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물이 이끼에게, 너같이 더러운 이끼가 왜 내 안에서 피어났느냐고 물었대, 이끼가 시냇물에게 뭐라고 했는지 알아?"
피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끼가 시냇물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거야. 시냇물 네가 더러우니까 내가 필 수 있었던 거야. 이끼는 더러운 물에서만 살 수 있거든……….’ 시냇물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거지. 그와 마찬가지야. 더러운 물에서 이끼가 피어나는 것처럼, 우리들도 세상의 모습을 닮아갈 수밖에 없거든. 세상이 가면을 쓰고 있으니까 우리에게도 어쩔 수 없이 가면이 필요한 거야. 가면이 없으면 마음을 감출 곳이 없으니까. 가면이 없으면 우리 안의 짐승을 감출 곳이 없으니까
이젠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니?"
피터는 가만가만 고개를 끄덕였다.
피터는 집으로 가는 내내 몹시 혼란스러웠다. 우리의 이중성이 없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불편해질지도 모른다는 표범나비의 말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욕망이나 이중성을 함부로 깔보지 말라는 표범나비의 말이 피터 자신을 위로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