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서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1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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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서간 / 미나토 가나에

 

나는 고등학교 때, 방송부에 들어가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 즐거운 일도 많았지만 평생 믿을 수 있는 친구가 생겼다는게 가장 기뻤어. 하지만 청춘이라는게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더라. 나도 불만은 있었는걸.

 

-P.89-

 

1.

 

편지를 쓴다는것. 참으로 낭만적인 아날로그 식의 소통입니다. 이메일 세대를 지나, 카카오톡 세대로 서로간의 대화가 너무나 쉬워진 요즘 서로간의 커뮤니케이션은 무척이나 빠르고 짧습니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뱉어내는 말들에 쉽게 상처를 받고, 나 역시도 쉽게 상처를 줍니다. 하지만 편지는 다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편지지를 고를때부터 상대방을 생각하게 되고, 문장하나 단어 하나에도 신경을 써서 글을 써내려갑니다. 그 시간만큼의 정이 담겨 있습니다.

 

이런 편지의 매력을 알아버린건 아마 군대에서 였을겁니다. 저 역시 메신져 프로그램에 익숙해져 편지는 친한 친구들의 생일날에나 쓰곤 했는데요. 이 폐쇄된 공간에서는 컴퓨터가 있어도 인터넷이 안되니 편지를 쓸 수밖에요. 한자 한자 적어나가며 내 마음을 전달하는 동안 상대방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한 이야기들은 더욱 커졌습니다. 또한 상대방이 보내온 편지를 읽어보며 그 사람의 입장에서 사건을 생각해 보게 되니 그것역시 새로운 경험이였습니다. 그때의 습관이 지금도 몸에 베어서일까요 지금도 전 종종 고마운 사람들에게 손으로 써나간 편지를 부칩니다.

 

<왕복서간>은 3편의 중편소설이 실려있는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집입니다. 데뷔작 <고백>으로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이후의 작품들이 <고백>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인기를 끌지는 못했죠.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이번에 출간되는 <왕복서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는데요. 책을 잡은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넘길때까지 손을 떼지 못할정도로 재밌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저는 지금 방송부를 맡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과 연인을 데리고 강에 물놀이를 갔는데 학생과 연인이 동시에 물에 빠진다면, 과연 주저 않고 학생을 먼저 구할 수 있을지 고민해봅니다.

 

-P.105-


 

2.

 

(내용 스포 有)

 

위에서 언급한 것 처럼 책은 세편의 중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각의 이야기는 편지형식으로 이루어져있는데요. 때문에 인물간의 대화가 아닌 개인의 서술로 사건이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인물은 개인의 이야기를 사실대로 이야기 할 수도 있고, 또한 숨길수도있습니다. 책은 이러한 구성의 특징을 사용하며, 사건의 반전을 극대화 시킵니다.

 

첫번째 이야기 <십년뒤의 졸업문집>은 고등학교 동창의 결혼식으로 모이게 된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방송반 멤버인 아즈, 시아키, 지아키, 에쓰코는 모두 고이치라는 학생을 좋아합니다. 그중 가장 예쁘고 고이치와 잘 어울리는 지아키가 고이치와 연애를 하게 되고, 곧 졸업을 하게되는데요. 10년뒤 시아키의 결혼식장에서 에쓰코는 지아키가 사고로 얼굴을 다쳤으며 그 사고 이후 행방불명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진실을 알기위해 아즈와, 시아키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월희전설이라는 이야기와 아름답지만은 않은 청춘에 관한 이야기가 잘 버무려진 이야기였습니다.

 

두번째 이야기 <이십 년 뒤의 숙제>는 퇴직을 앞두고 오래전 한 사건을 겪은 여섯 제자의 안녕을 확인하고자 하는 선생님의 이야기 입니다. 퇴직 후 요양중인 마쓰코는 자신의 제자이자 현직 교사인 오바에게 편지를 씁니다. 편지에는과거 자신의 제자였던 학생 중 6명의 학생들의 안녕을 확인해달라는 부탁이 적혀있는데요. 오바는 선생님의 부탁에 따라 여섯명의 학생을 차례로 만나갑니다. 그리고 그들이 모두 어떠한 사고를 겪었으며, 그들이 바라본 시각에 따라 가치관 또한 달라졌음을 알게됩니다. 마지막 반전까지 무척이나 긴장되었던 이야기였습니다. 

 

마지막 이야기 <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은 지금은 오랜 연인이 된 중학교 동창 남녀의 이야기입니다. 가즈코와 마리코는 오래된 연인입니다. 학창시절부터 사겨온 그들은 결혼까지 약속한 커플이지요. 하지만 어느날 가즈코는 국제자원봉사대로 낙후된 P국으로 가게 됩니다. 마리코는 그 이유를 자신을 구하기 위해 포기해야했던 친구 가즈코에 관한 강박관념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잊고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사건은 반전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세번째 이야기였는데요. 군더더기 없으면서 뒷통수를 치는 반전까지 편지 형식의 장점을 가장 잘 보여준 작품이였습니다.

 

 

 

0=0. 환경도 문화도 다른 아이들에게 당신은 이걸 어떤 식으로 가르칠까? 어떤 숫자든 0을 곱하면 답은 0. 답이 원래 그렇다는 건 알고 있지만, 0을 곱한다는게 무슨뜻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 전무 없애버린다는 뜻일까?

 

-P.198-

 

3.

 

어쩌면 이야기의 중요 소재는 진실속에 감춰진 인간의 '악의'일 것입니다. 작가의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왕복서간>의 세 이야기 모두 이러한 '악의'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거든요. 그렇지만 그 결과가 무겁지 만은 않습니다. 생각만큼 비극적이지도 않고 희망이 있는 결말을 보여줬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고백>보다 그 구성의 짜임세에서는 부족했지만, 인간미가 담긴 이야기를 다룬 측면에서는 뛰어났다고 생각합니다. 비슷한듯 조금씩 달라지는 작가의 이야기에 다음은 어떤 작품을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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