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를로-퐁티는 여러모로 싯다르타의 통찰을 따르고 있다. 타타타!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자고, 결국 무언가를 파괴하면서 살아간다면,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그의 말대로 ‘폭력의 종류‘ 혹은 ‘폭력의 정도‘를 선택하는 것뿐이다. 달리말하면, 인간은 선과 악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악 중에서최소의 악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폭력과 폭력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폭력 중 최소의 폭력을 선택해야 한다. 이것이메를로-퐁티의 윤리다. 최대의 폭력과 최소의 폭력 중 후자를 선택하려 한다면, 우리는 충분히 윤리적일 수 있다.
이제야 새벽 산사에서 울려 퍼지는 법고 소리와 정갈한 공양 시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분명해진다. 싯다르타 이래 부처가 되고자 했던 모든 스님들은 최소 폭력을 선택해야 한다는 고뇌를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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