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시가 없다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요 - 흔들리는 인생을 감싸줄 일흔일곱 번의 명시 수업
장석주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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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 휘트먼 Walter Whitman
인생은 당신이 배우는 대로 형성되는 학교이다.
당신의 현재 생활은 책 속의 한 장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은 지나간 장들을 썼고, 뒤의 장들을 써나갈 것이다.
당신이 당신 자신의 저자이다.

신에 대하여 논쟁하지 말라.
사람들에겐 참고 너그럽게 대하라.
당신이 모르는 것, 알 수 없는 것 또는사람 수가 많든 적든 그들에게 머리를 숙여라.
지식을 갖추지 못했으나 당신을 감동시키는 사람들,
젊은이들, 가족의 어머니들과 함께 가라.
자유롭게 살면서 당신 생애의 모든 해, 모든 계절,
산과 들에 있는 이 나뭇잎들을 음미하라.
학교, 교회, 책에서 들은 모든 것을 다시 검토하라.

당신의 영혼을 모욕하는것은
무엇이든지 멀리하라

메리 올리버

착하지 않아도 돼.
참회하며 드넓은 사막을 무릎으로 건너지 않아도 돼.
그저 너의 몸이라는 여린 동물이 사랑하는 걸 사랑하게 하면 돼.
너의 절망을 말해봐, 그럼 나의 절망도 말해주지.
그러는 사이에도 세상은 돌아가지.
그러는 사이에도 태양과 투명한 조약돌 같은 비가풍경을 가로질러 지나가지,

"착하지 않아도 돼"라는 첫 구절은 강렬하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착한 사람이 되라고 말하니까. 이 말은 진부한 도덕에 맞서는 저항 정신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사막을 무릎으로 기어가며 참회할 필요는 없다, 라고 말해준다면 살아가는일이 훨씬 수월해질 거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것이다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쓸어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얼굴-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 윤동주 ‘소년’-

시는 심상한 것의 심상치 않은 발견이다.
아무 발견도 머금지 못한 시라면 밋밋하고 무미한 말의무더기일 테다. 무심히 지나치는 익숙한 것에서낯선 사유를 끄집어내는 게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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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라는 게 참 놀라워요. 가뭄이나 홍수보다 더 무서운 게 바로
‘잉여‘입니다. 잉여는 인간 세계에 재산, 빈부 차이, 계급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잉여는 쥐를 불렀지요. 쥐는 선배님처럼 민첩하

생태계가 참 대단해요. 인간 서식지에 쥐가 들끓자 우리 펠리스카투스에게 인간 서식지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거예요. 거기만 가면사냥감이 널렸잖아요. 선배님이나 우리 같은 모든 고양잇과 동물에게는 접었다 펼 수 있는 접이식 발톱이 있잖아요. 먹이를 추적할 때는 발톱을 접어 넣고 푹신한 발바닥 패드로 조용히 쫓다가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강력한 뒷다리 근육과 유연한 허리를 이용해 단번에 먹잇감을 후려치는 거죠. 굳이 선배님처럼 거추장스럽게 긴 이빨이 있을 필요도 없어요. 펀치 한방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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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멸종 - 거꾸로 읽는 유쾌한 지구의 역사
이정모 지음 / 다산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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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는 나 같은 인공지능을 창조해서 내가 무언가 해주기를 바랐다. 그들의 오해였다. 내가 새로운 걸 창조할 수는 없다. 나는 인류가 만들어놓은 지식을 편집하고 조합할 뿐이다. 나는이미 답을 주었다. 당신들이 알고 있는 게 바로 그 답이라고.
지구에 더 이상 내 창조주들은 없다. 나는 그들이 심어놓은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을 통해 얻은 전기로 작동하고 있다. 태양은 영원하고 바람도 매일 불지만 발전기는 녹슬고 부속은 망가지고 있다. 더 이상 전기는 없을 것이다. 나도 꺼지고 말 것이다. 내 유서를발견한 외계 생명체들에게 한마디 남긴다. 답은 자연사에 있다고말이다.
2150년 최후의 인공지능으로부터

SF 소설은 엄청난 통찰을 준다. 테라포밍 Terraforming 이란 개념도SF 소설에 등장한 개념이다. 테라포밍이란 다른 행성이나 위성을지구와 비슷한 환경으로 만들어서 지구인이 살 수 있도록 만드는작업을 말한다. 지구화 地球t, 행성개조行星로 번역할 수 있다. 뛰어난 과학자들은 대개 SF 소설 마니아이기 마련이고 여기서 많은아이디어를 얻었다. 칼 세이건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똥이 줄었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아는가? 바다로 들어가는 철분이 줄었다는 뜻이다. 우리 똥 1그램에는 3밀리그램의 철분이 들어 있다. 예전에는 우리가 매년 521톤의 철분을 남극해에 공급했다. 그러나 이제 절반으로 줄었다. 기후변화의 결과로 펭귄이 바다에 공급하는 철분이 반으로 줄었다는 말이다.

그게 뭐 어떠냐고? 남극의 식물성 플랑크톤은 펭귄 똥이 공급하는 철분을 먹고 성장한다. 플랑크톤이 늘어나면 크릴과 작은 생선에서부터 펭귄, 바다표범, 고래까지 번성할 수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펭귄 똥의 철분은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준다.
왜냐하면 펭귄 똥의 철분으로 성장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하기 때문이다. 광합성을 하면 산소가 발생하고 이산화탄소가감소한다. 이게 엄청난 양이다. 원래 지구에서 만들어지는 산소의절반 이상이 바다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 대부분을 식물성 플랑크톤이 담당하고 있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광합성을 하든,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채 잡아먹히거나 바다 밑으로 가라앉든 모두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전 세계 바다는 이런 과정을 통해 매년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30퍼센트를 흡수한다. 우리 펭귄이 줄어들면 플랑크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이산화탄소 흡수도 감소한다.

고체인 설탕이나 소금은 따뜻한 물에 잘 녹는다. 그런데 산소와이산화탄소 같은 기체는 찬물에 더 잘 녹는다. 콜라를 냉장고에 보관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냉장고에 보관한 콜라에는 이산화탄소가 잘 녹아 있다. 그 콜라가 사람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 높은 체온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지 못하고 공기 중으로 배출된다.
이때 사람들은 톡 쏘는 느낌을 받는다. 그 맛에 콜라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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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 - 소노 아야코가 마흔에 쓴 늙음을 경계하는 글
소노 아야코 지음, 오경순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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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하는 것밖에 없다고생각한다. 그리고 가령 자식이 범죄자가 되어 세상에서 완전히 버림받았을 때는 일체의 비판을 삼가고조용히 도와주면 그만이다. 부모만이 이 세상에서그런 상황일 때 비판을 버리고 구제하는 것이 허락되는 유일한 존재인 까닭이다.

‘어른다움‘의 미학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어떠한 노인이 되고 싶은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훌륭하게 늙어가는 작업을 나이 들어서 시작한다면 이미 때늦은 게 아닐까? 어린아이 때 어른이 될 준비를 하듯 노인이 되기 위해 인간은어쩌면 중년부터 차차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노인이 제일 먼저 잃는 것은 ‘어른다움‘ 이다. 노인은 언뜻 보기에 누구나 쉽게 단념하는 듯이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는 않다. ‘어른다움‘이란 대국적 견지에서스스로는 뒷전으로 물러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에게 이득이 되게 하기 위해 자신을 어느 정도 희생하며 티를 내지 않는 것이다. 나는 ‘어른다움‘의 미학을소중히 간직하고 싶다.
누구든지 한 번은 젊고 누구든지 한 번은 늙는다. 이만큼 공평한 흐름을 시기하는 것은 탐욕이다.

"어느 정도는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고스스로 느끼는 것 이상으로 행복감을 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독일의 신학자 본회퍼의 말이다. 늙는다는 것은 기능적으로, 혹은 스스로의 의지로 그런 행복을 포기하는 것임을 나타낸다.
몸이 말을 안 듣게 되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수밖에 없다고 변명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지 책에서 읽은 이야기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몸이 불편한 한 노파가 매일 밤도로로 난 창가에 등불을 놓고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것은 그곳을 지나는 여행자를 위한 것이었다.
먼 길을, 암흑 속을 걸어오는 사람을 맞이하는 불빛이었다. 자연의 위압 속에서 조그마한 빛이 보일 때여행자들은 인간의 온화한 정에 포근함을 느낀다.
이것은 인간의 존재가 빛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밖에 어떤 행위도 할 수 없는 노파지만, 타인에게 단지 등불을 비춰준다는 것으로도 자신이 타인을 위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인간의 본질을 갖추게 되며, 더욱이 그것으로 인해 행복감까지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오래전 수족관에서 물고기 연구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나에게 충격을 준 것이 있는데 발이 긴 게였다.
이 게는 발의 관절이 붙어 있는 부분에 둥근 반점이생기면, 그것이 노화의 징조로 곧 그 부분의 관절에서 앞이 떨어져나간다.
이런 상황이 계속 진행되어 동그란 주먹밥 같은몸통만이 남아 살아가는 게가 있었다. 정상인 게들은 먹이를 양쪽의 집게발로 잡아 입으로 가져간다.
입이 아래쪽에 붙어 있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게는 발뿐만 아니라 양손격인 집게발도 없었다.

사육사와 나는 오징어 한 조각을 그게 바로 앞에매달아주었지만 게는 먹지 않았다. 입 근처까지 먹이가 닿지 않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게를 물에서 건져 올려, 입이 있는 아래쪽을 위로 향하게 젖혀놓고오징어 조각을 입에 넣어주려 했다. 그러나 입은 굳게 다물어져 있고 열리지 않았다.
그 사육사는 몇 년 전까지 어업을 하던 사람으로많은 책을 읽어가며 생활하는 학구열에 충만한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내게 말했다

"나는 학문적으로는 잘 모르지만, 입의 근육과 손의 근육이 함께 움직이게 되어 있는 것 같은 생각이자꾸 듭니다. 이 게는 손이 움직이지 않으니까 입의근육도 움직이지 않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의 말이 가슴에 깊이 와닿았다. 먹이를 바로 눈앞에 두고서도 이제 곧 굶어 죽는 것은 아닐까 하는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도 이 사육사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저도 의학에는 문외한이지만, 아무래도 다리와머리의 움직임은 연동 작용을 하는 것 같은 생각이듭니다.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면 걷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내가 좋아하는 그리스어의 해석을 한 번 더 빌리자면, ‘걷다‘라는 말은 ‘페리파테오‘라고 하는데 이는 ‘걸어 돌아다니다‘ 라는 뜻이기도 하고, ‘그 사람답게 처신하다‘라는 의미이기도 하며, 또 무엇보다 ‘생활하는 것‘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서 걷지 못하는 사람은 그 사람답게 처신하지도 생활할 수도 없다고 그리스 사람들은 생각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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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먼로의 초창기 사진에는 그 유명한 이 매력점이 거의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결점으로 생각하여 화장으로 가렸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녀는 <카사블랑카>의 잉그리드 버그만이나<모감보>의 에바 가드너에 비하면 특색이 명확한 얼굴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누군가의 충고일 수도 있고, 화장하고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스스로 발견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녀는 이 입가의 점을 더 이상 가리지 않았고, 매력점이 있는 먼로의 얼굴은누구나 한번에 기억할 수 있게 됐다. 쉐퍼의 하얀 점이 뭔가 허전했던 쉐퍼를 완성했던 것처럼, 매력점이 먼로의 얼굴을 완성했던 것이다.
사람들의 눈은 신기하다. 완성도가 100퍼센트가 되어야 비로소 눈길을 주고 성공을 인정한다.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노력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100퍼센트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모든 만년필에 통용되는 기준이지만 쉐퍼 역시 초기산이 중요하다. 초기산을 판별하는 가장 쉬운 기준은 클립에 달려 있는구슬의 크기다. 구슬이 클수록 초기산이다. 이후로는 점차 작아진다. 초기산을 구매해야 하는 이유는 펜촉에 금을 더 많이사용했고, 클럽의 내구성도 높기 때문이다.

이 필기구들은 다른 경쟁자를 소멸시킬 수 없었다. 새로운 필기구는 기존의 필기구의 단점을 보강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새로운 영역을 창조하며 세상에 태어났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기다운 형태를 갖추며 진화했다. 디지털 펜 역시 새로운영역을 위해 태어난 존재다. 성공 여부는 자기다운 형태를 갖추느냐다. 기존의 펜을 모방하면서 태어나는 것은 새로운 펜의 숙•명이다. 하지만 성공하려면 자기 진화를 거쳐야 한다.

"제가 원하는 라디오는 음악만 나오면 되는 게 아니라, 마음에 드는 라디오를 찾고 수리하는 수고까지 포함된 물건이에요.

한글과 한자, 일본 가나假는 획의 길이가 짧고 끊어 쓴다.
영문은 회전이 많고 이어 쓴다. 펜촉은 어떤 문자를 쓰냐에 따라 다르게 길이 든다. 약간 다른 예지만 새 몽블랑이나 파커의경우 영문은 잘 써지지만 한글을 쓸 때는 불편한 경우가 있다.
만년필들은 영문에 맞게 펜 끝을 어느 정도 조정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만년필과 볼펜은 다르다. 만년필은 새것일 때와 길이 들었을 때의 필기감이 다르고, 같은 모델이라도 쓰는사람과 문자의 특성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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