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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일생 - 책 파는 일의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괴로움에 관하여
야마시타 겐지 지음, 김승복 옮김 / 유유 / 2019년 2월
평점 :
동네서점이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문을 닫는 대형 서점까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만 그런 줄 알았더니 국민들이 책을 많이 읽는다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로 동네서점들이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가하면 규모가 작은 서점들이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참 다양한 책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쓴 책들도 많다고 합니다. 록 밴드 활동을 하다가 책방을 낸 하야카와 요시오가 쓴 <나는 책방 아저씨>가 대표적인데, ‘조그만 동네에서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고단함, 한심함, 출판업계에 대한 불만과 분노 그리고 때때로 작은 기쁨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고백’하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서점의 일생>은 서점 주인이 쓴 책방 경영이론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책을 쓴 야마시타 겐지는 교토에서 가케쇼보라는 작은 책방을 열어 11년이 넘게 운영하다가 호호호좌라는 새로운 형태의 서점으로 옮겨가기까지의 과정, 즉, 서점을 경영하고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한 시도를 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서점을 경영하시는 분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자는 어렸을 적부터 서점에서 책읽기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대학입시에 실패하자 집을 나와 가와사키에 도착해서 일용 잡급직을 전전하다가 결혼도 하고, 헌책방에 취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가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큰 딸이 태어나면서 고향인 교토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고향에서도 서점에 취직하여 일을 하던 중에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아버지의 보험금을 물려받게 되면서 자신의 서점을 열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서점을 열기까지 서점 주인이 살아온 이야기였다면, 여기부터는 제목대로 서점의 일생이 시작되는 셈입니다. 서점을 새로 열 때 책을 공급받는 방법에서부터 서점을 경영하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사항들도 꼼꼼하게 안내합니다. 서점의 내부와 외부의 장식은 물론 책과 함께 음반도 판매하기로 합니다. 직원들을 뽑아 가게 운영에 대한 의견을 조율하면서 서점운영이 궤도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신간에 이어 헌책도 판매하기 시작하고, 서점에서 공연을 열기도 합니다.
이 서점의 특징을 잘 나타내주는 구절이 있습니다. “가케쇼보는 기본적으로 일반 손님이나 단골, 스태프, 뮤지션, 친구 등의 목소리나 행동을 반영시켜 진화해온 가게다.(169쪽)”입니다. 기타를 놓아두고 ‘자유롭게 치세요’라고 적어놓기도 했습니다. 책읽기를 좋아하던 일본 사람들이 변한 것도 똑똑전화때문이라고 합니다. 특히 젊은이들은 똑똑전화기를 들여다보느라 책 읽는 시간이 대폭 줄었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가케쇼보에서 한 특별한 행사는 외국에 체류하고 있는 유명가수 오자와 겐지씨와 스카이프로 연결하는 대담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40여명이 서점에 모여 대담을 지켜보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니 제가 <우리 일상에 숨어있는 유해물질>을 출간한 뒤에 강남에 있는 서점에서 저자강연을 했는데, 열 명도 모이지 않았던 것과는 비교되는 것 같습니다.
어찌되었거나 가케쇼보 서점이 10년째 들어서면서 운영의 한계에 도달한 느낌이 들면서 문을 닫을 결심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점원들을 비롯하여 지인들이 갑작스러운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보고 1년을 더 하면서 일종의 서점을 재건하기 위한 과정에 돌입합니다. 그 결과가 호호호좌라는 새로운 형태의 서점으로 변신하게 되었습니다. 카페 형식의 서점인데, 카페를 취재하여 호호호좌라는 이름의 책을 출판하였다고 합니다. 그 책의 후기를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씨가 썼다고도 했습니다. 저도 그녀의 단편집인 <막다른 골목의 추억>, <키친>을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새롭게 문을 연 호호호좌는 책뿐만 아니라 센스있는 다양한 상품들을 팔고 있습니다. ‘책만 파는, 책에만 기대지 않는 가게’를 연 것입니다. 동네서점을 운영하면서 한계를 느끼는 서점 주인장들이 참고할 만한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