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곶의 찻집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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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곶의 찻집 / 모라사와 아키오

 

예상대로 다른 손님은 없었다. 테이블이 겨우 두 개뿐인 아담한 가게인데, 바다가 보이는 쪽 벽에 큼지막한 유리창이 있기 때문인지 갑갑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보다, 오히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정말이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찬란하게 빛나는 바다와 하늘과 초원과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후지 산.

 

-P.42-

 

1.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 때론 음악이 마음을 위로해주기도 하고, 향 좋은 커피 한잔이 나쁜 기억을 지워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만의 장소. 그곳엔 나를 잘 알고 내 상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모든 사소한 것들이 나의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반창고 입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가장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찾게 되는 방법이 이 세가지인것 같습니다. 이 세가지 마법으로 사람을 치유하는 책이 사람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어내는것을 보면 말이죠.

 

 

"늘 자신을 설레게 하는 쪽으로 가는거야."

나는 뭔가 할 말을 찾으려 했지만 잘 떠오르지 않았다.

"다소 위험이 따르더라도 말이야, 사람이란 뜻밖에 잘 쓰러지지 않거든. 열심히 하기만 하면 절실히 필요할 때 반드시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주지"

 

-P.105-

 

2.

 

일본 치바현의 한적한 시골마을, 사람들의 발길이 닫기 힘들 해안 절벽 끝에 작은 찻집이 하나 위치하고 있습니다. 후지산의 전경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그곳에는 다리가 불편한 털복숭이 개가 사람을 맞이합니다. 달랑 테이블 두개가 전부인 조그마한 찻집. 누가 찾아올까 싶을정도로 허름한 찻집이지만 거기엔 사람의 마음을 읽을줄 아는 에쓰코가 있습니다.

 

초능력자의 의미가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게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의미라면 그녀는 초능력자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운 커피와 그 사람의 고통을 치유해주는 음악은 아내를 잃은 젊은 남성과 네 살배기 어린 딸, 취업난으로 진로를 고민 중인 청년,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침입한 도둑, 젊은 시절 활동했던 밴드와 다시 공연하는 꿈을 키워가는 에쓰코의 조카, 오랫동안 에쓰코에게 연정을 품었으나 명예퇴직을 앞두고도 결국 고백조차 못하고 떠나간 단골손님 모두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를 부여해 줍니다. 그 끝이 기쁘기도 하지만 때로는 애잔하기도 합니다. 짧막한 책 안에는 고민하는 많은 인간군상의 표본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모두 '무지개 곶의 찻집'에서 위안을 얻고 그곳에 또 다른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물건들을 준비합니다. 그렇게 찻집은 점점 사람들의 추억을 갖고 커져갑니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건 자신이 살아온 여정을 받아들였다는 증거가 아닐까? 괴로웠던 일까지 포함하여 여태까지의 인생을 통째로 긍정하기 때문에 너희는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그 당시를 추억 할 수 있는 거란다. 겹겹이 쌓아온 과거의 시간이 바로 지금의 너희니, 과거를 그리워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을 긍정하고, 받아들이고,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해."

 

-P.254-

 

3.

 

조금 동떨어진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무지개 곶의 찻집>을 읽고 나만의 장소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위로 받을수 있는 장소. 그 장소에는 항상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종종 혼자 있을 때 음악이 위로해 주기도 했지만 그 음악소리 역시 녹음된 누군가의 목소리가 주는 위안이였습니다. 작품속에 등장하는 에쓰코씨는 타인의 기분을 잘 읽을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들의 기분에 맞게 선곡을 해주며, 말벗이 되어줍니다. 그것이 자신을 협박한 도둑이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건간에 말이죠. 그들에게는 커피와 음악도 따뜻했겠지만, 그들을 감싸주는 에쓰코의 정성어린 한마디가 가장 큰 치유였을겁니다.

 

그런 에쓰코 역시 사람입니다. 사랑했던 남편과의 이른 사별로 마음 한구석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에쓰코에게 다른사람에게 건내는 위로는 자기 자신을 치유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였을 겁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무지개를 찾은 그들의 행복한 이야기가 궁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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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크리에이터 - 미래경제를 선점하는 착한 혁명가들
김대호 지음 / 아이엠북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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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크리에이터 / 김대호

 

에코 크리에이터란 친환경적이고 인간적인 아이디어로 변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들이다. 이제단순한 구호만으로는 세상을 바꾸는 시대는 지났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실험적인 시도가 세상을 바꾸고 창조적인 생각만이 무너져가는 지구를 구할 수 있다.

 

-P.10-

 

1.

 

<물건이야기>라는 책을 보면 시스템 싱커(system thinker)라는 용어가 나옵니다. 이는 시스템 사고(system thinking)라는 단어에서 따온 새로운 용어인데요. 이 시스템 사고는 문제 해결에 있어서 부분적으로는 잡히지 않는 전체적인 모습을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을 얘기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의 사고는 순서로서는 해결해야 할 테마의 이상적인 모습을 설정하고, 현실적인 문제점을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하여 목표와 현실과의 괴리를 메우는 수단을 생각해 내는 방식인데요. 기업적 측면에서 사용되던 이 단어가 최근에는 환경과 연관해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흔하게 쓰이는 종이로 예를 들어보자면 이 종이가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 공장을 거쳐 나무가 베어지고 이 나무가 존재하던 숲이 파괴되는 식의 연상작용을 생각해보는 것이죠. 제품의 단적인 면만을 보는것이 아니라 그 물건의 역사를 생각하고 문제점을 고쳐나가야 한다는것이 이 시스템적 사고의 지향점입니다.

 

베스터가드 프란센 그룹의 핵심 경영 슬로건은 '목적이 있는 이윤'이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에 베스터가드 프란센 그룹 역시 정부 지원을 단 한 푼도 받지 않는다. 이들은 최대한 자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품질 혁신과 비즈니스 방식의 변화를 추구한다.

 

다만 이윤을 많이 남기는 것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그것이 다시 사회에 선순환되길 바라는 것이다. 그들은 남은 이윤을 다시 사회로 되돌려주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투자한다. 더 많은 이윤이 남으면 제3 세계를 위해 국제사회에 순환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P.41-

2.

 

이 책 <에코 크리에이터>는 이런 시스템적 사고의 예들을 환경이라는 상황과 접합시켜 살기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6개로 나눠진 각각의 파트에서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현신적으로 변화시킨 에코 프로젝트를 비롯 패션, 예술, 공간, 공존, 절약 각각의 분야의 독창적인 사례들을 설명하고 있는데요. 멋진 사진과, 간략한 글들이 쉽게 그러나 깊이 마음속에 와 닿았습니다. 정말 모든 문장들이 마음속에 와 닿았지만 인상적이였던 파트는 1장 희망을 쓰다와, 3장 예술을 말하다 부분이었습니다.

 

죄를 짓고 교도소에 수감중인 죄수들에게 기능적 교육이 아닌 양봉과 같은 환경과 사회를 생각할 수 있는 교육을 함으로써 삐뚤어진 마음과 상처를 치유하는 지속가능한 감옥 프로젝트. 오염된 물을 쉽게 정수 시킬수 있는 베스터가드 프란센 그룹의 라이프 스트로우와 그들의 기업 철학등은 국내에서도 어떤 것이 정말 옳은 것인가 생각해 보게 도와줍니다.


 

인간의 이기를 위해 자연은 끊임없이 훼손되고 있다. 이 지구와 세상은 모두 유기적인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모든것이 돌고 도는 법이다. 이 순환의 사이클은 결국 우리 인간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쏟아진 기름은 첫번째로 생태계를 파괴하지만 결국 인간의 삶도 파괴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가 환경문제를 더는 회피하지 말아야 할 이유이다.

 

-P.274-

3.

 

흔히 우리는 환경문제라고 생각하면 무척이나 어렵고 먼문제 혹은 귀찮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귀찮은 문제들이 세 3국에서는 나비효과가 되어 큰 재앙을 불러옵니다. 우리가 쉽게 사용한 가전제품들이 발생시킨 탄소가 지구 온난화를 심화시키고 점점 뜨거워진 지구는 사막화를 촉진시킵니다. 이는 단기적으로 봤을때 제 3국의 문제라 치부할 수 있지만 조만간 우리에게도 큰 재앙을 불러 올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에코 크리에이터>에서 소개하는 사례들은 단순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어나가는 기적들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생각만큼 어렵지도 귀찮지도 않습니다. 흥미로운 예술품들과, 아이디어 상품은 결국 사람과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환경 문제는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닙니다. 지구를 살리기 위한 당신의 아이디어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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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100배 즐기기 - 2012-2013년 최신개정판 100배 즐기기
홍수연.홍연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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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100배 즐기기 / 홍수연ㆍ홍연주

 

척박한 자연환경과 중원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변방의 홍콩은 그저 어부들과 해적, 도망자들이 모여 사는 불모의 땅일 뿐이었다. 1513년 포르투갈인들이 서구 세력으로서 최초로 이 땅에 발을 내딛었고, 영국 동인도 회사가 광둥성 근처에 무역항을 건설하면서 홍콩과 영국 간의 역사는 시작된다.

 

양국 간의 전쟁에서 패한 중국은 1841년 홍콩 섬을 영국에 넘기게 되었고 1842년의 난징조약을 통해 정식으로 양도하게 되면서 홍콩의 식민지 시대는 시작되었다.

 

-P.22- 

1.

 

홍콩이라는 나라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에게 홍콩은 영화라는 이미지로 먼저 떠오릅다. 90년대 많은 사람들이 <영웅본색>을 보며 주윤발을 따라 바바리 코트를 입고 다녔으며, <천녀유혼>을 보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홍콩 영화가 한국에서 인기를 끌던 그 시절. 아직 어렸던 저에게 홍콩영화는 새로운 세상이였습니다. 화려한 빌딩과 번쩍이는 네온사인, 마초적인 행동과 목소리가 너무나 멋지게만 느껴졌던 주인공들. 중국과는 다른 나라라고 생각될 만큼 화려했던 홍콩이란 나라에 나름의 로망을 갖게 된 계기는 아마 이 영화들 때문일 겁니다. 사실 최근에 나오는 홍콩 영화는 예전과 같은 재미가 없습니다. 어른이 된 저에게 뻔한 느와르는 너무 식상해진 이유가 클것입니다. 하지만 그때 그 시절의 영화는 아직까지도 생생합니다. 얼마전 우연히 보게된 중경삼림을 보며 느낀 감정은 그때와는 조금 달랐지만 여전히 몽환적이고 참 아렸습니다.

 

어릴적의 로망이였다고는 하지만 여러 이유로 홍콩을 밟아보진 못했습니다. 마음에도 없었던 인도, 동남아로 떠날 때 홍콩은 언제던지 떠날 수 있는 도시니까라는 핑계로 제쳐 두었습니다. 그렇게 한번 두번 미루다 중국에 방문했을 때에도 결국 가지 못했습니다.가깝지만 너무 가까워서 쉽게 떠날 수 없는 나라. 그런 나라가 바로 '홍콩'인것 같습니다.


 

인생을 즐기는 중요한 '樂'중 하나가 바로 '食'이라는 것에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책상다리 빼놓고는 다 먹는다'는 그 유명한 중국 요리의 세계는 빠져들수록 한도 끝도 없는 것이 사실. 홍콩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중국 요리에 대한 기본 상식은 꼭 알아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가 아니라'아는 만큼 먹는다'가 홍콩에서는 진리라는 것을 잊지 말 것.

 

-P.290-

2.

 

<100배즐기기>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食'분야에서 나타납니다. 한국인이 만든 가이드 북이기 때문인지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점을 무척이나 잘 소개하고 있습니다. <Lonely Planet>의 경우 외국인의 입장에서 쓰여진 책이어서 그런지 소개된 음식점에 실망한 경우가 많았는데 <100배즐기기>를 보고 찾은 식당은 실패한적이 없었습니다. 홍콩은 요리로도 굉장히 유명한 도시입니다. 포루투갈과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서양의 음식 문화와 동양의 음식문화가 섞여있는데요. 음식이라면 빼놓을수 없는 중국이라는 나라에 서양의 요리까지 더해져 '홍콩'의 음식은 다양하고, 맛있기로 유명합니다. 책은 이러한 요리와 함께 어느집이 어떤 메뉴가 맛있는지 가격과 함께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여행 컨셉에 맞게 식당을 고를 수 있어 그 점이 참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몸보신용 뱀탕과, 거북젤리가 끌렸는데요. 다음번에 홍콩 여행을 하게 된다면 꼭 들려서 그 맛을 경험해 봐야 겠습니다.


 

 

세계의 명품 브랜드는 대부분 진출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홍콩에서 쇼핑을 즐기며 안목을 높여보자. 꼭 사지 않고 윈도쇼핑만 하더라도 즐거울 것이다. 또한 도시 전체가면세 지역이라 우리 나라보다 저렴하거나 보다 다양한 품목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진짜 같은 짝퉁들이 일부 멀쩡한 숍에서 버젓이 유통되는 것도 사실이니, 반드시 믿을 수 있는 매장에서만 구입해야 한다.

 

-P.370-

 

3.

 

<홍콩 100배 즐기기>는 크게 다섯 파트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홍콩의 역사라던지 명물을 소개하는 프롤로그 부분. 지역별 명소를 설명해주는 지역별 여행 가이드 부분. 여행 컨셉에 맞게 레스토랑, 쇼핑,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테마별 여행 가이드 부분. 홍콩 외 섬 지역을 소개하고 있는 근교 지역 여행 가이드 부분. 고급 호텔부터 호스텔까지 가격대별 숙소를 망라한 홍콩여행 숙소 부분. 요렇게 다섯 부분입니다. 어떤 목적으로 여행을 가느냐에 따라 준비해 가야할 정보는 다를수밖에 없는데 거의 모든 부분에서 정리를 해주고 있으니 정말이지 완벽한 가이드 북입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은 테마별 가이드 부분에, 영화를 따라가는 여행과 같은 내용이 없었던 점이었습니다. 현재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홍콩영화가 한국에서 붐을 일으켰던 시대에 살았고 그만큼 거기에 관한 향수가 많은데 영화와 관련된 부분은 상당히 미흡했습니다. 가이드 북의 특성상 이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고려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란걸 알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건 어쩔수 없네요. 책을 덮고나서 계획에도 없던 홍콩이 갑자기 가고 싶어져 비행기 표 가격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끄응..

 

홍콩 여행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가이드북 <홍콩 100배 즐기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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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저문 이후 밀리언셀러 클럽 126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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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저문 이후 / 스티븐 킹

 

언뜻 신음 소리를 들은 것도 같았다. 에밀리는 아무 생각 없이 대문을 지나고 앞마당을 가로질러 열린 트렁크로 달려갔다. 그녀가 안을 들여다보았다. 트렁크의 여자는 신음을 내지 않았다. 눈은 뜨고 있었지만 칼자국이 열 군데도 넘은 데다 한 귀에서 다른 귀까지 길게 목이 잘려 있었다.

 

-P,78- 

 

1.

 

(주의 : 스티븐 킹 빠에의한 그리고 빠를 위한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스티븐 킹의 신작이 나왔습니다. 그것도 열 세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단편집입니다.(개인적으로 장편보다는 짧막한 단편을 선호합니다.) 국내 출판이 언제될까 오매불망 기다렸는데 밀클에서 발빠르게(?) 출간해 주었습니다. 제가 처음 스티븐 킹의 이야기를 접한건 양장본으로 구성된 걸작선 중 단편집이였습니다. 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은 오늘날 저를 스티븐 킹의 어린양으로 만들었죠. 그때 제가 느낀 공포감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식의 공포였습니다. 그 생생하고 세밀한 묘사에서 상상은 현실처럼 구체화 되었고 구체화된 상상은 누구나 안고있는 불안감과 결합하여 공포라는 요소를 불러왔습니다. 영화 데스티네이션에서 보여준 죽음의 위협은 어디에든 숨겨져있다 뭐 이런 강박관념이 좋은 예가 될 것 같습니다. 다음날 고생할걸 알면서도 열심히 먹어대는 불닭마냥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그 매력. 아마 그런 매력이 제게 장르의 길을 열어준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장편보다는 단편을 좋아합니다. 단편의 특성상 짜임새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가 굉장히 어려운데, 스티븐 킹의 작품은 열장 내외의 이야기에도 이 짜임새가 탄탄하게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읽은 <해가 저문 이후>는 그동안 그가 보여준 이야기들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문체와 구성방식에 있어서는 여전히 거장의 솜씨를 보여주지만 그 주제면에 있어서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의 기존 단편들이 슬라임과 같은 끈적이는 회색물질,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등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이번 단편은 실제 일어났던 911테러, 핵전쟁,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강박관념 등과 같은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때문에 책에서 느껴지는 공포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공포입니다.



 

아니, 무서운 얘기 싫어. 그녀가 싱크대 옆에 서서 속으로 중얼 거린다. 하지만 동시에 듣고 싶기도 하다. 누구나 섬뜩한 얘기를 원한다. 다들 미쳤으니까. 게다가 꿈을 발설하면 정말로 실현되지 않는다고 어머니가 얘기하신 적이 있다. 말하자면 악몽을 얘기해 스스로 길몽을 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P.146-

 

2.

 

(스포 有)

 

모든 단편들이 재미있지만 손가락 사정상 인상적이였던 몇 편의 이야기만 끄적여보겠습니다.

 

첫번째 이야기 <윌라>는 본인들이 죽은줄도 모르고 해메이는 유령들의 이야기 입니다. 유령이 나온다니 어찌보면 위에 설명한 초현실주의적인 작품이라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작품을 읽어보면 이는 대립이나 갈등이 주가 아닌 풍자와 은유의 의미로 해석됩니다. 조금은 지루한 플롯의 이야기에 늘어지는 감이 있었지만, 두번째 <진저브래드 걸>로 넘어가면서 부터 주인공 에밀리와 함께 쉴새없이 달리게 되었습니다. 

 

조깅 도중 우연히 시체를 발견한 에밀리는 살인마에게 잡혀 죽을 위기에 처합니다. 살아남기 위한 그녀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였습니다. 에밀리 본인의 시점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허구적인 이야기가 아닌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옵니다. 거기에서 느껴지는 긴박함이 매력적인 짜릿한 이야기였습니다.

 

<졸업식 오후>는 일상을 즐기던 제니스에게 갑자기 닥친 핵폭팔의 재앙을 이야기 합니다. 다섯장의 이야기지만 배경의 설정에서 느껴지는 공포는 오싹했습니다.

 

<N>은 한 사내가 가진 강박관념이 어떠한 장소에서 전염된다는 설장의 이야기였는데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조금씩은 갖고있는 강박관념의 이야기가 서간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아버지의 병을 고쳐준 흑인소녀 아야나에 관한 체험과 그 후 내가 경험하는 기적에 관한 이야기<아야나>는 어릴적 감명깊게 본 <그린마일>을 닮아있는 단편이였는데요. 기적이 행운이 아닌 멍에가 될 수 있다는 스티븐 킹의 가치관을 담고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압권이었던 <아주 비좁은 곳>. <헤드헌터>의 똥통씬을 읽고 비위가 상한 분이라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매우 재밌게 읽은 단편이였습니다.


 

"싫어? 내 생각하고 다르잖아? 나는 당신이 이것으로 마지막 석양을 즐겼다고 생각해. 사실 당신은 멋진 최후의 하루를 보낸거야. 당신을 살려 주는 것도 그 때문이고. 우스운 게 뭔지 알아? 날 건드리지 않았던들 당신은 분명 원하는 바를 얻었을 거야. 난 이미 똥통에 빠졌건만 그 사실도 모르고 있었거든. 우습지 않아?"

 

-P.543-

3.

 

<다크타워>, <셀>, <스탠드>등 최근 스티븐 킹의 작품들이 과거 작품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이 많았고, 저 역시 그에 공감하는 독자중 하나로서 이번 작품에 거는 기대가 상당했었는데요. 생각 이상으로 재밌는 작품들이 많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괴담에서 느낄 수 있는 공포가 아닌 현실적인 공포(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혹시 오븐을 켜두지는 않았는지, 가스를 깜빡 잊은 것은 아닌지 뒷문은 잠궜는지와 같은 일상 생활속에서 느끼는 공포)가 스믈스믈 피부를 타고 올라오는 기분은 여름철 무더위를 싹 날려줬는데요. 한 작품이라도 독자를 잠 못들게 했으면 좋겠다는 킹옹의 놀부 심보가 바다건너 한국이라는 나라에 사는 대학생에게도 영향을 끼쳤다는걸 알려주고 싶습니다.

 

올 여름 더위를 나기위한 필독서 <해가 저문 이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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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서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1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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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서간 / 미나토 가나에

 

나는 고등학교 때, 방송부에 들어가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 즐거운 일도 많았지만 평생 믿을 수 있는 친구가 생겼다는게 가장 기뻤어. 하지만 청춘이라는게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더라. 나도 불만은 있었는걸.

 

-P.89-

 

1.

 

편지를 쓴다는것. 참으로 낭만적인 아날로그 식의 소통입니다. 이메일 세대를 지나, 카카오톡 세대로 서로간의 대화가 너무나 쉬워진 요즘 서로간의 커뮤니케이션은 무척이나 빠르고 짧습니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뱉어내는 말들에 쉽게 상처를 받고, 나 역시도 쉽게 상처를 줍니다. 하지만 편지는 다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편지지를 고를때부터 상대방을 생각하게 되고, 문장하나 단어 하나에도 신경을 써서 글을 써내려갑니다. 그 시간만큼의 정이 담겨 있습니다.

 

이런 편지의 매력을 알아버린건 아마 군대에서 였을겁니다. 저 역시 메신져 프로그램에 익숙해져 편지는 친한 친구들의 생일날에나 쓰곤 했는데요. 이 폐쇄된 공간에서는 컴퓨터가 있어도 인터넷이 안되니 편지를 쓸 수밖에요. 한자 한자 적어나가며 내 마음을 전달하는 동안 상대방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한 이야기들은 더욱 커졌습니다. 또한 상대방이 보내온 편지를 읽어보며 그 사람의 입장에서 사건을 생각해 보게 되니 그것역시 새로운 경험이였습니다. 그때의 습관이 지금도 몸에 베어서일까요 지금도 전 종종 고마운 사람들에게 손으로 써나간 편지를 부칩니다.

 

<왕복서간>은 3편의 중편소설이 실려있는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집입니다. 데뷔작 <고백>으로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이후의 작품들이 <고백>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인기를 끌지는 못했죠.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이번에 출간되는 <왕복서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는데요. 책을 잡은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넘길때까지 손을 떼지 못할정도로 재밌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저는 지금 방송부를 맡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과 연인을 데리고 강에 물놀이를 갔는데 학생과 연인이 동시에 물에 빠진다면, 과연 주저 않고 학생을 먼저 구할 수 있을지 고민해봅니다.

 

-P.105-


 

2.

 

(내용 스포 有)

 

위에서 언급한 것 처럼 책은 세편의 중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각의 이야기는 편지형식으로 이루어져있는데요. 때문에 인물간의 대화가 아닌 개인의 서술로 사건이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인물은 개인의 이야기를 사실대로 이야기 할 수도 있고, 또한 숨길수도있습니다. 책은 이러한 구성의 특징을 사용하며, 사건의 반전을 극대화 시킵니다.

 

첫번째 이야기 <십년뒤의 졸업문집>은 고등학교 동창의 결혼식으로 모이게 된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방송반 멤버인 아즈, 시아키, 지아키, 에쓰코는 모두 고이치라는 학생을 좋아합니다. 그중 가장 예쁘고 고이치와 잘 어울리는 지아키가 고이치와 연애를 하게 되고, 곧 졸업을 하게되는데요. 10년뒤 시아키의 결혼식장에서 에쓰코는 지아키가 사고로 얼굴을 다쳤으며 그 사고 이후 행방불명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진실을 알기위해 아즈와, 시아키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월희전설이라는 이야기와 아름답지만은 않은 청춘에 관한 이야기가 잘 버무려진 이야기였습니다.

 

두번째 이야기 <이십 년 뒤의 숙제>는 퇴직을 앞두고 오래전 한 사건을 겪은 여섯 제자의 안녕을 확인하고자 하는 선생님의 이야기 입니다. 퇴직 후 요양중인 마쓰코는 자신의 제자이자 현직 교사인 오바에게 편지를 씁니다. 편지에는과거 자신의 제자였던 학생 중 6명의 학생들의 안녕을 확인해달라는 부탁이 적혀있는데요. 오바는 선생님의 부탁에 따라 여섯명의 학생을 차례로 만나갑니다. 그리고 그들이 모두 어떠한 사고를 겪었으며, 그들이 바라본 시각에 따라 가치관 또한 달라졌음을 알게됩니다. 마지막 반전까지 무척이나 긴장되었던 이야기였습니다. 

 

마지막 이야기 <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은 지금은 오랜 연인이 된 중학교 동창 남녀의 이야기입니다. 가즈코와 마리코는 오래된 연인입니다. 학창시절부터 사겨온 그들은 결혼까지 약속한 커플이지요. 하지만 어느날 가즈코는 국제자원봉사대로 낙후된 P국으로 가게 됩니다. 마리코는 그 이유를 자신을 구하기 위해 포기해야했던 친구 가즈코에 관한 강박관념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잊고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사건은 반전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세번째 이야기였는데요. 군더더기 없으면서 뒷통수를 치는 반전까지 편지 형식의 장점을 가장 잘 보여준 작품이였습니다.

 

 

 

0=0. 환경도 문화도 다른 아이들에게 당신은 이걸 어떤 식으로 가르칠까? 어떤 숫자든 0을 곱하면 답은 0. 답이 원래 그렇다는 건 알고 있지만, 0을 곱한다는게 무슨뜻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 전무 없애버린다는 뜻일까?

 

-P.198-

 

3.

 

어쩌면 이야기의 중요 소재는 진실속에 감춰진 인간의 '악의'일 것입니다. 작가의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왕복서간>의 세 이야기 모두 이러한 '악의'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거든요. 그렇지만 그 결과가 무겁지 만은 않습니다. 생각만큼 비극적이지도 않고 희망이 있는 결말을 보여줬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고백>보다 그 구성의 짜임세에서는 부족했지만, 인간미가 담긴 이야기를 다룬 측면에서는 뛰어났다고 생각합니다. 비슷한듯 조금씩 달라지는 작가의 이야기에 다음은 어떤 작품을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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