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 - 삶의 아름다운 의미를 찾아서
마틴 슐레스케 지음, 유영미 옮김 / 니케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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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들은 내게 언제나 사무치는 설교 자다.나무는 신성한 존재다. 나무와 이야기하고, 나무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은 진리를 경험한다. 나무들은 교리나 비결을 설교하지 않는다. 삶의 가장 원초적 법칙을 설교한다."(헤르만헤세)

므두셀라라는 이름을 얻은 최장수 브리슬콘 소나무는 4,773세다. 미국 삼림청은 이 나무의 안전을 위해 정확한 위치를 비밀에부쳤다. 므두셀라라는 이름은 <창세기> (5:21)와 <누가복음> (3:37)에 등장하는 동명의 족장 이름을 딴 것으로, 성서에 기록된 가장장수한 인물이다.
이런 삶의 거장들에게서 내면의 삶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5,000살 가까이 되었는데도 이들은 여전히 자란다! 이 나무들이 우리에게 해주는 말을 듣는 건 어렵지 않다. 더 이상 성장하지않는 건 어쩔 수 없이 쇠락을 향해 나아가고, 곧 죽게 된다는 것이다. 둥치는 한동안 서 있을 수 있겠지만 매서운 바람에 휘둘리거나균류에 감염되어 속이 약해지다가, 결국 자신의 무게를 못 이겨쓰러져 버린다. 그 점에서 브리슬콘 소나무는 비유가 되어준다.

놀랍게도 최고령 브리슬콘 소나무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거친 환경에서 살아간다. 이들은 시에라 네바다 동쪽, 캘리포니아주 화이트마운틴 산맥의 해발 3,000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에 서식한다. 매우 건조하며, 혹독한 기후가 지배하는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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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이 송두리째 죽고, 내가 변하는 것이사랑입니다. 내 것을 유지하고 내가 강하게 유지되는 것은 사랑의 속성이 아닙니다. 바닷새가 사흘 만에 죽자 노나라 임금은어떻게 했을까요? 자신이 그리 아껴주었는데 왜 죽었을까를 생각하며 슬피 울었겠죠. 여기에 기괴함이 있습니다. 자신이 죽게만들고서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데!"라고 탄식할 테니까요.

배를 붙여서 황하를 건너가고 있는데 빈 배가 떠내려와 부딪힌다면, 아무리 성격이 급한 사람이라 해도 화를 내지는 않는다.
그런데 만약 그 배에 누군가 타고 있다면, 그 타고 있는 이에게저리 비키라고 소리칠 것이다. 처음에 소리를 질렀는데 듣지 못하고, 두 번째 소리를 질러도 듣지 못한다면, 세 번째 소리를 지를 때는 틀림없이 험악한 소리가 뒤따르게 될 것이다. 전에는 화를 내지 않았는데 지금은 화를 내는 것은, 전에는 배가 비어 있었고 지금은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자신을 비우고 세상에 노닐 수 있다면, 그 누가 그를해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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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를 이루는 글자 중 더위 서 앞에 오는 처‘에는뜻이 많다. ‘멈추다‘라는 뜻으로 읽으면 더위가 멈출 무렵이되고, ‘머무르다‘로 읽으면 아직 더위가 머물러 있는 때가 되며
‘쉬다‘로 읽으면 더위가 쉬는 때가 된다. 처에는 ‘처리하다‘라는 뜻도 있으니 ‘더위를 마무리 짓는다‘는 의미 쪽이 조금 더마음에 든다. 그건 여름과 작별한다는 뜻일 테니까.

호미씻이보다 마음을 빼앗긴 두 번째 풍습은 ‘‘다. 볕에 쬘 포‘에, 볕에 말릴 쇄 장마가 있는 여름을 지나는 동안 눅눅해진 책이나 옷을 모두 꺼내어 햇볕에 쬐고 바람에 말리던 일을 뜻한다. 책을 만드는 데 사용된 한지는 습기에 약해 썩거나 벌레 먹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책이나 옷을 보다오래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진 풍습이라고.

송나라 유의경이 편집한 세설신어世說新語》에 나온다.
한낮에 해를 보고 누웠기에
사람들이 그 까닭을 물으니 답하기를
나는 배 속의 책을 말리고 있소.
배속의 책을 말려야 했던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눅눅했을까. 젖은 문장이 다 마를 때까지, 번진 자국이 옅어질 때까지 바깥에 오래 누워 있자고 말하고픈 계절이다. 초가을이라부르기엔 아직 이른 8월, 여름과 천천히 작별하고 있다.

도토리는 참나뭇과 참나무속에 속하는 나무들의 열매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한 종류의 ‘도토리나무‘가 있는 게아니라 신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등의 열매를 모두 도토리라 부른다. 참나무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재질이 다른 나무보다 좋아 옛날부터곡괭이, 쟁기 같은 농기구나 수레바퀴, 배를 만들 때 사용됐다. 태워서는 ‘참숯이 되어 끝까지 쓰였다. 이처럼 유독 쓰임이 좋아 ‘진짜‘ 나무라는 의미에서 ‘‘이 붙었으니 다른 모든나무를 가짜 나무로 만들어버리는 그 패기 넘치는 이름에서부터 조상들의 편애가 느껴진다. 참나무 열매인 도토리 역시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백성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던 양식이었다. 조선시대에는 고을에 사또가 부임하면가장 먼저 도토리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책 속에서 ‘봄‘은 계절의 자리를 바꿔주러온 여름으로부터 그럼 자신은 ‘가을‘이 올 때까지 힘내겠다는말을 듣고, 문득 단 한 번도 가을을 만난 적 없다는 사실을깨닫는다. 어떤 애야? 하고 물으면 겨울은 따뜻하다고 말하고 여름은 차갑다고 말하는 가을, 봄은 계절의 건너편에 있는 ‘모르는 친구‘ 가을에게 편지를 써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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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장자수업 1 - 밀쳐진 삶을 위한 찬가 강신주의 장자수업 1
강신주 지음 / EBS BOOKS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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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기다리고 언제 읽어도 좋은 강신주 작가님의 책. 장자의 48편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 내자리, 주변, 세상을 다시금 보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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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장자수업 1 - 밀쳐진 삶을 위한 찬가 강신주의 장자수업 1
강신주 지음 / EBS BOOKS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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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에 등장하는 ‘거목 이야기‘는 말합니다. 쓸모 있는 나무는 베여 대들보나 서까래로 사용되지만, 쓸모없는 나무는 베이지 않고 거목으로 자랄 수 있다고 말입니다. 국가나 사회에 내가 어떻게 하면 쓸모가 있을지 고민하지 말고, 나 자신에게 국가나 사회가 쓸모가 있는지 고민하라는 장자의 도전인셈입니다. 인재, 즉 체제에 쓸모가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을 격렬히 거부하자는 것! 타인의 욕망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마음껏향유하자는 것! 크게는 국가나 사회, 작게는 회사나 가정에서정의를 추구하지 말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몸담고 있는 곳에서쿨하게 떠나자는 것!

혜시가 장자에게 말했다. "그대의 말은 쓸모가 없네."
장자가 말했다. "쓸모없음을 알아야 비로소 쓸모에 관해 함께 말할 수 있네. 세상이 넓고도 크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사람에게 쓸모가 있는 것은 발을 디딜 만큼의 땅이네. 그렇다면 발을 디디고 있는 땅만을 남겨두고 나머지 땅을 모조리 파고들어가 황천에까지 이른다면, 그 밟고 있는 땅이 사람에게 쓸모가있겠는가?"
혜시가 "쓸모가 없지"라고 대답했다.
장자가 말했다. "그렇다면 쓸모없이 쓸모가 있다는 것은자명한 일이네."
「외물」

쓸모 있는 땅, 즉 밟고 있는 땅을 제외하고 지금 밟고 있지 않은 땅을 저지하 가장 깊은 곳 황천까지 파내보자는겁니다. 쓸모가 없다고 판단했으니 없애도 지장이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죠. 자신이 발 디디고 있던 쓸모 있는 땅을 제외하고쓸모없는 모든 땅을 없애버린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수천, 수만 킬로미터 높이의 대나무 꼭대기에 서 있는 형국이 되겠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사람은 현기증을 느끼고 저 깊은 황천까지추락하고 말 겁니다. 그가 밟고 있던 작은 땅, 그 쓸모 있다던 땅마저 휑하게 비어 쓸모가 없어지는 아이러니는 이렇게 발생합니다

마침내 장자는 역설합니다. 이렇게 쓸모없음은 알량한 쓸모 있음이나마 가능하게 하는 것 아니냐고, 그래서 어쩌면 쓸모없음이 쓸모 있음보다 더 쓸모 있는 것 아니냐고 말이죠.

이 원하는 것을 행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원하는 것을 해야합니다. ‘밥도 나오지 않고 쌀도 나오지 않는‘ 쓸모없는 일들을많이 할수록 우리 삶은 행복하니까요. 시도 글도 그리고 사유도그리해야만 합니다.

시인이나 철학자는 농산물을 생산해 판매하는 농부라기보다텃밭을 가꾸는 사람과 같습니다. 물론 텃밭에서 나는 상추나 고추를 먹을 수 있습니다. 사람은 생계를 유지해야 하니까요. 그러나 상추나 고추를 팔지는 않습니다. 남들은 농사를 제대로 지으라고, 생산성을 높이려면 농약을 쓰라고 유혹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텃밭을 지키려는 사람은 이런 유혹에 빠지지 않습니다. 텃밭을 일구는 행위는 쓸모에 전적으로 종속된 행위가 아니니까요. 그저 땀 흘리는 것이, 땅 냄새와 풀 냄새, 혹은 짧은 시간 동안 풍기는 꽃 냄새가 좋을 뿐입니다. 이마의 땀을 근사하게 만드는 싱그러운 바람도 좋고요. 텃밭을 가꾸는 사람에게 밭에서자라는 것들은 소용이 적고 무용이 많습니다.

시들어버리는 것도 많고 벌레의 공격을 받은 것들도 많습니다. 간혹 다른 사람과 나누기는 하지요.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시들고 말 테니까요. 누군가 맛나게 먹고 행복해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상추나 고추를 받고 그 대신 우유를 갖다 주는 사람도, 혹은돈을 주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사양하다 안 되면 우유나 돈을받으면 그만입니다. 시인의 시와 철학자의 글은 텃밭을 일군 사람이 이웃에게 건네는 상추나 고추 같은 겁니다. 좋아서 한 일의 결과이고, 그 결과물을 이웃들에게 건넨 것이니까요.

우리 모두가 철학을 위한 장자의 변명을 ‘삶을 위한 변명‘으로읽을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성적이 좋은 아이여서, 품이 덜 드는 아이여서 우리 아이를 사랑하는 게 아닙니다. 쓸모가 있는아이, 동년배보다 쓸모가 더 큰 아이라는 것이 사랑의 이유가되어서는 안 됩니다. 입시에 실패할 때, 취업에 실패할 때, 혹은정리해고라도 당했을 때 여러분의 아이가 여러분을 떠나거나자살하는 비극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요. 그냥 무용으로 아이를 사랑해야만 합니다., 언젠가 병들고 나이 들어쓸모는커녕 주변에 짐이 되는 때가 반드시 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럴 때 주변에 여러분을 쓸모로 평가하지 않는 이가 한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는 것, 바로 이것이 무용을 강조했던 장자의 진정한 속내였을 것입니다.

또한 너만 들어보지 못했는가? 옛날 바닷새가 노나라 서울밖에 날아와 앉았다. 노나라 임금은 이 새를 친히 종묘 안으로데리고 와 술을 권하고, 구소의 음악을 연주해주고, 소와 돼지,
양을 잡아 대접했다. 그러나 새는 어리둥절해하고 슬퍼할 뿐,
고기 한 점 먹지 않고 술도 한 잔 마시지 않은 채 사흘 만에 죽어버리고 말았다.
이는 자기와 같은 사람을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른 것이지,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른 것이 아니다.
「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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