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몸엔 왜 그렇게 가시가 많니?" "내 몸의 가시는 나를 지키기 위한 거야." 너는 네 모습이 마음에 드니?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너의 기준으로 나를 바라보지 마. 나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어. 언제나 그런건 아니지만…." 고슴도치는 말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고슴도치가 피터에게 물었다. 기린은 키가 크다‘와 ‘기린은 키가 작다‘ 중 어느 말이 맞는 것 같니?" "기린은 키가 크다‘가 맞잖아. 기린은 숲 속에서 제일로 키가 크니까." 피터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거 너의 생각일 뿐이야. ‘기린은 키가 크다‘고 말하면 숲 속 동물들이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기린은 키가 작다고 말하면 나무들이 고개를 끄덕일 거야. 너의 생각을 지나치게 확신하지 마."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고슴도치가 말을 이었다. "나도 가끔은 내 모습이 싫어. 내 몸의 가시를 바라보며 비웃는 친구들도 있으니까……. 내 모습 때문에 마음 아플 때도 있지만 나는 아픔을 냉정하게 바라보려고 해, 세상의 무관심과 비웃음까지 견뎌낼 수 있을 때 나 자신과 정직하게대면할 수 있을 테니까………. 사랑받을 만한 조건은 없지만 사랑받을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들이 세상엔 얼마든지 있어."
키 크 나무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피터가 나무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나무야, 나도 너처럼 키 큰 나무가 되고 싶어." "왜 키 큰 나무가 되고 싶은데?" "높이를 갖고 싶으니까." "높이를 갖고 싶은 이유가 뭔데?" 높이를 가지면 많은 것을 볼 수 있잖아." "꼭 그렇진 않아. 높이 때문에 볼 수 없는 것들도 너무나 많으니까." "높이 때문에 볼 수 없는 것들도 많다고?" 피터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고개를 가웃거리는 피터를 바라보며 키 큰 나무가 말했다. "높은 곳보다 낮은 곳에서 더 많은 걸 볼 수 있을지도 몰라. 네가 진정으로 높이를 갖고 싶다면 깊이에 대해 먼저 고민해야 돼. 깊이를 가지면 높이는 저절로만들어지는 거니까. 하늘로 행군하기 위해서 나무들은 맨손 맨발로 어두운 땅속을 뚫어야 하거든. 깊이가 없는 높이는 높이가 아니야. 깊이가 없는 높이는 바람에 금세 쓰러지니까." "깊이를 가지면 높이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거라고 했지? 그게 무슨 말인지잘 모르겠어."
"높이를 갖고 싶다고 모두들 높은 곳만 기웃거리는데 헛수고일 뿐이야. 아까도 말했지만 높이를 가지려면 먼저 깊이를 고민해야 돼. 깊이를 가지려면 여러 번 실패할 수도 있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 우리가 배우는 것들의 대부분은 실패를 통해 배우는 거니까……. 높이 때문에 진실을 잃는 자들도 많아. 높이는 겸손을 잃게 만들고, 겸손을 잃었다는 것은 진실을 잃었다는 것과 같은뜻이니까." "높이 때문에 진실을 잃는다고?" 피터가 묻는 말에 키 큰 나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키 큰 나무가 말했다. "높이는 행복을 주기도 하지만 행복만큼의 절망도 각오해야 돼. 높은 곳은 언제나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때문에 절망할 수밖에 없는 거지. 그렇다고 높이의절망을 깔보지 마. 높이의 절망 또한 높이를 이끌고 가는 힘이니까." "깊이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줘." 피터가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깊이를 갖는다는 건, 꽃을 피울 수 있는 당장의 씨앗을 열망하지 않고, 씨앗을 품을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놓는 거야. 토양만 있다면 꽃은 언제든지 피어날 수 있거든....
"내 아픔을 들어줄 친한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 "너의 이픔을 들어줄 친구도 위로가 되겠지만, 진심을 다해 너의 문제를 짚어주고 대를 돌아볼 수 있는 질문을 던져주는 친구도 위로가 될 수 있을 거야." 키 큰, 무가 겸연쩍게 웃으며 말했다. 모에 서 인정받는 자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피터가 출출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반대일지도 몰라. 산에 오르면 더 높은 산이 보일 테니까……. 가진 게 많을수록 많은 것을 지배할 것 같지만, 가진 게 많을수록 많이 지배당하거든. 그래서 높은 것과 큰 것과 아름다운 것들은 언제나 위태로워. 공작새는 아름다운 날개 때문에 평생을 철장 속에 갇혀 지내야 하거든." 키 큰 나무가 말했다. "다른 것과 비교하지 않으려 해도 잘 되지 않을 땐 어떡하지?" 당당하게 비교해도 좋을 것 같거든, 상대를 질투하는 대신 진심으로 그를 인정하고 그로부터 배울 수도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