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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아멘 아멘 - 지구가 혼자 돌던 날들의 기억
애비 셰어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아멘 아멘 아멘 / 애비 셰어
언젠가 엄마가 죽음은 우리에게 필요한 휴식이고 깊은 잠에 드는 것과 같다고 했다. 나와 같은 학년의 어떤 여학생은 사람은 죽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나 코끼리, 또는 나무로 다시 태어난다고 했다. 이미 살만큼 산 사람이라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아직 젊고 생기있는 사람이, 들판에서 새끼고양이하고 놀던 사람이 일주일만에 영영 사라졌다면 좀더 납득이 가는 설명이 필요했다.
-P.26-
1.
흔히 '정신질환'이라 생각하면 공포 영화에서 본 심각한 증상의 환자들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결과는 100명중 2~3명에게 발견될 정도로 일반적인 것이 바로 이 '정신질환'이라고 말합니다. 그중에서도 '강박장애'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특정한 사고나 행동을 시도 때도 없이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상태를 말하는데요. 떨쳐버리거나 중단하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고 고통스러워하게 됩니다. 세균에 대한 강박증으로 끈임없이 손을 씻기도 하고, 죽음에 대한 공포로 잠을 못이루기도 합니다.
흔히 21세기를 불안의 시대라고 합니다. 이 말은 현대인이 끊임없는 개인적 문제와 사회적 문제에 직면해 정신적인 측면에서 많은 욕구불만과 갈등 속에 생활하기 떄문에 생겨난 말일 겁니다. 여기에서 불안은 미래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공포라는 감정과 맥을 같이 합니다. 내일 당장 핵폭탄이 떨어져 세계 3차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으며, 어려워진 회사 사정으로 퇴직을 권고받을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이러한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블안헤 히고, 이 불안이 모여 공포의 형상을 만들어냅니다.

하-님께서 내 기도를 듣고 계시기를 바랐다. 증거나 기적은 필요하지 않았다. 속죄할 일이 많다는 건 내가 더 잘 알았다. 그리고 기도문을 충분히 올바르게 암송하지 않으면 누군가 죽는다는 사실도 알았다. 기도하지 않을 때마다 나는 몇 트럭의 압정과 치명적인 생각으로 사람들을 죽이고 있었다.
-P.142-
2.
<아멘 아멘 아멘>의 주인공 애비는 이러한 강박증을 안고 살아가는 소녀입니다. 평범한 가정의 막내로 부족함없이 자라온 그녀이지만 사랑했던 고모와, 아빠의 죽음 이후 죽음에 대한 강박증에 시달립니다. 그녀는 매일매일 남몰래 기도를 하고, 못과 같이 위험한 쓰레기를 주워 모읍니다. 그녀의 이런 행동은 더 이상의 희생과 불행을 초래하지 않기 위한 나름의 처방인데요. 어린 소녀에게 죽음은 누구하나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그녀 나름대로의 방법을 강구해낸 것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시각으로 볼때 그녀의 행동은 비정상적 입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이러한 강박관념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녀의 증상은 쉬이 나아지지 않습니다. 그녀의 기도는 점점 구체화 되고, 정싱적인 생황이 힘들어집니다. 세상의 모든 문제를 내가 떠안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죽음을 비롯한 세상의 모든 고통스러운 것들을 자신의 탓으로 돌립니다.
하지만 그녀역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갑니다. 사랑하는 남자친구와, 끊임없이 자신을 안아주는 어머니, 그리고 자신이 잉태한 새로운 생명은 그녀로 하여금 자연스러운 세상의 이치를 받아들이게 해줍니다.

그리고 나 역시 다시는 자기혐오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둘 다 서로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발길질을 하고 비명을 지르면서 처음으로 서로에게서 떨어질 것이다. 기적 같은 시작과 끝이다. 우리는 두 쌍의 눈으로 세상을 볼 것이다. 각자의 폐로 호흡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우리 각자를 고유하고 온전한 존재로 받아들이고 보살피고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P.461-
3.
어찌보면 인간은 참으로 나약한 존재입니다. 한치앞도 볼 수 없으면서 만물의 영장이라 주장합니다. 좀더 빠르게, 좀더 많이를 주장하는 '불안의 시대' 속에서 '애비'는 무척이나 선하고, 책임감 강한 아이였기에 더욱 힘들어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는 흥미롭게 읽기는 했지만,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하지는 못했습니다. 책의 2/3가량을 졸며 넘긴것 같습니다. 그녀의 개인적 이야기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표방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개인적이였습니다. 저역시 청소년기 죽음에 공포에 잠못들곤 했지만, 그녀처럼 병적이진 않았기에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이 책을 소중하게 만들어 준 것은 마지막 챕터였습니다. 시간이 지나 엄마가 된 소녀가 강박증을 극복해 내고 세상을 인정해나가는 부분은 결국 사랑이구나 라는 뻔하지만 소중한 결말을 다시한번 되새김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매일 매일 죽음과 가까워져 갑니다. 그럼에도 하루하루 죽어간다고 말하지 않고 살아간다라고 말하지요. 아직 아멘이라는 기도의 마지막 문구를 읽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에바의 따뜻한 기도가 닿을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