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의 거침없는 태국여행 - 두 남자의 수다액션 블록버스터 여행에세이
김강우.이정섭 지음 / 페이퍼북(Paperbook)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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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우.이정섭 두 남자의 거침없는 태국여행 / 김강우, 이정섭

 

 

본 여행기의 궁색한 사유와 미사여구로 채워놓은 이야기들이 그럴듯한 명분을 만들어 여행을 떠나는 것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내려줄지 모른다. 그러나 사실 떠나는 데 이유 없다. 왜 떠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돌아왔을 때 여행 스스로 그 답을 주기 때문이다.

 

-P.7-

 

1.

 

 서점 한켠에 따로 칸이 나뉘어 있을만큼 여행 에세이는 많고 다양하다. 음식이라는 주제에 맞추어 여행을 하는사람, 특정 나라의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를 여행하는 사람, 음악과 함께 여행을 하는사람 등 그 수많은 여행 에세이들 가운데서 내가 선택하는 기준은 단순하다. 누구와 떠났는가. 나에겐 이게 가장 중요한 테마다.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자부한다. 낯선 장소에서 나는 혼자 또는 누군가와 많은것을 체험하고 성장했다. 혼자하는 여행과, 함께하는 여행은 각각의 장 단점이 뚜렷하다. 그때 그때의 기분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체로 여행은 함께해야 즐겁다는게 바뀌지 않는 신조이다. 그래서 여행 에세이를 통한 간접 경험을 할때 혼자하는 여행보다는 친구, 혹은 연인과 함께한 여행기를 선호한다.

 

2.

 

 감독과 배우가 함께한 여행기라는데 흥미가 동했다. 브라운관 속에 보여지는 인물과, 그 인물을 표현하는 작가의 여행은 어떨까 궁금해서 책을 펴보게 되었다. 생각외로 둘의 이야기는 가벼웠다. 배우 김강우와 영화감독 이정섭의 이야기가 아닌, 인간 김강우 이정섭의 태국 이야기는 내가 경험했던 태국 이야기와 다른듯 닮아 있었기에 위화감 없이 잘 읽혔다. 여행 에세이의 목적이 재미와 대리만족이라면 이 책은 그 역할을 참으로 충실히 해 나간다.


 

 

이때 강우 녀석 또한 아이폰으로 다음 여행지를 검색하고 있었는데, 부디 검색하다 아이처럼 조용히 잠들기를 바라고 있었다. 인적이 없고 황무지 같은 곳을 좋아하는 이 녀석의 특성상 어떤 여행지를 선택한다 해도 내가 고생할 여지는 많았다.

 

-P.120-

3.

 

 책에 태국이라는 나라에 관한 이야기가 없는은 아니지만, 주가 되는 내용은 두 사람이 새로운 환경에서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무엇을 느꼈는가에 관한 이야기였다. 가까운 듯 멀게 느껴지는 브라운관 속의 배우가,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른 솔찍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 즐거웠던 점 중 하나였다. 글의 초입 두 사람은 각각 자신이 생각하는 여행에 대해 정의 내린다. 어쨌거나 이 둘이 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기존에 '나'가 아닌 '새로운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였다. 각각 '잭', '쥴리'라는 새로운 애칭으로 여행을 시작한것도 이러한 맥락 때문이 아니였나 생각해 본다.

 

4.

 

 책의 또 다른 재미는 다양한 형식에다. 단순히 사진과 감성돋는 글귀만을 내세운것이 아니라 짧막한 카툰, 인터뷰 형식의 고백을 통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에세이의 단점을 극복했으며 흥미또한 이끌어냈다.

 

 

 

 하지만 여행은 다르다. 아무도, 아무것도 나에게 모든 걸 맞춰주지 않는다. 다만 내가 마주하는 모든 것들에 나를 맞추어가야 할 뿐. 사람들은 대게 여행을 가서야 자신의 입이 무척 짧고, 방향을 헤매는 방향치에, 익숙하지 않은 냄새에 민감하며, 낯선 베개를 베고 잠을 못 이루는 예민함이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런 낯선 나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한다. 내가 겁보라는 사실, 또 무척 예민하다는 사실도 실상 여행을 떠나보고서야 비로소 알아낸 것들이다. 허나 이제껏 드러나지 않아 몰랐을 뿐 그 모든 것 역시 나인 것이다. 단지 현실에서 익숙했기에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나와의 만남! 나는 이 순간이 참 짜릿하다.

 

-P.174-

5.

 

 위에 인용한 구절처럼 여행이란 새로운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새로운 환경속에서 낯선 내모습을 발견한다는 것은 참으로 짜릿한 일이다. 거기에 나를 잘 알아주는 좋은 벗이 함께라면, 서로를 좀 더 잘 이해하며 우정의 깊이를 더욱 넓혀줄것이다. 군대에서 무척이나 친하게 지낸 녀석과 베트남 여행을 계획중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행이지만 이 둘처럼 멋진 추억을 남기고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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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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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 / 미야베 미유키

 

새빨간 빛은 덧문 틈새로 흘러 들어왔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온 작업실에 퍼져 모든 것을 빨갛게 물들여 버렸다.

끌을 쥔 팔을 번쩍 치켜들었던 마사키치는 빨간 아침놀에 순간적으로 눈이 멀어 비칠거리다가 미닫이문에 몸을 부딪혔다. 끌을 쥔 오른손이 허우적대다가 밑으로 늘어졌다.

 

-P.20-

 

1.

 

 아름다움의 기준은 뭘까요. <미인>이라는 제목을 보고 있자니 과연 이 참된 '美'의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시대에 상관없이 '비너스' 신은 아름다움을 상징했습니다. 때문에 '비너스'와 관련된 예술품들을 보면 그 시대의 미의 기준을 알 수 있지요. 고대 비너스상은 오늘날 '추녀'의 기준에 가까웠습니다. 짜리몽딸하고, 펑퍼짐한 몸매는 농경사회에서 중시되는 노동력 즉 '다산'의 원천이였기에 과장되게 여성의 몸을 표혔하였지요. 반면 르네상스 시대 보티첼로의 그림을 보면 이 비너스의 모습이 오늘날 '미인'의 기준과 상당히 비슷해 졌음을 알수 있습니다. 조막만한 얼굴과 10등신의 완벽한 비율. 역시 다산의 상징으로 배아래 약간의 피하지방이(?)남아있긴 하지만, 인체 비례상 가장 아름다운 여인의 몸을 그렸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아름다움의 기준은 시대와 문화가 주는 가치관에 따라 변화합니다. 외면적인 아름다움은 절대적일수 없는 것이죠.

 

2.

 

 미야베 미유키의 <미인>은 작년 와우북 페스티벌에서 뜨끈뜨끈한 신간일때 집어온 책입니다. 신간을 구간으로 만드는데는 탁월한 재능을 가진 저이기에 왠만해서 신간 구입은 하지 않는데 이책은 참 탐이 나더더라구요. 먼저 읽은 <괴이>와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가 너무나 만족스러워 구입을 강행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구입후 약 1년만에 책을 펼쳤는데 왜 이제서야 읽었는지 후회가 될 정도로 재밌었습니다. 네이버 평점은 7점대이던데 제가 점수를 후하게 주는걸 감안해도 생각보다 별점이 낮게 책정되어 있는 책인것 같아요.

 

 미미여사 시대물의 특징중 하나는 괴담을 차용하여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는 점입니다. 차용되는 이야기들은 주로 <미미부쿠로>에 실린 이야기들인데요. <미미부쿠로>란 ‘귀로 들은 이야기를 담은 주머니’라는 뜻으로 에도 시대의 신기하고 괴이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말합니다. ‘오래 살아서 사람 말을 배운 고양이’와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람이 실종되는 ‘가미카쿠시’ 등 일본의 괴담들이 녹아들어간 책은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에 안성맞춤입니다.(배경이 벚꽃 흩날리는 계절이니까 봄에 읽어도 좋을듯..)


 

 

"화낼 것 없다. 나도 마사키치가 딸의 혼인을 진심으로 기뻐만 할 수 있었을지 의심스러워." 로쿠조는 굵은 한숨을 토했다. "사람의 마음이란 것에는 온갖 색이 섞이게 마련이니까. 경사스러운 일에 검은 기운이 섞여 있기도 하고, 슬픈 일에 기쁨이 숨어 있을 때도 있어."

 

-P.165-

 

3.

 

 이야기는 혼인을 앞둔 아름다운 처녀 오아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며 시작됩니다. 사건당시 유일한 증인인 아버지는 아침놀이 핏빛으로 하늘을 가득채운 시각 무시무시한 바람과 함께 그녀가 사라졌다는 괴이한 이야기를 하지요. 하지만 얼마뒤 그는 증언을 번벅하며 자신이 딸을 죽였다 말하고는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하지만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후 비슷한 실종 사건이 일어나고, 이번에는 몸값을 요구하는 협박장까지 날아오게 됩니다. 처녀가 사라진 시기는 오아키가 사라진 시기와 비슷합니다. 노을이 불길할 정도로 붉은 날 괴이한 바람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이에 신비한 힘을 지닌 소녀 오하쓰는 비실비실하지만 현명한 청년 우쿄노스케와 함께 사건의 진상을 해결해달라는 청탁을 받습니다. 하나 둘 실마리가 잡혀갈수록 사건은 더욱 괴이하게 느껴집니다. 과연 이것이 사람의 짓일지, 아니면 초자연적인 무언가의 짓일지 헤깔리기 시작합니다. 얼핏 지루해질 수 있는 이야기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또 한명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고양이 데쓰입니다.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우쿄노스케와의 첫 만남에 그를 골려주고, 오하쓰의 올케에게 몰래 추파를 던지는 등 능글맞지만 미워할수 없는 데쓰는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 셋이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너무나 유쾌하고 흥미진진해서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귀신보다 원령보다 더 무서운 존재는 사람이라고. 불리한 일, 보고 싶지 않은 일, 듣고 싶지 않은 일을 기이한 이야기 속에 묻어 버린다. 그러고는 자기 자신과 세상을 향해 거짓말로 버티지. 인간처럼 무서운 것도 없다. "

 

-P.464-

 

4.

 

 책의 뒷부분 역자 후기를 보면 '가미카쿠시'라는 말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오늘날 행방불명을 이야기하는 이 단어는 오늘날처럼 실종의 의미가 아닌 다른 세게로의 이동과 같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합니다. 요즘이야 누군가 하굣길에 홀연히 사라졌다고 하면 당연히 납치를 떠올리겠지만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일본에서는 '실종'이란 한자어 대신 '가미카쿠시'란 말을 더 많이 썼다고 하네요. 인간에게 무슨일을 당했다기 보다는 초자연적인 무언가에 의해 다른 세계로 이동했다 생각하며 스스로 위로하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5.

 

 책 전반적으로 색채의 이미지가 부척이나 강렬합니다. 특히 짙은 붉은색의 이미지가 많이 나타나지요. 선명한 색은 아름다움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불행을 불러오는 전주곡이기도 합니다. 아마 이 종이한장의 차이에 작가는 아름다움과 추함의 대비를 보여주고자 한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외모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의 이야기가 시대를 초월한 여인의 이야기와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무엇일까요. 다시한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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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셀러 - 소설 쓰는 여자와 소설 읽는 남자의 반짝이는 사랑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3
아리카와 히로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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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셀러 / 아리카와 히로

 

 

나는 지금까지 오랫동안 책을 읽어왔지만 네가 쓴 글이 가장 재미있었어. 그래서 지금 엄청나게 흥분한 생태라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를 쓴 사람이 프로는 아니지만, 지금 내 눈앞에 있다는 것에. 읽기만 하는 사람은 내가 처음으로 쓰는 사람을 만난거야. 더구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풍을 가진 사람을. 그러니까 네가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채 글을 써왔다면, 나는 네 첫 팬인 셈이야.

 

-P.34-

 

1.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건 스스로 무료함을 이기지 못한 군시절 이였을 겁니다. 모든일을 후임에게 짬시키고 게으름을 피우는것도 하루이틀. 길기만 한 군 생활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은 글을 쓰는 행위였습니다. A4용지 5장 분량의 짧은 이야기들이였지만 내가 내 이야기를 쓸수 있다는것이, 그리고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것이 참으로 큰 기쁨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순간 깨달았습니다. 진짜 쓸 수 있는 사람은 태어나서 처음 써본 글로도 작가가 된다는 것을요. 나는 글은 쓰지만 소설을 쓸 수 없는 부류의 사람이며, 누군가가 쓴 글을 읽는게 더 익숙한 사람이였습니다.

 

2.

 

 '아리카와 히로'의 소설 <스토리 셀러>는 소설을 쓰는 여자와, 그녀가 쓴 소설을 읽어주는 남자. 이 두 부류의 사람이 사랑에 빠지며 시작됩니다. 남자는 여자에게 고백합니다. 자신은 소설을 쓸 수 없는 인간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가장 좋이하는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인 너에게 푹 빠져버렸다구 말이죠. 글을 쓰는 사람에게 그보다 더한 칭찬은 없을겁니다. 거기에 서글서글한 인상을 가진 훈남이라면 더할나위 없을겁니다. 그렇게 시작되는 둘의 이야기는 아름답지만 그닥 행복하진 않습니다. 처음부터 비극이 예정되 있었기에 행복이 더욱 빛나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통근 전철 안에서 책을 읽는 게 습관이거든. 전철 안에서만 읽고 회사에서는 안 읽기로 했는데, 오늘은 도저히 다음이 궁금해서 참을 수 없더라고. 그래서 점심때 읽으려고 옥상에 올라온 거야. 사무실 안이라면 이런저런 일로 방해가 많으니까. 그래서 읽었더니 울음보가 터진거지.

 

-P.136-

 

3.

 

SIDE A, SIDE B로 나뉘어진 이야기는 어찌보면 하나의 이야기지만 다른 이야기라고 볼수 있습니다. SIDE A는 SIDE B의 주인공에 의해 서술되고 SIDE B에서 벌어지는 일은 SIDE A와 대조적입니다. 이 독특한 구성은 책 전반에 아우러 극적인 효과를 배가 시키는 효과를 주는데요. SIDE A가 단순한 신파로 느껴질수 있다면 SIDE B는 이와 대조되는 내용으로 슬픔을 단순히 신파가 아닌 두 주인공의 성숙으로 성장시킵니다.

 

4.

 

SIDE A는 '치사성뇌열화증후군'이라는 병에걸린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의 이야기 입니다. 복잡한 사고를 하게 되면 수명을 잃게 된다는 희귀질병. 그 병에 걸린 여자는 소설가 입니다. 글을 쓸 수 없는 삶. 그녀의 삶에 글을쓰고 사고하는 행동이 없다는 것은 죽은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끝은 뻔히 보이지만 글을 쓰는 여자와 그녀가 쓴 글을 가장 사랑해 주는 남자. 끝이 뻔히 보이지만 그녀는 글을 씁니다. 남자를 위한 글을 말이죠.

 

SIDE B는 반대로 여성의 시점에서 남성을 바라봅니다. 직장내에서 뭇 여성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있는 남자. 우연히 여자는 옥상에서 그의 비밀을 알게 됩니다. 이를 계기로 친해지게 되는 두 사람은 결국 결혼까지 이르게 되지요. 그렇지만 우연한 사고가 있게되고 그녀는 그의 옆에서 글을 쓰게 됩니다. 

 

어찌보면 이야기의 재미는 이 A와B 두가지 반쪽씩의 이야기를 하나로 연결시키는데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두가지 상황을 연결시키고 결국 하나가 완성되면서 이야기의 완선도는 더욱 높아지지요.

 

 

 

 

시리즈인데 중간에 그만두는 작가들이 있잖아.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완결해줘 하고 예전에는 안절부절 못했지만, 아프고 나서부터 그다지 신경쓰지 않게 됐어. 죽기 직전까지 네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읽을 수 있다면 중단돼버린 시리즈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

 

-P.220-

 

5.

 

'통근 전철 안에서 책을 읽는 게 습관이거든. 전철 안에서만 읽고 회사에서는 안 읽기로 했는데, 오늘은 도저히 다음이 궁금해서 참을 수 없더라고. 그래서 점심때 읽으려고 옥상에 올라온 거야. 사무실 안이라면 이런저런 일로 방해가 많으니까. 그래서 읽었더니 울음보가 터진거지.' 책은 위에 인용된 구문에서 볼 수 있듯이 무척이나 간질간질 합니다. 대부분의 연애소설이 이 간질간질의 과잉으로 오글거림역시 피할수 없는데요. 책에 관련된 이야기를 이해해서일지 그런 거부감이 전혀 없었습니다. 뭐 작가에 대해 찾아보니 이렇게 말랑말랑하고 간질간질한 이야기를 쓰는데는 도가 트신 분이라고 하네요. 오래간만에 읽은 마음 따뜻해지는 연애소설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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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번의 여행에서 찾은 수상한 유럽 - 가이드북에 없는 유럽의 작은 마을 탐방기
톰 체셔 지음, 유지현 옮김 / 이덴슬리벨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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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번의 여행에서 찾은 수상한 유럽 / 톰 체셔

 

 

마음속에는 이것을 첫 번째 여행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섰다. 슈제천을 시작으로 지금껏 가본 적 없고 발음도 하기 힘든 곳들, 저가 항공사들이 제공하는 노선이 아니었다면 아마 평생 들어보지도 못했을 이 모든 곳들을 직접 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나는 색다른 길을 찾고 싶었고, 이것은 다른 어떤 방법보다 좋아 보였다. 이 여행에서 내가 뭘 발견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발리에 다시 가는 것보다는 모험적인 여정이 되지 않겠는가.

 

-P.17-

 

1.

 

여행관련 책이라면 자고로 사진이 많고, 감성적인 글귀로 마음을 울려야 한다는게 내 지론이였는데. 이 책은 기존의 상식을 깨는 새로운 형식의 책이였습니다. 일단 사진이 하나도 없고 빽빽한 글로 가득차 있었거든요. 생각과는 다른 책에 다소 실망했지만 막상 읽어나가니 유럽 여러 도시의 정보와 상황들을 현지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세히 알 수 있어 책을 읽는 내내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한 감각이 책 여기저기에 녹아있어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재밌게 이해할수 있었습니다.

 

2.

 

가이드북에 없는 유럽의 작은 마을 탐방기 <천 번의 여행에서 찾은 수상한 유럽>은 20년간 '더 타임즈'에서 여행기자로 활동하며 영국 주요 언론에 글을 기고해 온 저자 톰 체셔의 책입니다. 작가는 세계의 왠만한 유명지는 다 가봤기에 새로운 여행지가 필요했고, 그런 이유로 유럽의 소도시를 저가 항공을 타고 여행합니다. 어찌보면 영국이라는 잘나가는 국가의 국민이기에 가능한 여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저가라고는 하지만 한화로 계산해 봤을때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였거든요.



 

 

류블랴나에선 부자도, 노동자도, 또 중산계급도 모두 나란히 옆에 삽니다. 그래서 이 도시엔 소위 빈민가의 악순환이라는 게 없어요. 영국과는 다르죠. 여긴 쉐필즈나 이스트 런던이 없으니까요. 이곳엔 빈민가가 없어요. 류블랴나는 균형이 잘 잡힌 도시랍니다. 이건 우리 슬로베니아가 균형이 잘 잡힌 나라인 것과 같죠. 슬로베니아에선 수도에서의 삶과 농촌에서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아요.

 

-P.251-

 

3.

 

저가 항공기를 타고 들어본 적도 없고 발음하기도 힘든 유럽의 작은 도시들을 찾아가는 '톰 체셔'는 지도와 가이드북을 버리고 슈체친, 포프라트, 파더보른, 탈린 등 낯설기만 한 유럽의 도시들을 탐방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그곳에서 꿈을 잃은 사람들, 먹고 살기 위해 고향을 버리고 떠나려는 사람들 등의 감춰진 유럽의 속살을 대면하기도 하고, 현지인들과 현지가이드를 만나 도시의 숨겨진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별다른 기대 없이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이 여행은 아름다운 풍경에 반하고, 깊은 역사에 흥미를 느끼며, 유럽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되는 기회를 그에게 제공합니다.


 

 

나는 여행이 평화를 지키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상호 이해를 키우는 힘이기도 하지요. 여행은 이런 효과만 내는것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도 합니다. 전 세계에서 단일 산업으로 가장 많은 종사자를 가지고 있는것이 바로 여행, 관광업이라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됩니다.

 

-P.326-

4.

 

슈체친, 포프라트, 파더보른, 탈린……. 발음하기도 어렵고 뒤돌아서면 까먹을 것 같은 이 이름들은 유럽의 도시 이름입니다. 구소련의 여러 국가들이 독립하면서 동유럽권으로 참 많은 신생 국가들이 탄생했습니다. 그곳에는 쉽게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나라들도 많이 있지요. 작가는 그런 국가들 중에서도 찾아가기 힘든 지역들을 저가항공을 이용해 여행합니다. 여행에 있어 진정한 즐거움은 남들과 똑같은 관광명소를 보는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것일겁니다. 세계화가 진행중인 현대에 있어 세계는 공통된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시대에 진정한 여행의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였습니다.

 

5.

 

아쉬운 점은 책이 영국이라는 좀 있는 나라의 작가가 쓴 이야기라서, 문화적인 차이도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그들을 이해하려해도 이미 가지고 있는 기득권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힘들겁니다. 그런 부분이 좀 거슬리긴 했지만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도시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좋았습니다. 언젠가 유럽을 여행하게 되면 꼭 들려보고 싶은 도시들 몇군데를 체크해뒀습니다. 내년엔 꼭 떠날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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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전 - 거장들의 자화상으로 미술사를 산책하다
천빈 지음, 정유희 옮김 / 어바웃어북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자화상 展 / 천빈

 

 

 

그래서일까? 위대한 걸작 <시녀들>속에 서 이는 벨라스케스는 기사 작위를 받은 고명한 인물로서가 아닌, 그저 궁정의 시녀들과 다르지 않은 처지의 사람으로 보인다. 그는 스스로 귀족 못지 않는 신분을 얻었다고 생각했겠지만, 역사는 그를 수많은 명화를 남긴 한 사람의 화가로 기억 할 뿐이다.

 

-P.114-

1.

 

서양미술사 수업중 자화상을 그려보는 과제가 있었습니다. 고흐와 램브란트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교수님이 자화상을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은 자신의 모습을 실제로 그려보는것이라며 내주신 과제였지요. 쉽게만 생각했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어려운 작업이였습니다. 계속해서 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잡아낸다는것이 가만히 멈추어 있는 사물을 그릴때와는 다른 기분이였거든요. 삐뚤삐뚤 나 자신의 모습을 그려나가는 동안 스스로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탄생한 작품은 졸작이였지만 나름의 뿌듯한 추억으로 남아 있지요. 예술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라 생각되는 제가 이렇게 느꼈는데 과연 그림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작업을 했을지 그들의 뒷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2.

 

<자화상 展>은 위와같은 궁금증에 시원한 해답과도 같은 책이였습니다. 파리 루브르와 오르세, 런던 내셔널 갤러리, 피렌체 우피치, 뉴욕 메트로폴리탄, 뮌헨 알테 피나코테크, 마드리드 프라도등 세계적인 미술관이 소장하고있는 거장들의 자화상 200여 점의 도판이 한권에 책에 수록되어 있고, 작가들의 주요 작품과 함께, 작가가 태어난 환경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등 쉽게 듣지 못하는 미술사의 정보들도 풍부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직접 그리는 자화상은 외모만을 그리는 게 아니라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자기성찰을 위한 그림이다. 미술사에는 수많은 화가들이 남긴 자화상이 있지만 자기성찰에 바탕을 둔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P.127-

3.

 

서양 미술사'에서 자화상으로 대표되는 작가는 크게 고흐와, 램브란트를 들수 있는데요. 사실 말만 들었지 그들이 자화상을 왜그리 많이 그렸는지 뒷 이야기는 쉽게 알 수 없습니다. 램브란트의 경우 다른 화가들과는 달리 자기성찰에 바탕을 두고 일생동안 자화상을 그린 화가입니다. 한 때 부와 명예를 누렸던 렘브란트는 규모 없는 생활로 1656년에 파산을 하고 맙니다. 집과 작품, 수집품들을 처분해야 했고, 자기 그림을 맘대로 팔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던 말년의 십여 년 동안 렘브란트는 정면을 향하고 있는 자화상을 집중적으로 그렸는데요. 그림속 사내는 희미하게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초년의 자화상이 두려움과, 자만심이 공존한 표정이였다면 노년의 자화상은 삶을 이해하고 그 모든것에 수긍하며 웃을수 있는 표정입니다. 이렇듯 한작가의 작품이라도 시기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르게 전해지기도 합니다.

 

4.

 

미술사에서 빠지지 않는 고흐와 고갱의 이야기 역시 책속에 담겨 있습니다. 고갱이 고흐를 그려준 자화상과 고흐가 그린 본인의 자화상. 화풍이 다른 두명의 거장의 이야기는 종장에 이르러 비극적인 끝을 맞이합니다. 책은 이런 추측 위주의 가쉽거리 보다는 좀 더 객관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정확한 정보를 얻을수 있어 좋았습니다.


 

 

살아생전에 뭉크가 겪었던 정신적 고통을 지켜본 사람들은 그가 머지않아 세상을 등질 것이라고 얘기하곤 했다. 실제로 뭉크의 내면은 온통 죽음과 고통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것으로부터 해방되는 길은 오직 죽음 밖에 없었다. 그러나 뭉크는 같은 시대에 활동한 다른 화가들에 비한다면 제법 장수한 화가로 꼽힌다. 항상 죽음을 생각하고 죽음을 그렸지만 그는 아주 긴 세월을 살았다. 사는 것 못지않게 죽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나 보다.

 

-P.302-

5.

 

한권의 책으로 25명 거장의 인생을 훔쳐볼수 있었습니다. 각기 다른 인물들의 자화상은 다양한 삶의 모습을 반영하며 독특한 향기로 자신의 자취를 남기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인생이 담겨있는 자화상. 멀게만 느껴졌던 그림들이 조금은 가깝게 다가올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서양 미술사>를 읽고 미술사에 흥미가 생기신 분들이라면 <자화상 展>을 보는 시간 역시 즐겁게 느껴지실 겁니다. 책 한권으로 즐기는 멋진 전시회 <자화상 展>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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