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사람은 악마도 설득한다 - FBI 협상가로부터 배우는 비즈니스 프로파일링
게리 네스너 지음, 류초롱 옮김 / 라이프맵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최근 한미 FTA가 다시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노무현대통령시절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관계 속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아래 추진되고 매듭지어진 한미 FTA를 원천무효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당시 한미FTA를 주도하던 분들이 이제는 야당이 되었다고 해서 자신들이 주도하여 완성시켜놓은 국제협정을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나선다는 것은 아무리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해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협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다소 민감한 사안을 언급하게 되었습니다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협상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협상을 공부할 기회가 없어서 그렇다는 해결책까지도 나오면서 협상에 관한 다양한 책들이 소개되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협상은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간단한 상행위로부터 기업간의 대규모 거래행위, 나아가서는 국가간의 협정 등과 같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고, 형태에 따라서 방식도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FBI 인질협상가로 활동하고 은퇴한 게리 네스너가 지은 <이기는 사람은 악마도 설득한다>는 인질협상이라는 특별한 상황에서 유용한 협상경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출판사의 책소개를 보면 ‘인질협상’이라는 특수상황에서 나온 것들이지만, 비즈니스와 인간관계의 모든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이 가능해서, 까다로운 사업계약을 성사시키는 것부터, 완고한 동료나 적대적인 이웃과 벌이는 팽팽한 갈등을 해결하는 데 이르기까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협상상황들에서도 능히 활용 가능하다고 되어 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인질협상이라는 독특한 상황을 관리하는 분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합니다.

 

요즘 방영되는 기업드라마에서도 파업사업장을 폐쇄하기 위하여 외부 용역과 공권력을 동원하는 장면이 방영된 적도 있고, 2009년 1월 용산지역 재개발사업과 관련하여 점거농성을 벌이던 세입자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불에 타 숨지는 사건을 보더라도 무력을 사용하여 진압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불상사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이미 경험적으로 증명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인질사건이 빈발하는 미국에서도 인질의 희생을 줄이기 위하여 협상의 중요성이 인식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FBI에서 근무를 시작한 저자는 인질사건의 현장에 출동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인질협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수많은 인질, 농성, 자살 사건 등에 깊이 간여하게 되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표준협상지침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왔고, 이러한 저자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FBI는 협상전담반인 긴급사건대응국을 창설하게 되었으며, 저자는 이 부서의 책임을 맡게 이르렀다고 합니다. FBI는 국내의 인질사건 뿐 아니라 해외에서 발생하는 자국민의 인질사건에도 즉각 개입하여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노동현장을 중심으로 하여, 사건현장에서도 인질 혹은 자살사건과 같은 협상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 많아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외국에서 우리 국민이 납치범들의 표적이 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어 전문협상가가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자신이 나섰던 인질사건들을 인용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는 대응이 잘 되어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거나 최소화한 사건도 있었지만, 협상의 중요성을 고려하지 못한 현장책임자의 무리한 진압으로 말미암아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하고 마무리된 실패사례까지도 인용하고 있어, 인질협상이라는 특수상황에서의 협상의 어려운 점을 실감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지금도 기억하는 1995년 4월에 발생한 오클라호마시 연방정부청사 테러사건의 원인이 1993년 2월 텍사스주의 웨이코에서 벌어졌던 푹시록 농장사건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푹시록농장사건은 총기, 마약불법소지 협의를 받고 있던 무장사교집단의 지도자 데이비드 코레시가 연방정부의 무장요원들과 충돌하면서 시작된 농성이 매끄럽지 못한 진압작전으로 86명이 사망하면서 마무리된 실패한 인질협상의 대표적 사례라고 합니다.

 

저자는 ‘시간을 벌어라’는 제목으로 첫 번째 장을 시작하는 것처럼 인질협상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요결을 제목으로 하여 열 개의 장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실제 발생한 사건을 토대로 하여 당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소개하면서 잘된 점, 잘못된 점을 짚어나가면서, 매 사건의 말미에 인질협상의 팁(Tip)을 요약하고 협상의 기본원칙을 요약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강조할 필요가 있는 점은 소제목으로 뽑아두었는데, 예를 들면, 사건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 설득하는지에 관한 사항으로, 설득의 1단계는 ‘상대방의 동기를 파악하라’, 2단계는 ‘협상의 대가를 가시화하라’, 3단계는 ‘상대가 더 많이 움직이도록 유도하라’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엇나가는 상대의 마음을 읽어라, 혹은 이성을 되찾도록 서서히 유도하라와 같은 공감의 기술도 있습니다. 그것도 부족하다 싶었는지 매 장의 말미에는 한줄 요약까지 두고 있습니다. “마주 앉아 설득이 불가능한 상대라면 그와 나란한 입장에 서서 다시 얘기하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용산역 화재참사가 일어난 배경을 가려 잘잘못을 따지려는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당시 대치상황에서 경찰은 철거민들을 설득하여 농성을 풀도록 유도하는 협상을 제대로 진행하였는지 궁금하고 아쉽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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