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물이 이끼에게, 너같이 더러운 이끼가 왜 내 안에서 피어났느냐고 물었대, 이끼가 시냇물에게 뭐라고 했는지 알아?"
피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끼가 시냇물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거야. 시냇물 네가 더러우니까 내가 필 수 있었던 거야. 이끼는 더러운 물에서만 살 수 있거든……….’ 시냇물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거지. 그와 마찬가지야. 더러운 물에서 이끼가 피어나는 것처럼, 우리들도 세상의 모습을 닮아갈 수밖에 없거든. 세상이 가면을 쓰고 있으니까 우리에게도 어쩔 수 없이 가면이 필요한 거야. 가면이 없으면 마음을 감출 곳이 없으니까. 가면이 없으면 우리 안의 짐승을 감출 곳이 없으니까
이젠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니?"
피터는 가만가만 고개를 끄덕였다.
피터는 집으로 가는 내내 몹시 혼란스러웠다. 우리의 이중성이 없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불편해질지도 모른다는 표범나비의 말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욕망이나 이중성을 함부로 깔보지 말라는 표범나비의 말이 피터 자신을 위로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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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을 전체라고 믿고 있는 너희들만의 진리가 늘 문제야.
너희들은 진리나고정관념이라는 성을 쌓고 살아가는데, 그 성은 너무도 견고해 누구도 들어갈수 없지만, 문제는 그 성 밖으로 너희들도 빠져나올 수 없다는 거야. 너만의 진리나 고정관념을 버리면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을 거야. 네가 꽃을 바라보는방식으로 꽃이 너를 바라본다고 생각하지 마. 꽃은 꽃의 방식으로 너를 바라볼뿐이니까.

"피터야, 나는 가을이 오면 도토리가 많아서 행복해. 숲속에서 도토리를 주워 먹다가 배가 부르면 나중에 먹으려고 도토리를 땅속에 감춰두기도 하는데,감춰둔 곳을 까맣게 잊어버릴 때도 있어. 친구들은 그런 나를 보고 먹지도 못할 도토리를 땅속에 감추느라 쓸데없이 고생만 한다고 놀리기도 하지만, 나는 그것이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왜냐하면 땅속에 감춰둔 도토리가 싹을 틔우고 세월이 지나 커다란 도토리나무가 되면 훗날 내 새끼의 새끼들이 먹고 살아갈 도토리가 열릴 테니까………. 우리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들 중엔 무의미하게 끝나는 일이 얼마든지 있잖아. 우리에게 당장은 무의미한일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흘러 매우 중요한 의미가 되는 일도 얼마든지 있고, 우리가 진심을 다하고 있다면, 당장은 무의미해 보이는 일이라 해도 언젠가는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을 거야. 진심을 다하고 있다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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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몸엔 왜 그렇게 가시가 많니?"
"내 몸의 가시는 나를 지키기 위한 거야."
너는 네 모습이 마음에 드니?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너의 기준으로 나를 바라보지 마. 나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어. 언제나 그런건 아니지만…."
고슴도치는 말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고슴도치가 피터에게 물었다.
기린은 키가 크다‘와 ‘기린은 키가 작다‘ 중 어느 말이 맞는 것 같니?"
"기린은 키가 크다‘가 맞잖아. 기린은 숲 속에서 제일로 키가 크니까."
피터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거 너의 생각일 뿐이야. ‘기린은 키가 크다‘고 말하면 숲 속 동물들이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기린은 키가 작다고 말하면 나무들이 고개를 끄덕일 거야.
너의 생각을 지나치게 확신하지 마."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고슴도치가 말을 이었다.
"나도 가끔은 내 모습이 싫어. 내 몸의 가시를 바라보며 비웃는 친구들도 있으니까……. 내 모습 때문에 마음 아플 때도 있지만 나는 아픔을 냉정하게 바라보려고 해, 세상의 무관심과 비웃음까지 견뎌낼 수 있을 때 나 자신과 정직하게대면할 수 있을 테니까………. 사랑받을 만한 조건은 없지만 사랑받을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들이 세상엔 얼마든지 있어."

키 크 나무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피터가 나무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나무야, 나도 너처럼 키 큰 나무가 되고 싶어."
"왜 키 큰 나무가 되고 싶은데?"
"높이를 갖고 싶으니까."
"높이를 갖고 싶은 이유가 뭔데?"
높이를 가지면 많은 것을 볼 수 있잖아."
"꼭 그렇진 않아. 높이 때문에 볼 수 없는 것들도 너무나 많으니까."
"높이 때문에 볼 수 없는 것들도 많다고?"
피터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고개를 가웃거리는 피터를 바라보며 키 큰 나무가 말했다.
"높은 곳보다 낮은 곳에서 더 많은 걸 볼 수 있을지도 몰라. 네가 진정으로 높이를 갖고 싶다면 깊이에 대해 먼저 고민해야 돼. 깊이를 가지면 높이는 저절로만들어지는 거니까. 하늘로 행군하기 위해서 나무들은 맨손 맨발로 어두운 땅속을 뚫어야 하거든. 깊이가 없는 높이는 높이가 아니야. 깊이가 없는 높이는 바람에 금세 쓰러지니까."
"깊이를 가지면 높이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거라고 했지? 그게 무슨 말인지잘 모르겠어."

"높이를 갖고 싶다고 모두들 높은 곳만 기웃거리는데 헛수고일 뿐이야. 아까도 말했지만 높이를 가지려면 먼저 깊이를 고민해야 돼. 깊이를 가지려면 여러 번 실패할 수도 있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 우리가 배우는 것들의 대부분은 실패를 통해 배우는 거니까……. 높이 때문에 진실을 잃는 자들도 많아.
높이는 겸손을 잃게 만들고, 겸손을 잃었다는 것은 진실을 잃었다는 것과 같은뜻이니까."
"높이 때문에 진실을 잃는다고?"
피터가 묻는 말에 키 큰 나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키 큰 나무가 말했다.
"높이는 행복을 주기도 하지만 행복만큼의 절망도 각오해야 돼. 높은 곳은 언제나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때문에 절망할 수밖에 없는 거지. 그렇다고 높이의절망을 깔보지 마. 높이의 절망 또한 높이를 이끌고 가는 힘이니까."
"깊이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줘."
피터가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깊이를 갖는다는 건, 꽃을 피울 수 있는 당장의 씨앗을 열망하지 않고, 씨앗을 품을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놓는 거야. 토양만 있다면 꽃은 언제든지 피어날 수 있거든....

"내 아픔을 들어줄 친한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
"너의 이픔을 들어줄 친구도 위로가 되겠지만, 진심을 다해 너의 문제를 짚어주고 대를 돌아볼 수 있는 질문을 던져주는 친구도 위로가 될 수 있을 거야."
키 큰, 무가 겸연쩍게 웃으며 말했다.
모에 서 인정받는 자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피터가 출출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반대일지도 몰라. 산에 오르면 더 높은 산이 보일 테니까……. 가진 게 많을수록 많은 것을 지배할 것 같지만, 가진 게 많을수록 많이 지배당하거든. 그래서 높은 것과 큰 것과 아름다운 것들은 언제나 위태로워. 공작새는 아름다운 날개 때문에 평생을 철장 속에 갇혀 지내야 하거든."
키 큰 나무가 말했다.
"다른 것과 비교하지 않으려 해도 잘 되지 않을 땐 어떡하지?"
당당하게 비교해도 좋을 것 같거든, 상대를 질투하는 대신 진심으로 그를 인정하고 그로부터 배울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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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스코틀랜드 축제일인 번스 나이트다. 해기스와 으깬 감자, 백파이프, 위스키,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 생일을 맞은 로버트 ‘래비‘ 번스의시를 위한 날이다. 베토벤, 슈만, 멘델스존, 라벨, 쇼스타코비치 같은 거장을 비롯한 여러 작곡가가 번스의 시에 곡을 붙였다. 나는 ‘붉은 장미‘라는제목의 민요를 특히 좋아한다.
오, 나의 사랑은 한 송이 붉은 장미와 같아,
6월에 갓 피어난 장미.
오. 나의 사랑은 노래와도 같아,
곡조에 맞춰 감미롭게 불리는 노래.

번스는 이 곡을 "시골에서 우연히 들은 소박한 옛 스코틀랜드 노래"라고 묘사했다. 그의 설명답게 이 곡은 단순하면서도 감동적이며 어떤 그리움을 자아낸다. 이 곡은 음악사에서도 나름의 임무를 수행했다. 밥 딜런은 가장 큰 창조적 영감의 원천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이 노래의 가사가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대답했다.

사티는 음악계에서 진정으로 독창적인 인물(6월 1일, 7월 1일, 9월 3일)이며, 역설과 모순이 가득한 인생을 살았다. 화려한 무대 위의 모습과 달리 그는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았다. 밖에서는 실크와 벨벳으로 만든 멋들어진 옷을 즐겨 입었지만 집은 늘 엉망진창이었다. 학창 시절 교수들에게 ‘음악원에서 가장 게으른 학생‘이라고 비웃음을 받았지만, 20세기 가장 화려하고 독창적이며 잊지 못할 음악을 작곡했다.
1925년에 사티가 세상을 떠나고 몇 년 후, 친구들은 파리 외곽 아르쾨유의 루 코시 22번지에 있는 그의 비좁은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사티가 27년 동안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던 곳이었다. 엉망진창이던 그 집에서 친구들이 발견한 것들은, 위아래로 포개져 있는 그랜드 피아노 두 대, 벨벳 양복 일곱 벌, 우산 여러 개, 의자, 테이블, 사티의 뮤즈이자 연인이고 이웃이었던 수잔 발라동에게 쓴 연애편지 뭉치였다. 편지보내지 않은 채였다. 카츠셔닌은 이 편지에 영감을 받아 스물여섯 곡의 이교한 피아노 소품 모음곡을 작곡했다. 각 곡은 사티의 독특한 예술과 사이과 인생을 반영하고 있다.

별 보람 없는 일을 하며 남몰래 위대한 예술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희망을 주는 이야기 한 토막.
이는 태어난 필립 글래스는 오랫동안 뉴욕에서 택시 기사와 배관공으로 일하다가, 뒤늦게 일을 그만두고 음악에 전념했다. 이후 그는 모든자리의 경계를 뛰어넘는 창조적이고 영향력 있는 예술가가 되었고, 음악분야에서 ‘미니멀리즘‘의 창시자로 인정받았다(하지만 항상 그는 미니멀리즈이라는 용어 대신 ‘반복 구조 음악‘ 이라는 표현을 선호했다). 그와 함께 작업한예술가 중에는 불멸의 팝 스타 데이비드 보위, 미래 지향적인 인도 전통음악가 라비 샹카르,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작가 앨런 긴즈버그 등이 있다. 글래스는 놀랍도록 많은 작품을 남겼다. 장대한 교향곡, 선구적인 현악 사중주, 획기적인 기악곡을 비롯해 열다섯 편이상의 오페라와 〈트루먼 쇼>, <디 아워스〉, 〈노트 온 스캔들> 등 50여 편의 영화 음악을 작곡했다. 그의 영향력은 클래식부터 록, 팝, 영화, 비디오게임 사운드트랙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늘 듣는 이 사랑스러운 곡은 ‘에코‘, 즉 메아리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제목의 작품으로, 1994년 겨울 바이올리니스트 에드나 미첼과 예후디 메뉴인을 위해 작곡한 곡이다. 곡의 기반은 샤콘(5월 16일, 7월 27일, 7월28일)이라는 오래된 바로크 형식이다. 글래스에 따르면, ‘에코러스‘는 "연민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평온과 평화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여러분의 삶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내게는 평온과 평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이 곡을 들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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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상은 기본적으로 기존의 관념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 키는 것이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개념적 인식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는 것이어야 한다.(강의, 4601)

쇠귀에게 사상이란 현실에 대한 압축적 인식이다. 인간의 현실 인식 자체가 자신의 사유 작용이라는 점에서 사상은 현실의 산물이다. 한 시대의 지배적 사상도 그 시대 상황의 산물일 수밖에 없다. 인간이 제대로 된 사상을 갖기 어려운 이유는 사상 자체가 난해해서가 아니라 그 사상이라는 것이 생활 속에서 실천됨으로써 비로소 완성된다는 사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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