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구도 꽃을 보지 않는다. 진정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너무 작아서다. 그리고 우리는 늘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꽃을 볼시간이 없다. (…) 그래서 나는 다짐한다. 내 눈에 보이는 걸 그리련다. 그 꽃이 나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그리련다. 엄청나게 크게그려 그 꽃 한 송이를 보는 데만 오랜 시간이 걸리면 모두가 놀랄것이다.
미국 화가 조지아 오키프의 말이다. 리베카 솔닛은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창비, 2021)에 인용하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크기를 바꾸면 원형이 붕괴되면서 눈과 마음이 깨어난다고.
나는 인터뷰가 사람의 크기를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혹은 너무 멀거나 너무 가까워서 사람을 보지 못한다. 세상이 축소해서 못 보고 지나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좋은인터뷰는 안 보이던 사람을 보이게 하고 잘 보이던 사람을 낯설게하는 것 같다. 인터뷰이로 어떤 대상을 택하고 어느 부분을 어떻게도드라지게 할 것인가, 이것은 전적으로 인터뷰어의 세계관과 미학에 따른다.
나는 이런 사람을 크게 그리고 싶었다. 모두가 쳐다보는 아름다운 사람이 아니라 아름다운 삶이 무엇인지 사유를 자극하는 사람들.

좋은 이야기는 존재의 숨통을 틔워준다. 내가 보고 듣고 겪는 이야기가 나의 세계를 이루기 때문이다. 주위에 성형수술과 다이어트 광고가 난무하면 자신도 모르게 자기 몸의 견적을 내게 된다. 곁에 성소수자 친구가 있는데 동성애 혐오를 외치기는 어렵다.공무원만큼 활동가도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은 사회에서 아이들은 더 자유롭게 본성대로 클 것이다.

이야기는 힘이 세서 견고한 관념을 부순다. 내가 듣는 이야기는 내 감각과 정신의 속성을 천천히 바꾼다. 살아가면서 참조할 수있는 사람 이야기가 많아야, 삶에 대한 질문을 비축해두어야 내가덜 불행하고 남을 덜 괴롭히게 된다는 것을 나는 경험했다. 내가 진행하는 글쓰기 수업에서도 인터뷰를 꼭 과제로 내어주는 이유다.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정해진 시간에 집중해서 듣는 일보다 더 좋은 글쓰기 공부를,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것보다 더 깊은 쾌락을 나는 모른다. 지배는 단절과 분열의 문화 속에서 가장 잘 기능한다는 말이 있듯이 ‘연결‘은 억압을 벗어나고 해방에 이르는 시작이자 원리다.

"저는 누가 광장에서 운다는 건다른 사람을 위해서 우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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