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셀러 - 소설 쓰는 여자와 소설 읽는 남자의 반짝이는 사랑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3
아리카와 히로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스토리셀러 / 아리카와 히로

 

 

나는 지금까지 오랫동안 책을 읽어왔지만 네가 쓴 글이 가장 재미있었어. 그래서 지금 엄청나게 흥분한 생태라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를 쓴 사람이 프로는 아니지만, 지금 내 눈앞에 있다는 것에. 읽기만 하는 사람은 내가 처음으로 쓰는 사람을 만난거야. 더구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풍을 가진 사람을. 그러니까 네가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채 글을 써왔다면, 나는 네 첫 팬인 셈이야.

 

-P.34-

 

1.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건 스스로 무료함을 이기지 못한 군시절 이였을 겁니다. 모든일을 후임에게 짬시키고 게으름을 피우는것도 하루이틀. 길기만 한 군 생활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은 글을 쓰는 행위였습니다. A4용지 5장 분량의 짧은 이야기들이였지만 내가 내 이야기를 쓸수 있다는것이, 그리고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것이 참으로 큰 기쁨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순간 깨달았습니다. 진짜 쓸 수 있는 사람은 태어나서 처음 써본 글로도 작가가 된다는 것을요. 나는 글은 쓰지만 소설을 쓸 수 없는 부류의 사람이며, 누군가가 쓴 글을 읽는게 더 익숙한 사람이였습니다.

 

2.

 

 '아리카와 히로'의 소설 <스토리 셀러>는 소설을 쓰는 여자와, 그녀가 쓴 소설을 읽어주는 남자. 이 두 부류의 사람이 사랑에 빠지며 시작됩니다. 남자는 여자에게 고백합니다. 자신은 소설을 쓸 수 없는 인간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가장 좋이하는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인 너에게 푹 빠져버렸다구 말이죠. 글을 쓰는 사람에게 그보다 더한 칭찬은 없을겁니다. 거기에 서글서글한 인상을 가진 훈남이라면 더할나위 없을겁니다. 그렇게 시작되는 둘의 이야기는 아름답지만 그닥 행복하진 않습니다. 처음부터 비극이 예정되 있었기에 행복이 더욱 빛나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통근 전철 안에서 책을 읽는 게 습관이거든. 전철 안에서만 읽고 회사에서는 안 읽기로 했는데, 오늘은 도저히 다음이 궁금해서 참을 수 없더라고. 그래서 점심때 읽으려고 옥상에 올라온 거야. 사무실 안이라면 이런저런 일로 방해가 많으니까. 그래서 읽었더니 울음보가 터진거지.

 

-P.136-

 

3.

 

SIDE A, SIDE B로 나뉘어진 이야기는 어찌보면 하나의 이야기지만 다른 이야기라고 볼수 있습니다. SIDE A는 SIDE B의 주인공에 의해 서술되고 SIDE B에서 벌어지는 일은 SIDE A와 대조적입니다. 이 독특한 구성은 책 전반에 아우러 극적인 효과를 배가 시키는 효과를 주는데요. SIDE A가 단순한 신파로 느껴질수 있다면 SIDE B는 이와 대조되는 내용으로 슬픔을 단순히 신파가 아닌 두 주인공의 성숙으로 성장시킵니다.

 

4.

 

SIDE A는 '치사성뇌열화증후군'이라는 병에걸린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의 이야기 입니다. 복잡한 사고를 하게 되면 수명을 잃게 된다는 희귀질병. 그 병에 걸린 여자는 소설가 입니다. 글을 쓸 수 없는 삶. 그녀의 삶에 글을쓰고 사고하는 행동이 없다는 것은 죽은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끝은 뻔히 보이지만 글을 쓰는 여자와 그녀가 쓴 글을 가장 사랑해 주는 남자. 끝이 뻔히 보이지만 그녀는 글을 씁니다. 남자를 위한 글을 말이죠.

 

SIDE B는 반대로 여성의 시점에서 남성을 바라봅니다. 직장내에서 뭇 여성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있는 남자. 우연히 여자는 옥상에서 그의 비밀을 알게 됩니다. 이를 계기로 친해지게 되는 두 사람은 결국 결혼까지 이르게 되지요. 그렇지만 우연한 사고가 있게되고 그녀는 그의 옆에서 글을 쓰게 됩니다. 

 

어찌보면 이야기의 재미는 이 A와B 두가지 반쪽씩의 이야기를 하나로 연결시키는데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두가지 상황을 연결시키고 결국 하나가 완성되면서 이야기의 완선도는 더욱 높아지지요.

 

 

 

 

시리즈인데 중간에 그만두는 작가들이 있잖아.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완결해줘 하고 예전에는 안절부절 못했지만, 아프고 나서부터 그다지 신경쓰지 않게 됐어. 죽기 직전까지 네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읽을 수 있다면 중단돼버린 시리즈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

 

-P.220-

 

5.

 

'통근 전철 안에서 책을 읽는 게 습관이거든. 전철 안에서만 읽고 회사에서는 안 읽기로 했는데, 오늘은 도저히 다음이 궁금해서 참을 수 없더라고. 그래서 점심때 읽으려고 옥상에 올라온 거야. 사무실 안이라면 이런저런 일로 방해가 많으니까. 그래서 읽었더니 울음보가 터진거지.' 책은 위에 인용된 구문에서 볼 수 있듯이 무척이나 간질간질 합니다. 대부분의 연애소설이 이 간질간질의 과잉으로 오글거림역시 피할수 없는데요. 책에 관련된 이야기를 이해해서일지 그런 거부감이 전혀 없었습니다. 뭐 작가에 대해 찾아보니 이렇게 말랑말랑하고 간질간질한 이야기를 쓰는데는 도가 트신 분이라고 하네요. 오래간만에 읽은 마음 따뜻해지는 연애소설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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