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변치 않는근본 문제에 대해 결정적인 답을 제공하기에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근본 문제에 관련하여 상대적으로 나은 통찰과 자극을 주기에 유의미하다. 그래서 하나의 고전을 성전으로 만드는 대신 지적 네크로필리아들은 과거에 존재했던 다양한 양질의 자극을 찾아서 오늘도 역사의 바다로뛰어든다.
그들이 보기에 인간의 근본 문제는 일거에 대답할 수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 혈압이나 피부 트러블처럼 평생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인생의 동반자이다. 어제 맛있는케이크를 먹음으로써 인생의 허무라는 근본 문제를 해결한 것 같았어도, 오늘 다시 배가 고파지면 그 문제는 아직해결되지 않았음이 드러난다. 인생의 허무란 제거할 대상이 아니라 관리할 대상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보다 맛있는 케이크를 찾아 오늘도 새로 문을 연 제과점으로 발길을 옮기는 것이다.
"고전의 지혜가 우리가 현대에 당면한 어떤 문제도 해결해주지않는다고? 그렇다면 『논어』를 왜 읽는가? 고전을 왜 읽는가?
실로 고전 텍스트를 읽는다고 해서 노화를 막거나, 우울증을해결하거나, 요로결석을 치유하거나, 서구 문명의 병폐를극복하거나, 21세기 한국 정치의 대답을 찾거나, 환경 문제를해결하거나, 현대인의 소외를 극복하거나, 자본주의의 병폐를치유할 길은 없다. 고전 텍스트를 읽음을 통해서 우리가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은, 텍스트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되는 것이다. 그리고 삶과 세계는 텍스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