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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탐정이 되다 ㅣ 인형 탐정 시리즈 1
아비코 타케마루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인형 탐정이 되다/ 아비코 타케마루
인형이라는 건 애초에 혼을 가두어 놓는 도구야. 난 참 아는 것도 많다니까. 그러니까 요시오가 열심히 마리코지 마리오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이 인형을 정말 생명이 깃든 존재로 만들려 했던 순간, 인간의 형태로 태어날 예정이어던 한 영혼이 이 인형에 깃들었다. 그렇게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P.59-
1.
매력적인 표지들로 수집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시리즈가 있습니다. 저에겐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 클럽 시리즈'와, 북스피어의'미야베 월드 2막'이 이런 욕구를 마구마구 부채질하는 작품들 인데요. 뭐 '밀리언셀러 클럽'시리즈는 권수가 너무 많아 모두 다 모으는게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서도, 한권 한권 모여 그림을 만들어가는 것만으로 참으로 즐겁습니다. 최근에는 이웃인 '훙치뿡캭'님과 '유념무상'님이 사들이고 계신 퇴마록의 양장판 그라데이션도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오더군요. 아 그런데 제가 눈똑 들이는 시리즈가 하나 더 늘어났습니다. 얼마전 훙치님의 이벤트 상품으로 받은 <인형, 탐정이 되다> 때문이죠.
현재 4편까지 나온 이 작품은 인형이 탐정으로 등장하는 코지 미스터리물 입니다. 러브라인을 만들어가는 두명의 남녀와, 추리를 풀어나가는 인형의 모습은 무척이나 유쾌 발랄맞습니다. 이렇듯 즐거운 이야기에 절정은 바로 표지입니다. 주홍색, 노랑색, 초록색, 파랑색 원색의 바탕에 아기자기하게 들어가있는 귀여운 캐릭터들의 모습은 당장이지 인터넷 서점에 접속하게 만듭니다. 4권이라 부담도 없는듯해서 아마 조만간 지르게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재미있고 멋진 마술사가 그런 사람이었다니. 조금 믿기 어려웠지만, 적어도 누구 한 사람에게는 상해당할 만큼 원한을 사고 있었나보다.
-P.119-
2.
주인공인 오무츠의 직업은 유치원 교사입니다.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던 어느 날 복화술사 '토모나가'가 아이들을 위한 공연을 하러오며 둘의 만남은 시작되지요. 인형과 하나가 된 듯 말을하는 '토모나가'에 묘한 매력을 느끼는 오무츠는 원장의 부탁으로 그의 집을 방문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말하는 인형 '마리오'를 만나게 되지요.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말을하는 '마리오'는 토모나가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만남부터 서로에게 좋은 감정을 지니고 있던 이들은 인형 '마리오'와 함께 여러 사건을 함께하며, 서로간의 애정을 키워 나갑니다.
총 4편의 연작으로 이루어진 소설중 첫번째 이야기는 이런 주인공들의 간략한 소개와 함께 파헤쳐진 토끼무덤의 비밀을 다루고 있는데요. 사건 자체보다는 인물들의 설정이 재밌어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되는 두번째 이야기의 배경은 '토모나가'의 공연이 펼쳐진 텐트 안입니다. 코믹 마술을 선보이던 '호리카와'가 본인의 텐트 안에서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밀실의 공간에서 둔기에 맞아 사망한 남자는 멋진 첫인상과는 달리 원한이 많아보입니다. 그러던 중 거짓 증언으로 '토모나가'의 동료 '하루카'가 혐의를 받게 되는데요. 이번에도 예리한 관찰력의 '마리오'가 사건 해결에 큰 실마리를 찾습니다.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벌어진 사건의 결과가 조금은 허무했지만 어찌보면 이편이 더욱 인간적인 결말이였던것 같습니다.
세번째 이야기는 네편의 단편중 가장 재밌었던 이야기였습니다. 살해당한 남자가 남진 '지크프리트'라는 단어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는 북유럽의 신화와, 프로이트와 심리학까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 역시 허무하게 끝이나지만 결과보다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인형 '마리오'가 실종되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늘 사건해결을 도왔던 '마리오'가 잔혹하게 망가진채 발견됩니다. 주인공 두 사람은 패닉에 빠지고 '마리오'의 마지막 유언에 따라 범인을 추리해 갑니다. 하지만 예리한 탐정 '마리오'가 없는 상황에서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드는데요. 극적인 상황에서의 생각외의 반전이 즐거웠던 이야기였습니다.

난 마리오를 좋아했어요. 네, 좋아했죠. 그래요..... 당신을 좋아하는 만큼요! 왜냐면..... 왜냐면 마리오는 당신의 일부잖아요. 당신을 좋아하게 된다는 건, 마리오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과 마찬가지인걸요. 그렇죠? 마리오가 죽다니, 난 못 견뎌요. 당신이 죽는 것만큼 슬프다고요. 부탁이니까 제발 마리오를 되찾아 줘요! ..... 지금 당신과 마리오가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해도 괜찮아요. 하나가 되어도 상관없어요. 그게 훨씬 저앙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난 세상 사람들이 어떤 눈으로 봐도 상관없어요. 당신이 당신 자신을 되찾는다면 그걸로 됐어요.
-P.281-
3.
책은 두번째 이야기와, 세번째 이야기를 제외하면 추리보다는 유쾌한 이야기에 중점을 둔 가벼운 이야기 입니다. 무거운 사회파 소설들을 좋아하지만 가끔은 이렇듯 가벼운 코지 미스터리가 땡기곤 하는데요. 귀여운 인물들이 등장하는 코믹 탐정 미스터리는 딱 제스타일 이였던것 같습니다. 시리즈 2편에서 부터는 장편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 같던데. 단편과는 다른 그들의 이야기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