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 이야기 -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 상설시장 광장시장의 100년사!
김종광 지음 / 샘터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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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 이야기 / 김종광

 

 

회사이름 '광장(廣長)'은 '광교(廣僑)에서 장교(長僑)까지'를 축약한 것이지만, '넓고길다'는 뜻으로도 풀 수 있으니, 백년지대계를 꿈꾸는 이름으로 손색이 없었다.

 

-P.36-

 

1.

 

 청계천 길을 따라 평화시장과 마주하고 있는 '광장시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재래시장 입니다. 한복과, 구제 그리고 저렴하고 푸짐한 음식들로 이름을 알린 '광장시장'은 여느 서울사람들이 그렇듯 제게도 소중한 추억속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처음 광장시장을 찾은건 일명 멋쟁이라 불렸던 친구의 형 때문이였습니다. 명품로고가 붙은 구제 청바지를 헐값에 사올수 있다는 말은 유행에 민감했던 저와 친구들에게 더할나위없는 희소식이였는데요.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발길을 종로로 향하게 만드는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처음 시장을 찾았을때의 감각은 시각보다 후각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고소한 빈대떡 냄새와, 비릿한 생선냄새, 그리고 새 이불에서나 맡을수 있는 면의 냄새까지. 여러가지 냄새가 뒤섞여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있는 그곳은 무척이나 넓었고, 복잡했습니다. 쾌적하고 정돈된 대형마트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조금은 겁이나기도 했지만 금방 그 분위기에 휩쓸려 신나게 먹고 구경했습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던 구제매장이 2층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은 후에 집에와서야 알게 된 사실이였습니다.

 

 그때 친구들과의 기억때문일지 학창시절 친구들을 만나면 종종 광장시장을 찾습니다. 오늘날까지도 소중한 사람들이 생기면 꼭 한번씩 데려가 저렴한 가격에 육회와, 빈대떡을 먹고오곤 하지요.



 

"거기 예쁜 아줌마, 어딜 가세요, 이쪽으로 와보세요. 서울은 이 나라 모든 것의 중심. 옷 또한 그랬다네. 서울 것이라야 품질과 디자인을 인정받아요. 특히 광장시장 것이라면 무조건 OK!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 의류 도매상가, 없는 옷이 없다네. 시간과 노력만 있다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어."

 

-P.169-

2.

 

 이런 광장시장의 역사가 100년이 넘었다는것은 책을 읽고난 후였습니다. 소설, 에세이, 논문, 신문기사, 취재기까지. 책의 형식은 무엇이라 명확하게 정의내리기가 힘듭니다. 신문기사와,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따라 소설로 변환시킨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굳이 하나의 형식에 얽매여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지 않습니다. 단순히 광장시장의 상가를 소개하는 형식이 아닌 깊이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간 점이 무척이나 신선했습니다.

 

 대한제국의 설립과 함께 시작된 '광장시장'의 역사는 1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전쟁을 겪으며 커다란 고비를 넘겼고, 통금폐지와 함께 캬바레와 같은 유흥의 문화도 생겨났습니다. 이러한 역사를 살아가는 주인공들은 평범한 소시민들 입니다. '나'와 닮은 일반 서민들의 이야기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명확하게 끝을 내진 않지만 행복하게 끝나기에 더욱 기분 좋았습니다. 한가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전태일'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전태일 평전을 읽을때와는 달리 조금은 편안하게 다가왔기에 더욱 인상적이였습니다.

 

 

 

 

옷감을 사거나 배달을 하거나 버스안내원이거나 파출수납 다니는 은행원이거나 장을 보러 다니거나..... 이러저러하게 광장시장에 자주 드나들었던 이들의 숫자는 수백만 명에 달할테다. 그들의 아들딸들에게 광장시장 말고 또 어디가 고향일 수 있겠는가.

 

-P.254-

3.

 

 IMF를 겪으며 광장시장은 또한번의 위기를 맡습니다. 사치품에 가까운 의류에 손님들은 가장먼저 발길을 끊었고, 절반에 가까운 점포들이 문을 닫게 됩니다. 하지만 그러한 시련을 겪으면서도 광장시장 사람들은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 책은 단순히 광장시장의 역사만을 얘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 역사를 만들어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시장이 우리에게 주는 추억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책속에는 홍보처럼 보이는 문구들도 없잖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후반부에 나오는 맞춤복을 맞추는 가격이라던지, 리폼에 쓰이는 저렴한 가격은 광장시장 한번 가보고 싶은데라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비싼 가격 (그래도 일반 가게에 비해서는 훨씬 저렴하지만)과, 2층 구제시장의 호객행위는 언급하고 있지 않기에 모르는 사람들은 불만을 표할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깔끔하고 정돈된 대형마트를 주로 찾게 되지만, 마음은 재래시장을 향하고 있을때가 많습니다. 멀리 떨어져있어 쉽게 갈순 없지만 갈때마다 푸짐한 상인들의 인심은 이렇게 재래시장을 쉬이 포기 못하는 이유일 겁니다. 책을 덮고나니 다시한번 마음속에 시장의 첫 감각이 생각납니다. 기분좋은 설레임에 왠지 잠이 잘 올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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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아멘 아멘 - 지구가 혼자 돌던 날들의 기억
애비 셰어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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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아멘 아멘 / 애비 셰어

 

 

언젠가 엄마가 죽음은 우리에게 필요한 휴식이고 깊은 잠에 드는 것과 같다고 했다. 나와 같은 학년의 어떤 여학생은 사람은 죽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나 코끼리, 또는 나무로 다시 태어난다고 했다. 이미 살만큼 산 사람이라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아직 젊고 생기있는 사람이, 들판에서 새끼고양이하고 놀던 사람이 일주일만에 영영 사라졌다면 좀더 납득이 가는 설명이 필요했다.

 

-P.26-

 

1.

 

 흔히 '정신질환'이라 생각하면 공포 영화에서 본 심각한 증상의 환자들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결과는 100명중 2~3명에게 발견될 정도로 일반적인 것이 바로 이 '정신질환'이라고 말합니다. 그중에서도 '강박장애'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특정한 사고나 행동을 시도 때도 없이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상태를 말하는데요. 떨쳐버리거나 중단하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고 고통스러워하게 됩니다. 세균에 대한 강박증으로 끈임없이 손을 씻기도 하고, 죽음에 대한 공포로 잠을 못이루기도 합니다.

 

 흔히 21세기를 불안의 시대라고 합니다. 이 말은 현대인이 끊임없는 개인적 문제와 사회적 문제에 직면해 정신적인 측면에서 많은 욕구불만과 갈등 속에 생활하기 떄문에 생겨난 말일 겁니다. 여기에서 불안은 미래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공포라는 감정과 맥을 같이 합니다. 내일 당장 핵폭탄이 떨어져 세계 3차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으며, 어려워진 회사 사정으로 퇴직을 권고받을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이러한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블안헤 히고, 이 불안이 모여 공포의 형상을 만들어냅니다.



 

하-님께서 내 기도를 듣고 계시기를 바랐다. 증거나 기적은 필요하지 않았다. 속죄할 일이 많다는 건 내가 더 잘 알았다. 그리고 기도문을 충분히 올바르게 암송하지 않으면 누군가 죽는다는 사실도 알았다. 기도하지 않을 때마다 나는 몇 트럭의 압정과 치명적인 생각으로 사람들을 죽이고 있었다.

 

-P.142-

 

2.

 

 <아멘 아멘 아멘>의 주인공 애비는 이러한 강박증을 안고 살아가는 소녀입니다. 평범한 가정의 막내로 부족함없이 자라온 그녀이지만 사랑했던 고모와, 아빠의 죽음 이후 죽음에 대한 강박증에 시달립니다. 그녀는 매일매일 남몰래 기도를 하고, 못과 같이 위험한 쓰레기를 주워 모읍니다. 그녀의 이런 행동은 더 이상의 희생과 불행을 초래하지 않기 위한 나름의 처방인데요. 어린 소녀에게 죽음은 누구하나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그녀 나름대로의 방법을 강구해낸 것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시각으로 볼때 그녀의 행동은 비정상적 입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이러한 강박관념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녀의 증상은 쉬이 나아지지 않습니다. 그녀의 기도는 점점 구체화 되고, 정싱적인 생황이 힘들어집니다. 세상의 모든 문제를 내가 떠안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죽음을 비롯한 세상의 모든 고통스러운 것들을 자신의 탓으로 돌립니다.

 

 하지만 그녀역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갑니다. 사랑하는 남자친구와, 끊임없이 자신을 안아주는 어머니, 그리고 자신이 잉태한 새로운 생명은 그녀로 하여금 자연스러운 세상의 이치를 받아들이게 해줍니다.


 

 

그리고 나 역시 다시는 자기혐오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둘 다 서로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발길질을 하고 비명을 지르면서 처음으로 서로에게서 떨어질 것이다. 기적 같은 시작과 끝이다. 우리는 두 쌍의 눈으로 세상을 볼 것이다. 각자의 폐로 호흡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우리 각자를 고유하고 온전한 존재로 받아들이고 보살피고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P.461-

3.

 

 어찌보면 인간은 참으로 나약한 존재입니다. 한치앞도 볼 수 없으면서 만물의 영장이라 주장합니다. 좀더 빠르게, 좀더 많이를 주장하는 '불안의 시대' 속에서 '애비'는 무척이나 선하고, 책임감 강한 아이였기에 더욱 힘들어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는 흥미롭게 읽기는 했지만,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하지는 못했습니다. 책의 2/3가량을 졸며 넘긴것 같습니다. 그녀의 개인적 이야기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표방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개인적이였습니다. 저역시 청소년기 죽음에 공포에 잠못들곤 했지만, 그녀처럼 병적이진 않았기에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이 책을 소중하게 만들어 준 것은 마지막 챕터였습니다. 시간이 지나 엄마가 된 소녀가 강박증을 극복해 내고 세상을 인정해나가는 부분은 결국 사랑이구나 라는 뻔하지만 소중한 결말을 다시한번 되새김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매일 매일 죽음과 가까워져 갑니다. 그럼에도 하루하루 죽어간다고 말하지 않고 살아간다라고 말하지요. 아직 아멘이라는 기도의 마지막 문구를 읽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에바의 따뜻한 기도가 닿을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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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탐정이 되다 인형 탐정 시리즈 1
아비코 타케마루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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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탐정이 되다/ 아비코 타케마루

 

 

인형이라는 건 애초에 혼을 가두어 놓는 도구야. 난 참 아는 것도 많다니까. 그러니까 요시오가 열심히 마리코지 마리오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이 인형을 정말 생명이 깃든 존재로 만들려 했던 순간, 인간의 형태로 태어날 예정이어던 한 영혼이 이 인형에 깃들었다. 그렇게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P.59-

1.

 

 매력적인 표지들로 수집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시리즈가 있습니다. 저에겐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 클럽 시리즈'와, 북스피어의'미야베 월드 2막'이 이런 욕구를 마구마구 부채질하는 작품들 인데요. 뭐 '밀리언셀러 클럽'시리즈는 권수가 너무 많아 모두 다 모으는게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서도, 한권 한권 모여 그림을 만들어가는 것만으로 참으로 즐겁습니다. 최근에는 이웃인 '훙치뿡캭'님과 '유념무상'님이 사들이고 계신 퇴마록의 양장판 그라데이션도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오더군요. 아 그런데 제가 눈똑 들이는 시리즈가 하나 더 늘어났습니다. 얼마전 훙치님의 이벤트 상품으로 받은 <인형, 탐정이 되다> 때문이죠.

 

 현재 4편까지 나온 이 작품은 인형이 탐정으로 등장하는 코지 미스터리물 입니다.  러브라인을 만들어가는 두명의 남녀와, 추리를 풀어나가는 인형의 모습은 무척이나 유쾌 발랄맞습니다. 이렇듯 즐거운 이야기에 절정은 바로 표지입니다. 주홍색, 노랑색, 초록색, 파랑색 원색의 바탕에 아기자기하게 들어가있는 귀여운 캐릭터들의 모습은 당장이지 인터넷 서점에 접속하게 만듭니다. 4권이라 부담도 없는듯해서 아마 조만간 지르게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재미있고 멋진 마술사가 그런 사람이었다니. 조금 믿기 어려웠지만, 적어도 누구 한 사람에게는 상해당할 만큼 원한을 사고 있었나보다.

 

-P.119-

2.

 

 주인공인 오무츠의 직업은 유치원 교사입니다.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던 어느 날 복화술사 '토모나가'가 아이들을 위한 공연을 하러오며 둘의 만남은 시작되지요. 인형과 하나가 된 듯 말을하는 '토모나가'에 묘한 매력을 느끼는 오무츠는 원장의 부탁으로 그의 집을 방문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말하는 인형 '마리오'를 만나게 되지요.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말을하는 '마리오'는 토모나가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만남부터 서로에게 좋은 감정을 지니고 있던 이들은 인형 '마리오'와 함께 여러 사건을 함께하며, 서로간의 애정을 키워 나갑니다.

 

 총 4편의 연작으로 이루어진 소설중 첫번째 이야기는 이런 주인공들의 간략한 소개와 함께 파헤쳐진 토끼무덤의 비밀을 다루고 있는데요. 사건 자체보다는 인물들의 설정이 재밌어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되는 두번째 이야기의 배경은 '토모나가'의 공연이 펼쳐진 텐트 안입니다. 코믹 마술을 선보이던 '호리카와'가 본인의 텐트 안에서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밀실의 공간에서 둔기에 맞아 사망한 남자는 멋진 첫인상과는 달리 원한이 많아보입니다. 그러던 중 거짓 증언으로 '토모나가'의 동료 '하루카'가 혐의를 받게 되는데요. 이번에도 예리한 관찰력의 '마리오'가 사건 해결에 큰 실마리를 찾습니다.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벌어진 사건의 결과가 조금은 허무했지만 어찌보면 이편이 더욱 인간적인 결말이였던것 같습니다.

 

 세번째 이야기는 네편의 단편중 가장  재밌었던 이야기였습니다. 살해당한 남자가 남진 '지크프리트'라는 단어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는 북유럽의 신화와, 프로이트와 심리학까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 역시 허무하게 끝이나지만 결과보다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인형 '마리오'가 실종되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늘 사건해결을 도왔던 '마리오'가 잔혹하게 망가진채 발견됩니다. 주인공 두 사람은 패닉에 빠지고 '마리오'의 마지막 유언에 따라 범인을 추리해 갑니다. 하지만 예리한 탐정 '마리오'가 없는 상황에서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드는데요. 극적인 상황에서의 생각외의 반전이 즐거웠던 이야기였습니다.


 

 

난 마리오를 좋아했어요. 네, 좋아했죠. 그래요..... 당신을 좋아하는 만큼요! 왜냐면..... 왜냐면 마리오는 당신의 일부잖아요. 당신을 좋아하게 된다는 건, 마리오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과 마찬가지인걸요. 그렇죠? 마리오가 죽다니, 난 못 견뎌요. 당신이 죽는 것만큼 슬프다고요. 부탁이니까 제발 마리오를 되찾아 줘요! ..... 지금 당신과 마리오가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해도 괜찮아요. 하나가 되어도 상관없어요. 그게 훨씬 저앙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난 세상 사람들이 어떤 눈으로 봐도 상관없어요. 당신이 당신 자신을 되찾는다면 그걸로 됐어요.

 

-P.281-

3.

 

 책은 두번째 이야기와, 세번째 이야기를 제외하면 추리보다는 유쾌한 이야기에 중점을 둔 가벼운 이야기 입니다. 무거운 사회파 소설들을 좋아하지만 가끔은 이렇듯 가벼운 코지 미스터리가 땡기곤 하는데요. 귀여운 인물들이 등장하는 코믹 탐정 미스터리는 딱 제스타일 이였던것 같습니다. 시리즈 2편에서 부터는 장편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 같던데. 단편과는 다른 그들의 이야기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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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던 용산 평화 발자국 2
김성희 외 지음 / 보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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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던 용산 / 김성희 외 5명

 

 

검찰청법에는 검찰을 공익의 대표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단순히 소송의 일방 당사자가 아니라, 진실을 찾아내고 정의를 실현하는 공익 기관이라는 의미이다. 용산참사의 경우, 피고에게 유리한 증거는 증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숨기고 피고에게 불리한 증거만 제출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지금이라도 공익의 대표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P.37-

 

1.

 

 대학교 1학년 철없던 새내기시절, 무거운 DSLR 들고다니는 기자단이 부러워 동아리에 가입했었습니다. 이것 저것 호기심이 많았던때라 용산참사 현장에도 수습기자 역할로 갔었는데요. 별생각 없이 도착한 그곳에서 저는 끔찍한 관경을 목격했습니다. 아비규환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모습이였습니다 아무데나 널부러져 누워있던 사람들, 그 사람들을 끌어내려는 전경들 그리고 고함소리 같은 세상일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암울했습니다. 책에서나 봤을 법한 일에 믿고싶지 않았습니다. 전경의 입장에서, 철거민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듣고 함께 분노했으며, 그에대한 기사도 신문에 내보냈었습니다. 하지만 영원할줄 알았던 충격적인 기억도 시간이 지남에 잊혀져갔었습니다. 남의 일이라 치부했던 저에게, 그 잊혀짐은 너무나 당연했을겁니다.


 

 

국가가 추진하는 '개발'이란 사회의 가장 약자들에게 싸움을 걸어 이들을 밖으로 밀어내는 것이랬어. 우린 말없이 시키는 대로 비켜주고, 피해 가고 물러나 주는 것 뿐이지, 우리가 다른 걸 선택할 수 없는 거야. 하지만 우리가 살아온 나날도 어디 견줄 데 없이 소중한 것인데...

 

-P.65-

2.

 

 책은 6명의 작가들이 만화의 형식으로,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책은 무척이나 가슴이 쓰립니다. 꿈을 안고 용산에 터를 잡은 사람들. 어느날 정부는 재개발이라는 명목하에 그들의 꿈을 깡그리 짓밟습니다. 재개발이라는 것이 나쁜것은 아닙니다. 정당한 대가와, 조치가 취해진다면 그것은 이주민들에게도 환영할 일입니다. 하지만 턱도없는 보상금을 제시하고 용역 깡패들을 불러 행패를 부리는 우리내 현실은 그런 이상적인 '재개발'과는 많이 다릅니다.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용산참사에 피해자들을 테러리스트라 칭하며 그들을 무너뜨렸습니다. 그들이 정말 테러리스트였을까요. 그렇다면 그들은 자신과 가족들을 위한 어쩔 수 없는 테러리스트였을 겁니다.

 

 과연 국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걸까요. 내가 배운 사회교과서 속에서는 이런식의 아픈 이야기들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국가의 긍정적인 면만을 보여줬지요. 이렇게 생겨나는 애국심이 과연 옳은걸까요. 주변 이웃들의 아픈 이야기를 모른채하고 자신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심이 언젠가 역으로 나의 고통으로 다가오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걸까요. 어쩌면 책을 읽으며 저는 그때의 그 충격적인 영상을 너무 쉽게 잊어버린 저 자신이 가장 원망스러운지도 모르겠습니다.


 

 

상현아 아버지는 평생을 정직하게 살려고 애썼다. 정직한 게 죄라면 우리가 지금 벌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근데 상현아. 세상에는 지금 우리처럼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 우리가 서로를 돕지 않으면 누가 우리를 도와주겠니...

 

-P.167-

3.

 

 얼마전 개봉한 <두개의 문>은 용산 참사를 다룬 다큐형식의 영화입니다. 상영관도 몇 되지않는 이 영화에 수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남기고 별점을 남겼더군요. 그중에는 논리적인 비판으로 영화를 평하는 사람도 있었고, 무작정 선동이라 평하며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사회적 약자가 본인의 의지를 피력하면 좌빨로 낙인찍히는 세상이 참으로 무섭습니다. 얼마 남지않은 다음 정권에서는 이런 비극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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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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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 미야베 미유키

 

 

나와 바둑을 두는 적수들의 경우에는 이곳에서 그야말로 승부의 흑백을 다투었지만 네 경우는, 그렇지, 이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의 흑과 백을 견주어 본다는 뜻이 되려나. 반드시 백은 백, 흑은 흑이 아니라 관점을 바꾸면 색깔도 바뀌어 그 틈새기의 색깔도 존재한다는-음, 그래

 

-P.95-

 

1.

 

 숨겨왔던 내 비밀을 털어놓는것 만으로도 답답했던 속이 시원해질 때가 있습니다. 이야기에 대한 개인적인 판단이 아닌 경청은 말하는 이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위로가 됩니다. 말을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지만 일단 속에 있는 문제는 나누면 나눌수록 작아지니까요. 이것은 비밀을 말하는 사람만의 기쁨이 아닙니다. 듣는 사람 역시 세상에는 나 외에도 이런 고민을 가진 사람이 많구나라는 생각에 안도하고 이겨나갈 힘을 얻게 되고도 하지요.

 

 미야베 미유키의 <흑백>은 잊을수 없는 과거를 안고 살아가는 소녀가 흑백의 방에서 사람들의 기이한 이야기를 들어가며 타인의 상처는 물론, 자신의 아픈 마음까지 치유해가는 이야기 입니다. 옴니버스식의 이야기가 마지막에 이르러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로 만들어지는 과정은 참으로 짜릿했는데요. 이러한 과정에 있어서도 '모든 인물'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드러납니다. 미미여사의 특유의 따뜻함이 베어있는것이죠.

 

 

오치카는 표정에 드러내고 말 정도로 강한 의구심을 느꼈다. 이헤에가 괴담을 들을 사람으로 오치카를 둔 의도는 이제 알았다. 넓은 세상에는 온갖 불행이 있다. 갖가지 종류의 죄와 벌이 있다. 각각의 속죄가 있다. 어둠을 껴안고 있는 사람은 오치카 혼자가 아님을, 뻔한 설교를 통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체험담을 들려줌으로써, 오치카가 뼈지리게 깨닫도록 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P.238-

2.

 

 이야기는 주머니 가게인 미시마야에서 시작됩니다. 이곳의 주인 '이헤에'에게는 바둑이라는 취미가 있습니다. '흑백의 방'이라는 전용 공간을 만들어 놓았을 정도로 열성적이지요. 그러던 어느날 이 미시마야에 새로운 식구가 생깁니다. 가슴속에 크나큰 상처를 간직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지내는 소녀. 그녀의 이름은 '오치카'입니다. '이헤에'의 조카딸이기도 하지요. 어떤 연유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스스로 하녀의 생활을 자청합니다.

 

 사건은 '이헤에'의 부재로 '오치카'가 손님을 맞으며 전개됩니다. 무언가 사연을 지닌듯한 창백한 표정의 사내는 만주사화라는 붉은 꽃을 보고는 두려움에 떱니다. 그리고 '오치카'에게 자신의 기이한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자신이 그토록 무서워하는 만주사화에 얽힌 이야기를요. 타인과의 벽을 쌓은 오치카에게 누군가의 비밀을 듣는다는 행위는 참으로 새로운 경험이였습니다. 누군가의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이해하고 치유해주는 것. 그것은 생각외로 뿌듯한 경험이였을 겁니다.

 

 한편  이야기를 들은 '이헤에'는 '오치카'를 위해 새로운 일을 궁리합니다. 바로 ‘흑백의 방’에 이야깃거리를 가진 손님을 초대해 괴담 대회를 여는 것이지요.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누구나 하나쯤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갖고있고, 그러한 어둠은 결코 부끄러운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하기위한 '이헤에'의 배려입니다. 하나 둘 자신들의 기이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오치카'는 스스로를 묶고있던 고통스러운 기억을 치유해갑니다.


 

 

"잊힌 게 슬펐군요. 잊혀 가는 게 슬펐군요."

오치카의 마음은 활짝 개고, 눈동자에는 맑은 눈물이 고였다.

"이제 그런 슬픔에 잠겨 있는 건 그만해요. 새로운 일을 하는 거예요."

 

-P.423-

3.

 

 미미여사의 이야기에서 주가되는것은 결과보다는 과정입니다. 때문에 그녀의 이야기에서는 진정한 악인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름의 이유를 갖고 벌인 행동들 속에서 주인공들 모두는 흑과 백을 뚜렷하게 구분할수 없는 보통의 사람들 입니다. 헐리우드의 영화들처럼 명확하게 선과 악이 구분되지 않는다는것은 어찌보면 답답할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답답한것이 우리내 삶이고 현실입니다. 인간은 흑백의 바둑판처럼 극단적이지 않습니다. 죄를 저지르고도 마음속에 속죄하는 마음을 품고있다는 것은 그의 마음속에 백(白)색의 선이 남아있다는 증명일 겁니다.

 

 인간에 대한 그녀의 따뜻한 시각은 마지막 장에서 잘 드러납니다. 작품에서 쉽게 지나간 피해자들의 모습이 드러나며 그들의 아픔마저 치유합니다. 여러 종류의 책을 읽다보면 '이사람은 나중에 어떻게 되었을까?' 싶은 조연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주인공이 아닌 주변 인물들에게는 관심을 주지 않기에 잊혀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흑백'은 무섭지만 참으로 따뜻한 책이였습니다. 마지막 한문장까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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