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곶의 찻집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무지개 곶의 찻집 / 모라사와 아키오

 

예상대로 다른 손님은 없었다. 테이블이 겨우 두 개뿐인 아담한 가게인데, 바다가 보이는 쪽 벽에 큼지막한 유리창이 있기 때문인지 갑갑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보다, 오히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정말이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찬란하게 빛나는 바다와 하늘과 초원과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후지 산.

 

-P.42-

 

1.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 때론 음악이 마음을 위로해주기도 하고, 향 좋은 커피 한잔이 나쁜 기억을 지워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만의 장소. 그곳엔 나를 잘 알고 내 상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모든 사소한 것들이 나의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반창고 입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가장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찾게 되는 방법이 이 세가지인것 같습니다. 이 세가지 마법으로 사람을 치유하는 책이 사람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어내는것을 보면 말이죠.

 

 

"늘 자신을 설레게 하는 쪽으로 가는거야."

나는 뭔가 할 말을 찾으려 했지만 잘 떠오르지 않았다.

"다소 위험이 따르더라도 말이야, 사람이란 뜻밖에 잘 쓰러지지 않거든. 열심히 하기만 하면 절실히 필요할 때 반드시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주지"

 

-P.105-

 

2.

 

일본 치바현의 한적한 시골마을, 사람들의 발길이 닫기 힘들 해안 절벽 끝에 작은 찻집이 하나 위치하고 있습니다. 후지산의 전경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그곳에는 다리가 불편한 털복숭이 개가 사람을 맞이합니다. 달랑 테이블 두개가 전부인 조그마한 찻집. 누가 찾아올까 싶을정도로 허름한 찻집이지만 거기엔 사람의 마음을 읽을줄 아는 에쓰코가 있습니다.

 

초능력자의 의미가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게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의미라면 그녀는 초능력자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운 커피와 그 사람의 고통을 치유해주는 음악은 아내를 잃은 젊은 남성과 네 살배기 어린 딸, 취업난으로 진로를 고민 중인 청년,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침입한 도둑, 젊은 시절 활동했던 밴드와 다시 공연하는 꿈을 키워가는 에쓰코의 조카, 오랫동안 에쓰코에게 연정을 품었으나 명예퇴직을 앞두고도 결국 고백조차 못하고 떠나간 단골손님 모두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를 부여해 줍니다. 그 끝이 기쁘기도 하지만 때로는 애잔하기도 합니다. 짧막한 책 안에는 고민하는 많은 인간군상의 표본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모두 '무지개 곶의 찻집'에서 위안을 얻고 그곳에 또 다른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물건들을 준비합니다. 그렇게 찻집은 점점 사람들의 추억을 갖고 커져갑니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건 자신이 살아온 여정을 받아들였다는 증거가 아닐까? 괴로웠던 일까지 포함하여 여태까지의 인생을 통째로 긍정하기 때문에 너희는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그 당시를 추억 할 수 있는 거란다. 겹겹이 쌓아온 과거의 시간이 바로 지금의 너희니, 과거를 그리워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을 긍정하고, 받아들이고,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해."

 

-P.254-

 

3.

 

조금 동떨어진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무지개 곶의 찻집>을 읽고 나만의 장소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위로 받을수 있는 장소. 그 장소에는 항상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종종 혼자 있을 때 음악이 위로해 주기도 했지만 그 음악소리 역시 녹음된 누군가의 목소리가 주는 위안이였습니다. 작품속에 등장하는 에쓰코씨는 타인의 기분을 잘 읽을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들의 기분에 맞게 선곡을 해주며, 말벗이 되어줍니다. 그것이 자신을 협박한 도둑이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건간에 말이죠. 그들에게는 커피와 음악도 따뜻했겠지만, 그들을 감싸주는 에쓰코의 정성어린 한마디가 가장 큰 치유였을겁니다.

 

그런 에쓰코 역시 사람입니다. 사랑했던 남편과의 이른 사별로 마음 한구석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에쓰코에게 다른사람에게 건내는 위로는 자기 자신을 치유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였을 겁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무지개를 찾은 그들의 행복한 이야기가 궁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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