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생각하는 즐거움 - 검색의 시대 인문학자의 생각법
구시다 마고이치 지음, 이용택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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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본업으로 복귀하여 적응하느라 바쁘다보니 하루하루를 쫓기듯 살아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이 들어 이렇게 사는 것이 옳은지를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그런 사정때문인지 <혼자 생각하는 즐거움>을 선뜻 고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혼자 생각하는 즐거움>은 일본의 철학자이자 문필가인 구시다 마고이치의 수필집입니다. 산과 자연, 삶에 대한 사색적인 글을 많이 쓴 까닭에 사색 수필가’, ‘산의 철학자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합니다. <혼자 생각하는 즐거움>에는 모두 44꼭지의 글을 담았습니다. 44개의 주제를 두고 ‘~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주제에 대한 사유의 결과를 담았습니다. ‘생각한다는 것을 시작으로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생각해보았을 것들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44개의 주제를 한번 적어보겠습니다. 1. 생각한다는 것, 2. 본다는 것, 의심한다는 것, 3. 안다는 것, 4. 속이는 것, 5. 일한다는 것, 6. 논다는 것, 7. 모방한다는 것, 8. 만든다는 것, 그리고는 웃음, 이별, 사랑, , 행복, 쾌락과 고뇌, 운명, 고독, 경험, 고백, 거짓, 감각, 선망, 질투, 공포, 분노, 증오, 슬픔, 아름다움, 마음의 모순, 마음의 여유, 희망, 기질, 성실, 불안, 친절, 사랑의 표현, 추억, 동경하는 법, 감상의 심리, 순결, 어리석음, 비겁함, 편지 그리고 일기 등입니다.


생각한다는 것에 대하여는 창가에 서 있는 감나무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감나무에서 딱새로 그리고 사람의 일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구절을 만났습니다. “인간은 주변의 것을 제멋대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늠할 수 없는 동물에게 온갖 정을 쏟기도 하고 고양이나 개를 위해 눈물을 흘릴 뿐 아니라, 새빨간 사과를 보면 사과의 기분마저 이해한다고 착각합니다.(10)” 개인적으로는 저 역시 제멋대로 해석하는 경향은 있지만, 저자가 말씀하시는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여전히 붙들고 있는 화두인 눈물에 관한 이야기를 슬픔에 대하여에서 읽었습니다. 눈물에 대한 모든 것을 정리해볼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저자는 불과 4쪽도 안되는 분량으로 눈물이 나오는 기전으로부터 눈물의 효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이런 대목이 감동입니다. “정신적인 감동도, 육체적인 고통도 그것을 경험하는 사람에게는 폭풍과도 같은 재난상황입니다. 따라서 어떻게든 진정시켜야 합니다. 진정 작용을 위해 몸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눈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눈물은 자연으로부터 받은 진정제입니다.(188)” 분명히 눈물은 정신적인 압박을 풀어내는 좋은 치료제입니다.


그런가하면 요즘은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는 추억여행에 도움이 될만한 글도 있었습니다. ‘추억에 대하여입니다. 저자는 어느 비오는 날 저녁 급한 원고를 쓰기 위하여 찻집을 찾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전쟁 후 임시교사에서 가르쳤던 학생을 만나 옛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날 저녁의 일로 추억에 관한 이야기를 쓰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살다 보면 지나간 일을 돌아보게 됩니다. 어쩌면 산다는 건 추억을 쌓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는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아닙니다. 좋은 추억이든 애써 지우고 싶은 추억이든 관계없이 과거를 자주 이야기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행각하빈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추억에 잠기게 되는 것이 좋습니다.(271)”


물론 저자의 방법이 정답은 아닐 것입니다. 사람마다 잘 맞는 방법이 있을 터이니 말입니다. 어떻든 <혼자 생각하는 즐거움>은 요즘 숨이 턱에 닿듯 바쁘게 돌아가는 일정이 정리되면 저도 따라 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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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고요하지 않다 - 식물, 동물, 그리고 미생물 경이로운 생명의 노래
마들렌 치게 지음, 배명자 옮김, 최재천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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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아내와 함께 서울이나 근교의 산책길을 걸었던 적이 있습니다. 조선일보의 주말판에 나오는 <주말걷기 2.0><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 여행>이 소개한 산책길을 찾아가는 걷기여행이었는데, 참 좋았습니다. 서울 도심과 서울 근교에 있는 산책길이었습니다. 도심에서는 카페에서 점심을 먹기도 하고, 야외의 산책길을 갈 때는 간단한 점심을 준비해서 집을 나섰습니다. 산책길을 한강변, 호숫가, 숲길 등 다양했습니다.


이들 산책길이 각기 나름대로 좋은 점이 있기 마련입니다만, 특히 숲길을 고즈넉하고 상큼한 숲의 냄새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어쩌다 이름 모를 새(사실은 제가 이름을 모르는 것이지요)가 우는 소리, 작은 개울을 흐르는 물소리가 숲의 고요함을 깨기도 합니다. 대체적으로 산책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소리가 더 많은 경우도 있습니다.


대체로 우리나라의 숲이 고요한 것은 생태가 완벽하게 복원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니면 우리가 숲에서 나는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행동생물학을 전공한 마들렌 치게 박사가 쓴 <숲은 고요하지 않다>를 읽고 나니 제 귀는 물론 마음도 아직 숲에 대하여 열려있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바이오커뮤니케이션(biocommunication), 즉 생명체 간의 의사소통을 다루었습니다. 숲이 조용한 듯하지만, 숲에 사는 커다란 나무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같은 종 사이에, 그리고 다른 종류들과도 소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각자 소속된 조직 안에서 소통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소통의 방식이 다양한 인간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먼저 생명체의 의사소통을 이해하려면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체의 공통된 특징은 무엇인가를 설명합니다. ‘1. 생명은 질서를 지킨다, 2. 생명은 물질을 교환한다, 3. 생명은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그것에 반응한다, 4. 생명은 번식한다, 5.생명은 자라고 움직인다, 6. 생명은 계속 발달한다라는 작은 제목으로 생명과 생명체의 특성을 설명합니다. 이 여섯 가지 사항을 설명하는 생명의 비밀이라는 시를 권두에 실었습니다. 그 첫 번째 행은 생명의 진면목은 구조에 있다라고 시작합니다.


책의 내용은 3부로 구성되었습니다. 1어떻게정보가 교환되는가의 1장에서는 생명체들이 정보를 발신하는 방법, 2장에서는 수신하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2누가누구와‘ ’정보를 교환하는가?3장에서는 단세포 생물: 최소공간에서의 소통을, 4장에서는 다세포 생물: 버섯과 식물의 언어를, 5장에서는 다세포 생물: 동물적으로 탁월한 소통을 각각 다루었습니다. 그리고 제3부 모든 게 달라지면 어떻게 될까?에서는 6장 동물이 숲을 떠났을 때를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당신이 이미 알고 있듯이, 숲에 사는 주민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신호를 발신하고 수신한다. 그렇게 생명체는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 이때 생명체가 받은 정보를 해석하고 그것에 반응하는 방식이 특히 흥미롭다. 이 책에는 내가 특별히 감탄했고 그래서 당신에게 기꺼이 들려주고 싶은, 자연 정보망에 관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40)”라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풀어놓은 자연 정보망에 관한 이야기들은 숲에 사는 생명체 뿐 아니라 강과 호수, 바다 심지어는 도시에 사는 생명체들 사이에 오가는 정보를 망라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생명체가 발신하는 정보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상대를 속이는 가짜 정보도 있을 뿐만 아니라, 생명체가 내는 정보를 활용하여 먹이를 얻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구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살아남으려는 생명체들의 놀라운 지혜를 엿볼 수 있습니다.


신기한 이야기들을 읽어가면서 느낀 점은 아주 전문적인 내용을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에 비유하여 이해를 돕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더해서 독일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이 결코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읽히도록 옮겼다는 점과, 대부분의 외국어를 우리말로 옮겨 놓았다는 점입니다. 옮긴이의 우리말 사랑을 절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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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열두 명의 현자
윌리엄 글래드스톤 지음, 이영래 옮김 / 황소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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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종말론은 묘하게도 사람들을 혹하게 만드는 무엇이 있는가 봅니다. 개신교 일부에서 선택받은 자들이 하늘로 들려올라간다는 휴거가 각각 19921028일에 그리고 2011521일에 있을 것이라는 소동이 있었습니다.


<열두 명의 현자>는 마야문명에 나오는 지구의 종말을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마야력이 가르키는 20121221일은 지구의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시간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 어떠한 일을 하지 않으면 지구의 종말이 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무슨 일을 맡은 위대한 인물 맥스 도프는 1949312일 미국 뉴욕주의 테리타운에서 배태되었습니다. 맥스 도프의 부모 허버트와 제인은 특별한 밤을 맞아 맥스를 가졌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19491212일에 맥스 도프는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1965219일 심한 감기로 병원을 찾았던 맥스가 죽음을 맞은 것입니다. 주인공이 죽는 이야기가 있겠습니까? 죽음이 바로 맥스가 해야 할 일을 예고하는 장치였던 것입니다. 주치의 그레이박사가 적절한 시점에 맥스를 회생시켰던 것입니다. 임사체험을 하는 동안 맥스는 사랑으로 가득한 빛의 존재 열두 명을 만났는데, 마지막 한 사람, 달리는 곰(Running Bear)의 이름만 기억에 남았습니다.


맥스는 스물두 살이 되던 해에 예일대학을 졸업하고 아버지의 출판사에서 일을 하던 중에 독립영화를 제작하는 조지 하디로부터 <고대의 우주인을 찾아서>라는 책에 언급된 장소를 찾아가는 기록영화를 제작하는 작업에서 일정을 조정하는 일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게 됩니다. 페루의 트루히요를 찾아간 맥스는 마리아라는 매력적인 여성을 만나게 됩니다. 임사체험에서 본 열두 개의 이름 가운데 첫 번째 이름이었습니다. 깨어났을 때는 기억도 하지 못했던 이름이 그녀로부터 명함을 받았을 때 기억을 되살릴 수 있었다는 것도 약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떻든 소설이니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마리아를 시작으로 맥스는 살아가는 동안 임사체험에서 보았던 인물들을 차례로 만나게 됩니다. 19736월에는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에서 유츠키 하스포(2), 7월에는 인도의 델리에 있는 국립박물관에서 브라마 마하르스(3), 8월에는 일본에서 미야코 미쓰이(4)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는 1996년까지는 놀이동산에서 청룡열차를 타듯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습니다. 아내를 따라간 명상강습에서 만난 네팔의 수도자 린포체 구아트마 치바(5)를 만나면서 맥스의 현인 찾기가 재개됩니다. 1999~2001년 사이의 어느 시점에서 베이징을 방문한 맥스는 초선팍(6, Cho Sun Pak)을 만납니다.(이 책에서는 중국인이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만, 한국인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001년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앨런 테일러(7) 박사를, 2004년에는 이스탄불에서 에롤 레수(8), 20125월에는 후안 곤잘레스 아코스타(8)와 칠 캠피스터(10), 그리고 베트남 여성 멜로디 존스(11)를 만납니다. 그리고 12번째 달리는 곰, 조엘 시츠를 20126월에 만나게 됩니다.(사실 영어로 달리는 곰이라고 옮겼지만, 북미 원주민인 경우는 부족마다 그들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부족의 이름인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달리는 곰의 주장에 따라서 2012811일에 멕시코 최남단 치아파스에서 멀지 않은 고대 도시 이자파에 열두 명의 현인이 모이기로 합니다. 그 사이에 고인이 된 브라마 마하르스를 대신하여 손자인 C.D.가 참석하게 됩니다. 이들은 열두개 인종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합니다. 해뜨기 전에 타우물코 화산의 기슭에 도착한 이들이 정오에 이를 무렵까지 정진을 한 끝에 열세번째 사도가 나타납니다.


하지만 열세번째 사도는 열두 사도에게 숙제를 남기고 사라집니다. 과연 1221일까지 무슨 일을 해야 하고, 그리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마야력의 신비함에 기대어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까지는 나쁘지 않습니다만, 왜 조선족은 없었을까 의문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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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일생 - 책 파는 일의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괴로움에 관하여
야마시타 겐지 지음, 김승복 옮김 / 유유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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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이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문을 닫는 대형 서점까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만 그런 줄 알았더니 국민들이 책을 많이 읽는다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로 동네서점들이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가하면 규모가 작은 서점들이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참 다양한 책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쓴 책들도 많다고 합니다. 록 밴드 활동을 하다가 책방을 낸 하야카와 요시오가 쓴 <나는 책방 아저씨>가 대표적인데, ‘조그만 동네에서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고단함, 한심함, 출판업계에 대한 불만과 분노 그리고 때때로 작은 기쁨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고백하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서점의 일생>은 서점 주인이 쓴 책방 경영이론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책을 쓴 야마시타 겐지는 교토에서 가케쇼보라는 작은 책방을 열어 11년이 넘게 운영하다가 호호호좌라는 새로운 형태의 서점으로 옮겨가기까지의 과정, , 서점을 경영하고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한 시도를 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서점을 경영하시는 분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자는 어렸을 적부터 서점에서 책읽기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대학입시에 실패하자 집을 나와 가와사키에 도착해서 일용 잡급직을 전전하다가 결혼도 하고, 헌책방에 취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가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큰 딸이 태어나면서 고향인 교토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고향에서도 서점에 취직하여 일을 하던 중에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아버지의 보험금을 물려받게 되면서 자신의 서점을 열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서점을 열기까지 서점 주인이 살아온 이야기였다면, 여기부터는 제목대로 서점의 일생이 시작되는 셈입니다. 서점을 새로 열 때 책을 공급받는 방법에서부터 서점을 경영하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사항들도 꼼꼼하게 안내합니다. 서점의 내부와 외부의 장식은 물론 책과 함께 음반도 판매하기로 합니다. 직원들을 뽑아 가게 운영에 대한 의견을 조율하면서 서점운영이 궤도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신간에 이어 헌책도 판매하기 시작하고, 서점에서 공연을 열기도 합니다.


이 서점의 특징을 잘 나타내주는 구절이 있습니다. “가케쇼보는 기본적으로 일반 손님이나 단골, 스태프, 뮤지션, 친구 등의 목소리나 행동을 반영시켜 진화해온 가게다.(169)”입니다. 기타를 놓아두고 자유롭게 치세요라고 적어놓기도 했습니다. 책읽기를 좋아하던 일본 사람들이 변한 것도 똑똑전화때문이라고 합니다. 특히 젊은이들은 똑똑전화기를 들여다보느라 책 읽는 시간이 대폭 줄었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가케쇼보에서 한 특별한 행사는 외국에 체류하고 있는 유명가수 오자와 겐지씨와 스카이프로 연결하는 대담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40여명이 서점에 모여 대담을 지켜보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니 제가 <우리 일상에 숨어있는 유해물질>을 출간한 뒤에 강남에 있는 서점에서 저자강연을 했는데, 열 명도 모이지 않았던 것과는 비교되는 것 같습니다.


어찌되었거나 가케쇼보 서점이 10년째 들어서면서 운영의 한계에 도달한 느낌이 들면서 문을 닫을 결심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점원들을 비롯하여 지인들이 갑작스러운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보고 1년을 더 하면서 일종의 서점을 재건하기 위한 과정에 돌입합니다. 그 결과가 호호호좌라는 새로운 형태의 서점으로 변신하게 되었습니다. 카페 형식의 서점인데, 카페를 취재하여 호호호좌라는 이름의 책을 출판하였다고 합니다. 그 책의 후기를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씨가 썼다고도 했습니다. 저도 그녀의 단편집인 <막다른 골목의 추억>, <키친>을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새롭게 문을 연 호호호좌는 책뿐만 아니라 센스있는 다양한 상품들을 팔고 있습니다. ‘책만 파는, 책에만 기대지 않는 가게를 연 것입니다. 동네서점을 운영하면서 한계를 느끼는 서점 주인장들이 참고할 만한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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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호의 세계서점기행 - 서점은 도시의 어둠을 밝히는 한밤의 별빛이다
김언호 지음 / 한길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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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의 책읽기 화두는 서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서점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 <서점의 일생>, 서점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을 다룬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나라에 있는 특별한 서점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김언호의 세계서점기행>까지 말입니다. <김언호의 세계서점기행>은 출판사인 한길사의 김언호 대표가 구경한 여러 나라의 서점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세계 곳곳에 흩어진 23개의 서점을 직접 찾아가서 서점 관계자와의 만남을 통하여 서점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정리하였습니다. 유럽의 7개 서점, 미국의 4개의 서점, 중국의 6, 대만의 1, 일본의 2개 그리고 국내의 3개 서점 혹은 서점집단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 책은 작가의 전작인 <세계서점기행>에서 다루었던 서점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보완한 것으로 보입니다. 책의 두께로 보아 유럽과 미국의 서점들, 동아시아 국가들의 서점들로 각각 묶으면 좋았겠다 싶습니다.


저자가 찾아간 서점들의 공통점은 따로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몇몇 서점의 경우는 다양한 서구매체에서 추천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23개의 서점들 가운데 제가 가본 서점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저도 나름대로는 여행지에서 만나는 서점에 들어가 분위기에 빠져보기도 합니다. 미국의 마이애미에서는 작은 동네서점인 북스앤북스서점을 구경했고,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꼽힌다는 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 서점을 구경했습니다. 에스토니아의 탈린에서는 성니콜라스 교회 아래 있는 라마투드라는 이름의 고서점도 찾았고, 그리스의 산토리니 섬의 명물 아틀란티스 서점을 보았습니다. 제가 찾아갔던 서점들도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는 그런 장소였다는 생각입니다.


최근에 읽은 스가 아쓰코의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의 배경이 되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대성당 근처에 있는 코르시아 서점, 야마시타 겐지라는 분이 일본 교토에서 서점을 경영한 이야기를 담은 <서점의 일생>에 나오는 가케쇼보, 호호호좌 등의 서점도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점에 관한 책을 읽다보니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누리망의 활성화되면서 출판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고, 집에서 편하게 받아볼 수 있다는 편리성 등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자책이 등장하면서 종이책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까지도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점에 관하여 인류의 종이책에 대한 편애는 유전자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인터넷이 비록 위세를 떨치고 있기는 하지만 종이에 인쇄하는 전통적인 책의 존재양태는 인간의 심미적 욕구와 일치된다.(237)”라는 대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누리망에서 서지사항을 찾아보는 것은 편리하기는 하지만, 동네책방에 나가서 나와있는 책들을 죽 훑어보고 일부를 직접 읽어볼 수 있는 장점은 누리망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경험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대형서점들이 문을 닫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만, 급변하는 세태를 어떻게 따라갈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교토의 가케쇼보의 주인 야마시타 겐지씨는 <서점의 일생>에서 경영의 한계를 타개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서점이 기왕에 해왔던 기능을 온라인으로 확장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민영 오프라인 서점은 몰락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살아남은 서점은 변신을 시도했습니다. 예컨대 카페와 문화상품으로 영역을 넓히는 것입니다.(275)”라는 대목도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사실 저 역시 서점에 나가서 책을 사본 것이 꽤 오래되었습니다. 동네서점이 조금 멀기도 했지만 대형서점 역시 출퇴근 동선에서 멀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버릇입니다. 예전에는 집에 가는 길에 들어 신간도 구경하고 관심분야의 책도 눈에 띄면 자연스럽게 구매하기도 했던 습관이 사라진 것입니다. 누리망 서점을 통하면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었던 것도 있습니다. 요즘에는 다시 동네서점으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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