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TTB 광고를 달아보았다. 상품을 어떻게 넣는지 알 수가 없어서 - 예시로 쓰였던 캡쳐는 너무 오래전 모습을 담고 있다 - 시간이 오래걸렸는데, 달고 나니까 생각보다 광고의 느낌도 안나고 괜찮은 것 같다. 뭐랄까, 이 책은 정말 좋은 책이니 꼭 읽어보세요, 라는 느낌이랄까. 글로 쓰는 것 보다 더 눈에 확 들어오는 것 같고.. 이런 플랫폼 자체는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다. 무료로 사용자들에게 광고할 수단을 부여한 뒤에 적립금을 받을 수 있게 하고.. 동시에 회사입장에서는 홍보도 되고. 적당히 사용자들에게 자율성까지 부여함으로써 - 직접 책을 고를 수 있다 - 강제성에서 오는 반감을 상당히 누그러뜨렸다. 디자인도 생각보다 깔끔한 것 같다.

 

글을 하나 썼다가 비공개해버렸다. 내용이 내용이다보니.. 계속 솔로를 어필하는 글을 쓰기도 힘들다. 그런데 글을 비공개하는 방법도 어렵다. 도대체 비공개버튼이 어디 붙어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겨우 우회적으로 비공개시켰지만.. 글 자체를 비공개하려면 어떻게 해야되는건지 모르겠다. 나 컴맹이었던건가?

 

 

 

잉카 최후의 날.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기념비적인 저서, 총균쇠를 읽다가 아타우알파에 대한 일화가 있어서 같이 읽어보았다. 잉카 제국의 황제 아타우알파에 얽힌 이야기들은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피사로에게 아타우알파는 이런 제의를 했었다. 이 방 벽에 선을 그은 부분 까지 금을 채워서 그대에게 드릴 터이니, 나를 풀어주시오, 라고.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피사로는 그걸 무시해버리고 여전히 아타우알파를 붙잡고 있었다가 교수형시킨다. 그런데 여기서 잉카의 이야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뒤를 잇는 황제의 이름은 망코 잉카, 인데 처음엔 꼭두각시처럼 붙잡혀 지내다가 각성을 하고 잉카의 독립 운동을 주도하게 된다. 그리고 고산 도시로 거처를 옮겨 끝까지 저항을 한다. 책에서 가장 확인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이부분이다 : 잉카의 멸망에 작용한 요인은 총, 균, 쇠 뿐만이 아니라 기존 잉카 제국 자체의 억압적 통치 자체도 한 몫을 차지하였다는 것이다. 잉카에 억눌려 있던 원주민들은 정복자들을 지지하였고, 그들을 위하여 몰래 정보를 빼오는 것을 계속해나갔다. 정복자들은 - 사실 정복자라는 명명이 옳을 지 모르겠지만 - 원주민들을 방패로 쓰면서 잉카의 거센 반격을 막아내었다. 이 책의 의의 중 하나는 바로 그 부분을 세밀하게 그려내었다는 점이다. 다만, 책 서술 자체의 문제는 지울 수 없다. 이 책에서는 중요한, 아니 독자들이 가장 기대하는 부분의 서술은 너무 간략한 설명만 하고 지나가버리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어떤 전투가 일어났다. 양 측의 장수는 누구다. 그리고 그 다음 장을 보면 사료 하나를 인용하고는 전투가 누구의 승리로 끝이 났다고 적어버린다. 갑자기 많은 부분을 지나쳐버리는 것이다.

 

제 3의 침팬지

솔직히 말해서 좀 기대하면서 읽어나갔었는데, 상당히 실망한 책이다. 정말 이 책의 저자가 총, 균, 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맞단 말인가? 동일 저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당황스러웠다. 총, 균, 쇠의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자신의 주장을 상대방에게 받아들이게 하기 위하여 자신의 주장의 전개 과정을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히 설명하지만, 이 책에서의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이런 서술로 일관한다 : 이건 이렇다. 왜 이런가? 당연히 이렇게 되니 이렇게 되는게 맞다. 나를 더 당혹스럽게 한 것은, 이 제 3의 침팬지의 내용이 그대로 총, 균, 쇠에 적용된 것이다. 그것도 매우 그럴듯하게 논리를 갖춘 상태로 말이다. 바꿔말하자면, 총, 균, 쇠의 내용은 벌써 이 책 내부에 씨앗 상태로 있었다고나 할까. 반복적으로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이 책에서 중요시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외계 문명의 학자가 우리를 지켜본다면? 그런데 이런 연구법 자체는 다른 곳에서도 많이 쓰이고 있다. 흥미롭게도 촘스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으니 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촘스키는 외계에서 누군가 관찰을 해나간다면, 인류 자체의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에 더 주목하리라고 이야기하였다. 이 책의 저자의 고찰도 그와 유사한 면이 보인다.

 

 

 

 

 

 

 

p.s. 촘스키와 제레드 다이아몬드, 그리고 아마도 잘 알려지지는 않았을 어느 학자를 이어 글을 한 번 써볼 생각을 하고 있지만.. 언제 쓰게 될런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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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3-06-19 22:28   좋아요 0 | URL
글 자체를 비공개하는 법은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아마 우회적으로 하신 그 방법이 맞을듯요 :)

가연 2013-07-06 22:52   좋아요 0 | URL
어허허.. 14주년 기념으로 이런거 좀 고쳐주면 좋을 것 같은데... 오랜만입니다, 웬디양님ㅎㅎㅎ

희선 2013-06-20 00:38   좋아요 0 | URL
가연 님이 잘 모르는 것은 아니고 여기에는 그게 없어요
그런데 다른 방법이 있기도 하군요
사람들은 자신을 억압하는 쪽보다는 그러지 않는 쪽을 더 좋아하겠죠 다른 사람 힘을 빌린 것이었기 때문에 그 나라는 사라질 수밖에 없었을지도...
잘 모르겠지만, 밑에 것은 <총, 균, 쇠>보다 먼저 썼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당연한 말을...^^


희선

가연 2013-07-06 22:5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사실 지금껏 비공개를 해본 적이 없어서 몰랐었는데 좀 불편하네요, 에휴.

다락방 2013-06-20 08:07   좋아요 0 | URL
저도 글 자체를 비공개로 돌리고 싶다는 생각 많이 했는데, 여기서는 비밀 폴더에 넣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은 없는것 같아요.
그런데 광고로 걸어둔 책이 비트겐슈타인, 융, 루소 네요. 제가 한 번 씩 클릭 해봐야겠어요. 저 책들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가연님 부자되라고... ㅎㅎ

가연 2013-07-06 22:53   좋아요 0 | URL
아하하.. 다락방님께서도 부자되실겁니다, 그 고운 심성덕분에ㅎㅎㅎ

드림모노로그 2013-06-20 17:58   좋아요 0 | URL
서재관리에서 그냥 비공개하면 되어요 ㅋㅋ
근데 비공개 해놓고보니 아깝지 뭡니까? ㅎㅎ
아까 와서 글만 읽고 갔어요 , 역시 가연님은 페이퍼도 잘 쓰신다니까요 ^^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책이 실망스러웠다니. 흠.... 전 그럴때마다
제 무지를 탓하거나, 번역을 탓하는데 ㅋㅋ 아.마.도. 번...역이 ^^;;;
날이 무지 덥네요 ㅎㅎ 가연님도 올 여름 건강 유의하세요 !
그냥... 들렸습니다 ㅋ~

가연 2013-07-06 22:55   좋아요 0 | URL
그게 안되는 것 같더군요, 풋. 글만 비공개하는게.. 드림님께서는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시군요, 정말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제 개인적 의견을 꺼내면 사실 번역 문제라기보다는.. 초기에 써서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2013-06-21 0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06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17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20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예전에 신간평가단 하면서 정말 좋았던 글이 두 개 있었다. 이전에 평가단 마무리 글을 보낼때 같이 적으려 했지만.. 시간이 흘러서 지금에야 글을 끄적거린다. 아, 물론 내가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별다른 의도가 없다, 풋. 말하자면 숙제를 하는 것이다. 갈 때 가더라도 숙제는 하고 가야되지 않겠나? 물론 다른 분들의 글도 좋았던 글이 많았다. 내가 다른 사람의 글을 평가할만한 수준이 된다고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 주관적으로 그저 뇌리에 강하게 남았던 글을 끄적거리는 것이다. 다른 글보다 더 뛰어나다거나, 더 못하다거나, 를 판단하려고 쓰는 것들은 아니다. 응? 이렇게 말하면 선비같다고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미안하지만 선비처럼 굴려고 이렇게 올리는 것도 아니다. (근데 인터넷 비속어로서의 선비란 단어는 그 역사적 기원을 따라 - 2011년에 비속어로 쓰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참고한 문헌은 인터넷 검색 - 커뮤니티들을 살펴본다면 위선보다는 진지한 척 하는 사람에게 쓰는 말 아닌가? 바로 이 괄호내 문장에 선비같다고 한다면 적절한 용례가 될 것 같다.) 뭐, 그래도 선비같다면 그저 웃을 수 밖에, 풋.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

 

사실 이 책은 상당히 호불호가 갈렸던 책으로 기억한다. 나 또한 리뷰를 쓸때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이 책을 좋아한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싫어한다고 해야 할지 긴가민가했던 기억이 난다. 끝의 한 장을 넘길 때 마음을 겨우 결정했었다. 내가 쓴 글은 결국 호, 쪽에서 쓴 글이 되어버렸는데, 만약에 내가 불호, 로 기울었다면 그 글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왔을 것이다. 책 자체는 구성상 특별한 특징이 있는 책은 아니다. 말 그대로 어쩌다 사회학자가 된 '피터 버거' 의 일대기인데 특히 좋았던 리뷰는 nunc님의 리뷰이다. http://blog.aladin.co.kr/nunc/5720684 그때 사실 개인적으로 매우 좋았던 글이라.. 가끔씩 생각이 날 때 찾아가서 읽어보고는 한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이 책은 리뷰하기에 썩 좋은 책은 아닌듯 하다. 책이 좋은 책이다, 나쁜 책이다, 를 떠나서 리뷰를 쓰기에는 힘들었었다. 이 책의 저자는 여러가지 논거를 가져와서 비약적인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다른 책이었다면 비판을 강하게 했었겠지만, 이 책에서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아직도 이 경계가 긴가민가하다. 똑같이 비약적인 결론을 내리지만, 어떤 책에서는 그 결론이 전혀 어색하지않고, 도리어 그럴듯하게 들리고, 다른 책에서는 비판을 내리게 된다. 나는 당시에 그 부분을 끄집어내는데 실패했었지만, 여기에 성공한 분이 계신다. 그 분은 흔적을 찾아서, 님이다. http://blog.aladin.co.kr/findingtrace/5765025 여러 용어가 나오지만 글에서 그 용어가 뜨거나 어색하지도 않은 좋은 글이라 생각이 된다.

 

백문이 불여일견, 한 번 직접 읽어보시라.

 

 

 

 

 

 

 

 

 

이제 에반게리온에 대한 글을 써야되는데

날려먹고나서는 너무 패닉에 빠져서 더 쓰지를 못하고 있다.

 

 

 

 

 

 

 

 

추신.

 

밀려둔 숙제는 저 글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주말엔 친구를 만나기 때문에 바로 답을 못해드릴지도 모르겠다. 티뷔보러가는게 아니라 좀 멀리갈지도 모르겠다. 자그마치 다른 도시로 가는 것이다. 계속 컴퓨터 앞에 앉아있을수는 없지 않는가. 하지만 혹시 주말에 반론을 올리신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모두 답해드리고 다시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다. 물론 비꼼으로 일관하신다면 나또한 똑같이 계속 비꼴것이다. 그러니까 1+1에 덤하나 얹어드릴 것이다. 요즘 대세 아닌가? 차분하게 받아들일걸 받아들이고 말씀을 쓰신다면 (잘 모르실 것 같아서 적자면, 예를 들어 윤OO 사태에 대한 청와대 갑질에 비유한 것이라던가 - 솔직히 다른 건 몰라도 본인이 이런 비유를 들으면 기분이 좋겠는가? - 웨이터의 비유라던가... 자신의 논거 중 하나가 논파된것이라던가...) 나또한 차분하게 글을 쓸 것이다. 실시간으로 글을 볼 수는 없어서 변천사를 살피기 어렵겠지만. 뭐, 혹시나 서로 더 할 이야기가 있다면 말이다. 사실은 주말까지 이 이야기가 지속안되었으면 좋겠다. 오늘 휴일이잖는가? 시간이 하루종일 빈다. 오늘은 컴퓨터 앞에 계속 앉아있을수 있다. 나만 그런가? 아, 사실 오늘은 원래 특별히 할 일이 없었다. 집에서 묵념을 좀 하고..(오늘 현충일이다) 게임이나 열심히 할 생각이었지만.. 쓰다보니 좀 우울해진다, 풋.

 

혹시 길어서 이 글도 다 못읽으실까봐 한 줄로 줄이면, 저 오늘 시간 많아요, 듬뿍 이야기를 나눠요, 다. 여자도 아닌데 나랑 대화를.. 라는 생각은 피해주셨으면 한다, 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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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3-06-06 18:58   좋아요 0 | URL
더 글을 쓰고 싶지 않아서 여기에 이렇게 댓글을 답니다. 이 말이 논쟁을 피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반론을 하신다면 저 또한 읽은후 모두 답해드리겠습니다. 저는 어떤 사람이든지, 대화를 하는 이상 '아, 이 사람은 더이상 상대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라고 여기지는 않으니깐요. 할 수 있는데까지 대화를 계속할 작정입니다. 물론 말을 더이상 하시지 않는다면 저 또한 말을 더 할 생각은 없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오늘 아침까지는 좀 화가 가라앉지가 않은 상태였지만.. 지금은 좀 피곤하네요. 가슴도 어제보다는 많이 차가워졌으며 계속 컴퓨터 앞에서 얽매여 있을 수도 없고 말입니다.)

인터넷을 하는 자, 구글 앞에서 두려움이 없을 수는 없겠지요. 어제 시간을 조금 들여서 곰곰생각하는발님, 아니 페루애님이 네이버 블로그에서 어떤 논쟁을 하셨는지를 검색해보았습니다. 통칭 M님이라고 불리는 me....님과 논쟁을 벌이셨더군요. 그때 페루애님은 지금과 달리 감정의 편에 서서 논쟁을 벌이셨더군요. 지금은 다른 글들이 모두 비공개가 되어있어서 me...님의 글밖에는 없는데, 그 당시 페루애님과 페루애님을 지지하시던 분의 이야기 중 하나는 me...님의 태도에 관한 문제였습니다. 안하무인에 토론에 임하는 태도가 불량하다고 비판하셨더군요. 그게 작년의 일이었습니다. 자, 지금 페루애님의 태도를 보면 그때 me...님께 그렇게 비판한 분과는 전혀 다른 분처럼 보입니다. 적절한 반론이 없는 비꼬기와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는 말씀들 말입니다. (이 댓글도 길어서 못읽으시겠습니까?) 자신의 일관성조차 지키지 못하시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을 설득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논쟁을 하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앞선 글에서 말씀드렸다시피. 하지만 저는 그런 문제제기나 논쟁 그 이전에 서로가 준비가 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때의 페루애님은 그걸 아셨던 것 같은데, 왜 지금은 이러시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감정에 앞서 페루애님께 저렇게 글을 남겨서 죄송합니다. 제 스스로가 지적질을 하지 말라고 말해놓고는 지적질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말입니다. 선비의 특성이구나, 또 그렇게 말씀하실지 모르겠지만 이건 진심입니다. 근데 한편으로는 제가, 그리고 드림님께서 화가 날 만도 하지 않았을까요? 한 번쯤 상대편에서 반박을 하는 사람들 입장도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희선 2013-06-08 00:22   좋아요 0 | URL
에반게리온에 대한 글 언젠가 써주세요 기다릴게요
극장판 에반게리온을 조금 봤더니, 애니메이션으로 했던 것이기도 하더군요 Q에 나오는 카오루(이름이 맞던가)도 나왔고... 저는 그 애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것인가 했습니다 극장판만 봐서는 에반게리온 잘 모르겠어요

저는 여기에 나온 사람들 모두(아이, 어른 다) 자신을 사랑해줄 사람을 찾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관계를 맺기는 어렵고, 그래서 차라리 모두가 하나가 되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죠 마지막에 신지한테 무엇을 고를지를 시키고...

이것은 그저 보이는 것일 뿐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니 다른 생각을 말해주세요^^


희선

가연 2013-06-08 17:55   좋아요 0 | URL
에반게리온 글을 쓰고 나면 아마 미련 없이 이 서재를 떠날 것 같은데요, 하하하.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2013-06-10 2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8 2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중복 서평이란?
중복 게재
중복 게재 4

 

 

 

솔직히 이런 글을 왜 써야 되는지 모르겠고, 쓰고 싶지도 않다. 그리고 분명 후회할 것이다, 나중에. 하지만 쓰지 않아도 후회할 것이다. 뜬금없이 왜 이런 글을 쓰는가, 하는 생각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마립간님 서재의 중복 게재의 가장 최근 글에 달린 댓글을 보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트랙백 목록에 가장 마지막에 위치한 글이다. 그냥 지나갈 수도 있지만, 꽤 화가 났기에 이렇게 감정적으로 글을 쓰게 된다. 어차피 서재에 대한 애착도 그다지 없는 몸.. 하는 심정으로 몇 마디 날카로운 말을 남긴다. 난 토론을 목적으로 이런 글을 쓰는 게 아니다. 그냥 감정적으로 화가 나서 쓰는 글이다. 말하자면 비난인 셈이다. 물론 조금은 논리적으로 보일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다 논리적인 척, 에 불과하다. 그 점을 미리 밝힌다.

 

하나더 미리 밝히자면 난 신간평가단에서 받은 책으로 중복 서평을 다른 블로그에다 올리는 것에 대하여 반대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기에 근거를 묻는다면, 그러니까 왜 다른 블로그에 올리면 안되요? 라고 나에게 물어온다면 난 그저 감정적 논거 - 도의상 안되니깐요 - 밖에는 댈 수 없다. 신간평가단의 책들이 출판사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것이라는 증거까지도 나왔으니까. 그리고 많이들 그냥 넘기는데, 좀 거칠지만 고서님의 중복서평에 관한 글의 논거도 생각보다 그럴 듯 하다. 당장 네이버 포털에 인기 책들을 검색해보라. 가장 먼저 잡히는 검색결과는 네이버블로그에서 작성된 리뷰들이다. 결국 좋은 리뷰는 어떤 책을 살 것인가, 말 것인가, 를 결정하지 어떤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살 것인가, 를 결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몰라, 정말 유니크한 책이라면 당연히 이런 인터넷 서점이 검색엔진에 걸리겠지만. (예로, 한참 넷상을 휩쓸었었던 의자놀이, 를 검색해보라. 그리고 1면에 뜨는 블로그가 어디 것인지 살펴보라. 어디 것인가?) 그래서 나는 중복 서평에 반대하는 글이 논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두 글다 마찬가지로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이다. 하나는 감정적이고, 하나는 논리적인 척하는 감정적 글이다.

 

이 끄적거림의 시작은 중복서평에 대한 댓글을 곰곰생각하는발(이하 곰곰발, 로 줄인다. 양해바란다.)님이 드림모노로그(이하 드림, 양해바란다.)님의 서재에 덧글을 남김으로서 시작된다. 그 글은 몸젠의 로마사, 에 대하여 드림님이 리뷰를 쓴 글인데, 곰곰발님은 거기에 '이 글은 예스와 동시에 올라온 글이군요' 라고 댓글을 남겼다. 지금은 지워졌지만 기억을 더듬어 적어보면, 당시 드림님은 자신은 몰랐다, 신간평가단 규정 어디에 그런게 있느냐, 신간평가단에서 정식으로 말을 하면 당연히 올리지 않을 것이다, 라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곰곰발님이 신간평갇간 FAQ를 댓글에 달았다. 그런데 내 눈을 사로잡은 부분은 드림님의 다른 글귀였었다.

 

다른 글에도 이렇게 남기셨던데.. 저한테 관심이 아주 많으시나봐요?

 

드림님이 나중에 쓰신 항변 '미안하지만 페이퍼 씁니다' 를 미루어 판단해보건데, 곰곰발님이 드림님의 서재에 지적을 한 것은 저것이 처음이 아니었었다. (이는 이후에 나와의 비밀댓글에서도 인정한다.) 그 이전에 드림님의 말씀에 따르자면 '김밥 싸는 글' 에도 곰곰발님은 덧글을 달아 예스의 드림님인 줄 알았다, 라고 하였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하여 무슨 명확한 설명이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그 이후에 곰곰발님은 전혀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다.)

 

자, 여기서 내가 느낀 것인데 - 어디까지나 전혀 논리적이지 않고 그냥 느낌이다. 괜히 논리적인 척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 난 이 부분이 궁금하였다. 왜 처음엔 곰곰발님은 드림님에게 비공개댓글로 지적해놓고 나중에 와서 공개댓글로 지적했을까? 공개댓글로 지적할거면 처음부터 공개댓글로 공론장에다가 끌고나오든지, 아니면 비공개댓글로 할 거면 끝까지 비공개댓글로 하든지. 왜 비공개댓글에서 공개댓글로 바꾸었을까? 

 

미리 일부를 밝히자면 - 이 또한 나와의 비밀댓글에서 곰곰발님 본인이 언급했지만 - 곰곰발님은 비공개댓글로 그런 지적을 남기는 것이 훨씬 예의가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나에게 내가 비공개댓글을 남기는 이유와 동일하게 처음에 드림님에게 비공개댓글을 남겼다, 라고 밝혔다. 나는 비밀댓글이 예의가 있는 댓글이라고 여겼기에 그렇게 남겼던 것이니 곰곰발님의 의도도 나의 의도와 동일할 것이다.) 하지만 (드림님과 곰곰발님 사이에 어떤 댓글이 오갔는지 모르니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면) 한 두 번 곰곰발님은 드림님에게 비공개 댓글로 지적을 한 뒤에, 아, 드림님은 내 말을 듣지 않는구나, 라고 여겨서 공개댓글로 바꾸어 남긴 것 같다. 하지만 말이다. 이 부분은 좀 곰곰발님의 실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상에서, 그것도 평소에 댓글을 종종 남기던 사람도 아닌데 갑자기 무슨 지적을 한다고 해서 '오, 옳은 말이군요, 받아들이겠습니다' 라고 할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누구나 지적당하는 것은 기분좋아하지 않는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서, 곰곰발님이 비공개댓글이 예의가 있다고 여겼었다면, 그렇다면 갑자기 공개댓글로 바꾼 것은 예의따위는 버려야겠다, 라고 여겼던 것일까? 잘 지키고 있던 예의를 왜 갑자기 벗어던졌을까?

 

하지만 나는 그 당시에는 여기까지만 생각을 하고 끝냈다. 왜? 사실 나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앞서 밝혔다시피 중복 서평은 좀 이상하다고 여기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못내 곰곰발님의 태도는 어딘가 마음에 걸렸다.

 

그 후에 나온 것이 고서님의 페이퍼이다. 고서님의 글은 거칠었지만, 앞서 말한대로 논거가 그르다, 라고 할 수는 없었다.  고서님의 글의 논거는 크게 두가지 였는데 하나는 다 쓴 리뷰를 놀려서야 되겠는가, 로 간단히 정리할 수 있겠고, 다른 하나는 중복 서평을 쓰더라도 다른 인터넷 서점을 쓰도록 만들지는 않는다, 였다. 여기서 내가 아까전부터 언급했던 것은 두 번째 논거인데, 아직도 의심되면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 를 네이버에 검색해보라. (왜 네이버를 예시로 삼는가? 네이버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시작페이지로 놓고, 검색에 쓰기 때문이다 - 네이버 점유율은 75%이다.) 1면에 뜨는 블로그들은 거의가 네이버 블로그이다. 네이버 지식쇼핑을 통하여 들어갔다면 이제 반디엔루디스, 예스, 알라딘, 교보, 영풍 등 여러 서점을 보게 된다. 그 서점들 중 별도로 가입한 곳이 없다면, 소비자는 최저가로 파는 곳을 선택할 것이다. (소비자를 경제적 인간이라고 가정한다면) 그런데 특정 인터넷 서점에 가입한 사람이라면 그 특정 인터넷 서점에 마일리지 등이 있을테니 (이 또한 소비자가 경제적 인간이라면) 그 곳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물론 좋은 리뷰를 보고 그 책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라? 그 소비자가 본 좋은 리뷰는 네이버 블로그에서 작성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왜? 단순한 확률이다. 더 많이 노출될수록 소비자들이 더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더 많이 노출될수록 그 글을 본 사람들 중 한 사람은 오, 이 글 괜찮은데, 라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네이버 블로그에서 쓴 글보다 다른 인터넷 서점의 리뷰가 더 좋다, 라는 말을 누가 감히 할 수 있겠는가? (네이버 책 분야에 가면 다양한 리뷰를 볼 수 있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한 번 읽어보면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혹은 그 소비자가 인터넷 서점을 이용한다면, 그 좋은 리뷰를 인터넷 서점 내에서 보았을 가능성이 더 높다. 이 서재, 저 서재 돌아다니면서 말이다. 이런 점에서 아무리 좋은 리뷰라도 - 애초에 유니크한 책이 아니라면 (사랑할 때와 죽을 때, 를 검색하면 아이리시스님의 글이 가장 먼저 나타난다. 물론 그 이하로는 네이버 블로그들의 글 뿐이다) - 한 인터넷 서점에서 다른 인터넷 서점으로 독자를 옮길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글에 대하여 곰곰발님이 쓴 글은 위의 두 논거를 모두 다루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홍익인간파, 라고 이야기하면서 한 가지 논거에만 반론을 제기한다. 아직 곰곰발님이 반론을 제기할 논거가 하나 더 남아있는 셈이다. (제대로 된 토론을 정말 원하였다면) 여기서 곰곰발님의 비유가 나온다. 웨이터에 관한 비유인데, 이탈리아의 레스토랑에서는 시끄럽게 떠들면 웨이터가 손님을 쫓아내버린단다. 그럴 듯하게 들리는 비유다. 하지만 이는 올바른 비유가 아니다. 곰곰발님은 웨이터인가? 본인의 비유에 따르자면 본인은 웨이터처럼 행동하였다, 라는 것인데, 아무리 살펴보아도 웨이터는 아닌 것 같다 - 그러니까 알라딘 직원은 아닌 것 같다. (여기 서재에서 웨이터는 알라딘 아닌가? 손님이자 동시에 주인은 우리 알라디너들이고.) 그렇다면 그는 손님인가? 그렇다. 손님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맞아떨이진다. 다른 손님이 시끄럽게 하면 조용히 하라고 할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이 또한 올바른 비유가 아니다. 왜? 우리가 레스토랑에 있다고 해보자. 저기서 어떤 손님이 떠들고 계신다. 오우.. 시끄럽다.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 a. 야, 시끄럽다, 라고 소리지른다. b. 조용히 좀 하세요, 라고 다가가서 말한다. 당신의 선택은?

 

나는 당연히 b를 선택할 것이다. 아니 대부분 b를 선택하지 않을까? b를 선택했는데 또 말을 듣지 않는다. 다시 선택지가 뜬다. a. 시끄럽다, 고 소리지른다. b. 다가가 조용히 하시오, 라고 말한다. 다시 선택은? 나는 또 b를 선택할 것이다. 내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되는가? 앞서 말한대로 누구나 지적받는 것은 싫어한다. 그 지적이 공개적이라면 더욱더. 공개적인 지적은 수치심까지 지적받은 사람에게 부여해버린다. 그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싶으면서 수치심까지 줘버리면 그 사람의 행동이 변화되겠는가?

 

바로 여기서 나는 곰곰발님의 글에 다시 한 번 이상한 점을 느꼈다. 곰곰발님은 정말 토론을 하고 싶은것일까? 그가 이렇게 글을 쓰는 의도는 무엇인가? 다시 사실을 정리해보자. 곰곰발님은 중복 게재에 대하여 드림님에게 지적을 했다. 그런데 이 지적의 의도는 (지적질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면) 드림님이 행동을 변화시켜서 중복 리뷰를 쓰지 않기를 바란 것이었으리라. 그런데 곰곰발님은 가면 갈수록 드림님에게 수치심까지 부여해버렸다. 그런 곰곰발님의 말을 드림님이 '네, 당신 말 옳군요', 하고 따르겠는가? 결국 남은 것은 곰곰발님에게 남긴 비밀댓글대로 '댓글과 공감 몇 개 뿐' 이었다. 목표가 되는 드림님은 변화시키지 못한 것이다. 변화시키는데 실패한 것이다. 생각해보라. 그런 글을 도대체 어디에 무엇에 쓸 수 있겠는가? 지적은 힘든 것이다. 친분을 적절히 쌓은 뒤에 말해도 들을까, 말까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리라. 그런데 웃기게도, 곰곰발님이 자신의 의도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관철을 하고 싶었었다면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 있었다. 그것은 알라딘 신간평가단 담당자에게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곰곰발님의 비유를 빌리자면 웨이터를 데려오는 것이다.

 

곰곰발님은 나와 나눈 비밀댓글에서 '도대체 신간평가단 담당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라고 말을 하셨다.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당연하다. '공식적'인 항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신간평가단 담당자가 '중복리뷰는 피해주세요' 라고 직접적으로 말을 했다면 드림님께서 저렇게 계속 올렸겠는가? 적어도 나는 드림님께서 공식적 항의를 받았다면 그런 일을 계속 하시지 않으셨으리라고 여긴다. (이는 드림님이 몸젠의 로마사, 에 남겼던 댓글과 일맥상통한다. 지금은 지워졌지만 드림님은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들으면 그만두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리고 또 이런 일도 할 수 있다. 다음 기수에 드림님을 포함하지 않는다, 라는 일 말이다. 길어야 6개월, 6개월 뒤에는 중복 리뷰를 쓰려고 해도 신간평가단에 포함되지가 않으니 못쓸 것이다. 어떤가? 좀 더 효율적이지 않은가?

 

곰곰발님은 본인이 '문제 제기' 를 했다고 여기고 있다. 문제 제기는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곰곰발님의 네이버 블로그의 댓글을 보면 (지금은 지워졌지만) 곰곰발님의 목표는 문제 제기, 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은... 캡쳐해두었다.. 솔직히 이렇게 될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었지만, 왠지 캡쳐를 해두어야 될 것 같아서 해뒀다. 그리고 쓸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직접적 공개는 왠만하면 피하고 싶다. 그렇다, 사실 진짜 진흙탕에서 뒹굴어 왔었던 사람은 나다..) 블로그에서 링크해둔 글을 보면 댓글에서 곰곰발님은 '저 양반 보니 가관이더군'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뒷담화를 시전한다. 그리고 인터파크의 일을 들먹이면서 이 일을 터뜨리려고 했지만 내가 참았다, 라고 이야기한다. 응? 문제 제기 아니었습니까? 이건 그냥 일방적 비난이다. 문제 제기라면 대화를 하는 사람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미 벌써 비난이 되어버렸는데 무슨 문제 제기가 되겠는가?

 

그리고 이 인터파크 일은 곰곰발님의 글 '미안합니다, 리뷰씁니다' 에서 떠뜨려진다. 그냥 비난할 탄환을 아낀 것에 지나지 않다. 약간 시간적 흐름이 어긋났지만 미리 언급하자면, 미안합니다 리뷰씁니다, 에서는 마치 찾아보라고 해서 드림님 중복 블로그 찾아보았다, 라고 적어놓았지만, 네이버 블로그에서의 댓글을 보면 그게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미리 드림님에 대하여 다 찾아본 것이다. (여기 블로그에 올린 글과 내가 캡쳐한 글의 날짜를 확인하면 선후관계를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래서야 원, 너 참 잘 걸렸다, 라는 태도가 문제다, 라시던 드림님 서재의 항변이 오싹하게 들려온다.

 

다시 원래 시간적 흐름으로 돌아오면, 저 글을 보고 이제 나는 의아함들을 감출 수 없어서 비밀댓글을 달았다. 드림님의 중복리뷰도 이상하지만, 드림님 자신을 저렇게 몰아간 것은 곰곰발님인 것 같다, 라고 말이다. 너무 궁금해서 의도를 물었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이것이었다 ; 수사관이 취조하듯이 묻지 말라, 라고 벌컥 화를 내셨고, 그래서 나의 사과로 끝이 났었다. 물론 난 곰곰발님이 왜 의도를 물었을 때 벌컥 화를 내었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곰곰발님, 혹시 제가 생각하는 그 의도가 아니라면 왜 의도를 물었을 때 벌컥 화를 내셨던가요? 그러니까, 지적질을 하고 싶었던 것 아니셨나요? 이 판단의 근거는 네이버블로그의 댓글과 위에서부터 보였던 알라딘 서재의 행동에 기인합니다. 지적질과 문제 제기는 다르게 취급되어야 할텐데. 문제 제기는 토론을 통해서 더 나은 결과를 얻는 것이지만 지적질은 아무 것도 낳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사과를 한 뒤 나는 다시는 이제 이 곰곰발님과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겠다, 라고 여기게 되었다. 뭐, 더 이야기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사실 책을 많이 읽어도 자신이 뭐가 잘못되었는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도리어 자신의 주장만 더 고착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여기고 절망하고 있던 사이 드림님은 '미안하지만 페이퍼 씁니다' 라는 글을 올렸고, 곰곰발님은 '미안하지만 리뷰 씁니다' 라는 글을 올렸다. 먼저 드림님의 미안하지만 페이퍼 씁니다, 라는 글에 대하여 한 마디 하자면, 너무 감정적이다. 그리고 신간평가단이 모욕당한 것을 곰곰발님이 사과해야만 한다는데.. 신간평가단이었던 내 입장에서는 도대체 어디를 어떻게 읽으면 모욕당한 것인지 잘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댓글을 남기려고 했지만 그냥 그만두었다. 그리고 얼마 뒤에는 남기고 싶어도 못남기도록 바뀌어버렸다.

 

미안합니다 리뷰씁니다, 에 대해선 곰곰발님은 논리적인 척, 을 하고 있는데, 사실 논리적인 글이 되려면 상대방의 말을 받아서 퍼즐을 맞추듯 잘짜야 한다. 하지만 곰곰발님은 의도적으로 (분명 의도적이었을 것이다, 왜? 아예 의도조차 못했다면 그야말로 글을 헛읽은 것일테니까) 드림님의 감정적인 글 중의 유일한 논거 - 신간평가단의 책은 출판사에서 무료로 받는다- 를 무시했었다. 바로 전 글인 한 줌의 도덕, 에서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는데 쓴 논거가 알라딘에서 책값을 일부 부담한다는 것이었는데, 이걸 무시해버리면 지난 번 글과의 일관성이 없어져버린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줄이면, 받아들일건 받아들이라는 말이다. 저번 글 논거가 잘못되었네요, 라고.

 

사실 오늘 아침에 눈을 뜰때만 해도, 오늘도 절대 해는 입히지 말아야지, 라고 중얼거리고 하루가 시작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알라딘 서재에 글은 점차 적게 올려야겠다, 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립간님의 서재에 남긴 댓글은 나를 겨냥한 것이었고,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나는 순간적으로 화가 치솟았다. 아니, 더이상 말을 안섞었으면 됬지, 무저항의 상대의 등에 칼을 꽂아?

 

난 시멘틱스와 로직스로 글을 판단한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곰곰발님의 글들은 시멘틱스도 맞지 않고 로직스도 맞지 않다. 그냥 감정적인 글이다. 그러니까, 곰곰발님의 말을 빌리자면 진흙탕싸움의 글이다. 물론 이 글이라고 해서 다를 바 없다. 나 또한 진흙탕에 뛰어들기로 마음먹었다. 내 글을 가져가서 마음껏 밑줄쳐서 반론해도 좋다. 도리어 제발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나 또한 반론을 올리면 마음껏 밑줄쳐서 모든 것의 논리적 연결을 파악할테니 말이다. 그런데 부탁이 있다. 왠만하면 감정적보다는 논리적으로 받아들일건 받아들이며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다. 아니 넌 감정적으로 비난해놓고 나보고 논리를 맞춰라는 거냐? 라고 하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래 더 생산적인 결론을 낳는 토론을 하려면 이성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 감정적인 글에는 그냥 감정적인 글밖에 안나온다. 곰곰발님의 댓글에 대한 이 글이 그렇듯이 말이다. 스스로의 댓글을 보면 '유명한 블로거' 가 '눈 먼 독서' 를 한다는 자의적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것을 쉽게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유명한 블로거' 입장에서는 기분이 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해가시는가? 하지만 당연히 그렇게 안하실테니 최소한 일관성과 앞뒤 인과관계는 맞춰주었으면 좋겠다. 또 곰곰발님의 말을 빌려서 말하자면 눈 먼 독서를 하면 느는 것은 그런 것 파악하는 것 밖에 없으니.

 

하나만 더, 유명한 블로거라고 딱히 알라디너들이 편들어주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이건 정말 그냥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알라딘에 온지 얼마 안되서 무슨 텃세부리는 것 같다, 고 여기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애초에 난 유명한 블로거도 아니다, 정말 미안하게도. 네이버에 혹시나 해서 네이버블로그까지 알려질 정도인가, 싶어서 - 곰곰발님이 원래 계시던 곳은 네이버 블로그이다 - 내 닉을 검색해봤지만 잘 안뜨더라. 유명한 블로거가 누군지 알고 싶으면 저기 서재 지수와 명예의 전당을 잘 살펴보시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로쟈님이라던가 로쟈님이라던가 로쟈님이라던가.. 계시지 않은가? (물론 마OO스 님이라던가 등등이 계시긴 하다. 난 당연하게도 저분들과는 교류가 없다.) 아, 이렇게까지 왔는데 갑자기 '유명한 블로거' 는 가연님 지칭한 것 아닌데요, 라고 하시면 그저 고개를 숙일 수 밖에. 근데 저 맞죠? 우리 비밀댓글 그렇게 주고받았잖아요, 풋.

 

 

추가로 내가 곰곰발님의 서재에 남겼던 비밀 댓글을 첨부한다. 긴 글이지만 위에 적은 것이랑 크게 다를 것 없다. 곰곰발님의 답변은 빼겠다. (사실 곰곰발님의 답변이 삼단변신을 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지켜봤었다. 보고싶어서 본 것은 아닌데 곰곰히생각하다보니 보게 되었다.)

 

 

 

 

곰곰발님의 답변 이후에 남긴 내 댓글은 다음과 같다.

 

 

 

 

 

 

아.. 솔직히 내가 혐오스럽지만, 이왕 시작했으니 끝을 봤으면 좋겠다.

너무 긴 글이라 다 줄이고, 요약하자면, 곰곰발님은 다음 두 질문에 대하여 설명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싫으면 어쩔 수 없다..)

 

1. 드림님의 출판사 문자로 알라딘 신간평가단의 책이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본인의 이전 글의 논거 중 하나가 무너지는 것인데 그 논거를 보충할 만한 무엇이 있는가? 없다면 논거 하나는 그르다, 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겠는가?

 

2. 비공개 덧글에서 공개 덧글로 남긴 이유가 사실 궁금하다. 물론 곰곰발님 말씀대로 비공개댓글이 공개덧글에 비하여 예의를 더 차린 것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곰곰발님의 공개댓글이 고서님의 페이퍼로 이어졌다는 점을 생각해보고, 그 이후에 더이상 돌이킬 수 없이 상황이 진행되었다는 것을 살펴본다면, (그럴 의도가 아니었으리라고 믿고싶지만, 어쨌든 상황은 저렇게 되었.. 사실 긴가민가하다. 곰곰발님의 미안하지만 리뷰 씁니다, 라는 글을 읽어보면 감정적 뒷다마, 가 되버린 그 상황에 대하여 한탄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파악해볼때 곰곰발님은 토론을 원했던 것 같다고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곰곰발님은 저렇게 상황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혀 예측을 못했을까?) 비공개댓글로 계속 알렸었다면 혹시 아는가? 돌이킬 수 있게 되었을지 말이다.

 

그리고 이건 내 근본적 생각이다. 나도 옳은 것을 좋아하고, 정의가 구현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무엇이 정의인가? 그리고 정의를 이루기 위해 다른 불의를 저지른다면 그 정의는 정의인가? 솔직히 비약적인 이야기이지만, 중복 서평을 막는 것이 정의다, 라고 놓아두자. (잠시 동안만 이 명제가 정말 정의인지는 살피지 말고) 그렇다면 곰곰발님은 그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 다른 불의를 저지른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본다.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라도 네이버블로그 댓글에 그런식으로 남겨야 했었나?) 이렇게 되물을 수 있을 것이다. 정의를 정의라고 소리높여 부르짖는 것이 정말로 정의인가? 여기에 대하여 난 적절한 태도를 가지고 접근하지 않는다면 불의라고 여긴다. 논문 표절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솔직히 난 논문 표절과 이런 중복 서평과 얼마나 관계가 있는지 의아하지만) 논문 표절은 당연히 벌받아야 한다. 하지만 학계에서 그 표절로 표절을 한 사람을 완전히 묻어버리는 것은 불의이다. 물론 그 학자의 말에 신빙성이야 많이 낮아지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아예 보지도 않고 내던져버린다면.. 혹시 아는가? 그대가 내던져버린 논문에 정말 뛰어난 생각의 단초가 들어있었을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한 번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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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3-06-05 23:25   좋아요 0 | URL
우선 글을 아끼신 것보다 의견을 표현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공감 중 1개는 제가 눌렀습니다. 집에서는 아이 때문에 컴퓨터를 거의 하지 않고 정독을 못했습니다. 저에 대한 글보다 중복 게재에 반론?이 옅보이는데, 나중에 숙고해 보고 글을 쓸 때 함께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휴일 잘 보네세요.

가연 2013-06-05 23:29   좋아요 0 | URL
사실 마립간님에 대하여 무슨 반론을 한 것은 아니구... 제일 위에서 밝혔다시피 화가 나서 끄적인 감정적 글에 지나지 않지요. 솔직히 아까 화가 많이 난 게.. 윤창중 사태의 청와대 갑질이 떠올랐다고 저 분이 쓰셔서..;; 하필 비교할 데가 없어서 저 사태에 비교를 하시다니요. 마립간님과는 다음에 편안히 말씀을 좀 나눠봤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런 일로 댓글을 주고 받게 되어서 솔직히 좀 죄송하네요.

마립간 2013-06-07 08:35   좋아요 0 | URL
저는 감정적인 글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pek0501님과 나눈 이야기지만, 저는 객관적인 글 쓰기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pek0501님은 주관적이 가미되어야 된다고 생각하십니다. 그러나 100% 주관적인 글쓰기나 100% 객관적 글쓰기는 불가능합니다. 모든 글쓰기는 주위에서 자료를 습득하고 자신의 생각으로 정리합니다. 따라서 누군가 50%객관과 50% 주관을 섞는다는 판단이 , 그리고 가능한 한 90%이든 95%이든 객관을 밀어부치겠다는 생각 자체가 주관적인 것이죠.

제가 '감정의 배설'이라는 용어를 쓴 적고 있지만, '감정의 해소'를 위해 글을 쓰는 것은 좋은 일이죠. 그리고 사실 많은 문학 작품이 '감정의 해소'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연 2013-06-07 12:14   좋아요 0 | URL
감정과 감정이 만나면 그 논의는 사실 생산적이지 못하죠. 모든 논의가 생산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저는 적어도 생산적이고 무언가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그런.. 논의를 하고 싶긴 한데... 잘 안되네요, 풋. 뭐, 그렇다고 해서 이성과 이성이 만났을 때의 논의가 생산적이라는 이야기는 또..ㅎㅎ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은 말입니다. 온전한 객관적 글쓰기는 분명 불가능합니다. 감정의 해소, 를 위해 존재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사실 전 이런 모습을 보고 싶네요. 강한 감정이 있지만, 그 감정의 고삐를 강한 이성으로 제어할 수 있는.. ㅎ 정말 뛰어난 문학작품들은 또 그런 면모를 보여주는 것 같던데요, 하하.

마립간 2013-06-07 14:07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강한 감정이 있지만, 그 감정의 고삐를 강한 이성으로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라고 칭함 받을 수 있고, 그런 글은 훌륭한 글이지요.

2013-06-07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7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7 1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7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7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립간 2013-06-07 19:00   좋아요 0 | URL
제가 지금도 중복 게재는 옳다고 생각하지만, 제게 틀릴 수 있는 가능성은 항상 생각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가 정의를 언급할 지언정, 제가 정의롭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분의 댓글이나 반론을 환영합니다. 드림모노로그님이 중복 게재가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 계시다고 제가 느겼으면 (그래서 제가 드림모노로그님의 댓글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주제는 같지만, 전개는 다르게 진행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저를 이해하실 수 있는 페이퍼 하나를 더 소개합니다.
http://blog.aladin.co.kr/maripkahn/5640990

가연 2013-06-08 17:48   좋아요 0 | URL
마립간님, 제가 생각할때에는 다른 분들이 마립간님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마립간님께서 다른 분들을 이해하시는 방향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는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그럼에도 이해하려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본인이 되어야 되지 않을까요. 아래, 본인을 더 이해할 수 있는 페이퍼를 소개해주신 것을 보고 느낀 생각입니다. 저 또한 마립간님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보겠습니다

마립간 2013-06-10 08:20   좋아요 0 | URL
남을 나름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일부는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거의) 항상 최종적 판단은 자기 중심적이 되네요. 노력하겠습니다. 충고 감사합니다.

가연 2013-06-18 22:52   좋아요 0 | URL
너무 답글이 늦었습니다, 충고라니요, 제가 어찌 충고를..

2013-06-06 0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6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7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6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8 0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8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6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6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7 0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7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3-06-07 09:31   좋아요 0 | URL
가연님은 본인이 쓰는 이 글이, 그러니까 이런 글을 쓰는 본인을 혐오스럽다 생각하시지만, 제게는 전혀 그렇게 보이질 않네요.

저도 '유명한 알라디너' 라는 댓글을 보고 도대체 누가 그런 글을 쓴걸까, 했는데 가연님이라고 해서(미안해요, 유명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쿨럭) 좀 놀랐어요. 그리고 가연님이 올리신 저 댓글을 보니, 제가 생각하는 그런 뉘앙스의 댓글은 아니었네요, 역시나.

사실 저도 의견을 보탤까, 생각을 안한건 아니었지만,
일전에 여러가지 일들로 의견을 피력하는 글을 쓰면 '오래된 알라더니의 텃세' 라는 식의 말들이 들리더라고요. 텃세와 인기로 지지를 얻는다, 는 식의 반응들이 소름 끼쳐서 별로 말하고 싶어지질 않더라고요. 아니나다를까, 가연님도 텃세에 대한 걱정을 하셨네요. 이런거저런거 따져가며 결국 말하지 않기를 선택한 제 자신이 좀 씁쓸해요.


그리고 이건 다른 얘긴데,
나는 가연님이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ㅎㅎㅎㅎㅎ 이런거 바라면 좀 안되나요? ㅋㅋㅋㅋㅋ

가연 2013-06-07 12:47   좋아요 0 | URL
아니 이렇게 직접적으로 안유명하다고 하시면 저 슬픕니다? 하하하.
뭐.. 지금은 다 끝난 것 같네요, 풋. 별다른 말씀이 없다면 저 또한 굳이 뭐.. 저는 계속 이런 글을 볼때마다 스스로가 좀 싫어지네요. 그래서 더 덧붙이고 싶지는 않아요, 에휴. 하지만 더 말씀을 하신다면야, 저또한 계속 답하고 질문할테지만 말입니다. 어중간한건 싫으니깐요.

저는 '밀려둔 숙제' 라는 글을 쓰고, 한숨 자고 일어나니깐 그때 후회감이 밀려오더라구요, 풋. 내가 뭐하러 이런 짓을 하나, 싶기도 하고. 사실 '유명한' 이라는 말 자체에 이미..ㅎㅎ 구분을 짓는게 느껴지지 않나요? 에휴. 어떤 의견이든지간에 (사실 생각해보면 다락방님의 의견이 저랑 동일할지는 모르니까, 쿡.) 의견 안보태시기를 정말 잘하신 것 같아요. 분명 의견을 피력하셨으면 힘드셨을거에요. 저같은 마이너 블로거니까 텃세이야기가 안나오는거죠, 풋.

저도 유명해지긴 싫은데 숙명이 저를 유명세로 이끄는군요, 푸하하. 물론 농담입니다. 아, 추가로 오늘 불금입니다, 하하하. 오늘 친구만나서 열심히 놀겁니다. 저의 유명세를 만끽..(?)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런 것은 있을 수 없ㅠ
 

 

 

 

처음 알라딘 서재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생각한 적이 있다. 자신에 대하여 쓰기 시작할 때가 바로 떠나야 할 때이다, 라고. 이제 떠날 날이 다가온 것 같지만, 당장은 떠날 생각은 없다. 아니, 떠난다는 말도 우습다. 이번에 떠나게 되면 다시는 블로그를 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현실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어쨌든 요즘은 무엇인가를 쓸 때 항상 아예 그만 둘 생각을 한 번은 해보고 쓰게 된다. 그렇게 쓰면 조금씩 더 과감한 행동을 취할 수 있어서 좀 웃긴다. 여하튼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다. 가늘게나마 길게 서재의 생명을 이어나갈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떠나게 된다면, 떠날땐 웃으며 안녕. 정작 정말로 떠날때에는 이런 인사말따위를 쓸 리가 없을테니까.

 

예전에 어디에 식사를 하러 갔는데, 강아지가 있었다. 조용히 엎드려 있다가 내가 다가가니까 꼬리를 흔들고 두 발로 일어서 마구 나를 껴안으려고 들었다. 물론 나한테만 그러는 것은 아니구.. 다가가는 모든 이들에게 혀로 핥으며 반가움들을 표시를 하는데 설령 그렇다고 하여도 너무 좋았다. 나는 그 강아지를 한참동안 끌어안고 가만히 있었다. 강아지는 앞발로 내 옷을 할퀴고 더럽혀놓았지만, 그래도 그게 반가움의 표시이기에 가만히 안고만 있었다.

 

위대한 캣츠비, 를 그린 (개츠비가 아니다!) 강도하의 최근 신작인 아름다운 선, 을 보면 연애란 고양이를 개냥이로 길들이는 것이라 한다. 처음 그 웹툰의 그 대사를 보았을때는 오, 멋진 말인데? 였지만, 저렇게 강아지를 한참 동안 끌어안고 있으니 갑자기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조용히 숨을 들이마셨다. 아, 나는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겠구나. 그 말은 너무 씁쓸했고, 한편으로는 달콤한 바람처럼 내 폐 깊숙히 들어왔다. 그래, 내가 딱히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면,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게 좋아해버리고 난 뒤, 뒤에 누군가 더 좋아하게 될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하지만 오지 않은 가능성에 거는 것 보다는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을 보는게 옳지 않을까?

 

가끔 누군가가 나에게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돌아버린거 아니냐, 고 우스개소리로 말하기도 한다. 가끔은 나도 그 말에 긍정을 표한다. 언제부터인가 책을 아무리 읽어도 허망함이 채워지지를 않는다. 뭐, 사실 책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저런 연애감정이 더 중요한 것 같다, 풋. 책을 읽는다고 내 성향이나 고집, 그리고 주장이 쉽게 바뀌지도 않고 도리어 합리화할 정교한 도구만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그냥 사람은 자기 성향대로 살아가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 절망감들이 나를 덮친다.

 

정말 많은 것들이 허망하다.

 

유럽사 산책.

이 책 정말 좋은 책이다. 내가 이 책 때문에 겨우 서재에 들어와 글을 남긴다. 역사서와 에세이 사이에 교묘한 줄타기를 한 책이다. 역사서만큼 엄밀하지는 않지만 역사서보다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 원래 좋은 책일수록 더 쓸말이 없다. 한 번 읽어보시라.

 

 

 

 

 

 

 

 

 

에쎄.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책은 절반정도를 읽었는데, 원래 몽테뉴가 좀 횡설수설하는걸까? 한 단락 안에 말하려 하는 것이 너무 많기도 하고, 인용문들도 너무 많다. 그래서 잘 읽히지 않더라. 물론 번역의 문제가 있다고 말들을 하던데..  그래서 영어판을 구해서 읽어봤는데 영어판은 더욱더 읽히지 않았다. 인용문을 라틴어로 영어 주석이 없이 그대로 적어주는 센스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몇 단어밖에는 모르겠더라. 그냥 새로 누군가 번역을 해주길 기다려야 될지도.

 

 

 

 

 

 

 

 

총균쇠.

한참 인기있을때에는 읽지 않았었지만 이제 와서 읽어보았다. 책 내용과 평가는 잘 알려져 있으니 생략.. 같은 이름의 다큐멘터리가 있는데, 그거랑 같이 읽어보시라. 눈 앞에 신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이제 글을 끄적거리고 책에 관하여 이야기하는게 점점 힘들다.. 책을 혼자 읽는 것도 좀 힘들다. 이제 슬슬 독서 카페나 독서 모임에 한 번 참여를 해볼까, 혹은 아예 만들어볼까 고민중인데..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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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3-05-29 22:31   좋아요 0 | URL
가연님 저도 그래요. 이번 페이퍼 제가 그대로 옮기고 싶을 만큼 공감되는 걸요.

가연 2013-05-30 17:40   좋아요 0 | URL
ㅎㅎ 벌써 이런 기분을 느끼시다니.. 저는 수많은 방황을 한 뒤에 이제 조금 더듬거리며 걸어가는건데ㅎ 성숙이 빠르시네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한번 독서 모임을 만들어볼까요? 풋.

2013-05-30 0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30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3-05-30 18:34   좋아요 0 | URL
가연님이 만드는 독서 모임이라면, 흐음, 좀 어려운 책을 읽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흐음.

가연 2013-06-04 01:03   좋아요 0 | URL
아니 이렇게 말씀해버리시면 다른 분들이 글을 읽고는 분명 오해하실거에요ㅠㅠㅠ 제가 만드는 독서 모임의 첫 주제는 명탐정 코난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서울에 있다면 다락방님을 어떻게든 유혹(?)해서 독서 모임을 만들었을텐데. 그러면 우리는 창립 맴버가 되는겁니다, 풋. 독서 모임은 좀 알아보다가 다시 또 내팽개쳤어요. 신경써야 될 것이 너무 많네요, 만들긴 만들고 싶은데..

다락방 2013-06-04 07:52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흐흐흐흐흐흐 유혹이래 으흐흐흐흐흐흐흐흐흐 좋다 으흐흐흐흐흐흐흐흐흐

가연 2013-06-05 15:55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흐흐흐흐... 그런데 곧 안좋은 모습을 이 알라딘 서재상에서 보여드려야 할 거 같아요..

희선 2013-05-31 02:52   좋아요 0 | URL
알라딘은 서재라는 이름이라서 책 이야기를 꼭 써야 할 것 같기도 하군요 하지만 그것에 꼭 맞출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생각을 하지만 저도 제 얘기는 거의 안 씁니다, 제 얘기는 아주 재미없기 때문에... 그래도 책을 읽고 쓰면서 조금 쓰기도 하죠 그것도 재미없지만...

언젠가 라디오 방송에서 요즘은 고양이가 개냥이가 되었다고 해서 좀 웃었습니다
글을 쓰는 것도 그렇지만 책도 혼자 읽는 거죠 같은 책을 읽고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말인지도 모르겠군요 그런 거 재미있겠죠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한번도 해본 적 없기도 하군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까닭은 제가 생각한 게 틀리면 어쩌나 하는 것 때문이겠죠


희선

가연 2013-06-04 01:05   좋아요 0 | URL
저도 한 번도 독서모임을 안해봤어요. 예전엔 안해봤어도 그냥..ㅋ 신포도겠지, 하고 여겼었는데ㅎㅎㅎ 저는 강아지는 기르고 싶긴 하네요, 개냥이..도 좋지만

왜요, 희선님 이야기 궁금한데요, 풋. 저도 서재, 라 붙어서 꼭 책 이야기들을 붙였던 것 같아요, 풋.

2013-05-31 0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4 0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3-05-31 08:28   좋아요 0 | URL
가연님, 바쁘시지요? 오월의 마지막날이네요. 유럽사산책 담아갑니다. 이렇게 가끔이라도 부담 없이 책이야기 간단히 올려주시면 좋겠는대요.^^

가연 2013-06-04 01:07   좋아요 0 | URL
ㅎㅎ 그냥 멋대로 하려구..ㅋㅋㅋ 서재에 애착이 많이 사라져버렸어요ㅠ 재밌는 책 있으면 또 올려볼께요, 푸하하.


오랜만이에요.

2013-06-01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4 0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5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5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5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5 1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Q : 안녕하세요, 가연님

 

가연 : 네, 안녕하세요

 

Q : 이렇게 뵙는건 처음이네요, 요즘 책 잘 읽고 계신가요?

 

가연 : 아하하.. 사실 요즘 생각보다 책을 거의 못읽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 잘 지내고 계세요? 라는 인사대신에 책을 잘 읽고 있냐니..

 

Q : 아니 뭐, 어차피 책 이야기를 할텐데, 불만이세요?

 

가연 : 아니 뭐...

 

Q : 하하, 요즘 잘 지내고 계세요? 라고 물으면 너무 뻔한 질문 같아서.. 그런데 이건 여담이지만 왜 가연이라는 닉을 쓰게 되셨나요?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보면 여자라고 착각하시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혹시 그걸 노렸다던가?

 

가연 : 그건 비밀이구요, 별로 그건 노린 거 아닌데요. 아, 이건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이지만 게임할때는 이상하게도 여성 플레이어들이 우대를 받는 것 같긴 해요. 예전에 모 게임을 했는데 상대편 유저가 닉이나 말 등으로 판단시 여자같으면 왠지 경험치를 더 몰아서 줘야될 것 같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러다가 '데헷, 사실은 나 남자임, 헤헤헤' 이러면 이제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고 그 게임을 끊고 다른 게임을... 아 물론 저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Q : 절대 믿을 수가 없네요. 너무 구체적이신데요? 그러고보니 옆에 백금의 마법사는 뭔가요? 게임을 너무 많이 하신거 아니세요?

 

가연 : 뭐, 그 말도 틀리지는 않는게 제가 늘 마법사를 고르거든요, 무슨 게임을 할때든. 리니지를 하면 법사, 와우를 해도 법사,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도 법사 무조건 법사를 골라서  할거고 또 하는 편이죠. 왠지 멋있잖아요.

 

Q : 백금은요?

 

가연 : 뭐 그건 그냥.. 반지의 제왕보면 흰색의 마법사 사루만, 회색의 마법사 갠달프 등등 이런거 나오잖아요. 그거 보고는 좀 괜찮아 보여서 이명이랍시고 가져다 붙인겁니다.

 

Q : 와, 가연님 아주 게임중독이신가봐요? 판타지랑 현실은 제대로 구분하고 계시죠?

 

가연 : 흥, 제가 판타지에만 중독된 거라고 생각하시면 곤란...... 그냥 책 이야기나 하죠.

 

Q : 네, 그래요... 평전 잡상, 라는 타이틀을 달고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정확히 뭘 의도한 건가요?

 

가연 : 그냥 뭔가 멋있어 보여서 제목을 저렇게..

 

Q : 아아, 자꾸 이러시면 대화가 하나도 안되잖아요

 

가연 : 제가 책 정리를 조금 하다보니까 유난히 많이 보이는 책 종류가 있더라구요.

 

Q : 그러고보니 가연님은 1000페이지에 가까운 책만 보시는 걸로 유명하시죠?

 

가연 : 이젠 1000페이지 정도가 되지 않으면 괜히 제가 불안해요. 언제 이 책을 다 읽어버릴까, 하고. 책을 다 읽어버리면 막 또 신경쓰이고. 1000페이지짜리 책을 하나 들고 있으면 그냥 속이 다 편하더라구요. 왠지 내가 1mg쯤 지적으로 변한 것 같은 기분도 들고.

 

 

Q : 가연님은 늘 뒷말에 진심을 담으시네요. 사실은 지적으로 보이고 싶으셔서?

 

가연 : 아니 딱히 그건 또 아닌게, 책은 그냥 틀혀박혀서 보는데 남 눈 신경쓸 겨를도 없죠. 어쨌든 그렇게 두꺼운 책들 중 특히 평전이 큰 부분을 차지하더라구요. 제가 평전류를 많이 본 것 같아서 이번엔 평전을 한 번 다뤄보려고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중이랍니다.

 

 

Q : 급하게 말을 돌리셨다는 기분이 들지만 일단은 그냥 넘어갈께요. 그동안 평전 본 평전은 누구를 다뤄왔었나 궁금하네요.

 

가연 : ..흠 크흠 큼 어쨌든, 좀 그럭저럭은 읽기는 하였던 것 같아요. 루소, 비트겐슈타인, 다윈, 히틀러, 스탈린, 게바라, 데리다, 조조, 진시황, 워런 버핏.. 당장 생각나는 인물들은 이정도인데, 사실 뒤의 진시황이랑 워런 버핏의 경우엔 덜 읽었답니다. 생각해보니까 '교양인' 에서 나온 문제적 인간 시리즈를 재밌게 봤던 것 같아요.

 

Q : 와, 꽤 많이 읽긴 하셨나봐요. 그 평전들 중에서 어떤 평전이 가장 좋았었나요?

 

가연 : 개인적으로는 비트겐슈타인 평전과 루소 평전이 좋았던 것 같아요.

 

 

 

 

 

 

 

 

 

 

 

 

 

 

 

Q : 그러니까 저 두 권을 다른 사람들에게 가장 권해주고 싶다는 말씀이신가봐요?

 

가연 : 아니요, 그런 건 아니구요.

 

Q : 단답형이라서 생각을 짐작하기가 어렵네요. 좀 더 길게 이야기해주시지 않으실래요?

 

가연 : 사실 내가 좋아하는 평전과 좋은 평전과 차이가 좀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비트겐슈타인을 좋아하고, 루소를 맘에 들어하니까 저 평전을 좋아하는거죠. 사실 평전이라는게 그렇잖아요. 우리가 어떤 평전을 읽을때 아무 평전이나 집어들고 읽지는 않을 거 아닌가요? 당신도 좋아하는 인물이라던가, 마음에 드는 과학자, 사상가 등이 있으면 그 사람에 대하여 더 알고 싶어서 찾게 되는 일도 있을테니까

 

Q : 하하, 그럼 위에 읽으신 저 분들은 다 더 알고 싶어서 찾아보신거에요? 그건 또 아닌거 같은데.

 

가연 : 예리하시네요. 맞아요, 반드시 읽어야 될 것 같다고 느낌 받은 책들은 또 별로 없어요. 좋아하는 평전과 좋은 평전은 달라요. 좋아하는 평전은 처음부터 대상에 대하여 호감이 있는 상태이지만 좋은 평전은 그런 호감과 상관이 없으니.

 

Q : 가연님께서 좋아하시는 책들이 저 두 권이라는 거죠? 그럼 좋은 평전은요? 어떤 평전이 좋은 평전인가요? 저만큼 읽어보셨으면 나름의 기준이 생길 것 같네요

 

가연 : 개인적으로 좋은 평전에 대하여 몇 가지 기준이 있는데, 평전이라는 말을 한 번 살펴봅시다. 평 + 전이잖아요, 좋은 평전은 첫째로 옳은 (인물에게 호의적이어야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평을 내려야 되요. 결국 저자가 인물에 대하여 어떤식으로든 결론을 내리고 있어야 됩니다. 평가를 내리는 인물을 싫어하든지, 좋아하든지, 아니면 이 인물은 시대상이 이렇게 만들었다든지, 혹은 시대가 그렇더라도 그는 이렇게 하면 안되었었다, 라든지, 이 인물은 정말 특이한 인물이었다.. 등 그런 결론말이에요. 하나의 사실을 두고 평전의 저자가 해석을 하는 거죠. 둘째로 전이란 이름처럼 객관적 사실을 기입을 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객관적 사실을 기입하려면 정말로 많은 사료를 수집을 하는게 옳겠죠?  수집할 수 있는 모든 사료를 수집하지 않는다면 그 평전은 우리의 머릿속에서 구체화되기가 쉽지 않아요. 웃기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평전에 있어선 지엽적이면 지엽적일수록 좋아요. 그런 지엽적이고 사소한 이야기들이 우리의 흥미를 더 자극하거든요. 셋째로 읽기가 좋아야 되요. 아무리 훌륭한 내용이라도 제대로 읽히지 않는 내용은 의미가 없어요. 넷째로 왠만하면 평전의 저자는 평전의 대상이 되는 인물을 깊게 연구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평전의 대상이 되는 인물의 철학을 조금은 덧붙여야만 합니다. 같은 언어권의 사람이라면 더 좋겠지요. 너무 당연한 말같겠지만, 깊게 연구된 평전을 읽으면 그 사람이 하는 이야기에 대하여 더 깊이 고민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된 학자가 쓰는게 옳아요. 같은 언어권이어야 하는 이유는 같은 언어권이어야 평전의 대상이 되는 인물의 미묘한 뉘앙스들을 다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섯째로 주석이 많아야 합니다. 의외로 주석이 몇 장 없는 평전도 있는데, 평전이라면 주석으로 100페이지정도는.. 아 물론 수치는 예시입니디만 참고문헌등을 포함하여서 정말 길게 있어야 합니다. 그런 주석을 통하여 배우는 것이 의외로 많아요.

 

Q : 말씀을 들으니 왠지 꼭 관음증같은 기분이 드네요.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세요.

 

가연 : 관음증이라니! 실례네, 정말. 하지만 부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아마 은근히 그런 부분이 있을런지도 모르겠어요. 아, 물론 제가 그렇다 라는 이야긴 절대 아닙니.. 큼, 어쨌든 다윈 평전, 히틀러 1, 2권, 등이 좋은 평전이에요. 위의 조건들을 다 만족합니다. 물론 비트겐슈타인 평전도 좋은 평전입니다..만 루소 평전은 루소 자신의 '고백'의 비중이 높아서 사료가 좀 더 필요할 것 같아요.

 

 

 

 

 

 

 

 

 

 

 

 

 

 

 

 

Q : 다른 평전들은 좋은 평전이 아닌가요?

 

가연 : 좋은 평전이 아니다, 라고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 다른 평전들도 좋은 평전들이긴 합니다. 하지만 요건이 한 두개씩 모자란 부분이 있는 평전도 있지요. 예를 들어 스탈린, 강철권력의 경우에는 읽는데 좀 힘들어요. 이게 번역의 문제인지 원래 문체의 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저자 로버트 서비스의 최근작 '코뮤니스트' 도 은근히 읽기 힘든 것으로 보아 원래 문체가 읽기에 힘든 것 같아요. 거의 비슷한 시대 사람인데도 히틀러 1, 2는 정말 술술 읽히는 문체거든요, 그런데 스탈린은 이상하게도 읽기가 힘들어지더군요. 스탈린이 히틀러에 비하여 흥미롭지 않은 인물은 아닌데.. 아, 히틀러와 스탈린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독재자들, 이라는 책을 한 번 읽어보시면 그것도 좋을 것 같아요.

 

 

 

 

 

 

 

 

 

 

 

 

 

 

 

 

Q : 다윈 평전의 경우엔 여러 판본이 있습니다. 어떤 판본이 보시기에 가장 좋으셨나요?

 

가연 : 음.. 이는 함부로 답하기 어렵네요. 사실 저는 재닛 브라운 판의 다윈 평전은 끝까지 읽지를 못했답니다. 하지만 어설픈 지식으로나마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저 한 권 짜리 에이드리언 데스몬드의 평전을 더 선호합니다. 일단은 한 권 이라는 단순한 이유도 있지만, 재닛 브라운의 평전은 다윈이 상대적으로 계획적으로 그려지거든요. 상대방에게 덫을 바닥에 놓고 '이리와, 이리와' 하면서 편지를 보내서 유인을 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위의 에이드리언의 평전은 완벽주의적인 모습이 보여진달까, 그러면서도 소심한(?) 다윈의 모습이 보여진달까, 그래서 더 호감이 가요.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같은 사람인데 어떻게 이렇게 다르게 그려지다니. 사료의 양을 보자면 물론 재닛의 책들이 더 많으리라고 여겨집니다. 분량이 분량이다보니깐.

 

 

 

 

 

 

 

 

 

 

 

 

 

 

 

 

Q :  앞서 말한 좋은 평전의 요건을 만족시키지 않아도 인물을 잘 드러낼 수 있나요?

 

가연 : 음.. 예리한 질문을 해주셨는데, 좋은 평전의 요건을 만족시키지 않아도 대상이 되는 인물을 잘 드러낼 수 있답니다. 예를 들어 데리다 평전을 봅시다. 이 평전은 정말 신기한 평전입니다. 잘 읽히지도 않고, 끝까지 읽어도 데리다의 철학이 이해가 가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꼭 데리다를 만난 기분을 주는 평전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이런 평전은 드물겠지요. 아, 특이한 평전이라고 하니 이 평전도 빼놓을 수가 없네요. 국내 학자가 지은 평전인데 카프카 평전이에요. 카프카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더불어.. 저자의 대상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맛볼 수 있습니다. 보통 평전은 호불호를 적극적으로는 나타내지는 않거든요. 저 히틀러 1,2의 이언 커쇼만 해도 머리말에서 '사실 히틀러가 싫지만 싫다고 던져둘 수는 없다' 라는 식으로 언급만 하고 본문에서는 거의 티를 내지 않는데.. 이 카프카 평전은 애정이 글에서 묻어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애정이 뭔가 내용을 저해하지를 않지요. 읽기도 쉬우며 - 우리나라의 학자가 써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 뛰어난 평전입니다. 물론 저로선 여간하면 대상과 비슷한 언어권 학자가 썼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지만요.

 

 

 

 

 

 

 

 

 

 

 

 

 

 

 

Q : 그런데 지금껏 이야기하시는 것을 들어보니깐 국내 학자가 쓴 우리 나라 인물에 대한 평전은 소개가 안되고 있네요. 혹시 의도적으로 우리 나라 인물의 평전은 읽지 않으시는건가요?

 

가연 :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은 아니구.. 그냥 기회가 없었습니다. 다만 내심 꺼리는 부분이 있기는 한 거 같아요. 그 이유는 별로 대단한 것은 아니나.. 예를 들어서 우리 나라에서 김구 선생을 비난할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야 자신의 호불호에 따라서 비난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걸 공식적으로 책을 내기는 어렵겠지요. 아, 물론 저는 김구 선생을 비난하지 않습니다, 풋. (비판이 아니라 비난입니다.) 물론 건전한 비판을 지향해야 하고 무분별한 비난은 지양되어야 하는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별다른 근거 없는 단순한 비난조차도 못하는데 어떻게 제대로 된 비판을 할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을 조금씩 해보기도 합니다. 결국 사람의 주장은 가장 먼저 자신의 감정에 의하여 생성되니깐 그들이 결과적으로 이성적으로 내린 판단을 따를 수 있다면 - 자신의 주장을 이성적으로 반추할 수 있다면 - 저는 비난이 선행하더라도 나쁘지 않을지는 모르겠다, 는 생각입니다. 마치 변증법적인 논리랄까요. 정- 건전한 비판, 반 - 비난을 거쳐 합 - 새로운 깊이의 생각.. 이렇게 도식화되겠지요. 우스꽝스러운 이야기겠지만 비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한 사회분위기라면 훨씬 더 나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외국을 본다면, 자국인인 셰익스피어에 대하여 영국인들은 비난을 퍼붓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미국인이라면 좀 더 쉽게 비난을 할 수 있을겁니다. 미국인인데 셰익스피어를 깊이 연구한 학자라면 영국인보다는 유연한 생각을 가지고 상대적으로 믿을만한 셰익스피어 평전을 쓸 가능성이 클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뭐.. 하지만 이런 생각에는 크나큰 허점이 있습니다. 그 비난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자신들의 생각이 논리적으로 격퇴당하더라도 태도나 의견이 바뀌지 않더군요. 기억에 남는 평전을 들자면 리영희 선생과 함석헌 선생의 평전을 들 수 있겠네요. 특히 함석헌 평전은 추천합니다.

 

 

 

 

 

 

 

 

 

 

 

 

 

 

 

 

Q : 꼭 번역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평전이 혹시 있나요?

 

가연 : 정말 많지요. 아브라함 파이스가 쓴 평전류들이 일단 번역되었으면 좋겠구.. 누가 번역 안해주나요? 아니면 벌써 번역되었는데 모르는 걸까나...

 

 

 

 

 

 

 

 

 

 

 

 

 

 

 

 

Q : 곧 읽고 싶은 평전은 어떤 평전들인가요?

 

가연 : 프로이트 시리즈랑 융을 읽고 싶네요. 다만 너무 비싼데.. 다른 책을 사느라 돈을 다 써버려서 구입할 수가 없네요...

 

 

 

 

 

 

 

 

 

 

 

 

 

 

그리고 슈테판 츠바이크가 쓴 평전 시리즈를 보고 싶어요. 특히나 마리 앙투아네트 평전을 꼭 읽어보고는 싶은데.. 이 인터뷰 하면 아래 한 권 좀 안 주나요?

 

 

 

 

 

 

 

 

 

 

 

 

 

 

 

Q : 그럴 돈은 저희도 없.. 마지막까지 고생많으셨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가연 : 안녕히 계세요, 가 아니라 달라고 하니까 바로 도망가버리네요,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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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9 0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28 0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28 1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29 1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13-05-23 01:51   좋아요 0 | URL
어쩐지 현자의 돌에도 관심이 많을 것 같습니다
<강철의 연금술사> 보셨나요, 저는 애니메이션으로만 봤습니다
마법하고 연금술은 좀 다를지도 모르겠군요

1000쪽이나 되는 책 읽으면 다 생각나나요
얼마전에 도서관에서 <비트겐슈타인 평전> 봤는데, 책이 크더군요
사람에 대한 글은 한번만 읽어봐서는 모를 것 같습니다


희선

가연 2013-05-28 01:47   좋아요 0 | URL
ㅎㅎ 강철의 연금술사는 꽤 오래전.. 연금술에도 신기한 느낌을 많이 받긴 하지만 뭐랄까... 과학적이지는 않지요, 하하하.

다 생각이 난다기보다 읽고 기억하고 잊어버리고 다시 읽고 기억하고 잊어버리는 과정의 연속이랄까.

억지로 다 외우는 게 뭐 중요한 일은 아니지 않겠습니까아, 다 재미있으니 읽는 것에 지나지 않지요


비로그인 2013-06-07 00:26   좋아요 0 | URL
후훗~귀여우신 가연님~ 인터뷰 후에 아래의 책들 중 받으신 게 있으신지 궁금한데요~ㅎ

가연 2013-06-07 12:43   좋아요 0 | URL
ㅎㅎㅎ 인터뷰값을 안치뤄주더군요ㅠㅠㅠㅠㅠ 받은게 하나도 없어요. 공짜 인터뷰에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