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호기심이 왕성했던 수전 손택은 학교가끝나도 곧장 집으로 가는 법이 없었다. 동네 근처 사막에 난돌길을 따라 걸으며 땅에 떨어진 예쁜 돌을 주워 모으는 한편,
길을 잃거나 재난이 일어나 혼자 살아남는 상상도 했다.
길 주변의 사물과 풍경에 호기심을 느끼는 습관은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이어졌다. 이제 여기서 말하는 길이란 ‘도로‘가 아니라 자기를 만들어가며 사는 일을 뜻한다. 그녀는 뛰어난 재능과 노력으로 이 길가에 흩어진 호기심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기만의 철학으로 발전시켰다. <사진에 관하여》,
《타인의 고통》 같은 사진과 문화에 관한 비평에서부터 영화와다큐멘터리 작업에 이르기까지 수전 손택은 살아가면서 만난역사적 현상과 사회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작품으로 승화해냈다.

그녀가 마냥 유행만을 따라간 것은 아니다. 호기심을 통해 알게 된 새로운 앎의 영역을 언제나 아는 상태 그대로 남겨놓지 않고 비판적인 자세로 의심했다. 1966년에 출판된 <해석에 반대한다》는 이런 모습을 아주 잘 보여준다. 어떤 대상을 일부러 해석하지 않고 드러난 그대로 바라보는 마음이야말로 큰 목소리로 내지르는 오해와 편견이 진실인 마냥고개를 내미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훌륭한 해석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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