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원래 나는 슈퍼스타 K를 잘 안챙겨봤다. 그래서 사실 그다지 기억에 남는 사람이라던가 그룹은 없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본방사수(?)를 위해서 몇 주간 금요일 밤에 집에 일찍 들어가보니 뭔가 느끼는게 있었다. 누군가를 응원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라는 것 말이다. 이런 생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은 바로 이런 응원하는 사람이 바탕이 되서 이뤄지는거구나. 머리로는 당연히 알고 있었던 것이고.. 이를 통하여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이랄까, 그런 속성을 좀 더 자세히 느끼게 되었달까. 자본주의 운운하는 것은 웃긴 일이지만 그른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뭐, 여기서 응원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자본주의, 혹은 이 기계에 관여하는가, 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슈퍼스타 K는 그 대상으로는 적절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런 적절하지 않은 대상에 이르러서야 나는 이런 프로그램에 대하여 약간은 생각하게 되었지만) 시청률이 상당히 낮아지고, 문자투표도 상당히 줄었으니까..

 

이런 저런 사족은 다 줄이고, 사실 이제 떨어졌으니까 편하게 이야기하는데, 나는 이번 슈퍼스타 K에서 가장 응원하던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바로 장원기였다. 방금 말했다시피 나는 슈퍼스타 K를 안봤었지만, 정말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장원기와 김나영이 콜라보Collaboration를 해서 - 사실 이 콜라보라는 말이 적절하게 쓰이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 Street life를 부르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그때 이후로 장원기가 계속 올라가기를 바랬다. 물론 그후의 그의 모든 무대가 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장 마음에 드는 무대가 있었다. 그건 태진아의 미안 미안해, 를 편곡한 미안 미안해, 라는 곡인데.. 대략 이런 곡이다.

 

             

 

약 1분 37초쯤 시작하니까 바쁜 사람은 그렇게 넘겨서 봐도 괜찮을 것이다..

어쨌든 이렇게 지지하던 장원기가 지난주 금요일날 떨어졌다. 사실 팬덤이 그렇게 크지도 않고, 이번 슈퍼스타 K는 앞에서 언급하였다시피 예전에 비하면 문자투표도 활성화가 잘 안된 상태이기도 하니깐 팬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아무래도 유리한 면모가 있다. 그래도 네 명 안에는 들거라고는 생각했는데 결국 떨어지더라. 팬을 만드는 것도 스타의 자질이라면 자질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요즘 읽고 있는 책들은 추리 소설류인데, 사실 장원기가 떨어져서 실의에 빠져서 이렇게 서재를 방치한 것은 아니구.. 책을 읽다보니까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서 지금에서야 뻔뻔하게 이렇게 몇 자 글을 남기게 된다. 결국 이 서재에서는 위의 노래가사에서도 나오듯이 해줄 말이 이것 밖엔 없다.

 

혼진 살인사건.

김전일이 맨날 명예를 들먹이는 그의 할아버지 이야기이다. 사실 원래 긴다이치 코스케는 긴다이치 하지메, 그러니까 김전일의 할아버지가 될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나, 이미 많이 이름을 써버렸으니, 별 수 없이 할아버지가 되버린.. 것은 아니고, 원래 요코미조 세이시의 유족들에게서도 말이 많았었지만 결국엔 인정받았다고 한다. 왼쪽의 이 살인사건이 바로 긴다이치 코스케가 처음으로 활약하는 첫 사건이다. 이 작품에서 긴다이치 코스케의 배경에 대하여 대략적인 설명이 나오는데, 미국서 체류하다가 어떤 사건을 해결한 것을 계기로 후원자의 눈에 띄어 착실히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으로 갔다고 한다. 내가 지금 끄적인 설명도 많이 줄인 설명이다. 갓 대학을 졸업하고 젊은 나이로 왼쪽의 혼진 살인사건을 해결해버린다. 다만 범인도 잡지 못하고, 피해자를 구제하지도 못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옥문도.

젊은 코스케는 혼진 살인사건, 에서 끝이다. 전쟁에 끌려갔다가 다시 돌아온 그는 나이를 훌쩍 먹어 장년의 나이가 된다. 그 전쟁에 같이 참여하였던 같은 부대원이 죽어가면서 남긴 유언을 듣고 그는 저 옥문도라는 이름을 가진 섬으로 가게 된다. 왜 옥문도인가? 한자를 보면 알겠지만 옥 옥, 자이다. 감옥, 에 쓰이는 옥이다. 감옥은 누가 가는가? 범죄자들이 가는 곳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충격적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충격적인 것은 사실이다. 이전에 미미 여사의 외딴 집, 에서 나는 왜 에도시대를 다룬 작품이 마음에 드는가, 라는 의견에 대하여 괴물이라던가, 요괴가 금방이라도 나올 듯한 그런 환상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는 이야기를 적은 적 있다. 그런데 이번 옥문도에서는 정말로 요괴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끝끝내 우리는 요괴보다는 인간이 더 무서운 존재였구나, 라는 것을 마음에 새기게 된다. 

 

밤 산책.

보통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중에서 유명한 작품을 꼽으라면 혼진 살인사건, 옥문도, 팔묘촌, 악마의 공놀이 노래, 이누가미 일족, 이 다섯 작품을 꼽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밤 산책, 은 위의 다섯 권을 제대로 즐기기 위하여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이 책은 팔묘촌과 옥문도 사이의 시간적 공백을 메워주며, 어째서 긴다이치 코스케가 팔묘촌에서 그 사건 지역에 있는가, 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탐정소설에서는 그다지 중요하게는 다뤄지지가 않는 부분이겠지만, 이런 개연성을 잘 맞춰주는 것 또한 시리즈 전체의 즐거움들을 배가시킬 수 있는 장치이리라. 그리고 이 밤 산책, 의 의미는 그런 사소한 개연성을 맞추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서술의 잔혹함에 있다. 사람의 목이 잘려나가는 것은 예사다. 이를 두고 의미, 라고 표현한 것에 반감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잔혹함은 독자들에게 순간적으로 공포를 주는 역할을 하며, 그런 공포감들은 추리 소설 독자라면 누구나 떠올려보는 범인이 누굴까, 라는 의문조차도 떠올리지 못하게 만든다. 결국 그대로 글을 읽어나갈 수 밖에 없고, 범인을 보고 깜짝 놀라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의미, 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더 나아가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특징이 된다. 당장 혼진 살인사건만 해도 이만큼 잔혹스럽게 죽는 모습이 묘사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작품을 기점으로 뒤의 작품들의 묘사는 하나같이 잔인한 모습을 보인다.

 

팔묘촌.

위의 사건이 끝난 뒤 긴다이치 코스케는 잠깐 팔묘촌에 들른다. 의뢰를 받아서 팔묘촌에 들르긴 했는데, 독자입장에서는 이 책을 읽어나가면 긴다이치 코스케가 도대체 무슨 역할을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의 역할은 그저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 되었고 어떤 트릭을 범인이 사용하였는가 정도를 마지막 부분에 우리들에게 알려주는 것 뿐이다. 마지막에서 작가는 긴다이치 코스케의 입을 빌려 이미 긴다이치 코스케는 범인을 짐작하고는 있었다, 라고 이야기하지만 그건 더 의아할 뿐이다. 물론 증거가 없는 이상 모든 사람을 무죄추징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보아야 하는 것은 옳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살인사건을 막는 것 또한 옳은 일이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최대한 희생자를 줄이는 쪽으로 방어적 행동을 취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그렇게 한다면 범인을 잡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그러나 범인을 잡는 것을 사람을 구하는 것에 우선할 수 있을까?

 

악마의 공놀이 노래.

어쨌든 저런 사건을 보내고 긴다이치 코스케는 요양을 좀 해아겠다는 생각에 친하게 지내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 시골로 내려가게 된다. 하지만 원래 그렇잖는가, 명탐정 코난, 의 코난 주변에서도 수많은 사건이 터지고, 김전일 주변에서도 수많은 사건이 터진다. 이 책에서도 예외가 아니라, 그는 편하게 쉬지도 못하고 바로 사건에 휘말려 고생을 하면서 열심히 뛰어다닌다. 이 책의 의의라면 아무래도 노래, 가 사건 해결의 열쇠로 작용하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가 요양을 간 마을에서는 공놀이 노래, 가 구전되어져 오고 있었는데, 그 노래가 묘사하는 형태로 살인이 일어난다. 물론 그 공놀이 노래가 무슨 저주의 노래, 그런 것은 아니고, 살인범이 그 노래를 우연찮게 떠올린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기존에 존재하던 노래, 를 바탕으로 일어나는 사건은 한층 더 독자들에게 기괴한 기분을 준다. 마치 그 사건을 위하여 노래가 전래되어온 그런 기분을 주니 말이다. 

 

이누가미 일족.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글쎄, 범인이 누구인가, 그렇게 추리를 하는데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이라면 사실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전체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독자입장에서는 아무리 추리를 하려고 해도 완전히 추리를 하지는 못하게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비단 이 책 뿐만 아니라 다른 책들도 어떻게 보면 추리소설보다는 공포 소설에 더 가까울런지도 모르겠다.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이라는.. 물론 범인이야 추리 소설을 많이 읽어온 사람이라면 이 사람이 아닐까, 가정은 할 수 있겠지만 어떻게 그 사람이 저런 짓을 했을까, 라는 정확한 가설은 세우기 힘들 것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라서 범인을 찾는 것 보다는 우리나라 아침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분으로 책을 읽으면 도리어 재미있을 것 같다. 아니, 아침드라마가 아닌가? 살인 사건이니말이다.

 

 

 

 

긴다이치 코스케는 명탐정인가? 솔직히 말하자면 탐정은 탐정이되 명탐정이라고 보기는 조금 힘들 것 같다. 그가 해결했다, 라는 사건들은 모두 그 사건들의 전말을 밝힌 것 뿐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것이기도 하다. 위의 소설 등 중 쉽게 풀 수 있는 트릭은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사건이 다 터지고, 범인이 죽일 사람을 다 죽인 뒤에 밝혀낸다면, 그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라는 속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만약에 긴다이치 코스케의 능력이 부족하여 다음 범인을 잡지 못한 것이라면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명탐정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고, 그가 범인을 알고서도 증거가 없기 때문에 일단은 놓아둔 것이라면 사람의 생명을 경시한 것이 아닌가, 라는 비판에 직면하여야 하기 때문에 명탐정이라고 일컫을 수 없을 것이다.

 

증거가 없더라도 의심이 간다면 주변과 협력하여 최대한 동태를 파악하였어야만 하는데, 긴다이치 코스케는 경찰과 협력하는 모습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뛰어난 생각이 떠올랐더라도 혼자서 품고 계속 추리의 탑을 쌓아나갈 뿐이다. 경찰이 가져와준 증거를 논리적으로 분석하여서 사건을 해결한다고 이야기하는데, 뒤집어 이야기하면 경찰은 그저 증거나 가져오라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다른 탐정들과 차별화된 어떤 개성을 가지고 있는 것에는 분명할 것이다. 일본의 다른 탐정은 흥분하면 칠판에 수식을 마구 갈기고 - 유카와 마나부, 히가시노 게이고 - 혹은 완벽한 초인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 아케치 코고로, 에도가와 란포 - 모습을 보이는 반면에 이 코스케, 는 정말 일본인들에게 친근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 친근함이 계속 작품을 읽히게 만드는 힘일 것이다. 이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중 5권이 남았다. 이 5권은 친근함이라는 그의 무기와 더불어 천천히 즐겨볼 생각이다. (사실 지금 이 글을 올리는 시점에서는 코스케 시리즈를 다 읽었다. 과연.. 우리나라 아침드라마 뺨치는 내용이 정말 많은 것 같다.)

 

 

 

 

 

 

여기서부터는 내용이 누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부분을 적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적지 않으려고 보니 무언가 핵심을 놓친 기분이 자꾸 들기에 결국 몇 자 보탠다. 이 책에 쓰인 트릭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물론 어느 책에 어떤 트릭을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만, 추리 소설을 많이 읽어온 사람이라면 사용된 트릭의 종류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이 시리즈들을 읽으며 범인을 추측할 수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경고 문구를 달았다. 일단 간략히 여기서 쓰이는 트릭을 이야기하겠다.

 

밀실 살인 트릭이다. 명탐정 코난, 에서는 밀실 살인이 나타나면 우리 코난의 눈빛이 바뀌며 불가능 범죄, 라는 이야기를 한다. 말 그대로 불가능한 범죄다, 라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말은 어폐가 있다.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범죄가 일어났겠는가? 그래서 다시 쓰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 불가능하게 보이는 범죄다. 이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밀폐된 공간에서 사람을 죽인 뒤 지문을 모두 닦아낸다. 그리고 자신은 그 공간에서 나가고 문을 잠궈놓는다. 창문이든 출입문이든 모조리 잠근다. 말은 쉽지만 어떻게? 우리가 초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는한, 어떤 식으로든 손이 작용을 해야 할텐데, 이 손, 은 내 손이 될 수도 있지만 살해당한 사람의 손이 될 수도 있다. 살해당한 사람을 유인해서 직접 문들을 잠그게 하거나, 혹은 살해당한 사람이 쓰러지면서 자연스레 문이 잠기게 하거나. 내 손으로는 어떻게 잠글 수 있을까? 비밀통로가 있을 수 있다. 기계장치를 사용할 수도 있다. 이런 기계장치류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줄이다. 가느다란 줄이면 더욱 좋다. 어떤 식으로든 문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면 더더욱 좋다. 줄이 아니라면 어떤 기계장치가 필요할까? 도르래같은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들어가지는 못할만한 틈이 나오면 무조건 의심하라. 그건 반드시 범죄에 이용되었을테니까.

 

1인 2역 트릭이다.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에서는 1인 2역 트릭이 정말 정말 정말 많이 쓰인다.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어? 얘랑 얘는 같은 사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 거의 대부분 맞아떨어진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저자인 요코미조 세이시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역으로 거짓정보를 보여줄 수도 있으니 주의하라.) 이 1인 2역은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범죄자와 피해자가 같은 인물인 경우, 피해자와 엑스트라가 동일한 인물인 경우, 피해자와 주요 인물이 동일인물인 경우, 가해자와 엑스트라가 동일한 인물인 경우, 가해자와 주요 인물이 동일인물인 경우. 가장 충격적인 트릭은 범죄자와 피해자가 같은 인물일테이리라. 하지만 어떻게? 여기서 말하는 범죄자, 는 우리로서는 소설 속 사람들에게서 구전되는 사람이다. 누구누구가 범죄자가 아닐까, 라고. 그리고 시체가 나오는데 얼굴이 갈려있다. 즉, 얼굴을 구분을 할 수 없게 해놓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범죄자는 실제로는 피해자이고, 이미 죽은 사람이 아닐까, 하고 의심을 한번쯤 해보아야 할 것이다. 피해자나 가해자와 엑스트라가 동일인일때는 엑스트라인 사람이 어느 순간에 부각이 되며 지나가는 말로 몇 마디 언급이 된다. 이런 경우에는 그런 말들을 주의깊게 살펴보는게 좋다. 피해자와 주요 인물이 동일인물이라면? 피해자의 얼굴이 소설 내내 조금도 언급이 안되거나, 혹은 언급은 되지만 위화감을 느꼈다거나, 할 때는 의심해보기를 바란다. 가장 자주 쓰이는 트릭은 주요인물과 범인이 동일인물일때다. 사실 이는 1인 2역이라고 부를 수도 없겠지만 말이다.

 

서술 트릭이다. 서술트릭은 말 그대로 독자와 추리소설가 사이에 나오는 트릭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서술하고 있는 화자가 범인인 경우를 말한다. 주요 인물에 대한 서술을 열심히 하지만 뭔가 빠진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면 서술트릭을 의심해보라. 원래 가장 무서운 거짓말은 진실의 일부를 숨기는 것이다. 그리고 화자가 사건에 관계된 것 같다, 관찰자의 입장이 아닌 것 같다, 그런 판단이 들면 서술트릭을 의심해보라. 서술트릭으로 숨길 수 있는 것은 단순히 범죄자, 피해자, 정도가 아니다. 예를 들어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아이가 치인 것을 보고 신고해서 병원에 갔다. 그런데 그 병원에서 수술을 집도하려던 의사가 아이의 얼굴을 보고 자신의 아이라고 울부짖는다. 이런 경우 우리의 고정관념은 당연히 의사가 남자라고 우리를 이끌어버리지만, 실제로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고 하더라도 논리적으로 어긋나는 것은 없다. 마찬가지로 고정관념을 이용하는 트릭도 넓게 보아 서술트릭이다.

 

혹은 범죄자가 한 명이 아닐 수 있다. 위의 것들을 모두 적용해보고 남는 가능성이 있다면 '아무리 허황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여러 명이 함께 공모하여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고, 이런 경우에는 차라리 알아차리기 쉬울테지만, 아니면 여러 명이 간격을 두거나 두지 않고서 범죄를 저질렀지만 모두 개별로 저지른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독자로서는 알아차리기 힘들다. 우리가 직접 사건 현장에 있지 않는 한.

 

아니면 아예 범죄자가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 정말 주변 인물과 관계가 없이 죽은 경우도 있다는 말이다. 이 경우에는 추리 소설이라고 부르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p. s. 사실 밤기운을 빌려 안네 프랑크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가 내가 뭐하는 짓일까, 하는 생각에 그만두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안네 프랑크에 대하여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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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3-11-04 23:29   좋아요 0 | URL
어휴.... 혼진살인사건 최근에 본 사람인데요, 이 책 읽기 전에 이 리뷰 안본게 참 다행..! 객관적인 글 같지만 스포 와장창ㅋㅋㅋㅋㅋㅋㅋ
전 밀실 살인은 역시 기계적인 도움 없는게 제일 마음에 오래 남는 것 같아요..
긴다이치 쿄스케는 옥문도랑 이누가미일족을 가장 재미있게 봤는데 어째 집에 남아있는 건 팔묘촌 뿐이네여. 다 팔아버렸나 ㅠㅠ

긴다이치의 추리를 보는 것도 재밌지만 너무 무서운 사건이라며 호들갑을 떠는 작가가 정말귀엽ㅋ

가연 2013-11-05 00:01   좋아요 0 | URL
어헝헝.. 스포가 와장창이라시니 그냥 내용누설이 있다고 바꿨어요, 풋. 읽으신 분이 보면 스포덩어리이긴 하지만.. 사실 저 트릭들은 여기만 쓰이는 것들이 아니라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는데, 풋. 이 글을 쓸때는 명탐정 코난의 에피소드들을 떠올리면서 일부 트릭들을 적어나갔거든요. 밀실같은 경우에는 코난과 핫토리가 처음 만난 ... 살인사건, 이라거나.. 서술 트릭에 정말 유명한 ...의 ...라거나 범죄자가 인간이 아닌 경우에는 ...의 ...가 있고...ㅋㅋㅋ 범죄자가 한 명이 아닌 경우에는 ...의 ...를 들 수 있겠죠. 1인 2역은 코난에서는 ...때문에 맨날 나오는 거구.

아, ...가 너무 많네요. 하지만 다 알아보실거라고 믿습니다, 하하하.

여담이지만 긴다이치 시리즈는 공포물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풋. 전 실제로 무섭던데, 병원 고개의 목매달린 집, 같은 경우에는...

Forgettable. 2013-11-05 00:30   좋아요 0 | URL
아.. 코난. 어느샌가부터 김전일보다 코난을 더 즐겨봤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뜸하네요. ㅋㅋ
전 혼진살인사건이 진짜 무서웠어요. 거문고 소리나...... 단편으로 실린 도르래가 삐걱거리는 소리(!!!!!) 진짜 밤에 읽기 무서움ㅋㅋ 하지만 낮에 보면 맛이 아니라 항상 밤에 읽고 무서워 무서워 이러면서 자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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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다시 읽어보니 아가사 크리스티 트릭도 다 여기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연 2013-11-05 00:34   좋아요 0 | URL
ㅎㅎ 저는 둘 다 다봤지요. 상당한 팬이었고.. 요즘은 잘 안보게 되더군요.

저도 밤새워 읽고는 오.. 정말 무섭다, 이러면서ㅋㅋㅋ 제가 젤 처음 혼진을 보고, 거의 시간순대로 따라서 읽어나갔는데, 처음에는 와 정말 무서워, 덜덜덜 떨다가 어느 순간 이게 적응이 되서.. 훗, 이정도로는 날 공포에 떨게 할 수 없어, 이러다가 병원 고개 두 권을 보고는 후덜덜.. 했었답니다. 그게 지난 주 일인데, 글은 참 늦게 쓰여졌네요, 풋.

아니 그걸 말씀하시면 아직 아가사 크리스티를 즐기지 못하신 분들이 저에게 돌을 던질것같은데요ㅠㅠㅠ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3-11-05 08:56   좋아요 0 | URL
저는 [이누가미 일족] 을 재미없게 봤어요. 그거 하나 보고나서 이 시리즈는 안 보는걸로 결정. 언급하신것처럼 이미 죽을 사람 다 죽었고 탐정 캐릭터도 매력이 없....

그런데 위에 뽀게터블님이 단편으로 실린 게 무섭다는 댓글 다신거 보니 저는 [나는 전설이다] 책에 실렸던 단편 하나가 생각나네요. <어둠의 주술>이었나..장난감병정 인형만 등장했는데 어휴, 지하철에서 읽다가 초무서워서 벌벌 떨었던 기억이.....(쓰고보니 생뚱맞군요. 하핫)

가연 2013-11-11 19:37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정말 무서운 단편이었나봅니다. 궁금한데요.

다락방 2013-11-05 08:59   좋아요 0 | URL
아 그리고 안네 프랑크 글도 기다립니다. 흣.

가연 2013-11-11 19:37   좋아요 0 | URL
ㅠㅠㅠ언제 쓸 지 모르겠...

희선 2013-11-07 02:11   좋아요 0 | URL
본 적은 없지만 일본에도 우리나라에 나오는 아침드라마 같은 게 많은가봐요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그런 거 좋아하는지도... 하지만 저는 별로... 그런데 조금 우스운 일은 한번 보면 끝까지 봐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니 아예 안 보는 겁니다 (지금 생각하니 아침에 본 것은 거의 없군요) 우리나라는 드라마 엄청 길게 만들잖아요 날마다 하는 것은 거의 여섯달은 가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게 해서 정이 들어버릴지도 모르겠군요 끝날 때는 아쉬울지도...^^

긴다이치 코스케는 사건이 끝났다 해도 그게 끝이 아니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제대로 본 것은 하나밖에 없는데 이런 말을 했군요 마지막이어서 쓸쓸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일이 일어나기 전에 막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습니다 이런 마음은 다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가연 님을 응원하겠습니다^^


희선

가연 2013-11-11 19:38   좋아요 0 | URL
ㅠㅠㅠㅠㅠ 저를 응원해주시는건가요!!!

2013-11-07 0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11 1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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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책들이 많이 나왔다..지만 일단은 한 권만.

 

온도계의 철학.

 대한민국의 자부심, 이라는 말이 뭐랄까, 기분이 묘한데, (우리나라 물리학자 중에서 논문 인용수가 두 번째인 사람은 피서영 - 그렇다, 피천득씨의 딸이다 - 교수로 알고 있다. 왜 두 번째냐고? 첫 번째는 누구나 다 아는 이휘소박사다.) 장하석교수는 눈여겨보고 있던 사람이다. 장하석 교수가 부족하다, 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지만, 그 논문인용수 높은 피서영 교수만 해도 그녀의 업적보다는 피천득의 서영이, 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지는 판에.. 장하준 교수를 먼저 떠올릴 사람들이 훨씬 많으리라. 그런 의미에서 자부심, 이라는 말이 입에서 쓴맛을 낸다. 여하튼, 이 책은 과학철학쪽에서 상당히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여겨진다. 잘 알고 있다고 여겨지는 개념이 실제로 깊이 파고 들어가다보면 잘 모른다, 라는 것에서 착안한 이 책에서 우리는 온도, 를 자신의 연구 과업으로 삼은 한 과학자의 과학과 철학을 가로지르는 작업을 확인할 수 있다.

 

돈의 철학.

선정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지만, 혹시나 해서 추천해본다. 자본주의의 속성에 대해서는 더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어렴풋이라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의 의식을 밀고나가보자. 자본주의같은 그런 체제에서 우리는 어떻게 문화가 가능한 것인가? 재화관계가 중심이 되고, 갑과 을로 대비되는 수직관계가 유지되는 이런 체제에서도 여전히 시인들은 시를 쓰고, 음악가들은 노래를 부른다. 이에 대한 연구 중 가장 뛰어난 책이 바로 이 짐멜, 의 돈의 철학, 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짐멜의 이 책은 자본주의라는 것은 별 수 없이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다, 라는 부분에서 시작을 하고 있다. 이런 흐름안에서 문화는 어떻게 발전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다시금 영혼이 문화 속으로 스며들 수 있는지, 이 책은 밝히려 노력하고 있는 듯 하다.

 

 

트랜스크리틱.

가라타니 고진의 대표작이다. 절판된 뒤 언제 새로 발간이 될까,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렇게 다시 출판되었다. 이전의 세계사의 구조, 등의 기원이 되는 가라타니 고진의 저작이니만큼 그 중요성은 더할 나위 없이 클 것이다. 마르크스와 칸트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 시차라는 개념은 어떻게 우리에게 다가오는가? 그에 대한 수많은 답, 혹은 단초는 이 책에서 유래된다. 그런데 왜 이렇게 다양한 이론가들을 가로질러야 할까? 이미 수많은 이론들이 근대를 설명하기 위하여 제창되었고, 거기서부터 파생된 수많은 이론들이 현대를 설명하려고 노력중이다. 한편으로는 그 이론들 모두가 비슷비슷한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이론들 모두가 다른 층에서 이야기할수가 있다.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른 층에서 논의된다는 부분이 사회를 설명하는데 주된 중심이 되는 듯 하다. 

 

 

리딩.

부담스러운 히친스의 얼굴이지만, 책 내용은 여기에 추천을 안할 수 없을 정도로 알차다. 여담이지만 히친스, 의 논쟁, 은 그나마 얼굴을 좀 가려서 덜부담스럽던데..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나도 포함해서, 히친스를 논쟁가, 정도로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히친스는 논쟁가 이전에 저널리스트이다. 그의 글쓰기에는 이런 저널리스트적인 글쓰기가 크게 작용한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만약에 우리가 일반적인 독서에세이를 쓰듯이 기사를 쓴다고 하자. 당장 편집부에서 빨간펜으로 난도질을 해놓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이 책을 읽을 때 리딩, 이라고 하여 단순히 자신이 읽은 책들을 나열해놓았다고 여기면 안된다. 이 책은 수많은 배경지식을 아래에 깔고, 단순히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는게 아닌, 문단 속의 문단을 읽어나가는 작업을 기록해두었다, 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성역없는 비판 태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도 분명 마음에 들 것이다.

 

 에티카를 읽는다.

이번에 스피노자에 대한 길잡이 책이 나왔다. 이 책의 저자인 스티븐 내들러는 이전에 스피노자, 라는 평전을 통하여 스피노자에 대한 이해를 높인 바 있다. 스피노자에 대한 저자의 이해, 말이다. 철학 이야기, 에서 월 듀런트는 말한다, 저자의 저작에 바로 뛰어들기는 어려운 철학자들이 있는데, 칸트와 스피노자가 바로 그러하다고. 이들은 적절한 길동무들이 필요한데, 적어도 스피노자에서는 그 길동무들로 가장 적합해 보이는 책이 바로 이 책이리라. 이러니 저러니해도 스피노자의 에티카는 상당히 어려운 책이다. 이런 해설서가 번역되어 나온 것이 정말 다행스럽기 그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리라.

 

 

 

 

 

 

 

 

 

솔직히 요즘 좀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책을 읽어도 책이 눈에 잘 안들어온달까..

힘이 정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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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3-11-05 00:28   좋아요 0 | URL
추천은 위의 다섯 권이지만.. 지금 돌아보니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다, 라는 책도 있네요. 이걸 놓치다니...

희선 2013-11-07 01:29   좋아요 0 | URL
온도계와 돈으로 철학을 하다니... 언젠가 돈에 대한 것은 한번 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책을 읽은 것은 아니고 그런 책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온도계로는 어떻게 했을지... 어제 도서관에서 <논쟁>이라는 책을 봤습니다 책을 읽고 그것에 대해 쓰는 글과는 다른 글이 실려 있을 것 같군요 책 모두가 아닌 문단 속 문단이라니...

가라타니 고진도 스피노자도 이름밖에 모르는군요^^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다에서 풀다라고 했는데 정말 풀었을까 하는 생각이... 어느 정도는 풀었을지 모르겠지만 다 풀지는 못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니... 설명하다는 말을 풀다로 했군요


희선

가연 2013-11-11 19:35   좋아요 0 | URL
어헝헝.. 잘지내고 계신가요?
 

 

 

 

  오늘 노벨 생리의학상이 발표가 되었고, 그 주인공은 제임스 로스먼, 랜디 셰크먼, 토마스 쥐트호프가 되었다. 한 분야에 세 명까지 동시에 시상받을수 있는데, 작년에는 존 거든과 야마나카 신야였었다면 이번에는 세 명이 채워진 것 같다. 그들이 이번에 상을 탄 분야는 '세포 내 단백질의 전달 메커니즘' 에 관한 것이라는데 사실 기사만으로는 잘 감이 안잡힌달까. 노벨상 위원회는 1980년대 그들이 썼던 논문을 그들의 주요저작물, 그러니까 그들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논문으로 판정하였다고 한다. 어쩐지.. 골지Golgi 시스템이라던가 소포체 등은 너무 익숙한 생물학적인 개념이기는 하다. 중학교때도 배우지 않는가, 풋. 물론 그렇게 단편적인 지식은 아닐테고.. 분명 여러 수용체들과 그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가 그들에게 노벨상을 부여했으리라고 본다. 세포 내 수송작용과 전달기전은 순수과학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분명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의학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어떤 질환에 적용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테지만 말이다.

 

사실 내가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 실제로 내가 관심을 더 많이 가져야 할 분야는 생리의학상이어야 할텐데도 - 물리학상이다. 2013년의 노벨 물리학상은 특별하다. 과연 피터 힉스가 힉스 입자를 예견한 공로로 물리학상을 획득할 것인가? 스티븐 호킹은 작년에 CERN에서 힉스 입자가 매우 높은 확률로 발견되었다, (어설픈 용어 선택이다.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어떤 입자가 발견되었고, 그 입자는 우리가 예측한 힉스 입자의 성질과 높은 수준의 확률로 일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라고 하여야 옳다.) 는 소식을 듣고 힉스 입자의 발견은 정말 대단한 일이며, 힉스가 이번에 노벨상을 타는 게 옳다, 라고 이야기했었다. 스티븐 호킹은 힉스 입자에 대하여 매우 부정적으로 여기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의 예상이 빗나갔었다. 그리고 힉스는 이 신의 입자God's particle, 아니 Godamn particle가 자신의 생전에 찾아오리라고는 생각못했기에 눈시울을 붉혔다. (왜 Godamn particle이라고 썼는지는 예전에 언급한 바 있다. 힉스는 원래 이 입자를 보고 Godamn particle이라고 농담조로 명명하려고 했고, 그것을 따른 리언 레더먼 : '약력을 규명하여 노벨 물리학상을 탄 물리학자' 는 본인의 책에서 그것을 따르려고 했지만 출판사에서는 어감이 좋지 않다는 핑계로 God's particle로 바꿔버렸다.) 

  

나는 작년 7월 4일을 아직도 기억한다. 물론 나는 무슨 물리학자도 아니고, CERN에서 일하는 사람도 아니고, 심지어 물리학도조차도 아니지만 그 들뜬 분위기는 잊을 수가 없다. CENR이전에 페르미 랩에서는 이미 힉스 보존으로 짐작이 되는 입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라는 연구 결과가 있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일종의 지우기, 그러니까 있을 만한 에너지 수준을 조금씩 지워나가면서 발견해나가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니 저러니 해도 범위가 좁혀진 것은 사실이고, 이 상태로 나아간다면 더 높은 에너지 수준을 탐색할 수 있는 CERN에서 결판이 나리라는 것도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작년에 본 CERN에 관한 다큐멘터리에서 한 연구원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어떻게든 결판이 날 것이다' 라고. 그리고 7월 4일, 힉스 입자로 짐작되는 입자를 발견해내고 말았다. 그리고 작년 말, 높은 수준으로 확정지었다. 힉스 입자에 대한 발견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올해 10월 일본 연구소에서 확정지어졌다.

 

근데 힉스 입자가 뭐가 중요한 걸까? 많은 사람들이 신의 입자, 라고 부르면서 오오, 라고 감탄사를 내뱉기는 하지만 실제로 왜 중요한지는 알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실용성의 측면에서라면 힉스 입자가 있든 없든 이 세상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고,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다고도 할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비유할 수 있다. 서양 철학사에서 데이비드 흄은 회의론을 극한까지 몰고나가서 '젠장, 세상이 정말 내 눈에 존재하는건가?' 라는 식으로 내뱉는다. 하지만 칸트는 흄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내 눈앞에 있는게 진짜로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 그건 상관없잖는가.' 이를 두고 우리는 코페르니쿠스적인 인식의 전환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칸트가 다시 철학의 기초를 붙들어매었다고 말한다. 마찬가지 이야기이다. 힉스 보존이 있든 없든 우리 거시적인 삶에 무슨 상관이 있을까?

 

나는 힉스 입자를 대칭성, 그리고 거기서 오는 아름다움으로 파악하기에 높게 평가하지만, 그렇다고 힉스 입자가 발견된 것이 무슨 특별한 계기가, 그러니까 무슨 아광속 여행이 가능하다던가, 타임머신이 만들어진다거나,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힉스 입자의 역할은 그런 SF적인 상상력과는 거리가 멀고 말이다. (물론 나는 그런 상상력들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힉스 보존의 가치를 폄하해서는 안된다. 실용성만으로 어떤 지식을 평가한다면 우리의 지식 수준은 그 옛날 원시인에서부터 그다지 많은 발전을 이루지는 못하였으리라. 이러한 순수한 과학이 쌓여 실용적 의미도 가지고 되는 것이다. 아니 무엇보다도, 실용적 의미를 가지지 않으면 어떤가? 다른 모든 것을 넘어서 세계의 구조를 쫓는다, 라는 것은 정말 가슴 뛰는 일이 아닌가? 그런 욕구야말로 가장 순수한 욕구일 것이다. 지식에 대한 끝없는 갈증말이다.

 

그렇다면 이 힉스 입자는 어떤 입자일까? 사실 이 힉스 입자는 부산물에 가까운 입자이다. 확실한 설명은 왼쪽의 숨겨진 우주, 를 참조하기를 바란다. 특히 왼쪽의 책의 저자인 리사 랜들은 입자물리학자로 이런 입자모형에 있어서 뛰어난 사람이기에 훨씬 정확한 내용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전공자가 아닌 입장에서 물리학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하지만 아는 만큼만 끄적여보자면, 첫 번째, 힉스 메커니즘은 자발적 대칭성 깨짐과 연관이 있다. 두 번째, 힉스 입자는 힉스 메커니즘의 부산물이다. 세 번째, 힉스 메커니즘은 힉스 장을 통하여 질량을 부여한다. 바로 이 세 번째 성질때문에 힉스 입자가 질량과 연관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실 힉스 입자가 질량을 준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힉스 입자는 일종의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말하자면 힉스 메커니즘으로 인하여 입자는 질량을 부여받게 된다. 뭐라고? 주의깊은 사람이라면 이 말들에는 좀 모순이 있는 것 같다고 여길 것이다. 방금 세 번째, 를 보면 힉스 장이 질량을 부여한다는데 또 힉스 메커니즘때문에 질량이 생긴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여기서 우리는 게이지 이론Gauge theory에 대한 정말 기초적인 사실을 가져와야만 한다.

 

게이지 이론은 사실 입에 잘 익지 않는 단어이리라. 그러나 실험실에서 일하는 사람이거나, 또는 의학드라마를 열심히 보는 사람이라면 분명 들어보았을 것이다. '여기 18게이지 니들Needle 주세요' 이런 식으로 말이다. 게이지는 측정 단위다. 측정에 쓰인다, 라고만 알고 있어도 좋다. 그런데 이 게이지가 왜 물리학에 등장했는가? 철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자연은 우리 인간과 떨어져 존재하는 실재다. 우리 인간이 무슨 생각을 하더라도 자연이 우리 인간을 따라서 움직이지는 않는다. 이런 유물론적인 관점이 과학자들은 가지고 있다. (사실 나는 장기적으로는 이런 관점이 우리가 사회를 보는 관점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만 여기서 자세히 논하지는 않겠다.) 여기서 동의하지 않는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가 없다. 자, 동의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우리가 자연을 한 눈금이 1cm인 자로 측정하든, 1mm인 자로 측정하든 그 결과는 같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느 새싹을 측정했는데 눈금이 1cm인 자로 측정했을때는 10cm이고, 1mm인 자로 측정하였을때는 100mm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우린느 자연이 10cm이기도 하지만 100mm다, 라고 여겨야 하는가? 아니다. 이럴 경우에 우리는 10cm은 100mm이다, 라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런데 우리는 가끔씩 1cm이 눈금인 자를 가지고 측정을 하는 경우도 있고, 1mm가 눈금인 자를 가지고 측정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입자 물리학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것을 게이지 변환이라고 부른다. 측정하는 것을 바꾼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앞서도 예를 들었듯 우리가 어떤 측정 도구를 가지더라도 자연을 동일하게 기술하여야 한다. 이 측정도구는 입자 물리학에서 게이지 보존과 비슷한 위치에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리고 자연을 동일하게 기술한다는 이야기를 입자물리학에서는 게이지 대칭성이 유지가 된다, 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휘소 박사는 이야기한다. '게이지 보존의 질량 항은 - 게이지 보존은 보존이라는 말 그대로 힘을 매개하며 광자, W입자, 글루온 동이 있다 - 국소 게이지 변환에 대해 불변이지 않으므로 존재 할 수 없다' 라고 말이다. 마찬가지로 어려운 말을 다 빼면 변환했는데 동일하게 자연을 기술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이다. 동일하게 자연을 기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따라서 이휘소 박사는 말한다. 게이지 입자는 질량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런데 게이지 입자의 질량을 우리는 알고 있다. 강력을 매개하는 글루온의 경우 질량은 0이지만, W입자의 경우 1983년 와인버그-살람의 이론에서 예측한대로 낮은 에너지에서 높은 질량을 가지는 것이 실험적으로 증명되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겨난 것일까?

 

이론상으로는 게이지 보존의 질량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언가 시스템이 있어서 질량을 부여해준다면? 바로 여기에서 자발적 대칭성 깨짐이 대두되게 된다. 일단 단순한 방법으로는 저 대칭을 깨지 못한다. 대칭은 정말 아름다우며, 물리학뿐만 아니라 여러 과학 분야에서는 뛰어난 툴Tool이다. 하지만 이 대칭이 꼭 들어맞지가 않다면? 실제로 대칭인 때보다 비대칭일때가 더 안정된 상태라면? 이런 이론이 끊임없이 제기되었고, 이에 자발적 대칭성 깨짐이 논의되었다. (정확히 말해서 난부 요이치로와 제프리 골드스톤에 의하여 제기되었다.) 참고로 이 자발적 대칭성 깨짐은 전자기력과 약력의 통합에 큰 역할을 했었다. (사실 설명의 선후가 조금 바뀌었다. 하지만 쉬운 설명을 위해서 양해해주기를 바란다.) 이렇게 자발적으로 대칭성이 깨어진다면 이제 대칭상태에서는 질량을 가지지 못했던 게이지 입자들도 질량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이걸로 끝인가?

 

아까 첫 번째, 에서 나는 힉스 메커니즘이 자발적 대칭성 깨짐에 크게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분명 자발적 대칭성이 생기면 질량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가질 수 있는지 설명이 되지는 않는다. 어떻게 가질 수 있는가? 자, 여기서 힉스 장이라는 것을 가져 오자. 장field는 말 그대로 그 힘이 작용하는 범위를 뜻한다. 여기서 유의하여야 할 것은 다음과 같은 명제다. 힉스 장은 어디에나 있다. 여기서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미시세계에서 입자와 파동이 상보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 중 가장 특이한 사실일 것이다. 바로 이 상보성때문에 영원한 파동은 없고, 영원한 입자는 없다. 힉스 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그 파동은 어느 순간 입자로 봉긋 솟아오를수도 있을 것이다. 스스로 상호작용하면서 말이다. 그런 순간을 힉스 장의 자발적 대칭성 깨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 힉스 장은 네 개의 성분을 가지게 되는데, 그 중 셋은 게이지 보존에 질량을 부여하고 남은 하나는 힉스 보존으로 남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일종의 연예인의 거리 등장에 비유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요즘 최고의 인기를 달리는 아이돌이 거리를 걷는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 아이돌을 알아본 수많은 사람들이 달려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이돌 주변은 북적북적거릴 것이다. 원래 거리를 걷던 사람을 힉스 장에 비유할 수 있다. 그리고 아이돌이 나타난 경우 그 아이돌에게 가는 것들을 자발적 대칭성 깨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혼잡한 거리를 걸으면서 '오 마이 갓, 자꾸 밀려나가' 라고 외치는 심정을 힉스 메커니즘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썩 좋은 비유는 아닌 것 같다. 내 식으로 설명하자면 이렇게 설명하련다. 자연을 판단하기 위하여 우리는 게이지 대칭성을 유지하여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게이지 변환을 하다보니까 변환이 제대로 안되고 결과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자연을 우리가 바꿀 수는 없으니 측정 시스템을 바꿔서 다시 시도하였다. 측정 시스템을 어떻게 바꾸느냐가 문제가 되는데, 가지고 있던 측정 기구의 눈금을 모두 가지는 - 예를 들어서 버튼을 누르면 눈금이 바뀐다거나 - 그런 측정 기구를 가져왔다고 하자. 그 기구를 통하여 얻어진 결론은 새로운 시스템으로 기술되어야 할 것이다. 그 시스템을 힉스 메커니즘이라고 부르고 그단위가 힉스 보존이 되는 것이다.

 

이 글은 물리학의 정말 편린의 편린에 지나지 않는 글이다. 이 글에는 분명 오류도 있을 것이며 - 그렇다고 수식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테지만 - 그렇기 때문에 이 글만으로 힉스 입자의 메커니즘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라고 말하기는 힘들 것이다. 실제로 힉스 입자에 대하여 설명하자면 차원과 에너지 수준을 도입한 뒤 멕시칸 모자 모양의 그림을 하나 그려야 한다. 물론 그것만으로 확실히 설명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글을 통하여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힉스 입자에 대한 설명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글로 이런 과학적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사람들이 정말 조금이라도 생기기를 바랄 뿐이고, 무엇보다도 이 글이 힉스 입자와 노벨 물리학상의 주인공이 될 - 어쩌면 아닐 수도 있겠지만 - 피터 힉스 그리고 이휘소 박사에 대한 일종의 감사로 읽혀졌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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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08 0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09 1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13-10-09 01:19   좋아요 0 | URL
얼마 전에 힉스 입자라는 것이 보이기도 하던데(가연 님이 쓴 글에서 한번 본 적 있는), 노벨상 때문이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받았더군요 우주 탄생의 비밀을 알 수 있다고 하는 소리도 잠깐 들었습니다 그런 것은 시간이 많이 걸려서 이루어 낸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다가 결과가 나왔을 때에야 알 수 있잖아요 그런 일을 말없이 하는 사람들 대단합니다 이것은 과학을 하는 사람만 그런 것은 아니겠네요


희선

가연 2013-10-09 18:41   좋아요 0 | URL
예전 글에서 한 번 끄적거렸었지요. 맞아요. 마지막 말에 정말 동감합니다. 잘 모르고 있는 일을 꾸준히 하다가 결과를 드러내는.. 그런 사람들이 정말 대단한 거에요. 하지만 사람들은 모르겠지요. 정말 모르겠지요..

가연 2013-10-09 18:41   좋아요 0 | URL
노벨 물리학상 축하합니다!

테레사 2013-10-11 15:53   좋아요 0 | URL
하지만, 흥미로운 주제네요..우리의 기원을 아는 일이니까...우주의 기원...

가연 2013-10-16 17:18   좋아요 0 | URL
정말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답이 많이 늦었네요ㅜㅜㅜ
 
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이렇게 늦게 올리는 것에 대하여 변명을 좀 하자면, 먼저 신간평가단에서 보통 신간 추천하라고 문자가 오는데, 이번에는 문자가 안왔다.. 분명 추천하라고 공지가 올텐데,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뒤늦게 이렇게 알게 되서 올린다. 하나 더 변명하자면, 내 기억으로는 평가단 서재에 접속하면 신간 추천하라는 페이퍼를 보통 가장 최근에 보도록 올렸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뒤로 완전히 밀려 있어서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이런 저런 변명에도 불구하고 늦게 올리는 것은 죄송한 일이다. 이 추천이 반영될런지는 모르겠지만 늦게나마 올려보련다.

 

사실 이번에는 봐둔 책이 많다.

 

 

 

비글호 항해기.

 

 

 

 

 

 

 

 

 

 

 

 

 

 

 

 

나, 스티븐 호킹의 역사.

 

 

 

 

 

 

 

 

 

 

 

 

 

 

 

 

위대한 수학문제들.

 

 

 

 

 

 

 

 

 

 

 

 

 

 

 

 

4퍼센트의 우주.

 

 

 

 

 

 

 

 

 

 

 

 

 

 

 

 

우상의 추락.

 

 

 

 

 

 

 

 

 

 

 

 

 

 

 

 

하나 빼고는 다 과학책이다. 10월은 과학의 달이다. 아닌가? 풋. 급하게 책들만 올린다.. 이번에는 제대로 보고 설명이라도 끄적거리려고 했으나... 조금씩 끄적여 보겠다..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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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신간평가단 2013-10-07 12:55   좋아요 0 | URL
흙. 저 문자 보냈는데 ㅠ 왜 문자가 가연님께 안갔을까요 ㅠㅠ

가연 2013-10-07 20:38   좋아요 0 | URL
헉.. 이렇게 직접 오셔서 달아주시다니ㅠㅠㅠ 보내셨다면 제가 잠결에 문자를 지워버렸나봅니다, 풋.

희선 2013-10-09 01:03   좋아요 0 | URL
이 가운데 하나라도 되기를...^^
전에 <4퍼센트 우주> 이 책 제목을 봤을 때, 가연 님이 이런 거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월은 무슨 달일까요 잘 모르겠군요 문화의 달과 경로의 달이 보였습니다 둘 다인가봐요 문화의 달은 1972년 10월에 정했답니다
과학의 달은 4월인가 봅니다 과학의 날은 4월 21일이네요

무슨 달이라고 정했다고 해도 그때만 그런 것은 아니지요^^


희선

가연 2013-10-09 18:37   좋아요 0 | URL
당연히 10월은 과학의 달이 아니죠, 풋. 그냥 과학책이 하나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과학의 달이라고 끄적거리는 거죠, 아하하하하... 우상의 추락, 도 읽고 싶은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외딴집.

외딴집을 읽었는데 (협찬(?)을 받았다. 이 자리를 빌어 협찬해주신 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나는 그렇게 미야베 미유키의 책들을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이 책을 읽고는 어느 정도 호불호랄까, 그런 감정은 생긴 것 같다. 나는 에도 시리즈가 마음에 든다. 그 이유는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던 것 처럼 외부가 척박하기에 서로 인간의 정을 나누는 시대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에도 시대가 환상과 공포, 그리고 신화가 쉽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부연을 하자면, 현대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신화가 끼어들기에는 어렵게 된다. 물론 현대에서는 새로운 신화가 생겨나겠지만 뭐랄까, 우리가 잘아는 그리스, 로마 신화 등이 활보하기에는 힘들다. 마찬가지로, 에도 시대를 빌리면 일본의 수많은 괴물과 도깨비들이 쉽게 움직일 수 있다. 여담이지만 일본에는 정말 많은 괴물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그 괴물들을 아직까지도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삶에 녹여내고 있다는 것이다..

 

 

 

소설 삼십육계.

이 책 생각보다 괜찮다. 소설이지만 고증도 잘 된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잘 모르던 인물들이 두각되어 있어서 좋았다. 예를 들어 청태종의 모사 범문정, 같은 경우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 삼십육계의 차도살인의 계, 에는 범문정와 원숭환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물론 범문정이 진짜 청태종에게 차도살인의 계를 발안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범문정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정도는 알 수 있게 되었지 않은가? 그리고 오호 십육국과 오대 십국 시대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아볼 수 있어서 마음에 드는 책들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면서 어떻게 전략이 중국역사에서 이용되었는지를 확인해보면 좋을 것이다. 참고로 이 책의 해설을 맡은 이가 가장 중요시하는 전략은 진화타겁이다. 불이 난 틈을 노려 이득을 취한다, 라는 뜻인데, 어부지리와 뜻이 어느 정도는 통한다. 조개와 홍학이 다툴 때 어부가 이득을 보는, 그런 형상이라고 볼 수 있을까? 다만 현대사회를 생각해보면 가장 중요한 전략은 미친 척 하는 것이 아닐까. 가치부전, 이라고 하는. 손빈은 미친 척을 해서 방연의 손에서 벗어났고, 유비는 번개를 보고 거짓으로 두려워하여 조조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에드워드 고리 걸작선.

솔직히 말하면 애매하다. 난 팀 버튼의 굴소년의 죽음, 읽고 정말 많은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그 미묘한 감정에 몸을 떨었다. 그래서 소개글을 읽고 이 책을 바로 구입했다. 팀 버튼이 영향을 받은 사람이라고? 그럼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글쎄, 음.. 나는 잘 모르겠다. 표지까지 무슨 연관이 있는 것 같기는 하다. 그리고 그림을 찬찬히 뜯어서 본다면 분명 무언가 뜻이 담겨있을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뭐랄까.. 이 책들 해설서 없을까? 아니면 비평서라던가.. 내가 이쪽은 거의 문외한이라 아는 바가 없다. 억지로 해석을 가져다 붙일 수는 있지만... 개인적으로 에드워드의 고리의 작품 중 나에게 어떤 충격을 가져다 준 작품은 (여기에는 없고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되었지만) 산산조각난 아이들, 이라는 작품이다. 정말 당혹스러운 작품이다.

 

 

 

 

티벳, 말하지 못한 진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매우 추천하는 책이다. 물론 초판이 발간된 지 좀 오래되서 현재의 상황을 담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을런지도 모르겠지만, 현재라고 해서 티벳인들의 삶이 더 나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려울테니 별로 상관없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중국이 어떻게 티벳을 수탈을 하고 있는가? 이다. 그리고 그 수탈 내용을 체계적으로 환경, 교육, 자원 등 모든 분야에 걸쳐서 철저하게 파헤치고 있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책에 티벳과 중국의 지도가 그다지 없다. 책에서 서장자치지구, 라고 이야기를 하더라도 직접 내가 검색을 해서 위치를 찾지 않는 한 어디를 이야기하고 있는지 확인하기가 어렵다. 그 외에는 모두 만족한다.

 

 

 


 

 

메리 스튜어트.

이 책도 협찬(?)을 받은 책이다. 협찬해주신 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이 책을 어떤 장르로 볼 것인가, 에 달린 것 같다. 만약에 역사를 기록한 책으로 본다면, 이 책에는 후하게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고증이 잘못된 부분이 보인다. 슈테판 츠바이크가 가장 무리수를 둔 것은 엘리자베스의 성격을 그녀의 처녀성에서 찾으려고 한 것이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단정한다. 엘리자베스가 이러한 성격이 된 것은 그녀가 '원치않는' 처녀가 된 것 때문이다, 라고. 그래서 거기에 대한 대비로 메리 스튜어트를 가져온다. 그러나 엘리자베스가 실제로 '그러'하다고 볼 만한 근거는 희박한 것이 현실이다. 이와 비슷한 오류는 이전의 마리 앙투아네트 평전, 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 책을 문학작품으로 본다면 이 책 이상으로 훌륭한 문학 작품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유려한 문장은 그야말로 가슴을 찌르고 온몸을 전율시킨다. 결국 평전이지만 이 책은 문학작품에 더 가까운 책으로 보아야 책의 진수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슈테판 츠바이크의 저런 접근, 엘리자베스와 메리 스튜어트의 대비가 단점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두 여왕의 상대되는 부분을 대비시켜 빛과 그림자를 더욱 선명히 보이는 수법은 슈테판 츠바이크만이 구사할 수 있는 방법이리라. 

 

 

 

카사노바 자서전.

사실 이 책 때문에 겨우 접속하고는 글을 끄적거린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이제야 읽게 되다니. 절판이 된 것이 정말 아쉽지만 아직 전자책으로는 판매를 하는 모양이다. (난 전자책으로 읽고 있다.) 카사노바에 대해서 우리는 바람둥이, 호색한 정도의 이미지 정도만 가지고 있지만, 이 책은 그런 카사노바에 대하여 심층적인 이해를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카사노바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번역을 한 것 같은데,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책은 완역은 아닌 것 같다. 그 이유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들 수 있다 : 일단 카사노바의 회고록은 12권으로 알고 있다. 책 한권으로 완역하기에는 조금 힘들 것이다. 두 번째는 각 장의 마무리에 역자가 끼어들어 카사노바의 행적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분명 카사노바가 말을 안할 리 없는 (그가 정말 사랑했던 앙리에타라거나, C.C에 대한 사랑) 부분을 짧게 요약을 하니 완역본이 아니라고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완역본의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한길사에서 출판된 카사노바, 나의 편력도 함께 읽어야 할 것이다. 일부를 비교해보니 두 책은 같은 책을 번역한 것이라 여겨지기에 좋은 보완재 역할을 서로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하여 호색한의 이미지 뿐만 아니라 지적인 카사노바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여담인데 성적인 묘사가 상당히 야하다. (진짜다. 그다지 노골적이지도 않는데 너도 알잖아? 하면서 뭉그적 거리는 카사노바의 서술은 괜스레 얼굴을 붉히게 만든다. 역시 상상의 힘이란..) 그러나 의외로 그다지 민망한 기분은 들지 않는다, 풋.

 

 


 

 

p. s. 슈퍼스타 K의 김나영 장원기 street life는 정말 좋은 노래같다. 지금까지 굳이 슈스케를 밤마다 찾아서 보지는 않았는데, 재방송을 멍하니 보다가 저 노래를 듣고는 계속 챙겨보았다. 이 기세대로라면 노래만 친다면 장원기가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가 아닐까? 하지만 슈퍼스타 K는 노래 뿐만이 아니라 상품성도 우승후보에 상당히 영향을 미치기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달까. 아.. 나도 슈스케 나가보고 싶다...는 1차예선탈락일 가능성이 높겠지... 푸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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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13-10-04 01:33   좋아요 0 | URL
괴물이라고 하니 조금 무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냥 요괴라고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지금도 요괴를 연구하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본에서 만들어낸 많은 신도 요괴에 들어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요괴보다는 조금 위로 생각해주겠지요

삼십육계는 모두 서른여섯 권이군요 그리고 이것이 여섯 '계'로 나뉘어 있군요 잘 보니 계마다 지은이가 다르군요 자세히 안 봤으면 그냥 넘어갈 뻔했네요 그저 승전계만 봐도 될 것을...^^

티베트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중국 때문에 여러가지로 힘들다는, 그저 그것만 알고 있습니다 라디오에서 어떤 분이 슈테판 츠바이크 글이 참 좋다고 하더군요 저는 아직까지 한권도 못 읽어봤는데, 그것보다는 글이 좋은 게 무엇인지를 잘 모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더 봐왔기 때문에... 읽어보면 조금은 알 수 있을까요

카사노바라...^^
슈퍼스타 K는 한번도 본 적 없어요(텔레비전을 거의 안 봅니다) 가연 님이 나오면 볼게요^^


희선

가연 2013-10-07 12:03   좋아요 0 | URL
삼십육계는 천천히 다 읽어보려고 생각중입니다.. 재미있어요, 풋.

아하하.. 슈퍼스타 K는 나가면 광탈이 뻔하겠지요...

웽스북스 2013-10-04 21:07   좋아요 0 | URL
저는 슈스케에 나오는 가연님을 보고 싶네요. 훗훗.

제가 안좋은 추억이 있는데.. <카사노바 나의 편력>을 다루는 TV 책을 말하다, 에 방청을 갔었거든요. 근데 급 인터뷰를 하게 되고, 급 이상하게 편집당해서 (나는 카사노바를 만나고 싶다.. 뭐 이런 말만 쏙 잘라서 ㅠㅠ) 그래서 저 책에는 트라우마가 있어서 안읽었는데.... 가연님 글에서 보니 반갑네요. 으헷.

가연 2013-10-07 12:00   좋아요 0 | URL
ㅋㅋㅋ 이렇게 바람을 넣으시면 진짜로 나갈지도 모르겠... 아하하하하

저런.. 편집을 그렇게 하다니, 너무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