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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란다스의 개 (미니북) ㅣ TV애니메이션 원화로 읽는 더모던 감성 클래식 1
위다 지음, 애니메이션 <플란다스의 개> 원화 그림, 손인혜 옮김 / 더모던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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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을에는 오래 별러왔던 베네룩스 여행을 떠나려고 예약을 했습니다. 아내의 치료가 끝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한 여행이기도 합니다. 여행 일정에는 벨기에의 앤트워프도 포함됩니다. 앤트워프는 북쪽에 있는 네덜란드를 지나 북해로 흘러드는 스헬트 강변에 있는데 흥미로운 점은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항구도시입니다. 그 앤트워프에는 대성당과 중세시대의 요새인 헤트 스테인을 구경할 예정입니다. 특히 대성당의 경우는 미사가 없다면 안으로도 들어가 볼 예정입니다. 루벤스가 그린 천정화 <성모 승천>과 제단화 <십자가 세우기>, <십자가에서 내리기>, <그리스도의 부활> 등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앤트워프의 성모 대성당의 루벤스 명화와 관련이 있는 <플란다스의 개>를 다시 읽어본 이유입니다. 어렸을 적에 동화와 만화영화를 통하여 잘 알고 있습니다만, 오래전에 읽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아내 덕에 저도 읽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영국 작가 위다(본명은 마리아 루이스 드 라 라메)가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들은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썼다고 합니다. 프랑스 사람인 아버지가 플랑드르 지방을 여행하다가 듣게 된 ‘플랜더스의 개’에 대한 이야기를 딸에게 들려주었던 것입니다. 위다의 <플랜더스의 개>가 먼저인지, 일본에서 이 작품을 토대로 만든 만화영화 <플란다스의 개>가 먼저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플랑드르 지방에서는 주인공인 개 파트라슈를 모른다고 합니다. <플랜더스의 개>가 영어로 쓰였는데, 정작 이 지방에서는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안트베르펜 관광사무소에서 근무하던 얀 코르텔이 이곳을 찾아온 일본 관광객들이 프랜더스의 개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으면서 원작을 찾아 읽고 이 작품을 관광상품으로 만들기로 했다고 합니다.
가난하지만 그림 그리기에 천부적인 자질을 타고난 넬로는, 산타클로스인 성 니콜라스의 애칭이라고 합니다, 풍차 방앗간을 운영하는 마을 부자의 딸 알루아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본 알루아의 아버지 코제씨가 들어 훼방을 놓게 되면서 마을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힘들어지게 됩니다. 넬로가 마지막 희망으로 삼은 안트베르펜에서 열리는 미술대회에서도 부잣집 아들에게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넬로가 나무꾼 미셸이 쓰러진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쉬는 모습을 담은 그림을 본 유명화가는 그를 제자로 삼고자 했고, 눈이 내리는 날 안트베르펜에서 돌아오는 길에 전 재산이라 할 2천 프랑이 든 지갑을 잃어버려 낙심한 코제씨도 넬로가 이를 찾아주면서 마음을 열게 되지만 모두 늦어버렸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세 들어 살고 있던 집마저 주인에게 돌려주게 된 넬로는 파트라슈와 함께 안트베르펜에 있는 대성당에 들어가 루벤스의 명화를 바라보면서 숨을 거두었기 때문입니다.
넬로가 작품을 출품한 미술대회는 상금이 200프랑이었기 때문에 넬로에게는 살아가면서 그림을 그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였던 것입니다. 이와 같은 미술대회에 출품되는 작품을 국외예술(outsider art) 혹은 원시미술(primitive art)이라고도 하는 순진 미술(naive art)이라고 한다는 것을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 있는 순진미술관에 대하여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순진 예술은 공식적인 미술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배운 예술가가 자신만의 형식을 창조하여 예술적 경지에 이른 작품을 말합니다. 당시에도 그림을 그려서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코제씨같은 부자도 그림을 그리는 넬로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가 없었던 것을 보면 말입니다.
가난하게 살아야 했던 할아버지와 넬로 그리고 노쇄한 파트라슈까지 숨을 거두는 비극적 결말은 읽는 사람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