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수록,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문지 에크리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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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들이 되돌아오기로 예고된 새벽까지 도청 옆 YWCA에 남아있다 살해되었던, 수줍은 성격의 조용한 사람이었다는 박용준은 마지막 밤에 이렇게 썼다. "하느님, 왜 저에게는양심이 있어 이렇게 저를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것입니까? 저는 살고 싶습니다."
그 문장들을 읽은 순간, 이 소설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벼락처럼 알게 되었다. 두 개의 질문을 이렇게 거꾸로 뒤집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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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토르 - 길 위의 인간, 철학자 사제의 산티아고 순례기
김용해 지음 / 생활성서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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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정상에서 만난 그 청년은 "바스크이 어디서 왔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디로 갈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대화를 마무리하였던 것을 기억한다. 나는 순간 그가 참 영성적인 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피레네산맥을 내려오며 곰곰이생각했다. ‘그렇다. 무엇을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가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내안의 세속적 욕망을 깊이 바라보게 되었고, 이미 자신의 안위만을 우선시하는 자아를 버렸다고 생각했으나여전히 미적거리고 있는 거짓 자아가 어른거렸다. 거짓 자아를 지탱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 흔적도 일기장엔 고스란히 새겨져 있었다. 삶의 공허감은 욕망에 가득 찬 거짓 자아와 이를 합리화하려는 에고Ego가 대치하다가 에고가 지치면 찾아오는 것이었다. 혼자 한참울었다. 눈물이 그치고 서서히 떠오르는 마음속의 질문은 화두가 되었다.

일어나자 간밤의 꿈이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꿈에서 나는 예수회의 어느 영성 신학자와 영적체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영적 체험을하게 되면 어떤 느낌, 어떤 변화가 있는가?"라고 질문했고, 그는 웃으면서 "기쁨이 넘치고, 더 관대해지는것 같다."라고 대답했다. 아마도 길 위에서, 그리고 어제도 내내 걸으며 우리 인생에서 ‘초월 체험‘이 무슨의미를 주는지를 물었기에 그런꿈을 꾸지 않았을까

그 꿈의 영향으로 그 질문을 더 깊게 숙고할 수 있었다. 그렇다. 깨달음을 얻고 자신의 생각을 극복하는
‘초월 체험‘을 했다고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도,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인간의힘만으로는 고통을 어찌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고통을 견디어 내는 동안 자기 자신의 한계, 인생에 관한새로운 발견, 혹은 의미가 갑자기 주어질 뿐이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삶이 변화하면, 조금 더 관조적으로고통을 직면할 수 있는 상태가 될 것이다.

우리 인간은 초월을 체험하지만, 여전히 나약한 존재일 뿐이다. 우리가 스스로 가치를 만들고, 스스로가치의 기준이 될 수도 없다. 사르트르와 같은 실존주의자는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되고 실존 안에서 자신이 기준이 되어 자유를 쟁취하는 것이라 한다. 그러나나를 구성하는 요소와 주위의 환경은 내가 상호 소통하고 상호 작용해야 하는 지향점이지 내 자유 행사의 대상으로만 볼 수 없음은 명백하지 않는가.

나에게 종교는 본래의 자리, 자기의 고유한 자신자기가 가야 할 궁극, 하느님께 가는 길을 걷는 것이고,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고유한 하나의 길이라면 이것이 곧 영성이다. 영성은 길이고 방식이며 그 과정을안내하는 내적 체험이다. 종교와 영성은 역사와 문화를 삶으로 살아가는 공동체의 지지와 연대를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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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탐구하고 가르칠수 있는건 그리 많지는 않으나,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이다. 말하자면, 가까운이웃과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 크고 작은 사물들에가치를 부여하는 방식, 삶의 균형을, 삶에서 사랑의 자리라든가, 그 힘과 리듬을, 또한 죽음의 자리를 찾는 그 방식, 그밖에 다른 일들, 냉혹함, 연민, 슬픔, 아이러니, 유머 등, 필요하지만 어려운 일들을 생각하거나 생각하지않는 그 방식 등 -이탈로 칼비노 ‘사자의 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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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쓸모 - 21세기 프랑스 대표적 지성의 문학을 대하는 현대적 방식
앙투안 콩파뇽 지음, 김병욱 옮김 / 뮤진트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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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이성에 무관심한 채 그저 자기 몸매만 가꾸는 예술이라면 소멸해버릴 위험성이 있다. 보들레르가 1852년1월 <세속의 학교>라는 글에서 주장하는 바가 바로 그거다. "머지않아 사람들은 과학과 철학 사이에서 형제처럼걷길 거부하는 모든 문학은 살인하는 문학이요 자살하는문학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보들레르는 세기 속의 문학을, 세기에 굴종하거나 세기에 봉사하는 문학이 아니라세기 속에 현전하는 문학을 지지했다.

프루스트는 문학을 다른 삶, 삶 밖의 삶, 세계 밖의 삶으로 만든다. 활동적인 삶과 명상적인 삶을 나눈 고대와 기독교적 구분의 현대식 버전이랄까. 그가 말하는 명상적인삶이란 곧 품격 있는 여가otium cum dignitate, 키케로나 몽테뉴의 은퇴 생활, ‘자발적 평온‘, 공부하는 여가요, 몽테뉴의 친구 라보에시가 말한 ‘자발적 예속‘ 같은 것이다.

현대는 활동적인 삶과 명상적인 삶의 서열을 뒤집었다. 예전엔 오티움orium의 반대인 네고티움negotium이 자아 상실을의미했으나, 이제는 개신교의 부상과 관련지을 수 있는추세에 따라(이는 바로 막스 베버의 1904년 저술 <기독교 윤리와자본주의 정신>이 주는 교훈이다) 비즈니스négoce10)가 자아실현의 장, 존재 성취의 장 자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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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쓸모 - 21세기 프랑스 대표적 지성의 문학을 대하는 현대적 방식
앙투안 콩파뇽 지음, 김병욱 옮김 / 뮤진트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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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활자의 비중이 작아지는 시대, 흥미롭게 읽고 여러모로 머물게 한 책이다. 책은 돈이 되는가? 쓸모에 관하여,…..
문학은 삶의 해답을 주지 않지만 질문을 계속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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