 수 있다고?”하는 선입견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었고, 그런 관계로 지내고 있다는 결론을 얻고서 놀랐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냥 지나가지 못하는 버릇입니다. 143쪽에 나오는 캐롤라이나 채플힐은 아마도 노스캐롤라이나의 주도 덜햄과 붙어 있는 도시를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캐롤라이나주는 남과 북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구분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로마를 방문할 기회가 되면 꼭 다시 읽어서 찾아볼 곳을 챙겨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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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죽이기 휴먼앤북스 뉴에이지 문학선 15
전은강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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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감독은 1994년작 영화 <마누라죽이기>에서 결혼 5년차 부부의 갈등을 코믹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봉수(박중훈)와 소영(최진실)은 죽고 못할 것 같던 신혼의 콩깍지가 벗겨지면서 사사건건 부딪히는데, 특히 봉수는 매사에 철저하기만 한 소영에 지쳐가고 있습니다. 부부는 같은 영화사에서 사장과 기획자로 일하고 있지만 영화제작에 관한 결정은 소영이 좌지우지하고 있어 더욱 무기력해진 봉수에게 영화배우 혜리(엄정화)가 접근하자 마음이 흔들리게 됩니다. 더구나 혜리가 봉수에게 소영과 이혼하고 자신과 결혼하자고 요구하자 이혼에 절대로 응할 리 없는 소영의 성격을 잘 아는 봉수는 고심 끝에 마누라를 죽이기로 결심합니다. 소영을 죽이기 위하여 온갖 꼼수를 쓰지만 번번히 실패로 끝나자 급기야는 킬러(최종원)를 고용하게 된다는 코믹 영화입니다.

전은강 장편소설 <아내죽이기>를 손에 들면서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은 고 최진실에게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마누라죽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봉수는 결국 마누라를 죽이지 못하고 말았습니다만, <아내죽이기>는 어떨가 궁금해집니다.

소설의 얼개는 남자주인공의 직업이 강력사건을 뒤쫓는 형사라는 점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중심이 되는 스토리라인은 아내가 자신이 잡아들여 처벌을 받도록 한 성범죄자와 바람이 나서 끈질지게 이혼을 요구하지만 자신의 판단에 틀림이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은 아내와 이혼을 하는 것은 범죄자에게 굴복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아내는 범죄자와의 전쟁에 몰입하느라 자신에게 소홀한 아내와 친정의 어려운 사정에 냉담한 남편에게 점점 지쳐가다가 재력도 있고 성적매력도 많은 경수에게 빠져들게 된다는 설정인데, 스토리의 전개를 보면 경수가 자신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 형사에게 복수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 같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습니다.

문학평론가 하응백님이 “범죄는 늘 일어난다. 사소한 오해와 탐욕과 질투와 집착 때문에. 그 최후의 마지노선을 넘는 순간 살인이 일어난다.”라고 추천평에서 지적한 것처럼 우리의 남자주인공은 강력사건의 현장을 오랫동안 누비고 다닌 경험을 결국은 자신을 옭매 들어오는 아내와 경수를 한꺼번에 단죄하는데 사용하고 마는데, 동료 형사들 역시 완전범죄라고 생각하는 주인공에서 범죄의 냄새를 맡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내죽이기>는 남자주인공 형사가 자신에게 닥친 불행한 사건에 매달리는 중간중간에 발생하는 강력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끼워 넣고 있는데, 그 사건들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면 주위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법테두리 안에서 합리적으로 처리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슬쩍 비치는 등 간단하지만은 않은 구조를 엮고 있습니다. 형사로서의 직업에 투철한 남자주인공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는 감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합니다.

작가가 스토리를 여는 사건으로 알콜중독자의 사망과 관련하여 아들을 정신질환자로 모는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가 지능적으로 아버지를 살해했고 자신을 정신질환자로 몰고 있다고 주장하는 아들을 다루고 있고, 결말에 가서는 아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찾아내는 장치를 둔 것은 아주 치밀한 구성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소설가 살인사건에서 소설 속에 15쪽 분량의 소설을 두고 있는데, 소설을 이해하기 위하여 남자소설가와 섹스를 마다하지 않고 소설을 이해하려드는 양인혜라는 인물을 통하여 소설을 어떻게 해부하여 읽어야 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 또한 작가의 독특한 발상이라 여겨집니다. 결국 양인혜의 소설분석을 통하여 소설가를 죽인 범인을 검거하는 개가를 올린다는 마무리가 됩니다. 사건추적을 통하여 가해자 혹은 피의자의 심리가 상당히 세밀하게 묘사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 합니다.

정리해보면 작가는 형사도 인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형사로서는 유능하지만 남편으로서는 최악인 남자도, 참을 수 없는 마지노선이 있다.”는 평론가 하응백님의 지적대로 범죄를 예방하고 단죄하는 형사도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는 설정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초반부터 아내의 배신에 대하여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공공연하게 밝히면서 ”다만 그녀를 보내고 후회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다. 그녀의 끝없는 배신과 모욕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114쪽)“는 독백은 스스로를 기만하기 위한 자기최면에 불과할 것입니다. 텐도 아라타의 <애도하는 사람>을 다시 인용합니다. “정말 사랑했다면 아무리 싫어하고 아무리 미워해도 죽여서는 안됐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주길 바라야 했어요.(587쪽)” 그렇습니다. 정말 아내를 사랑했다면 아내를 놓아주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경수는 주인공을 떠나온 아내를 결국은 버리고 말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그때 가서 다시 안아주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요?

집중해서 읽었습니다만, 옥의 티를 한군데 밖에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187쪽 아래에서 4번째 줄, ‘유착배우자’는 ‘유책배우자’일 것 같습니다. 결론은 치명적 사랑을 그린 소설입니다만 주인공이 다루는 사건들이 읽는 재미를 줄 뿐 아니라 아내의 배신에 대한 주인공의 심리를 세밀하게 그리고 있어 흥미진진한 게임을 들여다 보는 느낌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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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헤더 구덴커프 지음, 김진영 옮김 / 북캐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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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조선일보 오피니언란에는 최근 우리 사회에 이슈가 되고 있는 성관련 사건 사고를 고려한 듯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성교육이 일본은 연간 70시간인데 반하여 우리나라는 5.3시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일찍부터 학교에서 성교육프로그램이 시작되었고 일리노이주의 경우 연간 80시간 이상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연령이 맞도록 설계된 교육프로그램을 통하여 안전한 성생활과 피임, 임신과 출산에 대한 내용을 배우게 된다고 합니다.

학교 성교육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이유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여고생이 남자대학생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임신과 출산을 하는 과정이 과연 학교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았는지 의심이 가는 주제를 다룬 소설 <히든>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히든>은 미국 아이오아의 초등학교 교사출신인 작가 헤더 구덴커프의 두 번째 소설입니다. 2009년 데뷔작 <침묵의 무게>에서도 아동 성폭행과 가정에서의 자녀 학대를 다루어 화제가 되었다고 하는데, <히든>에서도 고교 여학생의 임신과 출산을 둘러싸고, 두 자매만이 공유하고 있던 비밀이 소설 후반에 가서 대반전을 통하여 새로운 비극을 맞는 과정에서 부모를 포함하여 어른들이 어린 소녀들을 제대로 감싸고 보호하였는지 미분화하여 따져 볼 일 같습니다.

소설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을 하면, 열여섯 살 고3 학생인 앨리슨은 대학입학자격시험을 치루면서 받은 스트레스로 고통스러운 순간 나타나 위로해준 대학생 크리스토퍼에 빠져들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랑에 빠져듭니다. 졸업을 하기도 전에 여자아이를 출산하고 그 아이를 강에 버려 죽게 만들었다는 죄목으로 10년형을 언도받고 교도소에 수감되었다가 5년 만에 가석방되어 출소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야기는 주인공 앨리슨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여동생 브린, 크리스토퍼의 여동생 차메인, 그리고 앨리슨이 낳은 쌍둥이의 동생을 입양하게 되는 클레어가 화자로 등장하여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독특한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소설의 전체 스토리를 요약하는 것은 앞으로 읽을 생각이 있는 분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노릇이라는 생각이 들어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만 <히든>을 통하여 미국 사법제도에서 범죄자의 사회복귀프로그램이 상당이 인상적이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앞서도 짚었지만, 미국 학교의 성교육 프로그램이 과연 효과적으로 운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는데, 미국 학교의 성교육 프로그램이 실패한 것이다라는 주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이 소설의 줄거리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소설의 무대가 실존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만, 구굴지도에서 검색해보니 주요 무대가 되는 ‘린든폴스’나 ‘크레이븐빌 교도소’, 사건의 핵심이 되는 ‘드루이드강’이 검색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가공의 장소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미네소타주의 트윈시티에서 2년 정도 살면서 몇 차례 가본 아이오아는 그저 옥수수밭 만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케빈코스트너가 주연한 영화 <꿈의 구장>의 무대도 아이오아였지요? 그리고 앨리슨이 방문했다는 미네소타 동물원은 미네소타 주의 남쪽에 있기 때문에 아마도 무대는 드루이드강이 아이오아와 일리노이 주의 경계를 흐르는 미시시피강으로 흘러드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아이오아주의 동북쪽 지역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막판의 대반전에서 밝혀진 사건의 진실을 바탕으로 소설의 전체의 맥락을 되짚어 보면, 특히 전반부에서 앨리슨과 브린의 증언(?)은 진실을 알고 있는 당사자로서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평소 날씬했던 여고생이 쌍둥이를 임신했는데 출산이 임박할 때까지 주변, 특히 부모가 인식하지 못했다는 설정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자녀의 성공에 목을 매는 부모라고 하더라도 살인사건과 관련된 어린 딸이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동안 그리고 가석방되어 사회로 복귀하였을 때, 부모의 인연을 단칼에 자르듯 할 수 있겠는가 작가에게 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소설은 소설로 읽고 나름대로 얻을 것을 얻으면 되는 일이겠습니다만, 자녀는 사랑으로 보듬어야 그릇된 길로 빠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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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rowing 바로잉 - 세상을 바꾼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되었다
데이비드 코드 머레이 지음, 이경식 옮김 / 흐름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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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 me too>전략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후발주자가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하여 1등 제품을 모방해서 소비자를 유인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즉 미투전략으로는 2인자는 될 수 있지만 결코 선두는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2인자를 지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단순한 베끼기만으로는 오히려 역작용을 내기 쉽기 때문에 1등 제품과 차별화되는 장점을 갖추어야 2인자의 위치라도 지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원조의 권리를 보장하는 여러 가지 장치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끈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피를 말리면서 경쟁하고 있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아이디어는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거나 땅에서 쑥~~ 솟아오르는 것일까요? 남들과는 다른 별종 천재만이 세상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일까요? <바로잉>을 쓴 데이비드 코드 머레이는 “아닙니다!”라고 단호하게 잘라 말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바꾼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되었다“라는 부제에서 보는 것처럼 새로운 아이디어는 어느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사실로부터 힌트를 얻어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설픈 창조보다는 완벽한 모방이 낫다!“라는 역설이 통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대로 작동할지 보장이 없는 어설픈 창조물을 가동하려다가 엄청난 손해를 보는 것보다는 완벽한 모방을 통해서 바탕을 쌓고 이를 변형하여 보다 실용적인 효과를 얻어내는 것이 더 낫다는 설명입니다.

실패한 자만이 더 달콤한 성공을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머레이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성공한 사업의 과실을 거두기 직전에 상황이 급변하면서 오히려 바닥까지 추락하게 되고, 다시 재기에 나선 경험을 토대로 하여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여 성공으로 가는 길에 대한 이야기를 쓴 것이 바로 <바로잉>입니다. 그동안 읽어온 상투적인 성공전략과는 분명 차별점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바로 저자가 실패담을 토대로 하고 있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적용하여 몸으로 체험한 내용으로 재기에 성공하기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실증되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복사와 모방은 바로 창조의 원천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37쪽) 그 이유를 시나리오작가 윌슨 마이즈너 한 말 “만일 어떤 한 작가에게서 아이디어를 훔치면 표절이 된다. 하지만 많은 작가에게서 아이디어를 훔치면 그것은 연구조사 행위가 된다.(109쪽)”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막 실험실에서 연구를 시작한 젊은 과학자에게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실험을 맡기는 보스는 없습니다. 연구목표를 정하고 관련된 선행연구들을 조사한 다음 새로운 시각에서 그 연구성과를 증명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쪽으로 과제를 부여하게 됩니다. 이런 실험훈련을 거쳐서 스스로 연구과제를 정하고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해석하여 결론을 맺는 연습을 부단하게 하다보면 어느새 그 분야에서 인정받는 전문가가 되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나왔으니 2008년 광우병 파동 때 저와 다른 견해를 가진 분들은 실험도 해보지 않은 운운 하면서 제가 의사라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의학의 특성을 잘 몰랐기 때문인 것입니다. 서양의학이 현대의학의 주류로 커오게 된 바탕에는 물리, 화학, 생물학 등의 자연과학의 실험뿐 아니라 통계 등의 다양한 분야의 발전이 결합되어 가능했던 것입니다. 의학은 자연과학의 종합판이라는 것입니다. 그 정점에는 환자가 있는 것이구요. 의학계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가지고 다양한 연구가 진행됩니다.

각설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도출해나가는 과정을 머레이는 핵심을 잘 요약하여 정리하고 있습니다. 즉 다른 사람들과는 접근방식부터 차별점이 있고 이를 설명하기 위하여 인용하는 자료들 역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람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 진화론의 찰스 다윈, 소니 워크맨을 만들어낸 소니사의 이부카 마사루 등을 인용하여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왜 우리는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라는 제목의 들어가는 글에서 머레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 지름길을 6단계로 나누고 있습니다. 1단계-정의하라, “해결하려는 문게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하라”, 2단계-빌려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아이디어를 빌려라”, 3단계-결합하라, “다른 사람에게서 빌린 아이디어를 연결하고 결합하라”, 4단계-숙성시켜라, “결합한 내용이 해결책이 되어 나타날 때까지 숙성시켜라”, 5단계-판단하라, “그 해결책의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 파악하라”, 6단계-끌어올려라, “강점은 더욱 강화하고 약점은 없애라. 그는 앞의 1~3단계를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기원’으로 묶고, 뒤의 4~6단계를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진화’라는 개념으로 묶었습니다.(43~46쪽) 정말 기가 막히지 않습니까?

저자는 자신이 정의한 6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각장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과거경험으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는 것도 재미있고, 각장을 마무리하면서 “길고 낯선 여행”이라는 표제로 자신이 실패를 딛고 일어서온 과정을 짧게 소개하고 있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머레이가 데이비드 마이어스와 알래스카의 매킨리산에 올랐을 때의 이야기와 비슷한 경험을 저도 소개해보려 합니다. “데닐리 산 정상에 오르려면 마지막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폭 60센티미터의 험준한 산등성이를 타고 걷는 길이다. 이 길 양옆으로는 3.9킬로미터의 절벽이 있다.(73쪽)”는 부분입니다.

미국에서 공부할 적에 콜로라도 쪽에서 유타주로 여행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지역을 국립공원을 연계해서 여행을 하면서 캐피털 리프(Capital Reef) 국립공원에서 브라이스캐년(Bryce Canyon)국립공원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산비탈을 타고 초봄의 따듯한 햇빛을 즐기면서 운전을 하다 보니 차는 어느새 산등성이에 오르게 되었는데, 정신이 들고 보니 길어깨도 좁고 추락을 막을 방호벽도 없는 달랑 2차선 도로가 눈앞에 등장한 것입니다. 길 양쪽은 그야말로 천길 낭떠러지라서 눈길을 주는 것조차 겁이 날 정도라서 악셀레이터를 밟을 엄두가 차마 나지 않아 운전석에 30여분을 꼼짝도 못하고 앉아 있었습니다. 차를 뒤로 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서 그야말로 진퇴양란이었기 때문에 결국은 바람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 시속 10km로 천천히 차를 몰기 시작했습니다. 차를 얼마동안이나 그렇게 몰았는지 기억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만, 주변경치가 바뀌고 나서야 속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사진을 남기지 못했으니 거짓이라고 하시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1992년의 일입니다.

얼마 전에 쓴 리뷰에서도 지적한 바 있습니다만, 머레이 역시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했다고 적고 있습니다.(333쪽) 현대적인 인쇄술의 원형을 이룬 것은 사실입니다만, 금속활자는 분명 직지심결요체를 찍은 고려시대 이미 적용했다는 점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기업계뿐만 아니라 창의성이 필요한 모든 분야, 삶의 전 영역으로 확산된다. 이런 점 덕분에 이 책은 그렇고 그런 얄팍한 상술의 짜깁기가 아닌, 그야말로 역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404쪽)”고 적은 역자의 생각에 동감합니다. 조직을 창의적으로 발전시키는데 기여할 의지가 있는 분들이 읽어보시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개념이 잘 정리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책의 제목에 대하여 가끔은 언급을 하곤 합니다만, <바로잉>이란 제목으로 <Borrowing Brilliance(훌륭함을 빌리다)>라는 원제의 의미를 담아내기에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 많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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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놓치고 있는 7가지 외모의 비밀 - 하버드대 박사가 전하는 아름다움의 과학
마리 파신스키.조디 굴드 지음, 곽윤정 옮김 / 알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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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릴 스트립, 골디 혼, 브루스 윌리스 등이 주연한 로버트 저메키스감독의 <죽어야 사는 여자(1992년 작품)>가 있습니다. 인기가 사라져가는 뮤지컬 스타 매들린(메릴 스트립)의 친구 헬렌(골디 혼)은 약혼자 멘빌 박사(브루스 윌리스)와 함께 매들린의 공연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멘빌박사가 매들린의 연기를 보고 반하면서 멜빌박사는 결국 매들린과 결혼하게 됩니다.  

 

복수를 꿈꾸는 헬렌과 그녀가 젊어진 것에 충격을 받은 매들린은 각각 미용실에서 소개한 75살의 나이에도 젊고 아름다운 신비의 여인(이사벨라 로셀리니)에게 큰 돈을 주고 젊음의 묘약을 마시고 영원한 젊음과 생명을 얻게 된다는 조금은 황당한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20년 전에 나온 동안의 묘약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요즘에는 동안을 만들기 위하여 얼굴에 생긴 주름을 없애기 위하여 일종의 신경독소인 보톡스를 주름부위에 주사하는 시술이 개발되었습니다. 보톡스를 맞게 되면 주름이 펴지기 때문에 시술받는 분들은 시술결과에 만족한다고 합니다만, 파신스키와 굴드는 <외모의 비밀>에서 보톡스 시술의 비밀을 밝히고 있습니다.

“보톡스는 일종의 신경독소로서 우리의 얼굴 근육과 연결되어 있는 신경말단에서 신경자극이 전달되는 것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근육에 신경자극이 전달되는 것을 막으면 마비가 일어나는데 문제는 이런 미용치료법잏 행복이나 놀라움 등을 표현하는 얼굴 표정을 제한한다는데 있다. 이에 폴 에크먼 박사 역시 보톡스를 주입한 사람의 얼굴이 오히려 다른 이들에게 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64쪽)”

그렇다면 다른 뾰족한 수가 있느냐는 질문을 하는 절박한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미모와 지성과 젊음을 유지하는 기적의 뇌관리법”이라는 부제를 단 ‘당신이 놓치고 있는 7가지’ <외모의 비밀>에서는 신경생리학을 전공한 마리 파신스키 박사는 눈부신 젊은 외모를 유지하는 비밀은 당신의 뇌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머리말에서 “우리의 외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뇌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는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의 뇌를 최상의 상태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리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8쪽)”고 밝히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나면 저자가 7개 영역으로 나누어놓은 ‘아름다워지는 연습’법에 절대적으로 공감하게 됩니다. 그 7가지 연습방법에는 각각 세 가지의 세부실행사항을 정리하고 있고 그 이유를 정리해두었습니다. 이 모든 내용은 결과적으로 뇌기능에 영향을 주는 라이프스타일과 건강에 관련된 여러 가지 요인들을 최적화하는 방법들입니다.

첫 번째 영역의 두 번째 실행사항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새로운 일에 몰두하라’는 제목의 글의 핵심은 뇌가 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뇌라고 하는 것은 생각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 첫 번째는 “아하!”라고 감탄하는 순간을 만든다. 두 번째는 읽고 읽으며, 자꾸 읽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일탈하는 것, 네 번째는 유행에 따라 멋지게 변신해보는 것, 마지막 다섯 번째는 낯선 사람과 마주치는 것을 즐기기입니다.

이런 일을 해보라고 권하면 대부분 나이드신 분들은 “내가 어떻게?”라고 하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매사에 투자없이 성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처럼, 생각이 변해야 젊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 같습니다. 결국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류사회를 따라가는 것이 힘들다는 이유로 자기만의 공간으로 숨어든다면 젊음의 유지는 커녕 노화행(行) 급행열차는 타는 것입니다. 저자가 설명하는 21가시 세부실행사항에는 사고의 전환을 필두로 해서, 건강유지를 위한 일상생활 패턴의 변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 효과적인 다이어트방법을 비롯한 식사요법, 심지어는 잠을 자는 방법까지도 자상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법들은 저자가 찾아낸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입니다. 일곱 번째 영역의 두 번째 실행사항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신데렐라보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아름답다’는 제목의 글에서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말에 과학적 근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잠잘 때 체온이 내려가기 때문에 순환계가 혈류를 피부까지 돌게 하고 잠잘 때 흘리는 땀이 피부의 보습효과를 더해서 피부를 건강하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그밖에도 우리가 막연하게 알고 있던 젊음에 관한 속설들의 과학적 근거들을 깨우쳐주고 있습니다. 세부실행사항을 마무리하면서 환자의 사례를 들어 설명함으로써 이해를 쉽게 하고 있다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젊음을 되찾고 싶은 혹은 나는 나이듦을 거부한다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에게 자신만의 비법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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