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
필리프 J. 뒤부아 외 지음, 맹슬기 옮김 / 다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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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새들의 삶에는 우리 인간의 삶과 마찬가지로 크고 작은 소멸과 재생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털갈이가 바로 그 예다. 원래 있던 깃털이 빠지는 이유는 더 아름답고 튼튼한 깃털을 얻기 위해서다. 새들은 이렇게 해마다 자신을 새롭게 하는 법을 배운다. 그 과정이 아무리 힘들지라도 재생을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라는 걸 알고 있다.

재생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 안에서 무언가가 소멸하도록 놔둘 줄 알아야 한다. 새들처럼 말이다. 낡은 깃털을 건강하게 빛나는 새 깃털로 바꾸기 위해 새들은 소멸을 받아들인다. 사실 털갈이는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완벽한 깃털 없이 새는 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인간도 마찬가지다. 털갈이처럼 과거의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오는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우리는 발전할 수 없다.

Eclipse4라고 부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빈 시간을 가리키는 멋진 표현이다. 새들은 소중한 깃털이 새로 자라나기를 기다릴 뿐이다. 신중한 태도로, 자신의 나약함을 인식하며, 고요를 흐트러뜨릴 수 있는 움직임은 자제하며, 그렇게 새는 기다린다. 인내한다. 재생이 일어나고 마침내 힘과 아름다움을 되찾을 때까지.

우리에게도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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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과 삼손의 위기는 긍정적인 ‘멈춤‘입니다. 그 멈춤은 이탈리아어로 ‘베네세레 benessere‘라고 하는 세속적인생각, 자기중심적인 자기만족으로부터 우리를 끌어내기때문입니다. 방종한 삶은 불임의 원인입니다. 오늘날 많은 서구 국가가 겪고 있는 인구통계학적 위기는 이기적인행복에 만족하는 문화의 결과입니다. 베네세레‘의 사전적의미는 ‘안녕‘으로, 바람직한 단어처럼 들리는데, 이 단어가 우리가 어떻게든 벗어나야 할 상태를 뜻하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유에 대한 깨달음이 우리가 솔로몬과 삼손의 운명에서 얻을 수 있는 주된 교훈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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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
필리프 J. 뒤부아 외 지음, 맹슬기 옮김 / 다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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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로 바뀌면서 도시는 한결 조용해지고 그제야 사람들은 새소리를 듣게 된다. 그리고 새가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광고는 짧은 영상으로 도시의 소음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었다. 그런데 나는 지금이 되어서야 도시의, 그리고 외부의 모든 소음보다도 내 머릿속에서 쉼 없이 부대끼는 온갖 생각이 더 큰 소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거리에서 새소리를 듣지 못한 진짜 이유는, 그리고 봄날 아침마다 나를 깨우던 새끼 새들의 울음소리를 단 한 번도 기분 좋게 듣지 못한 이유는, 나를 꽉 채우고 있는 마음속 소음 때문이라는 것을.

우습게도 그동안 주변에 그렇게 많은 새가 있는지조차 몰랐다. 그리고 어느 날은 새소리가 뚜렷하게 들려왔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새의 존재를 생생히 느낄 때마다 바깥으로만 뻗어나가던 마음과 수많은 생각이 순간 정지하더니, 초점이 내면으로 향하는 느낌이 들었다. 고요함이 찾아들었다. 그리고 아무런 목적 없이 저 새를 바라보는 지금 이 순간, 새도 그리고 나도 그저 이렇게 더할 나위 없이 가장 완전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는 명상이 시작되었다. 이 책의 작가들이 강조한, "새는 언제나 현재를 산다"는 교훈을 경험으로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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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이른 아침마다 책을 읽는다. 최선을 다해 사수하는 매일의 피크닉이다. 본격 근무가 시작되기 전에 이일과를 누려야 하루를 좋은 마음으로 보낼 수 있다. 좋은마음이란 내게 부과된 업무량에 괜히 억울함을 품지 않는상태다. 쉬지 않고 일을 하면 나는 고마움을 모르는 인간이 된다. 그때의 내 모습은 정말 최악이다. 그러므로 눈 뜨자마자 소풍 가는 기분으로 책이랑 노트를 챙겨서 집을 나선다. 머리는 안 감는다. 동행자는 없다. 걸어서 삼십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곳으로 간다.

예술의 핵심은 하나뿐인 이야기를 내어놓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그러지 않으려 싸우겠다는의지를 내보이는 데 있다"고, 맥스웰은 만나보지 못한 등장인물이 되어서 그의 시선으로 본 세계를 상상한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이 인물에서 저 인물로, 저 인물에서 이 개로, 이 개에서 저 양으로, 저 양에서 이 밭으로 시선을 옮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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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상실을 마주한 채로 고통받는 감정이야. 반면 애도는 슬픔을 끝내기 위한 작업이야. 언뜻 비슷한 과정처럼 보이지만, 사실 애도는 슬픔의 지속이 아니라 슬픔의 종결을 위한 작업이라고 해. 상실한 사람들이 섣부른 애도를 거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 슬픔의봉합을 거부하기 때문이야. 슬픔의 보존을 요구하기 때문이야. 이 책 『속지 않는 자들이 방황한다』에서 옮겨 적어볼게.
이제야 우리는 그들이 슬퍼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이유를 알게 된다. (…) 그것은 세계의 균열이었던 그 상실을 봉합할 정당한 언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래의 정의가 무엇인지 다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하나는 확실해. 비슷하게 끔찍한 일이 반복되지 않는 거야.
그러려면 이 사회의 무수한 재난들을 유심히 들여다봐야하잖아. 정혜윤 피디님이 들려주었던 말 기억해? 나쁜 일이 또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다는 말. 내가 겪은 이 나쁜 일을 당신은 부디 겪지 말라고 알려주는 게 바로 연대라는말. 그 말이 얼마나 절실했는지도 말이야. 알아들을 수 있었어. 너도 마찬가지일 거야. 너는 깨진 유리조각이 담긴쓰레기봉투조차 조심해서 버리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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