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 - 신예희의 여행 타령 에세이
신예희 지음 / 비에이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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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까지만 해도 한해 두어 차례는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 우한폐렴이 확산되면서 출입국이 까다로워진 것도 있고, 감염으로 인한 개인적인 피해는 물론 국내에 전파하게 될 위험도 있어서 해외여행을 자제해오고 있습니다. 이집트를 구경하고 202111일 입국한 것이 마지막 여행이었으니 생각보다 길어진 셈입니다.


해외여행에 나서지 못하는 답답한 심경을 담은 신예회님의 <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을 읽으면서 공감을 느껴보려는 취지의 책읽기였습니다. 여행을 떠나지 못해 속이 울컥울컥 버글버글 끓다 못해 콧구멍에서 허연 김이 나오는 것같은 심경으로 일기라도 써보려고 시작한 글쓰기가 한권의 책이 되었고, <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으로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글 내용을 보면 해외여행을 떠나지 못해 앙앙불락하는 심경은 서문에만 담았을 뿐 본문의 내용은 여타의 여행기와 크게 다를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여행과 관련된 책들을 내신 바 있습니다만, 자신의 여행에서 얻은 느낌과 생각을 담은 책은 처음이었던가 봅니다.


하늘 위에서 먹는 밥의 맛이라는 시작 글은 기내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비행기에 탑승하여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맨 순간부터 모든 정신이 기내식에 쏠려 안절부절 못한다고 하셨는데, 저와는 상당히 다른 면인 듯합니다. 어디를 가더라도 먹는 것에 목을 매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만, 저는 어떤 음식이 되었던 한끼를 때우는 것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는 편입니다. 탑승 후에 기내가 정리되면 영화를 보기 시작하거나, 볼만한 영화가 없을 때는 음악을 들으면서 들고간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40대 중반이라고 하시는 작가는 젊은 탓인지 자유여행을 즐기는 듯합니다. 그 나이 무렵에는 주로 출장이나 학회 등으로 여행을 떠났기 때문에 저 역시 공항에 내려서 숙소까지 이동하는 방법까지도 사전에 챙겨가지만 가끔은 돌발 사태로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젊어서는 출장 등 공무로 해외여행을 다녔기 때문에 빠듯한 일정으로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구경은 엄두도 내지 못하였습니다. 요즈음에는 구경하러 해외여행에 나서게 되었는데, 주로 여행사의 상품을 이용하기 때문에 별 고민을 하지 않고 여행에 나서기 마련입니다.


작가는 교육방송의 여행관련 편성에 참가한 적도 있는 상당한 경력의 여행작가로 여행기를 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강사로 활동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몇 권의 여행기를 출간한 기성 여행작가가 강의를 맡게 되는데, 수업을 하는 건지 회식을 하려는 건지 헷갈리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기성작가와 친분이 있는 출판사의 편집자를 연결시켜주기도 하는 모양이라서 저도 관심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저도 여행을 다녀오면 여행기를 정리하는데, 여행기를 출판해보려고 출판사에 문의를 하면 대부분 거절받기 일쑤였습니다.


다양한 여행관련 수필들을 읽어보았습니다만, 우리나라 작가들의 여행수필들은 천편일률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젊은 독자들을 겨냥한 듯 필체는 물론 내용 역시 가벼운 편이라는 생각입니다. 이 책의 작가는 여러 권의 책을 내셨다고는 합니다만, 문장의 기술이 일관성이 없는 듯합니다. 서술체와 구어체가 뒤섞이고, 높임말과 낮춤말이 뒤섞여 있기도 합니다. 글의 형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독자의 입장을 고려한 것입니다. 제 경우는 책을 읽는 흐름이 부드럽게 넘어가면 집중도 되고 이해도 쉽게 되는 책읽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여행을 통하여 얻는 경험은 사람마다 다르고 느낌도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의 여행기가 일반화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느낌을 적은 여행기보다는 여행지에 관한 특별한 정보를 담은 책을 즐겨 읽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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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떠나는 호주 여행 지식 가이드 - 현장에서 다 못 한 이야기
손희욱 지음 / 생각나눔(기획실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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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양주에 있는 호주와 뉴질랜드도 언젠가는 구경하러 갈 예정입니다. <알고 떠나는 호주여행 지식 가이드>는 언젠가 떠날 대양주 여행을 준비하는 책읽기입니다. 흔히 보는 여행관련 서적들을 보면 주로 자유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담는 책자거나, 여행을 통하여 얻은 느낌을 적은 여행수필집 등입니다. 하지만 <알고 떠나는 호주여행 지식 가이드>는 두 가지 부류와는 다릅니다.


출판사의 책소개를 보면, 호주의 역사를 정리한 역사서에 가깝다고 했습니다. 저자는 호주의 역사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정리하였습니다. 첫째는 호주 대륙이 외부 세계에 알려지는 과정(특히 유럽 사람들 중심입니다만)과 영국정부가 죄수들을 호주로 이주시키게 된 배경과 당시의 영국 사회의 모습을 소개합니다. 둘째는 호주 이외의 지역에서 사람들이 이주해오기 전에 이 땅에서 6만년 넘게 살아왔던 선주민과 그들의 문화, 그리고 이주민들로 인하여 그들이 겪어야만 했던 슬픈 역사를 다루었습니다. 셋째는 백호주의로 상징되는 인종차별의 역사가 시작된 배경과 소멸되어가는 과정을 소개합니다.


상당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품을 보면 사회과학서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인데 조금은 딱딱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경제학을 공부하고 금융계에서 일하던 저자의 직업에서 오는 일종의 직업병일 수도 있겠습니다.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난 뒤에 아내되시는 분이 호주로 이직하면서 기러기가족으로 떨어져 살다가 뒤따라 호주로 옮겨 가족들이 재결합을 하면서 이민이 성사되었다고 합니다. 호주에서는 카페를 차렸다가 정리를 하고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여행객들을 안내하는 일을 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표지를 열면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것이다라는 마르셀 푸르스트의 말을 만나게 됩니다. 호주를 찾능 여행객들을 안내하면서 느꼈던 아쉬운 부분을 채우기 위하여 이 책을 쓰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호주를 여행하면서 이 책에 담은 내용 정도는 알고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을 것 같습니다.


제임스 쿡이 호주를 찾은 최초의 유럽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1606년 네덜란드 탐험가 빌럼 얀스존이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호주대륙의 퀸즐랜드 북쪽 끝 케이프 요크 지역을 탐험했다고 하고, 몇 달 뒤에는 포르투갈의 토레스가 이 지역을 항해했다는 것입니다. 네덜란드의 아벨 타즈만은 1642년과 1644년 두 차례에 걸쳐 호주의 남쪽 해안선을 탐험했습니다.


13세기 무렵 영국에서는 소규모 토지를 대규모 농장에 합병하는 법률적 절차, 소위 인클로저가 시작되면서 목축업의 자본주의화가 시작되었습니다. 판매용 곡물 혹은 양을 키우기 위하여 농지에 울타리를 세우면서 소규모의 농지를 빼앗긴 농부나 소작농들은 살길을 찾아 고향을 등지고 도시로 흘러들게 되었습니다. 특히 18세기 중반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도시 노동자의 수여가 급증하면서 이들은 도시의 하층노동자로 전락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범죄도 늘게 되었고 범죄자를 수용할 감옥도 넘쳐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신민 경영하던 북미대륙으로 죄수를 유배시키다가 미국이 독립하면서 호주대륙이 대체지로 부상하게 되었습니다. 1787513일 죄수 736명과 이들을 관리할 해군과 선원 등 1,400명을 목선 11척에 나누어 태운 최초의 함대가 영국의 포츠머스 항구를 떠나 호주로 향했습니다. 이렇게 도착한 영국의 이주민들은 호주대륙의 선주민들과 갈등을 빚어가면서 살아남기 위한 투쟁을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유럽인들의 시각에서 보면 미개한 선주민은 동물과 인간의 중간자적 존재에 불과하였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을 멸종시키려는 시도까지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시작한 호주대륙의 외부인 이주행렬은 유럽각지에서 그리고 인도와 중국으로까지 이어졌던 것입니다. 비백인들의 이주행렬이 늘면서 1901년에는 비백인의 이주를 제한하는 백호주의가 시작되어 1973년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오늘의 호주가 있기까지의 역사를 정리하면서도 중간 중간에 관광객들이 가질만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도 넉넉하게 넣었습니다. 캥거루라는 이름의 유래를 비롯하여 시드니의 명물 하버 브릿지와 오페라 하우스 건설에 관한 이야기, 선주민 전사 페물우이에 관한 이야기, 기회의 평등을 의미하는 Fair go 등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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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 2 나남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403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지음, 김주일 외 옮김 / 나남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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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셀라스의 <에피쿠로스의 네 가지 처방>에서 추천한 책입니다. 쾌락주의학파라고 분류를 하고는 있지만 우리가 에피쿠로스의 사상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가장 자세한 문헌자료로 꼽히고 있습니다.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읽고서 에피쿠로스의 철학에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은 서양철학의 뿌리인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철학자 85명의 철학적 성향과 성과를 정리해놓았습니다. 이 책을 쓴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대략 서기 2세기에서 3세기 사이에 활동했던 인물로 추정된다는 것 이외에 알려진 것이 없다고 합니다. 4세기 무렵 활동한 신플라톤주의 철학자 소파테르의 저서에서 인용되었다는 점과 이 책에 언급된 85인의 철학자들 가운데 가장 마지막에 활동한 철학자가 2세기 무렵의 회의주의 철학자 섹스투스 엠피리쿠스라는 점을 근거로 추정한 것입니다.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의 저서는 모두 10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두 권으로 나누었습니다. 1권은 원저의 1권에서 6권까지, 2권에서는 7권에서 10권까지를 담았습니다. 원저의 1권에서는 기원전 7세기에서 6세기 무렵에 활동한 현인 11명을 다루었습니다. 플라톤이 <프로타고라스>에서 다룬 탈레스, 솔론, 킬론, 피타코스, 비아스,클레오블로스, 페리안드로서 등 7현인을 포함하여 아나카르시스, 뮈손, 에피메니데스, 페레퀴데스가 포함됩니다. 그리스 철학사의 초기 철학자들인 만큼 학파를 이루기보다는 단독적으로 활동했던 시기였다고 하겠습니다.


2권에서는 소()소크라테스 학파라고도 하는 이오니아학파의 17명의 철학자들, 3권에서는 플라톤을, 4권에서는 플라톤의 제자들인 아카데미학파의 10명의 철학자들, 5권에서는 소요학파의 6명의 철학자들, 6권에서는 견유학파라고도 하는 퀴니코스학파의 9명의 철학자들, 7권에서는 스토아학파의 7명의 철학자들, 8권에서는 피타고라스학파의 8명의 철학자들, 9권에서는 학파를 형성하지 않고 활동한 12명의 철학자들, 마지막 10권에서는 에피쿠로스를 다루었습니다. 이오니아학파의 철학자들은 소크라테스의 스승인 아르켈라오스로부터 플라톤을 제외한 소크라테스의 제자들이 포함됩니다. 소요학파는 아리스토텔레스와 그의 뤼케이온 학원의 제자들이 포함되었습니다.


문체로 보아 철학서라기보다는 문학서나 역사서에 가까워서 쉽게 읽히는 편입니다. 내용는 철학자의 가문이나 학파의 기원, 교육이력이나 철학 훈련방법, 여행다닌 곳, 학파가 전승되거나 건립된 장소, 철학자들의 성품이나 기질, 생애의 주요 사건, 죽음에 관한 일화, 저작목록, 학설, 유언이나 편지 등의 문서가 소개됩니다. 요즘의 개념으로 보면 고대철학자에 대한 종설을 쓴 셈인데 전산화된 자료를 분석하여 작성하는 요즈음의 방식으로도 쉽지 않을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점이 특이합니다. 여기에서 언급된 철학자들이 쓴 책들이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 것들이 태반일 듯합니다. 따라서 여기 언급된 내용들이 중요한 사료가 되는 셈입니다.


존 셀라스의 <에피쿠로스의 네 가지 처방>에서 언급한 것처럼 흔히 쾌락주의로 치부되는 에피쿠로스 학파의 본질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자료라는 생각입니다. 에피쿠로스 학파의 철학자들은 건강과 영혼의 평정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모든 행위는 고통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흔히 방종한 삶이 쾌락주의라고 잘못 전해지고 있습니다만, 이들은 단순하고 사치스럽지 않은 식사를 즐기는 한편 기회가 있을 때는 사치스러운 성찬을 마다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에피쿠로스학파의 철학자들이 기상학이나 천체현상에 관심을 두었던 것은 관련된 현상들이 두려움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라고 보았기 때문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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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들 - 존 버거의 예술론
존 버거 지음, 톰 오버턴 엮음, 신해경 옮김 / 열화당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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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평론가, 사진이론가, 소설가, 기록물 작가, 사회비평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존 버거를 처음 만난 것소설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이었습니다이어서 <본다는 것의 의미> 그리고 <초상들> 등으로 이어지면서 그의 글이 주는 매력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초상들>을 엮었던 톰 오버턴은 또 하나의 존 버거의 글모음 <풍경들>을 엮었습니다. 톰 오버턴은 서머싯 하우스와 화이트채플 갤러리의 학예사를 역임했는데, 이 책을 엮을 무렵에는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기록물 학예사로 근무하면서 대영도서관이 소장한 존 버거의 기록들을 분류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한 끝에 <초상들><풍경들>을 엮었다고 합니다. <초상들>은 존 버거가 여러 예술가를 논하면서 취한 다양한 접근법들을 모은 것입니다.


<풍경들>다시 상상하고, 다른 방식으로 보기로의 초대장이라고 성격을 규정하였습니다. <풍경들>1부에서는 버거의 사상을 형성한 개인들에 대하여 알려주는 글들을 배치했다고 합니다. 안탈이나 라파엘 등은 예술비평가의 부류에 포함되지만 브레히트나 벤야민 등은 이런 부류라고 볼 수 없습니다. 1부에는 또한 예술에 대한 글쓰기가 갈 수 있는 한계와 버거가 자신의 화가적 시선에 이끌려 이야기꾼의길로 가게 된 경로에 대하여도 설명합니다. 1부가 일종의 개요라고 한다면 2부는 어떻게 활용하는가를 보여줍니다.


이 책의 제목으로 삼은 풍경(landscape)이라는 단어는 글쓰기의 지평이 넓어진 데 대한 기록을 의미하였다고 합니다. 1590년 무렵 네덜란드어에서 차용한 란츠합(landschap), 란츠킵(lantskip) 등이 쓰여지다가, 1605년에서야 landscape(풍경)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당시에 이 단어들은 계곡과 구릉과 언덕과 들판을 묘사하는 회화 영역에 특화된 전문용어였습니다. 1630년대에 이르러 존 밀턴은 명랑한 사람에서 다음과 같이 사용하였습니다. “면밀한 내 눈이 새로운 기쁨을 찾았네 / 주변의풍경(lantskip)을 살피는 사이에, / 황갈색 wkselkx, 회색 휴경지 / 새 떼가 모이를 쪼며 돌아다는 곳.(12)”


1부에서 다룬 사람들은 플데릭 안탈, 베르톨트 브레히트, 막스 라파엘, 발터 베냐민, 에른스트 피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롤랑 바르트, 제임스 조이스, 로자 룩셈브르크 등, 예술비평가들, 극작가, 철학자, 작가 등 다양한 분야의 내로라 하는 분들입니다.

관찰의 기술에 관해 덴마크 노동자 배우들에게 전함이라는 제목의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글을 애냐보스토과 함께 옮긴 글에서 기억할만한 대목을 만났습니다. “낮은 벤치에 앉은 / 관객들이 주장하기 시작합니다. / 일부는 끈질기게 요구합니다. / 여러분이 스스로를 보여주는 것 이상을 해야 한다고. / 여러분은 세상을 보여 줘야 합니다.(64-65)” 무대에 선 배우들에게 관객들이 요구하는 바는 배우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것이라는 점을 설파한 것입니다.


발터 베냐민에 대한 글에서 인용한 프루스트에 대한 베냐민의 생각도 갈무리해두고 싶은 대목입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전 생애에 최대한의 의식을 부과하려는 끊임없는 시도다. 프루스트의 방식인 반영이 아니라 현실화다. 그는 우리 누구도 자신에게 예정된 진정한 드라마들을 살아 볼 시간을 가지지 못한다는 통찰에 충문하다. 이것이 우리를 나이들게 한다. 다른 무엇이 아니라 바로 이것이다. 우리 얼굴의 굵고 가는 주름들은 우리를 방문한 위대한 열정과 악덕과 통찰의 기록이다. 하지만 우리는, 주인들은, 집에 있지 않았고(89)”


존 버거의 책들을 읽으면서 난해하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었는데, 2부의 장소에 관한 열 가지 속보에서 그렇다. 나는 무엇보다도 여전히 마르크스주의자이다.(298)”라는 대목을 읽으면서 그 이유를 조금 알 듯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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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 속 전염병 - 왕실의 운명과 백성의 인생을 뒤흔든 치명적인 흔적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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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에서부터 시작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이 2년하고도 반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대륙의 끝에 붙어있는 한반도 역시 세계적인 감염병의 유행을 피해가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한반도에서는 어떤 종류의 전염병들이 유행을 해서 얼마나 피해를 입혔으며, 조정에서는 전염병의 유행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했는지 궁금하던 차에 만난 <우리 역사 속 전염병>입니다.


의학은 특히 현대에 들어와서 급속하게 발전해왔기 때문에 기록으로 남은 과거의 질병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일이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병명은 물론이고 증상에 대한 기술이 현대의학의 정의와 차이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역사 속 전염병>에서도 이런 한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의 기획으로 출발한 이 책은 악병, 온역, 홍역, 천연두, 콜레라 등 시기별 전염병의 유행상황과 함께 이에 대한 조정의 대응, 허준, 유상과 같은 의원과 의녀 등 의료진의 활약 및 <동의보감><마과회통> 등 의학서 간행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다(6)”라고 하였습니다. 결론을 미리 말씀드리면 기획의도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남아있는 자료들 가운데 전염병의 유행에 관한 자료들을 충분히 섭렵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왕조의 경우는 그나마 실록을 비롯하여 사대부들이 남긴 문헌들이 전해지고 있지만 고려왕조에서 거슬러 올라가는 고대 왕조의 경우는 남아있는 자료라 할 것이 없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진단법이나 치료법이 전염병은 힘없는 백성은 물론 왕후장상도 피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역사 속 전염병>에서는 주로 왕실의 전염병 발생과 치료상황에 관한 내용을 주로 다루었습니다.


전염병 등의 심각한 상황이라면 팔도에 장계를 내려 현황을 보고토록 하였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1750529일자 <영조실록>을 보면 여러도에서 역질로 사망한 자가 총 19,849명이었다는 기록을 인용하였습니다(233). 전국 규모의 역질 발생현황자료로는 유일하게 인용된 것이고, 권역별 발생현황에 대하여는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전염병의 발생현황도 단편적으로 기록되었던 것인지 아니면 단편적으로 인용한 것인지 분명치가 않습니다.


전염병이 발생하였을 때의 대응체계에 대한 언급도 분명치가 않습니다. 왕족의 전염병 감염에 대하여는 내의원의 의원을 비롯하여 의녀가 나서서 치료에 임하였다고 기록하고 있지만, 백성들의 전염병 확산데 대한 대응체계에 대한 언급이 분명치가 않습니다. 1730(영조6) 1월에 한양에 홍역이 크게 유행하여 5부의 사망자가 만 명 이상 발생하였을 때 영조는 근시를 보내 여제를 거행하도록 명하였다고만 전합니다.


2부 전염병에 맞섰던 의료기관에서는 내의원, 혜민서, 활인서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는데, 전염병 치료를 전담했던 기관은 활인서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도성에서는 108-9가 살아난데 반하여 지방에서는 그렇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각도마다 돌림병을 규휼하는 법이 <원육전><속육전>에 규정되어 있었지만 관리들이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였던 것이라고 분석하였습니다. 저자는 시대별 전염병의 발생현황과 전염병이 발생하였을 때 어느 부서가 어떻게 활동을 하는지에 대하여 자료를 찾아서 제대로 설명을 했어야 할 것입니다. 의원과 의녀제도에 대한 설명만 장황하고, 의원에 명하여 의서를 정리하도록 했다는 왕명이 전염병 관리에 얼마나 기여했을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선조들의 전염병에 대한 인식이 어땠는지, 왕조별 전염별 발생현황이나 대응체계, 그리고 그 효과 등을 자료를 바탕으로 설명이 되었어야 이 책의 기획의도에 부합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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