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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헤더 구덴커프 지음, 김진영 옮김 / 북캐슬 / 2011년 6월
평점 :
오늘 아침 조선일보 오피니언란에는 최근 우리 사회에 이슈가 되고 있는 성관련 사건 사고를 고려한 듯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성교육이 일본은 연간 70시간인데 반하여 우리나라는 5.3시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일찍부터 학교에서 성교육프로그램이 시작되었고 일리노이주의 경우 연간 80시간 이상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연령이 맞도록 설계된 교육프로그램을 통하여 안전한 성생활과 피임, 임신과 출산에 대한 내용을 배우게 된다고 합니다.
학교 성교육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이유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여고생이 남자대학생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임신과 출산을 하는 과정이 과연 학교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았는지 의심이 가는 주제를 다룬 소설 <히든>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히든>은 미국 아이오아의 초등학교 교사출신인 작가 헤더 구덴커프의 두 번째 소설입니다. 2009년 데뷔작 <침묵의 무게>에서도 아동 성폭행과 가정에서의 자녀 학대를 다루어 화제가 되었다고 하는데, <히든>에서도 고교 여학생의 임신과 출산을 둘러싸고, 두 자매만이 공유하고 있던 비밀이 소설 후반에 가서 대반전을 통하여 새로운 비극을 맞는 과정에서 부모를 포함하여 어른들이 어린 소녀들을 제대로 감싸고 보호하였는지 미분화하여 따져 볼 일 같습니다.
소설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을 하면, 열여섯 살 고3 학생인 앨리슨은 대학입학자격시험을 치루면서 받은 스트레스로 고통스러운 순간 나타나 위로해준 대학생 크리스토퍼에 빠져들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랑에 빠져듭니다. 졸업을 하기도 전에 여자아이를 출산하고 그 아이를 강에 버려 죽게 만들었다는 죄목으로 10년형을 언도받고 교도소에 수감되었다가 5년 만에 가석방되어 출소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야기는 주인공 앨리슨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여동생 브린, 크리스토퍼의 여동생 차메인, 그리고 앨리슨이 낳은 쌍둥이의 동생을 입양하게 되는 클레어가 화자로 등장하여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독특한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소설의 전체 스토리를 요약하는 것은 앞으로 읽을 생각이 있는 분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노릇이라는 생각이 들어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만 <히든>을 통하여 미국 사법제도에서 범죄자의 사회복귀프로그램이 상당이 인상적이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앞서도 짚었지만, 미국 학교의 성교육 프로그램이 과연 효과적으로 운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는데, 미국 학교의 성교육 프로그램이 실패한 것이다라는 주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이 소설의 줄거리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소설의 무대가 실존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만, 구굴지도에서 검색해보니 주요 무대가 되는 ‘린든폴스’나 ‘크레이븐빌 교도소’, 사건의 핵심이 되는 ‘드루이드강’이 검색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가공의 장소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미네소타주의 트윈시티에서 2년 정도 살면서 몇 차례 가본 아이오아는 그저 옥수수밭 만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케빈코스트너가 주연한 영화 <꿈의 구장>의 무대도 아이오아였지요? 그리고 앨리슨이 방문했다는 미네소타 동물원은 미네소타 주의 남쪽에 있기 때문에 아마도 무대는 드루이드강이 아이오아와 일리노이 주의 경계를 흐르는 미시시피강으로 흘러드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아이오아주의 동북쪽 지역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막판의 대반전에서 밝혀진 사건의 진실을 바탕으로 소설의 전체의 맥락을 되짚어 보면, 특히 전반부에서 앨리슨과 브린의 증언(?)은 진실을 알고 있는 당사자로서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평소 날씬했던 여고생이 쌍둥이를 임신했는데 출산이 임박할 때까지 주변, 특히 부모가 인식하지 못했다는 설정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자녀의 성공에 목을 매는 부모라고 하더라도 살인사건과 관련된 어린 딸이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동안 그리고 가석방되어 사회로 복귀하였을 때, 부모의 인연을 단칼에 자르듯 할 수 있겠는가 작가에게 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소설은 소설로 읽고 나름대로 얻을 것을 얻으면 되는 일이겠습니다만, 자녀는 사랑으로 보듬어야 그릇된 길로 빠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