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적이고 대면하기 힘든 것이 바로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외로움입니다. 혼자 있게 되는 상황에 처하지 않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하려고 할 때가 참으로 많습니다. 또 때때로 이런 상태를 떠올리지 않게끔 하는 교묘한 방법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우리의 문화는 고통을 피하는 데는 가장 세련되었습니다. 그고통에는 신체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정서적이고 정신적인 고통도포함됩니다. 우리는 시신들이 마치 여전히 살아 있는 것처럼 꾸며장사지냅니다. 그뿐 아니라 우리가 느끼는 고통을 마치 있지도 않는 것처럼 묻어버립니다. 이런 무감각 상태에 너무나 길들여진 나머지 주의를 끌 만한 대상이나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우리는 안절부절못합니다. 끝내야 할 프로젝트나 함께 놀러갈 친구, 읽을 책, 텔레비전이나 레코드가 없이 철저히 혼자만 남았을 때 우리는 두려워합니다. 즉, 기본적인 인간의 홀로됨을 매우 가까이 들여다보게 되고 또 뼛속까지 파고드는 외로움을 느낄까 봐 두려워서 무엇인가 우리를 분주하게 만드는 일을 다시 시작하거나 다 잘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게임을 계속할 것입니다. 존 레넌은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의 고통을 느껴라." 하지만 그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요!
이런 생활이 이끄는 피상적인 삶을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ry David Thoreau는 이렇게 생생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삶이 내면적이고 사적인 것을 멈추었을 때 대화는 단순한 잡담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이 얘기하는것이라고는 신문에서 읽거나 이웃에게 들은 소식들뿐이다. 대개 우리와 우리의 동료의 차이점은 그는 신문을 보았거나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반면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내면의 삶이 실패한 것에 비례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필사적으로 우체통으로 달려간다. 확신할 수 있는 사실은, 엄청난 편지 왕래에 자부심을 느끼며 편지를 한아름 안고우체통에서 돌아오는 불쌍한 사람은 그만큼 오랫동안 내면의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인간 관계에서는 서로 숨기는 것이 전혀 없어야 하며 모든 것을 다 털어놓고 표현하고 전해야 한다는 그릇된 형태의 솔직함이있습니다. 이 솔직함은 매우 해를 끼칠 수 있으며, 설사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그 관계를 시들게 하고 피상적이고공허한 관계로 만들어버리거나 많은 경우 아주 따분한 관계로 만들어버립니다. 서로간에 아무런 경계선을 두지 않음으로써 외로움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가깝기는 하지만 무미건조한 관계가 되어버릴 것입니다. 내면의 성소를 위험스레 내비치지 않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것은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일뿐만 아니라 창조적인 교제를 갖기 원하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봉사이기도 합니다. 침묵 끝에 나오지 않은 말은 그 힘을 잃어버리듯이 마음을 닫을 수 있는 능력이 없을 때 여는 것 또한 그 의미를잃어버립니다.
친구 하나가 언젠가 이런 글을 썼습니다. "우는 것을 배우는 것과 철야하는 것을 배우는 것과 새벽을기다리는 것을 배우는 것, 아마도 이것이 인간이 된다는 의미일걸세."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번만은 다를 것이라고 은근히 바라면서 사람이나 책, 사건, 경험, 프로젝트와 계획에 끊임없이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신을 마취시키는수많은 종류의 수단들을 계속 사용해봅니다. 또 내면의 감수성을민감하게 만들기보다는 기분을 더 좋게 해주는 ‘심리적 마비 상태를 계속 찾아갑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자신을 속이고 있다. 는 점을 스스로에게 일깨울 수는 있으며 또 막다른 길을 병적으로선호하고 있음을 이따금씩 고백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몇 번만이라도 우리가 자신의 혹독한 스승에게 순종하여 우리의 불안한 마음에 신중하게 귀를 기울인다면 다음 사실을 깨닫기 시작할 것입니다. 즉, 슬픔 가운데 기쁨이 있으며, 두려움 가운데 평안이 있고, 탐욕 가운데 동정할 수 있는 마음이 있으며, 또한 참으로 진저리나는 외로움 가운데서 고요한 고독의 시작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자네는 자네의 시가 훌륭한 것인지를 묻고 있네. 자네는 내게묻고 있네. 자네는 이미 다른 사람들에게도 여러 차례 물어보았었네. 그 시들을 잡지사에도 보내보았네. 자네 시를 다른 시와 비교도 하고 어떤 편집자들이 자네가 수고하여 지은 시를거절할 때는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네. 그런데 나는 그렇게하지 말기를 바라네. 자네는 외부를 바라보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제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되네. 아무도 자네에게 조언을 하거나 도움을 줄 수 없네. 아무도 말일세. 길은 오직 하나밖에없다.. 자네 자신을 깊이 살펴보게나. 자네에게 글을 쓰게 만드는 이유를 탐구하게. 자네 마음 가장깊은 자리에 그것이 뿌리 내리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글을 써서는 안 된다고 하면 자네는 차라리 죽고 싶은 마음이 드는지자신을 시험해보게나. 무엇보다도 이렇게 해보게, 한밤중 가장고요한 시간에 일어나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게나. ‘내가반드시 시를 써야만 하는가‘ 라고 말일세. 자신을 깊이 파고들어가 깊은 대답을 얻어내게나. 그 대답이 긍정적이라면, 만약이런 진지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 강하고 단순하며 ‘반드시 써야 하는 것이라면 그 필연적인 요구에 따라 살아가게나. 자네의 가장 무심하고 하찮은 시간도 반드시 이런 강한 추진력의표시요, 그에 대한 증거가 되어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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