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호기심이 왕성했던 수전 손택은 학교가끝나도 곧장 집으로 가는 법이 없었다. 동네 근처 사막에 난돌길을 따라 걸으며 땅에 떨어진 예쁜 돌을 주워 모으는 한편,
길을 잃거나 재난이 일어나 혼자 살아남는 상상도 했다.
길 주변의 사물과 풍경에 호기심을 느끼는 습관은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이어졌다. 이제 여기서 말하는 길이란 ‘도로‘가 아니라 자기를 만들어가며 사는 일을 뜻한다. 그녀는 뛰어난 재능과 노력으로 이 길가에 흩어진 호기심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기만의 철학으로 발전시켰다. <사진에 관하여》,
《타인의 고통》 같은 사진과 문화에 관한 비평에서부터 영화와다큐멘터리 작업에 이르기까지 수전 손택은 살아가면서 만난역사적 현상과 사회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작품으로 승화해냈다.

그녀가 마냥 유행만을 따라간 것은 아니다. 호기심을 통해 알게 된 새로운 앎의 영역을 언제나 아는 상태 그대로 남겨놓지 않고 비판적인 자세로 의심했다. 1966년에 출판된 <해석에 반대한다》는 이런 모습을 아주 잘 보여준다. 어떤 대상을 일부러 해석하지 않고 드러난 그대로 바라보는 마음이야말로 큰 목소리로 내지르는 오해와 편견이 진실인 마냥고개를 내미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훌륭한 해석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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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느낀 것은 시대적인 감각에 뒤떨어지는 것은 그자체로 폭력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단순히 옛날 사람이 되고새로운 시대와 섞이기 어렵고 그래서 때론 안타깝고 불편하기만 한 사람에 그치는 게 아니라, 존재 자체가 폭력이 된다.

새로운 시대에 대해 감각한다는 것은 단순히 세련됨이나트렌디함을 아는 일을 넘어서, 그렇게 무엇이 폭력인지를 느낄 줄 알고 새로운 비폭력의 법칙 속에 자기를 위치시킬 줄안다는 걸 의미할 것이다. 그런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세련됨이라면 세련됨일 것이다. 반대로, 새로운 시대의 것이지만 감각하지 못하는 혐오나 차별이 되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은 경계해야 할 ‘요즘 젊은 것들‘의 악덕일 것이다.
어느 쪽이든 그런 것들을 피하며 나라는 존재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느낀다. 그런 만들어감에 대해 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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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바꾸는 새 - 새의 선물을 도시에 들이는 법
티모시 비틀리 지음, 김숲 옮김 / 원더박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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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무리의 새가 하늘 위를 맴돈다.
그저 한 무리의 새들,
그게 당신이 사랑을 생각하는 방식이지.
콜드플레이, <Fly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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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세례를 베푸는 천사에게 한마디 전할 수 있다면,
쉽게 부서지지 않을, 평생 간직할 수 있는 호기심을 아이들에게 선물해 달라고 부탁할 것 같다. 호기심은 나이가 들어 가면서 느끼는 권태와 환멸을 물리쳐 주고, 인위적인 것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도록 하며, 아이 안의 힘이 꺾이지 않도록 도와준다.

"수백, 수천 년 동안 관찰한 결과, 새는 안전하다고 느낄 때 소리를 낸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만약 새가 소리를 내지 않는다면그때는 정말로 문제가 생긴 거죠?"

얼마 전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에 실린 호스피스 전문의의 글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잘 드러나 있다. 영국 건강보험공단(NHS) 소속 의사 레이첼 클라크는 생의 마지막을 앞둔 환자에게 가장 위안이 되는 건 자연이었다고 말했다. 클라크는 유방암 말기 환자인 다이앤 핀치가 죽음 앞에서 어떻게 마음을 다잡았는지를 이야기한다.
정원에서 지저귀는 찌르레기 소리를 들을 때면 왠지 마음이차분해졌어요. 모든 것이 영영 사라져 버릴 거라는 두려움이가라앉는 것 같았죠.

"야외 조명을 하루 종일 켜놓으면 어른 새의 먹이인 나방과 새끼 새의 먹이인 애벌레가 사라질 거예요."
야외 조명 때문에 별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문제에는 많은 사람이 공감하지만, 새들의 밥상이 사라진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져있지 않다. 그는 이어서 이야기했다.
"별을 볼 수 없다는 사실도 문제지만, 새가 사라진다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오아시아 다운타운 호텔은 다른 의미로 눈에 띈다. 이 호텔은 외관상으로는 다른 호텔과 다를 바 없는 전형적인 고층 건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건물의 외벽이 덩굴식물을 위한 지지대로 가득하다는 점이 독특하다. 여기에 꽃이 피는 덩굴식물 21종을 심어, 연중 어느 계절에 호텔을 방문하더라도 꽃을 볼 수 있다. 나는 꽃이얼마나 자주 피는지에 따라 좋은 건물, 좋은 도시라고 판단을 내릴수 있다는 ‘꽃피는 건물(blooming building)‘ 아이디어가 굉장히 마음에들었다. WOHA의 웡 만 썸을 만나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는 건물을 디자인할 때 야생동물을 염두에 두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호텔 외벽에 조성된 수직 정원의 장점은 보기 좋다는 데 그치지않는다. 수직 정원은 그늘을 만들어 건물 내부를 시원하게 만들고이를 통해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을 줄인다.

터키콘도르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면 명상하는 기분이 든다.
양 날개를 펼치고서 바람을 타며 부드럽게 활공하는 모습은평화롭고 우아하여 사색을 하는 것만 같다.
물론 목적이 있어 비행하겠지만숨을 길고 천천히 쉬는 것처럼 느긋해 보인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머리 위를 지나는 터키콘도르를가만히 응시하면 바람을 타고 글라이딩을 하던 순간이 떠오른다. 케이티 팰런, 독수리(V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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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제니 오델 지음, 김하현 옮김 / 필로우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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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디지털의 방해가 골칫거리인 이유는 사람을 덜 생산적으로 만들기 때문이 아니라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서 멀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포스월스키는 두 사람이 처음 발견한 것에 대해 이렇게말한다. "나는 우리가 우주의 해답을 발견했다고 생각한다. 그 답은 단순하다. 바로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텅빈 욕망을 좇으며 살고, 풍요로운 삶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어리석은 바보들은 늘 자신이 가진 것에는절대 만족하지 않고 그저 갖지 못한 것에 개탄한다. ‘
에피쿠로스는 아테네 시골 변두리에 있는 정원을 사서 그곳에 학교를 세우기로 했다. 펠릭스처럼 에피쿠로스도 방문객을 위한 도피처이자 치유력이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어 했다. 에피쿠로스가 생각한 방문객들은 평생 정원에서 사는 학생들이었지만 말이다. 아타락시아ataraxia(근심이 없는 평온한 상태)라는 행복의 형태를 설명한 에피쿠로스는 괴로운 마음이라는 ‘질병‘은 제어 불가능한 욕망과 야망, 자의식, 두려움의형태를 띤 불필요한 정신적 짐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에피쿠로스는 이 정신적 짐을 내려놓기 위해 도시를 등진 공동체에서 여유로운사색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피쿠로스는 학생들에게 ‘익명의 삶‘을 가르쳤고, 학생들은 도시의 일에 관여하는 대신 정원에서 먹을 것을 직접 재배하며 양상추 사이에서 대화를 나누고 이론을 정립했다. 에피쿠로스는 실제로 자기 가르침대로 살았기 때문에 그가 사는 동안 그와 정원 학교의 존재는 비교적 아테네에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에피쿠로스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가장 순수한 형태의 안정감은 다수에서 물러난 조용한 삶에서 오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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