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생각하는 즐거움 - 검색의 시대 인문학자의 생각법
구시다 마고이치 지음, 이용택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본업으로 복귀하여 적응하느라 바쁘다보니 하루하루를 쫓기듯 살아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이 들어 이렇게 사는 것이 옳은지를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그런 사정때문인지 <혼자 생각하는 즐거움>을 선뜻 고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혼자 생각하는 즐거움>은 일본의 철학자이자 문필가인 구시다 마고이치의 수필집입니다. 산과 자연, 삶에 대한 사색적인 글을 많이 쓴 까닭에 사색 수필가’, ‘산의 철학자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합니다. <혼자 생각하는 즐거움>에는 모두 44꼭지의 글을 담았습니다. 44개의 주제를 두고 ‘~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주제에 대한 사유의 결과를 담았습니다. ‘생각한다는 것을 시작으로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생각해보았을 것들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44개의 주제를 한번 적어보겠습니다. 1. 생각한다는 것, 2. 본다는 것, 의심한다는 것, 3. 안다는 것, 4. 속이는 것, 5. 일한다는 것, 6. 논다는 것, 7. 모방한다는 것, 8. 만든다는 것, 그리고는 웃음, 이별, 사랑, , 행복, 쾌락과 고뇌, 운명, 고독, 경험, 고백, 거짓, 감각, 선망, 질투, 공포, 분노, 증오, 슬픔, 아름다움, 마음의 모순, 마음의 여유, 희망, 기질, 성실, 불안, 친절, 사랑의 표현, 추억, 동경하는 법, 감상의 심리, 순결, 어리석음, 비겁함, 편지 그리고 일기 등입니다.


생각한다는 것에 대하여는 창가에 서 있는 감나무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감나무에서 딱새로 그리고 사람의 일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구절을 만났습니다. “인간은 주변의 것을 제멋대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늠할 수 없는 동물에게 온갖 정을 쏟기도 하고 고양이나 개를 위해 눈물을 흘릴 뿐 아니라, 새빨간 사과를 보면 사과의 기분마저 이해한다고 착각합니다.(10)” 개인적으로는 저 역시 제멋대로 해석하는 경향은 있지만, 저자가 말씀하시는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여전히 붙들고 있는 화두인 눈물에 관한 이야기를 슬픔에 대하여에서 읽었습니다. 눈물에 대한 모든 것을 정리해볼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저자는 불과 4쪽도 안되는 분량으로 눈물이 나오는 기전으로부터 눈물의 효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이런 대목이 감동입니다. “정신적인 감동도, 육체적인 고통도 그것을 경험하는 사람에게는 폭풍과도 같은 재난상황입니다. 따라서 어떻게든 진정시켜야 합니다. 진정 작용을 위해 몸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눈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눈물은 자연으로부터 받은 진정제입니다.(188)” 분명히 눈물은 정신적인 압박을 풀어내는 좋은 치료제입니다.


그런가하면 요즘은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는 추억여행에 도움이 될만한 글도 있었습니다. ‘추억에 대하여입니다. 저자는 어느 비오는 날 저녁 급한 원고를 쓰기 위하여 찻집을 찾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전쟁 후 임시교사에서 가르쳤던 학생을 만나 옛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날 저녁의 일로 추억에 관한 이야기를 쓰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살다 보면 지나간 일을 돌아보게 됩니다. 어쩌면 산다는 건 추억을 쌓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는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아닙니다. 좋은 추억이든 애써 지우고 싶은 추억이든 관계없이 과거를 자주 이야기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행각하빈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추억에 잠기게 되는 것이 좋습니다.(271)”


물론 저자의 방법이 정답은 아닐 것입니다. 사람마다 잘 맞는 방법이 있을 터이니 말입니다. 어떻든 <혼자 생각하는 즐거움>은 요즘 숨이 턱에 닿듯 바쁘게 돌아가는 일정이 정리되면 저도 따라 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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