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인터넷의 발명으로 책 1권의 가격이 1만 원에서 0원으로까지 떨어지자, 모든 사람이 무료로 양질의교육을 받고, 과학이 대중화되며, 사회가 투명해질 것이라는 예측들이 난무했습니다. 그러나 수십 년이 지나 우리가 온라인에서 경험하는 것은 명백한 진실들이 아니라온갖 필터 버블filter bubble과 다중 현실이지요.

필터 버블이란, 인터넷 서비스 생산자가 이용자의 선호도에 맞추어 이용자에게 정보를 선별적인 제공함에 따라 이용자가 스스로 선호하는 정보에 갇히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거품은 인간의 본성을 잘 반영하고 있지요.

우리의 경험은 각각 하나의 장소, 하나의 시간에만 국한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아날로그 현실에서 우리가 가질수 있는 모든 경험은 우리 자신이 자리한 곳에서만, 특히우리 몸이 위치한 곳에서만 가능했습니다.

늦은 시기에 고향으로부터 벗어나면 우리의 뇌는 불편함을 느낍니다. 예를들어, 40대나 50대가 되어 미국으로 이주하는 많은 이들은 미국 사회와 문화를 편안하게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뇌가 기대하는 현실과 경험하는현실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뇌는 손쉽게 도피를 선택하는데,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노래를 듣고, 한국 친구들과 즐겁게 노니며 소비할 수 있는) 한인타운이 형성되고 유지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뇌의 메커니즘과 관련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뇌는 가능하기만 하다면 편한 곳에 머물며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Z 세대의 고향은 아날로그 현실이 아닌 디지털 현실, 즉 인터넷입니다. 다시말해, Z세대의 뇌는 인터넷에 최적화되어 있기에, 지금 한국에서 자라나고 있는Z세대 그리고 그 이후의 알파 세대의 진정한 ‘고향‘은 대한민국이 아닌 인터넷이라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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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도 꽃을 보지 않는다. 진정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너무 작아서다. 그리고 우리는 늘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꽃을 볼시간이 없다. (…) 그래서 나는 다짐한다. 내 눈에 보이는 걸 그리련다. 그 꽃이 나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그리련다. 엄청나게 크게그려 그 꽃 한 송이를 보는 데만 오랜 시간이 걸리면 모두가 놀랄것이다.
미국 화가 조지아 오키프의 말이다. 리베카 솔닛은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창비, 2021)에 인용하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크기를 바꾸면 원형이 붕괴되면서 눈과 마음이 깨어난다고.
나는 인터뷰가 사람의 크기를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혹은 너무 멀거나 너무 가까워서 사람을 보지 못한다. 세상이 축소해서 못 보고 지나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좋은인터뷰는 안 보이던 사람을 보이게 하고 잘 보이던 사람을 낯설게하는 것 같다. 인터뷰이로 어떤 대상을 택하고 어느 부분을 어떻게도드라지게 할 것인가, 이것은 전적으로 인터뷰어의 세계관과 미학에 따른다.
나는 이런 사람을 크게 그리고 싶었다. 모두가 쳐다보는 아름다운 사람이 아니라 아름다운 삶이 무엇인지 사유를 자극하는 사람들.

좋은 이야기는 존재의 숨통을 틔워준다. 내가 보고 듣고 겪는 이야기가 나의 세계를 이루기 때문이다. 주위에 성형수술과 다이어트 광고가 난무하면 자신도 모르게 자기 몸의 견적을 내게 된다. 곁에 성소수자 친구가 있는데 동성애 혐오를 외치기는 어렵다.공무원만큼 활동가도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은 사회에서 아이들은 더 자유롭게 본성대로 클 것이다.

이야기는 힘이 세서 견고한 관념을 부순다. 내가 듣는 이야기는 내 감각과 정신의 속성을 천천히 바꾼다. 살아가면서 참조할 수있는 사람 이야기가 많아야, 삶에 대한 질문을 비축해두어야 내가덜 불행하고 남을 덜 괴롭히게 된다는 것을 나는 경험했다. 내가 진행하는 글쓰기 수업에서도 인터뷰를 꼭 과제로 내어주는 이유다.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정해진 시간에 집중해서 듣는 일보다 더 좋은 글쓰기 공부를,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것보다 더 깊은 쾌락을 나는 모른다. 지배는 단절과 분열의 문화 속에서 가장 잘 기능한다는 말이 있듯이 ‘연결‘은 억압을 벗어나고 해방에 이르는 시작이자 원리다.

"저는 누가 광장에서 운다는 건다른 사람을 위해서 우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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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기만 한 어른이 되기 싫어서 - 난치병을 딛고 톨킨의 번역가가 된 박현묵 이야기
강인식 지음 / 원더박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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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김 교수가 똑같이 감탄한 것이 있다. 그것은 현묵의 긍정적 사고 그리고 놀라울 정도의 단순함, 바로 낙천성이었다. 인간이 가장 스트레스받는 경우를 실험을 통해 측정한 연구가 있었다. 결과는 바로‘망설일 때‘였다. 망설이면서 선택하지 못하고 결국 행동하지못하는 경우. 이것이 인간이 직면한 가장 큰 스트레스 상황이라는 설명이었다. 철학자 A. N. 화이트헤드는 "인간은 생각보다 행동이 앞설 때 진보했다"고 말했다. 현묵은 내가 지금껏 만난 사람 중 가장 단순했으며, 망설이는 시간이 적었고,
빠르게 행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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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기만 한 어른이 되기 싫어서 - 난치병을 딛고 톨킨의 번역가가 된 박현묵 이야기
강인식 지음 / 원더박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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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인터넷에서 라틴어 사전과 에스페란토 사전을 통해 에스페란토의 이 낱말들은 라틴어에서 같은숫자를 뜻하는 septem, octo, novem, decem에서 유래했으며, 오늘날 영어에서 9, 10, 11, 12월을 뜻하는 말도 동일한 어휘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9, 10, 11, 12월을 뜻하는 말이 왜 7, 8, 9, 10을 뜻하는 말에서 유래했는지가 궁금해져 영어 월 이름의 유래도 알아봤습니다. 그 결과고대 로마의 달력에서 7, 8, 9, 10번째 달에 붙였던 이름이 책력이 바뀌면서 순번이 뒤로 밀려나 9, 10, 11, 12번째 달이 되었고, 그것이 오늘날 September부터 December까지의 뿌리가 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이러한 기초적인 영단어에도 파고들면 역사적 맥락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었고, 나아가 다른 영단어들의 기원에도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Thursday가
‘토르의 날‘이라는 뜻의 고대 영어에서 유래했다는 점이나,
Villain이 ‘농노’를 뜻하는 고대 프랑스어에서 유래했으며 이는 오늘날 영어의 Village와 같은 조상을 가진 단어라는 점등이었습니다.

자연스레 한국어 표현력과 어휘력에 대한 고민이뒤따랐습니다. 소설이나 글을 볼 때도 문장을 주의 깊게 보면서 어휘, 문체, 표현을 습득하고자 하고, 평소에 말을 할 때도좋은 표현이 생각날 때마다 이를 의식적으로 기억해 두었다가 활용했습니다. 자연이나 풍경을 묘사할 때 쓰인 다채로운어휘를 표현하기 위해 사전을 찾아보면서 한 가지 대상에 대해서도 표현할 수 있는 여러 어휘를 메모해 두곤 했습니다. 가령 강을 표현할 때만 해도 시내, 물줄기, 강물, 개울 등으로 어휘의 폭을 넓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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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사피엔스 - 또 하나의 현실, 두 개의 삶, 디지털 대항해시대의 인류
김대식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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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왜곡하는 우리 뇌 안의 강력한 알고리즘 중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내 것을 더 좋아하라!‘ 심지어 우리는 우리 것이라고 상상하기만 해도 대상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꽤나 기괴하지 않은가요?
이 점을 염두에 두면, 넷플릭스Netflix와 같은 OTTover-the-top 서비스들이 왜 사용자에게 첫 달을 무료로 이용하게해주는지 그 이유가 드러나지요. 한 달 가까이 서비스를무료로 이용하다 보면, 사용자는 해당 서비스가 자기 것이라고 착각하며 원래 내고자 했던 가격보다 흔쾌히 30퍼센트 정도 더 많이 내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현실을 해석하는 우리뇌 안의 강력한 알고리즘, 바로 편 가르기 때문입니다. 자기 편과 남의 편으로 가르는 편 가르기는 뇌과학적으로인간이 지닌 일종의 착시인데, 이는 우리 스스로 자신의믿음을 가장 주의해야 하는 이유가 됩니다. 편가르기의극단적인 형태는 자신와 그 밖의 이들을 가르는 것일 텐데, 이는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는 한편 자신의 생각이 지닌오류는 보지 못하도록 만들기 때문이지요. 자신의 믿음이틀리더라도, 편 가르기와 그에 따른 현실의 왜곡이 이를인식하기 매우 어렵게 만드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의 경험과 무관한 실제 세상이 존재할 것입니다. 우리 바깥에 무언가는 있겠지요. 그러나 뇌는 우리바깥의 실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유전,
교육, 환경 등 다양한 요인들을 기반으로 재구성해 받아들입니다. 크다, 작다, 좋다, 나쁘다, 내 편, 네 편과 같은거시적인 결론을 먼저 내리고, 그에 따라 디테일을 만들어 내지요. 다시 말해,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세상이 아니라 뇌가 구성한 현실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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