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과학 - 뇌과학이 밝혀낸 의사 결정의 비밀
리드 몬터규 지음, 박중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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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최근에 저는 오랫동안 사용해왔던 휴대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꾸었습니다. 그 동안 옵션을 포함해서 무료로 스마트폰을 제공하겠다는 제의가 여러 번 있었지만, 사용하던 휴대폰의 의무사용기간이 역시 마음에 걸리는 바람에 교체가 늦어졌습니다. 동료들은 얼리 어댑터(early adapter, 초기구매자)일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 너무 늦었던 것 아니냐고들 합니다.

 

새로운 기기가 나오면 바로 사서 이용하는 사람을 얼리 어댑터라고 합니다. 주변에서도 신기해하며 또 부러워하는 시선을 보내기 마련입니다. 얼리 어댑터의 반댓말은 무엇일까요? 나름대로 얻어들은 바에 의하면 late adapter, slow adapter 심지어는 lazy adapter라고 부르는 분도 계신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 슬로우 라이프가 각광을 받는다는 점에서 슬로우 어댑터가 마음에 듭니다. 얼리 어댑터와 슬로우 어댑터는 각각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대비될 것 같습니다. 얼리 어댑터의 경우 남들보다 일찍 새로운 기기를 이용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 되기는 하지만 사용법을 스스로 깨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는 점은 단점이 될 것 같습니다. 당연히 슬로우 어댑터는 반대가 되겠지요? 그리고 보니 얼리 어댑터가 될 것이냐 아니면 슬로우 어댑터가 될 것이냐 하는 것은 개인의 특성에 따른 선택의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이 하루 일과 중 가장 어려운 선택은 점심식사를 하는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습니다. 잠자리에 들어 하루를 되돌아보면 하루 일과가 선택의 연속이었다는 깨닫게 됩니다. 사람은 하루에 150번이 넘는 선택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 선택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궁금해집니다. 바로 그 궁금증에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한 답을 얻을 수 있는 책이 버지니아 공과대학 물리학과의 리드 몬터규 교수가 쓴 <선택의 과학>입니다.

 

저자의 이름을 보자마자 세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이 떠올랐습니다. 몬터규가의 로미오가 적대하고 있는 카퓰렛가의 축제에 가지 않았더라면 줄리엣을 만나지 않았을 것이고 아름다운 두 젊은이가 생명을 잃는 불행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날의 선택이 두 젊은이의 죽음이라는 비극을 초래하였지만 궁극적으로는 피의 보복이 반복되어오던 두 가문이 화해하게 되었으니 종족입장에서는 다행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두 젊은이가 선택한 사랑과 죽음은 우연이었을까요? 아니면 운명으로 결정되어 있던 필연이었을까요?

 

어떤 종류의 개미는 방어기전으로 자폭을 선택하기도 하는데 이런 능력은 몇 마리의 죽음으로 결과적으로는 종족의 생존을 얻을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선택에서는 종족보존보다는 사랑을 위하여 죽음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만, 인간의 유전자에도 개인보다는 종족보존이 우선한다는 암호가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제가 스마트폰을 고르면서 다양한 의견을 들었습니다만, 주변에서는 대체적으로 자신이 사용하는 모델을 추천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분은 아이폰을, 갤럭시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갤럭시폰을 추천하면서 각각 장점을 중점적으로 설명하는 식입니다. 결국은 제가 처한 상황에 따라서 갤럭시폰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모든 선택은 대뇌에서 이루어지는 가치판단을 토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대뇌의 가치판단은 어떤 행위를 할 때 드는 비용과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보상을 비교하는 행위라고 정의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비용과 보상에는 유상, 무상의 범위까지 포괄하는 것입니다. 선택을 통하여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수익을 거두어야 하는 문제는 단순한 일상의 문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생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의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선택의 비용과 장기적 이득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는 생명체가 살아남을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선택은 분자 수준에서부터 사회적 교환의 전략에 이르기까지 생물계의 모든 층위에서 가치를 판단하는 과정을 통하여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생물체의 의사결정과정에는 강화학습이라고 하는 일종의 자연적 정보반복주기가 마련되어 행동의 선택을 안내한다고 합니다. 즉, 목표탐색, 학습, 의사결정에 대한 접근 방식에 기반하는 네 가지 기본단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생명체의 선택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것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약물중독처럼 생존에 적합하지 않은 선택이 일어나는 것은 우연한 선택에 의하여 시작한 약물이 정상적으로 일어나야 할 과정의 안내신호를 교란시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종의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가 비정상적으로 일어나서 오는 현상인 것입니다.

 

도박의 경우는 다소 다른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가치판단 및 의사결정기구를 활용하기 위하여 도박을 발전시켜왔다는 것인데요. 실제로는 인간의 도박성 게임실력은 대체적으로 시원치 않아서 우리의 가치판단 및 의사결정 기구를 자연스럽게 확인하고 대조하는 작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결정적인 이유는 인간이 이길 가망성, 질 가망성 등 갖가지 통계적 가망성을 감지하는 능력이 최악이기 때문에, 오히려 현실적 가망성이 전혀 없는 곳에서도 희망적인 가망성을 추론해내는데 선수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간만이 선택을 하게 될까요? 심지어 세균조차도 단기적 미래와 과거의 가치를 따질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그 과정이 인간처럼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는 점이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재조명을 받고 있는 다윈의 진화론에서는 생물진화의 동력은 자연선택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변이는 생물계로 하여금 대안적인 해결책을 탐색하게 만들었고, 선택은 되먹임을 제공했으며, 저장은 시스템으로 하여금 그중 성공적인 해결방법을 유지하게 만들었다.(315쪽)”고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윈의 진화론은 100년 뒤에 앨런 튜링에 의하여 진화는 정보처리에 관한 계산과정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진화생물학이 자리잡고 뇌과학이 발전하게 되면서 나온 계산 신경과학의 연구산물이라고 하겠습니다.

 

저자는 생물학 전반에 널리 퍼져 있는 계산에 대한 개념으로 보면 생물체의 구조와 기능은 사실상 생물학적 분자, 세포, 세포망 등을 통해 이용 가능한 물리적이고 화학적 특성으로 구현된 정보처리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계량과학의 핵심도구들이 발전해온 것이 과학혁명의 첫 번째 조짐이었다고 한다면, 이와 같은 발전을 이끌어온 과학영역의 경계가 해체되어 교차되고 앞으로는 경제학, 사회학 등의 영역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습니다. 역시 에드워드 윌슨이 주장한 통섭의 개념과 부합한다고 하겠습니다.

 

저자는 “당신은 왜 하필 이 책을 선택했는가?” 묻고는 “표지 디자인 때문에, 또는 서평 때문에, 또는 일찍이 당신의 인생을 바꿔 놓았던 과거의 어떤 경험과 같은 무언가 더 상당한 이유 때문에 이 책을 선택했을 것이다.(9쪽)”라고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마치 전철노선도처럼 보이는 표지디자인 역시 선택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의 지하철 체계가 복잡해지면서 이제는 목적지에 가기 위하여 아주 다양한 철도노선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환승을 최소화해서, 아니면 덜 붐비는 노선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선택결과에 따라서 목표지점에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다를 수 있고, 앉아서 독서도 하면서 쾌적하게 갈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 책에 대한 추천사를 쓴 정재승교수님은 이 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인상적인 반응 몇 개를 소개하면, “선택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이 돋보인다.”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인지과학과 신경철학적인 내용이 흥미롭다.” “너무 추상적이고 모호하다.”(6쪽) 등인데, 저는 이런 반응들이 모두 일리가 있다고 읽었습니다. 완벽한 뇌는 느리고, 잡음많고 부정확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제목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뇌과학으로 부터 물리학, 경제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아우르다 보니 아무래도 전부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즉, 합리성과 효율, 후회와 실망, 신뢰와 배신 등 행동경제학의 여러 주제를 신경과학의 최신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어 단숨에 이해하기에는 한계를 느꼈다는 점에서 후자의 반응에 가까운 느낌이 남았다고 고백합니다.

 

거침없이 읽히되, 읽다가 자꾸 덮게 되는 책이 좋은 책이라는 법정스팀의 말씀대로라면 거침없이 읽히지는 않지만 자주 멈춰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역시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살아가면서 선택을 해야 되는 순간,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되는지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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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2012-02-21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신문 <라포르시안>에서 SNS를 통한 댓글 이벤트를 통하여 도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소의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rapportian.com/n_news/news/view.html?no=4138
 
이기는 사람은 악마도 설득한다 - FBI 협상가로부터 배우는 비즈니스 프로파일링
게리 네스너 지음, 류초롱 옮김 / 라이프맵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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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미 FTA가 다시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노무현대통령시절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관계 속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아래 추진되고 매듭지어진 한미 FTA를 원천무효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당시 한미FTA를 주도하던 분들이 이제는 야당이 되었다고 해서 자신들이 주도하여 완성시켜놓은 국제협정을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나선다는 것은 아무리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해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협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다소 민감한 사안을 언급하게 되었습니다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협상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협상을 공부할 기회가 없어서 그렇다는 해결책까지도 나오면서 협상에 관한 다양한 책들이 소개되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협상은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간단한 상행위로부터 기업간의 대규모 거래행위, 나아가서는 국가간의 협정 등과 같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고, 형태에 따라서 방식도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FBI 인질협상가로 활동하고 은퇴한 게리 네스너가 지은 <이기는 사람은 악마도 설득한다>는 인질협상이라는 특별한 상황에서 유용한 협상경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출판사의 책소개를 보면 ‘인질협상’이라는 특수상황에서 나온 것들이지만, 비즈니스와 인간관계의 모든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이 가능해서, 까다로운 사업계약을 성사시키는 것부터, 완고한 동료나 적대적인 이웃과 벌이는 팽팽한 갈등을 해결하는 데 이르기까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협상상황들에서도 능히 활용 가능하다고 되어 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인질협상이라는 독특한 상황을 관리하는 분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합니다.

 

요즘 방영되는 기업드라마에서도 파업사업장을 폐쇄하기 위하여 외부 용역과 공권력을 동원하는 장면이 방영된 적도 있고, 2009년 1월 용산지역 재개발사업과 관련하여 점거농성을 벌이던 세입자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불에 타 숨지는 사건을 보더라도 무력을 사용하여 진압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불상사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이미 경험적으로 증명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인질사건이 빈발하는 미국에서도 인질의 희생을 줄이기 위하여 협상의 중요성이 인식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FBI에서 근무를 시작한 저자는 인질사건의 현장에 출동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인질협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수많은 인질, 농성, 자살 사건 등에 깊이 간여하게 되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표준협상지침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왔고, 이러한 저자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FBI는 협상전담반인 긴급사건대응국을 창설하게 되었으며, 저자는 이 부서의 책임을 맡게 이르렀다고 합니다. FBI는 국내의 인질사건 뿐 아니라 해외에서 발생하는 자국민의 인질사건에도 즉각 개입하여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노동현장을 중심으로 하여, 사건현장에서도 인질 혹은 자살사건과 같은 협상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 많아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외국에서 우리 국민이 납치범들의 표적이 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어 전문협상가가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자신이 나섰던 인질사건들을 인용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는 대응이 잘 되어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거나 최소화한 사건도 있었지만, 협상의 중요성을 고려하지 못한 현장책임자의 무리한 진압으로 말미암아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하고 마무리된 실패사례까지도 인용하고 있어, 인질협상이라는 특수상황에서의 협상의 어려운 점을 실감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지금도 기억하는 1995년 4월에 발생한 오클라호마시 연방정부청사 테러사건의 원인이 1993년 2월 텍사스주의 웨이코에서 벌어졌던 푹시록 농장사건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푹시록농장사건은 총기, 마약불법소지 협의를 받고 있던 무장사교집단의 지도자 데이비드 코레시가 연방정부의 무장요원들과 충돌하면서 시작된 농성이 매끄럽지 못한 진압작전으로 86명이 사망하면서 마무리된 실패한 인질협상의 대표적 사례라고 합니다.

 

저자는 ‘시간을 벌어라’는 제목으로 첫 번째 장을 시작하는 것처럼 인질협상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요결을 제목으로 하여 열 개의 장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실제 발생한 사건을 토대로 하여 당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소개하면서 잘된 점, 잘못된 점을 짚어나가면서, 매 사건의 말미에 인질협상의 팁(Tip)을 요약하고 협상의 기본원칙을 요약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강조할 필요가 있는 점은 소제목으로 뽑아두었는데, 예를 들면, 사건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 설득하는지에 관한 사항으로, 설득의 1단계는 ‘상대방의 동기를 파악하라’, 2단계는 ‘협상의 대가를 가시화하라’, 3단계는 ‘상대가 더 많이 움직이도록 유도하라’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엇나가는 상대의 마음을 읽어라, 혹은 이성을 되찾도록 서서히 유도하라와 같은 공감의 기술도 있습니다. 그것도 부족하다 싶었는지 매 장의 말미에는 한줄 요약까지 두고 있습니다. “마주 앉아 설득이 불가능한 상대라면 그와 나란한 입장에 서서 다시 얘기하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용산역 화재참사가 일어난 배경을 가려 잘잘못을 따지려는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당시 대치상황에서 경찰은 철거민들을 설득하여 농성을 풀도록 유도하는 협상을 제대로 진행하였는지 궁금하고 아쉽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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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델의 성경이야기 - 오리토리오와 구약성경 음악학연구소 총서 108
허영한 지음 / 심설당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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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허영한 교수님께서 쓰신 <헨델의 성경이야기-오라토리오와 구약성경>을 이번 동경 출장길에 들고 갔습니다. 저자께서 직접 사인까지 하셔서 초등학교 동창인 제 아내에게 주셨다는데 제목에서 음악과 성경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겠다 싶어 읽기에 부담스러웠던지 오랫동안 서가에 꽂혀 있던 것입니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서 허교수님의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어 스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선 어렵게 느껴지던 음악 이야기나 성경이야기를 평상시에 쓰는 말투로 쉽게 풀어내고 있어 눈길을 붙드는 대목이 별로 없어 술술 읽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제 전공분야와 관련된 책을 두어권 세상에 내놓았습니다만, 전문가들이 책을 쓰면서 읽으시는 분들이 마치 동료들처럼 쉽게 이해할 것이라고 착각한다는 것입니다.

 

헨델하면 음악의 어머니라고 부른다는 것, 메시아, 왕궁의 불꽃놀이 등을 기억할 정도로 고전음악에 문외한인 제가 오라토리오와 헨델에 대한 많은 지식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헨델은 독일 작센주에서 활동하던 성공한 외과의사인 아버지와 루터교 목사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1685년 태어났고, 어려서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였다고 합니다. 부모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음악공부를 하게 되었고 작센주 할레에서 함부르크를 거쳐 이탈리아에서 음악공부를 계속하여 크게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1710년 하노버로 귀환하였다가 런던으로 건너가게 되는데, 영국의 음악애호가들이 원하는 바를 잘 이해하고 있어 당시 이탈리아어 가사의 음악이 주류를 이루던 영국음악계에 영어가사로 곡을 써서 신선한 충격을 주고 또한 명성을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요새로 치면 아이돌음악에 비유하는 것이 옳을지 모르겠습니다만, 헨델은 오페라와 같은 대규모 작품을 작곡하여 무대에 올리는 한편 대중음악도 작곡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헨델이 종교음악(오라토리오)를 작곡했다는 사실을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합니다. 헨델의 작곡연보에는 모두 30여편의 오라토리오가 있고, 그 가운데 15편이 창세기로부터 신약성경에 이르기까지 성경을 소재로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교회활동에 그리 적극적인 편은 아니셨다는 저자가 안식년을 맞아 성경공부에 몰입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헨델의 오라토리오 곡들을 살피시다가 성경이야기가 많은 점이 눈에 띄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의 광범위한 성경공부결과를 이 책에서 녹여냈다고 합니다. “성경에 의거한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를 헨델의 오라토리오를 통해서 들으니 감동적이었어요. 성경을 읽다보면 스쳐 지나가는 내용들도 오라토리오 속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었어요.”라는 저자의 말씀이 실감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헨델의 성경이야기>는 모두 6부로 구성되었는데, 제 1부에서는 헨델이 구약성경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작곡한 오라토리오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음악적 사전 지식 뿐 아니라 독일에서 태어난 헨델의 성장에서부터 영국에서 작곡활동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부에서 6부까지는 헨델이 작곡한 15편의 오라토리오를 각각 3편씩 묶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헨델이 오라토리오를 작곡한 순서에 따라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구약성경에 나오는 이야기 순서에 따라서 늘어놓았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시대적 순서에 따라서 설명하는 것이 더 이해가 쉬울 것이라고 저자는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각각의 오라토리오는 작곡 배경과 관련된 성경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영어가사와 한글 번역을 소개하고 있을뿐더러 오라토리오의 감상포인트까지 콕짚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성경이야기에는 관련된 미술작품을 곁들여 실감을 더하고 있으며, 책의 앞뒤표지 안에 넣은 두장의 CD를 통하여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성경을 읽고, 보고, 들을 수 있도록 삼박자를 갖추어 놓은 셈입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저자께서는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은 성경에, 성경을 즐겨 읽는 분들은 음악으로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해요. 저자로서 독자들에게 ‘팁’(tip)을 드리자면, 오라토리오를 처음 만든 성 필리포 네리처럼 책 읽기 전에 음악부터 들어보면 아름다운 음악과 성경에 빠져들게 될 거예요.”라고 말씀하셨다고 하는데, 책읽기에 바빴던 저는 음악을 듣기 전에 책을 읽기 시작했고, 책읽기를 마친 다음에는 음악을 듣기 전에 책을 담은 가방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음악듣기는커녕 리뷰쓰는 일마저도 애를 먹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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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의 독종 마케팅
김영호 지음 / 이담북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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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고 보면 제목을 정하는 일이 책을 쓰는 일만큼은 아니지만 만만치 않게 어려운 작업이라는 점을 알게 됩니다. 책에 담은 내용을 충분히 표현하면서도 독자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떠면 번식기에 암컷의 눈에 들기 위하여 화려한 몸단장을 하거나 아니면 멋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수컷의 행동과도 같다고나 할까요? 뛰는 제목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절한 숨고르기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어떻든 자신의 이름을 넣은 책이름에 ‘독종’이라는 단어를 넣어서 강한 이미지를 넣은 <김영호의 독종 마케팅>은 마케팅과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을 담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저자는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데 있어 새겨야 할 화두로 ‘독종’입니다. 독하게 살지 않으면 생존이 거부당하는 세상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는 것인데, 한편으로는 세상사는 모든 사람들이 독하게 살겠다고 나서면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어 혼란에 빠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독자에게 “‘부자’가 되고 싶은가?”하는 질문을 던지고 “당신은 부자가 되고 싶을 것이다.”라고 답을 주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만큼의 돈을 가진 부자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이어지는 것에서 다소 실망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어떤 부자가 되고 싶은가?’하는 질문이 이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 때문입니다.

 

아주 옛날에 이제는 고인이 되신 분들도 있습니다만, 김희갑, 서영춘, 남보원, 트위스트 김 등 전설의 코미디언들이 나온 ‘오부자’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었습니다. 4형제만 두셨던 선친께서 영화를 보고 오셔서 바로 우리 집도 오부자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런 부자는 아니더라도 마음이 부자라거나, 혹은 지식이 많은 부자라거나 등 다양한 부자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오직 재산을 의미하는 부자를 가리키는 듯해서 실망이다 싶었습니다.

 

다만 독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저자 특유의 비유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저자 나름대로의 삶에 대한 생각을 엿보게 되면서였습니다. 독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삶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의미로 읽게 되었습니다. 정리를 해보니, 1부 ‘무한경쟁시대에 사는 당신, 독종마인드로 무장하라’에서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생각들을 정리하였고, 2부 ‘1등을 향해 끝없이 도전하라’에서는 한 단계 높여서 조직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기억해야 할 내용을 정리하고 있으면, 3부 ‘미래를 희망으로 바꾸어라’에는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분들이 기억했으면 하는 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부와 노조 등쌀에 서민만 죽을 맛이다. 종업원 5인 이하의 소상인들, 자영업자 그리고 재래시장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은 귀족 노조의 싸움판에서 목 빼고 기다리는 외야의 관중 정도나 될까. 금융노조, 자동차 노조 등 이들이 내세운 노동의 귀함이 왜 서민들이 고통으로 이어져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연봉을 몇천만 원씩 꼬박꼬박 받아가면서 말이다.(28쪽)”라고 적은 대목에서는 언급하기 껄끄러운 대목인데 참 용감하다 싶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56쪽에서 내놓은 물품공급 계약서 상에 빼먹은 4곳에 대한 해답을 어디에 감추어 두셨는지 찾지 못했습니다. 힌트라도 주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여기에서도 직업의식이 발휘되는 대목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3시간 정도 할애해야 고작 3분 정도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 중에서 의료서비스를 서비스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따라서 미국의 가정 치료업과 비슷한 서비스가 생긴다면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 이제부터 의사도 병원에만 머무르지 말고 찾아가는 서비스를 보여주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120쪽)”하는 부분입니다. 요즘은 예약제도가 잘되어 있기 때문에 3분짜리 진료를 받기 위하여 3시간을 소비하는 정도는 아닐 듯합니다. 또 이런 시스템은 낮은 보험료 부담과 낮은 수가정책으로 시작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정책으로 인하여 만들어진 부분이라 이해해야 할 것 같구요. 가정 치료업, 즉 왕진제도와 유사할 것 같습니다만, 과거 건강보험이 시작하기 전에만 해도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하여 의사선생님이 왕진을 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왕진비를 별도로 받을 때였지요. 지금은? 현실적인 왕진비가 있나요? 미국의 가정식 진료제도 역시 비용부담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제도일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좌충우돌식인 듯 보이지만 다양한 독자들이 살아가는 지혜를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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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독서치료
이운우 지음 / 한국학술정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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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친께서 교편을 잡고 계셨던 인연 때문에 일찍부터 책읽기를 즐기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책읽기의 관심분야도 세월이 흐르면서 변하는 것 같습니다. 젊어서는 소설을 즐겨 읽었고 한때는 역사서적에 빠졌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수년 전부터는 아무래도 건강을 중심으로 한 주제로 좁혀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문학에도 관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다니면서 잠시 독후감을 열심히 썼던 적이 있습니다만, 본격적으로 책을 읽고 그 느낌을 적기 시작한 것은 7년 전에 블로그를 열면서입니다. 우연히 읽게 되는 책도 있습니다만, 주로 의학분야에서 치매,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 노화, 죽음 등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어왔습니다. 이와 같은 책읽기는 치매에 관한 책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요즘에는 인터넷 등에서 건강과 관련된 정보가 넘쳐나고, 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책들도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정보들이 넘쳐나면서 정보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의도에 따라 혹은 사실확인이 충분하지 않아 만들어지는 왜곡된 정보가 적지 않게 섞이고 있어 이제는 정보의 진위를 가리는 일이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필자가 1996년에 치매에 관한 정보를 정리한 책을 낼 때, 운동요법, 회상요법, 음악요법, 미술요법, 원예요법 등 다른 영역이 결합된 치료법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런 분야는 이제 그 이론적 바탕도 탄탄하게 구축이 되고 치료효과에 대한 증거들이 축적되면서 임상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정보에 목말라 하는 환자에게 관련 분야의 책은 좋은 공부재료입니다. 하지만 이운우선생님의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독서치료>를 읽기 전까지는 책읽기를 체계화하여 환자치료에 응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하였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독서치료(bibliotherapy)’라는 용어는 사무엘 맥코드 크로더스(Samuel AcChord Crothers)가 1916년 처음 사용했고, 우리나라에는 1964년 유중희가 마가렛 핸니건(Magaret Hannigan)의 ‘도서관과 비브리오세라피’를 번역하여 국회도서관보에 실어 소개하였다는데 저는 이제야 용어를 알게 되었으니 정보에 많이 어두웠던 것 같습니다.


흔히 인용하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손자병법의 구절처럼 단순하게 특정질환에 대한 정보, 예를 들면, 원인, 증상, 예방법, 그리고 치료법과 같은 내용을 쉽게 설명하여 환자들이 자신의 병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도로는 독서치료가 가지는 잠재적 파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라 합니다.


저자가 암질환을 타깃으로 하여 독서치료를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암질환은 아주 다양한 방향에서 환자에 접근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암은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고, 암질환 치료방식도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완치율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암진단이 환자에게 주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암선고를 받을 때의 충격을 이겨내는 과정으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환자는 변화무쌍한 심리변화를 경험하게 된다고 합니다.


일단 암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독서치료법을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이 책의 얼개를 소개하려합니다.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독서치료>는 크게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 이야기를 펼치며’에서는 저자가 독서치료라는 독특한 분야를 만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2장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에서는 암질환의 특성, 그리고 암환자와 그 가족에 대하여 이해할 점을 소개하고 있고, ‘3장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독서치료’에서는 독서치료법을 설명하고 암환자에게 독서치료법의 적용이 가능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4장 암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상황별 독서목록’은 암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임상영역에서 암환자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도서를 선별하여 그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고 있습니다.


1966년 미국도서관협회에서 “정신의학 분야에서 치료적인 보조수단으로서 선정된 독서 자료를 이용하는 것, 개인적인 문제와 직접 관련이 있는 책을 읽음으로써 해결책을 안내하는 것”이라고 내린 독서치료의 정의가 일반화되어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학자들마다의 다양한 독서치료의 정의와 목적을 소개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책의 이용은 사람의 전반적인 발달에 영향을 주며, 독자와 문헌 사이의 상호작용과정은 독자의 성격을 평가하고 적응과 성장, 정신적 건강을 위한 목적으로 이용된다. 그리고 선택된 독서 자료에 내재된 생각이 독자들의 정신적 또는 신체적 질병에 치료적인 효과를 줄수 있다”고 한 베스 돌과 캐롤 돌의 주장이 크게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선 독서치료에 대한 개념을 정리할 수 있었고, 4장에서 소개되고 있는 무려 130여권의 책에 담긴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한 글을 통하여 환자의 상황에 맞는 책을 고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전통적인 치료영역에서도 새로 개발되는 시술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기까지의 과정이 복잡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독서치료를 임상에서 적용할 여건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독서치료 역시 전문적인 소양을 갖춘 사람이 광범위한 자료를 검색하여 걸러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고 환자마다의 특성에 맞도록 책을 고르는 작업도 수월치 않을 것입니다. 또한 저자의 주장대로 책을 읽는 것만으로 치료가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책을 읽은 느낌을 말하고 그 느낌이 구체화되어 치료에 상승작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전문적인 상담과정이 뒤따라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저자가 책읽기를 치료로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을 공부하는데 있어 의학에 대한 충분한 자료검토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 통계는 가급적이면 최근의 자료를 인용해야 함에도 상당히 오래된 통계를 인용하고 있었습니다. 주로 환자 중심의 자료를 많이 인용하고 있어 의료계의 시각으로는 불편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만, 한편으로는 의료계 역시 환자나 가족들이 의료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40세 된 남자환자인데 폐암으로 진단받고 수술 후 1달 만에 반대쪽에서 재발했다. 이번에는 항암치료를 해 보자고 해서 치료를 받았는데 주치의에게 치료될 확률을 물으니 1%정도라 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도중하차하고 그 이후에 본원에서 면역요법을 받아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 그 후 외래로 다니면서 진료를 받았는데 폐사진과 환자를 번갈아 보면서 ‘이런 상태에서 아직도 살아 있느냐’는 듯이 마치 죽을 사람 대하듯 하는 태도가 너무 부담스러워서 그 자리에서 외래도 그만 다니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그의 표정에서 ‘왜 안 죽고 또 왔느냐’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한다. 정확한 것도 좋지만 도대체 희망적인 이야기는 한번도 해 주지 않는 교만함이 싫었다고 한다.(19쪽)”는 부분을 참고합니다. 이 글은 대체의학이라고 주장하는 치료법과 관련된 자료에서 인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종류의 자료들은 대개는 전통의학의 치료방식을 부정적으로 매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환자에게 근거없는 희망을 주어 환자의 부담을 늘리고, 환자 자신의 삶을 정리할 기회마저도 빼앗는 것이 오히려 비윤리적이라고 해석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암환자들은 암 진단 통고를 받은 이후부터 수술, 화학요법과 방사선요법 등을 통한 치료와 치료 후의 전 과정을 통해 궁금한 것이 많지만 이러한 정보요구를 설명해주는 전문의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의사나 간호사들이 나중에 그런 문제들을 차분하게 설명해 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대부분의 의료진들은 꼭 필요한 질문에도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이기 때문에 환자들은 수술을 앞두고 보통 걱정이 더 많아진다.(37쪽)”는 저자의 설명을 저로서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말 이럴까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독서치료가 가지는 잠재적 파워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고, 또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도서목록들도 독서치료에 관심을 가지고 암환자의 독서치료에 적용할 기본틀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책을 읽고서 관련 학회가 중심이 되어 질환별 독서치료 지침서를 만들면 일선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의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저도 기회가 된다면 저의 관심분야에서 그동안 제가 읽은 책들을 활용한 독서치료 지침서를 만들어볼 욕심이 생겼다는 말씀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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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2012-02-13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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