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들의 죄 밀리언셀러 클럽 127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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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들의 죄 / 로렌스 블록

 

 

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죽이고 싶어 할까? 뉴욕에서는 하루에 네다섯 번씩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작년 여름, 지독히도 더웠던 한 주에는 무려 쉰세 명이 살해되기도 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친구, 친지, 연인 들을 죽인다. 롱아일랜드에 사는 한 남자는 자식들에게 가라데 시범을 보여 준다고 하다가 두 살배기 딸을 때려 죽였다. 도대체 사람들은 왜 그런 짓을 저지르는 걸까?

 

-P.12-

1.

 

 요즘 나오는 탐정 시리즈를 보면 대부분 벽돌 두께와 견주는 분량을 자랑합니다. 요즘 대세인 '해리 홀레' 시리즈 <레오파드>는 800페이지에 육박하고, '데이브 거니' 시리즈 <악녀를 위한 밤>은 이것보다 조금 적은 600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들고다니기엔 조금 부담스러운 두께지요. 가방속에 두꺼운 전공책만으로도 벅찬데 책이 왜이리 두껍게 나오는거냐 한탄을 하고 있을때, 제 눈에 들어온 새로운 탐정 시리즈가 있었습니다.

 

 로렌스 블록의 '매튜 스커더' 시리즈는 사실 <800만가지 죽는 방법>, <무덤으로 향하다>로 독자들에게는 잘 알려진 시리즈 입니다. 스릴러쪽에 문외한인 저는 <아버지들의 죄>라는 작품으로 처음 만나게 됐지만 말이죠. <아버지들의 죄>200페이지 남짓한 얇은 분량입니다. 스릴러의 장르적 특성상 짧은 이야기는 완성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책 무척이나 탄탄하고 독특합니다.

 

 

 

 

어제 신문이 나온 후로 또 몇 명의 시민이 서로 죽고 죽였다. 비번인 순찰 경관 두 명이 우드사이드에 있는 술집에서 술을 몇잔 걸치다가 업무용으로 지급받은 권총으로 서로 총질을 했다. 한 명은 죽고 다른 한 명은 위중한 상태였다. 아동학대 혐의로 각각 90일 동안 형기를 마치고 나온 남자와 여자가 3년 반 동안 그 아이를 키우고 있던 양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해서 승소해 다시 그 아이의 양육권을 찾았다. 발가벗은 10대 소년의 몸퉁이 동부 5번가에 있는 건물 지붕에서 발견됐다. 누군가 그 소년의 가슴에 X자를 새겨 놨는데 아마도 그 소년의 팔과 다리와 머리를 제거한 사람이 한 짓일 터였다.

 

-P.126-

 

2.

 

 짧고 강렬한 인상은 아마 주인공인 '매튜 스커더' 때문일 겁니다. 그는 일반적인 형사물의 주인공처럼 '선'을 상징하지 않습니다. 뇌물을 찔러주고 받을 정도로 잇속을 챙기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위해 협박도 서슴치않는 조금은 악랄한 인물이지만, 한편으론 교회와 성당에 헌금을 내며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런 모습은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데요. 가장 인간적인 모습의 탐정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기는 모든것이 끝난것 같은 상황에서 시작됩니다. 웬디라는 젊은 여성이 면도칼로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임이 명백한 용의자 리처드는 수감된 뒤 곧 목을 매 자살해 버립니다. 너무나 단순한 이 사건을 경찰은 마무리를 짓지만 그녀의 양아버지는 범인이 아닌 그녀의 삶을 조사해달라고 전직형사 '매튜 스커더'에게 부탁합니다.

 

 매튜가 웬디의 과거를 찾아가는 과정은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대학 졸업을 몇달 앞둔 그녀가 학교를 돌연 그만둔 이유와, 그녀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나뉘는 사람들. 이야기는 그녀를 죽인 리처드의 평가가 더해지며 더욱 어려워 집니다. 그리고 하나둘 밝혀지는 진실은 무척이나 참혹합니다.

 

 

 

 

어쩜 이건 선악과를 가지고 사고를 친 이브의 잘못일 수도 있었다. 인류에게 선가 악을 알려준 위험한 선악과. 옳은 선택보다는 옳지 못한 선택을 더 자주 하게 하는 능력을 준 선악과.

 

-P.195-

3.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알수 없습니다. 과거를 되짚어보지만 그 과거엔 또 다른 이유가 존재했습니다. 각자의 사정은 결국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통렬한 한편, 무척이나 잔인하게 다가왔습니다. 선악을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하며 비극적인 선택을 강요하는 매튜의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였습니다. 지켜주던가, 혹은 죽이던가 그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선택일까요? 더 좋은 선택의 방법은 과연 없었을까요. 짧지만 무척이나 강렬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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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의 여행 - 사진가 14인의 매혹의 세계여행
정진국 지음 / 포토넷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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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의 여행 / 정진국

 

 

사진가는 아무나 가기 어려운 곳을 찾아다녔다. 거의 갈 수 없는 곳까지 탐했다. 누구보다 한 발 먼저 찾아가 그 이미지를 전하려 했다. 연필과 노트 대신 카메라로 한 세상을 담으려는 의욕에 부풀었다. 그렇게 찍어온 사진은 낯설고 새로운 것을 보는 즐거움만 준 것은 아니다. 말로만 듣던 것과 다를 뿐만 아니라 그 이상으로 믿음직해 보이는 사진에서 사람들은 깊은 인상과 충격을 받았다.

 

-P.6-

1.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준비하는 물건은 아마 '카메라'일 겁니다. 여행길에서 느끼는 순간의 감정들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지만, 사람의 머리로 그 모든 기억을 담아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시간이라는 흐름속에서 아름다웠던 추억은 단편적인 조각으로 자리할 수 밖에 없거든요. 때문에 사람들은 사진을 찍습니다. 자신들의 순간을, 그리고 내가 보고 느낀 이 시간을을 오랜시간 기억하고 싶어서요. 적어도 저에게 사진은 그런 소중한 추억 제조기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사진이라는 것이 생겨나면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을겁니다.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서, 혹은 자신의 고상한 취미를 뽐내고 싶어서 등 다양한 이유들로 사람들은 자신만의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 교통도 발달하지 않은 시대. 몇몇 사람들은 사진의 매력을 찾아 낯선 도시로 여행을 떠납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무게의 사진 장비를 들고 그들이 떠난 여행은 무슨 이야기가 숨어 있었을까요? 그리고 그들이 담아낸 사진은 어떤 모습일까요?

 

 

리는 그토록 힘겨운 행군의 막바지에 진이 빠질 만도 했을 텐데,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맑았다. 부쩍 성숙했다. 성모의 눈길처럼 온화하게 폐허와 인간을 주시했다. 재미와 환상을 쫓아, 바람난 유부녀로서 치맛자락과 스카프를 펄럭이며 들떠 있던 그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고난의 행군 끝에 천상에서 들려오는 음악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림자를 포착했다. 강렬한 윤곽만 두드러지고 세부는 명암대비 속에 파묻혀 생략된다. 하지만 역광이 그 모든 것을 밝힌다.

 

-P.158-

 

2.

 

 미술평론가 정진국의 <사진가의 여행>은 아마 이러한 궁금증에서 시작되었을 겁니다. 여행과, 사진이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두 매개체를 통해 진행되는 사진가들의 이야기는 사진에 대해 잘 몰라도 재미있습니다. 책은 단순히 사진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고루한 서적들과는 다릅니다. 사진가의 여행 속에서 일어난 에피소드와 그들이 느낀 감정을 관련 문헌을 통해 검증된 사실을 독자에게 전해줍니다. 그렇게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과정은 마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내가 그 자리에 있는것 마냥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책은 총 14명의 사진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집트에서 한반도까지 그들은 무거운 장비를 둘러메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혹자는 전쟁의 참혹함이 채 가시지 않은 전장으로, 혹자는 문명이 시작된 기원지로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여행지는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들이 얻어가는 사진과, 그속에 담긴 여러 감정들도 다른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개인적으로는 베트남을 여행한 사진가 '레몽 드파드동'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와닿았습니다. 아마 제가 얼마전 같은 지역을 비슷한 코스로 돌아보고 와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름다운 국토와 해변뒤에 숨겨진 전쟁의 허무함과 잔혹함. 시대가 많이 바뀌었지만,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담아낸 사진들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였습니다.

 

 각기 다른 성격의 여성사진가 '안네마리 슈바르첸바흐'와, '리 밀러'의 이야기 역시 인상적이였는데요. 전쟁의 참상을 담아낸 두 사람의 작품은 닮은듯 다릅니다. '안네마리 슈바르첸바흐'의 사진이 남성적이고 투박해 보이는 반면 '리 밀러'의 사진은 여성적이고 섬세해 보였습니다. 앞뒤목차로 나누어진 두 사진가의 이야기를 비교해가며 읽는 과정도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레몽은 자타가 공인하는 파파라치의 원조다. 인기인의 꽁무니를 쫓아 다니며 사생활을 캐거나 보상금을 노리고 두더지처럼 잠복하는 '얼치기' 파파라치가 아니다. 세상 사람이 정당하게 알아야 할 권리를 지키는 사람이다. 그 권리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은폐한 사실을 추적하고 폭로한다. 괜찮은 사진가다.

 

-P.268-

 

3.

 

 사진은 항상 발명품의 혜택을 받아 끊임없이 진화해왔습니다. 오늘날 한국 대부분의 가정에서 카메라 한대쯤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모든 사람이 좋은 사진을 찍을수 있는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셔터만 눌러 풍경을 담기 바쁘다면 그건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의미가 없으니까요. 책에 나와있는 작가들의 사진에는 모두 감정이 담겨있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도덕성이라 볼수있는 개인의 신념이 사진속에 녹아들어가 그것을 좋은 사진으로 보이게 만들어 준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진들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가 담겨 있습니다. 

 

 그들의 여행 이야기를 읽기 전에는 그러한 사진들의 맥락을 잘 이해하지 못해 놓치는 점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다시 바라본 사진들은 처음 봤던 사진들보다 더 풍성하게 다가왔습니다. 저 역시 그런 의미있는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앞으로는 사진을 찍을때 좀 더 많은 것을 생각하며 담아내려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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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되어버린 남자
알폰스 슈바이거르트 지음, 남문희 옮김, 무슨 그림 / 비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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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이 되어버린 남자 / 알폰스 슈바이거르트

 

 

뭐니 뭐니 해도 그가 가장 좋아한 것은, 지면에 궤도를 그린 새까만 글자들이었다. 책을 접하다 보면 비블리 씨는 이따금씩 몸시 흥분할 때가 있었는데, 모든 활자들을 다 파악 하겠다는 호기심과 충동, 그러나 혼자 힘으로는 아직 해낼 수 없다는 실망감에서 빚어진 흥분이었다.

 

-P.63-

1.

 

 제 블로그에 오시는 대부분의 이웃님들이 그러하듯, 저 역시 책을 무척이나 좋아라 합니다. 읽는 분야는 소설, 에세이 등으로 한정되어 있지만 어딜가던 책 한권쯤은 꼭 들고 다닙니다. 이런 습관은 제가 어릴적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제가 어릴적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아 저명한 학자가 될거라 굳게 믿으셨다고 합니다. (오늘날 어머니는 내가 오타쿠새끼를 키웠다며 한숨을 쉬시곤 하시지만요..) 뭐 책을 가까이 한다고 해서 똑똑하다는건 아니지만 남들보다 더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는것은 자신할 수 있습니다.

 

 아마 제가 책으로 변한다면 전 참 재미있는 책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적당히 교훈적이고, 충분히 야하며, 때로는 극단적인 뭐 이정도의 이야기랄까요. 그 기분이 궁금하긴 하다만 굳이 책으로 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전 책이라는 사물 자체를 좋아한다기보다는, 읽고 기록하는 행위를 더 좋아합니다. 물론 수집의 즐거움도 빼놓을수는 없겠지만, 단순히 책장에 책을 꽂아놓는것보단 읽을때의 행복이 더 크기에 계속 사람으로 남아 책을 읽어 나가는 입장이고 싶습니다.



 

 

책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친구이다. 원할 때는 언제든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언제든지 환영을 받으며, 어떤 상황이든지 간에 적절한 비용만 들이면 결코 실망을 주는 법이 없다. 수많은 사람들, 그중에서 특히 남성들은 책과 교제하면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숭고한 체험을 한다.

 

-P.83-

2.

 

 책은 제목 그대로 책이 되어버린 한 사내의 이야기 입니다. 고서점에서 우연히 책 한권을 발견하게 되는 주인공 '비블리'. 그는 '그 책'을 갖고싶다는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훔치고 맙니다. 그렇게 책을 손에 얻게 된 '비블리'는 책을 미워하게 되고, 곧 책을 다른 사람에게 팝니다. 하지만 그 책은 다시 비블리에게 되돌아 옵니다. 그리고 어느날 비블리는 책이 되어버립니다.

 

 책이 된 비블리는 자신을 모욕한 편집자를 강간하고, 자신을 읽지도 앉은채 책장에 방치하려한 장서가를 살해합니다. 책이 되어버린 남자에게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들은 벗이아닌 적입니다. 도서관장은 책을 오려내고, 비평가는 책의 단점만을 부각시키는데 혈안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비블리는 피의 복수를 감행합니다.


 

 

책은 늘 우리와 함께 있다. 다락의 낡은 상자 속, 지하실의 잡동사니. 오래된 도서관의 어느 서가들 틈바구니, 가끔은 무덤 속까지, 책은 늘 어디론가 몸을 감춘다. 그러나 언제나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벼룩시장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소에서 서적 애호가들을 매료시키고 꼼짝 못하게 사로잡아 그들을 소유하고 변화시키려고 드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책 자체가 현실이 되어 해방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서 운이 더 따라 준다면, 짧은 기간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이 책으로 변화되어 육신을 포기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P.196-

3.

 

 책은 전형적인 독일 소설을 닮아 있습니다. 얼핏 줄거리만 봐서는 흥미로울지 모르지만 막상 읽어보면 재미가 없습니다. 사실 재미 없다는 평을 쓰는데도 겁이 나긴 합니다. 이 자식이 지 욕했다고 밤중에 얼굴을 덮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니 말입니다. 책의 아스트랄한 내용은 별로였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책과 관련된 글귀와 삽화들은 참 좋았습니다.

 

 집에 쌓아두고 읽지못한 책들에 대해 급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책이였습니다. 반성하고 빠른 시일내 읽어나가야 겠습니다. 이번달 사재기는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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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카페에 가다 - 차와 사람 그리고 이야기가 있는 공간
안혜연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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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카페에 가다 / 안혜연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건, 문화를 마시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당신이 카페에 스며있는 맛있는, 달콤한, 신선한, 훈훈한, 여유로운 문화를 골고루 마시는 데 이 책이 이정표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아울러, 하루가 멀다 하고 카페가 들어서는 홍수 속에서 제대로 된 카페만 살아남길 바란다. 그것이 맛이든, 멋이든, 문화든간에.

 

-P.7-

 

1.

 

 요즘은 대학가 어디를 가나 비슷한 모습을 볼수 있습니다. 스타벅스와, 커피빈, 카페베네 등 수많은 프랜차이저 카페들이 비슷한 인테리어와 비슷한 맛으로 사람들을 맞이합니다. 처음엔 빠르고 편리하다는 장점에 자주 찾았습니다. 하지만 어느순간 그 장점보단 단점이 부각되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곳만의 독특한 감성이 아닌, 뻔하고 틀에박힌 상업성은 어느순간 숨막히게 지겨워 졌습니다. 아마 그때부터 작고, 외진곳에 있는 개인카페를 찾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개인카페는 대게 자리도 불편하고, 오래 앉아있기엔 눈치도 보입니다. 하지만 그곳에선 보통 특별한 일이 벌어집니다. 아니 사소한 일조차, 특별한 일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준다는 표현이 맞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카페들은 쉽게 찾기 힘듭니다. 괜찮은 곳이 생겼다 싶으면 몇달을 못가 문을 닫는 경우가 다반사 입니다. 영세한 개인이 프랜차이저의 물량공세를 이겨내기란 쉬운일이 아니니까 어쩔수 없는 선택일 겁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자신만의 독특한 색을 가진 카페들은 존재합니다. 그러한 카페들은 자신들만의 문화로 프랜차이저 카페들과의 경쟁에서 당당하게 살아남습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홍차의 깊은 맛을 전한다. 행복하게 일하는 그들의 열정을 바라보며 홍차 한 잔을 마시고 이노라면, 위로 한 모금이 목구멍으로 흘러들어 가슴이 뜨겁게 달구어진다.

 

-P.72-

 

2.

 

 책은 이렇듯 숨겨진 개인 카페들을 소개하며, 그곳만의 독특한 매력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다림의 시간이 매력적인 더치커피 전문점 <미즈모렌>부터 신촌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미네르바>등등 소개된 각각의 카페는 그곳만의 독특한 색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주가진 못하지만 생각날때 종종 들리는 홍대 주변의 카페들 역시 소개되어 있었는데요. 알고 있는 카페가 나오니 괜한 공감대 형성이 되어 더욱 좋았던 것 같습니다.

 

 여러 카페들 중 유독 기억에 남는 카페는 종로 사직동에 위치한 <사직동 그 가게>였습니다. 인도식 밀크티 '짜이'를 판매하는 이 카페는 수익금의 전액을 티베트 난민들의 자립을 위해 사용한다고 합니다. 단순히 차를 파는것이 아닌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의식까지 함께 판매하는 이 가게는 자원봉사자들의 봉사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티베트 인들의 아픈 사연을 수없이 들었고, 인도에서 눈으로 경험했습니다. 그런 그들의 이야기를 지나치지 않고 카페를 하나의 도움의 수단으로 만든 사람들이 있다는게 참으로 자랑스러웠고, 나 스스로에게 부끄러웠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있을 수 있는 곳을 찾고 싶어 합니다. 카페는 그런 분들이 찾아주는 존재입니다. 한 분이라도 많은 분에게 세계의 일부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오키상의 소박한 바람이다.

 

-P.253-

 

3.

 

 책에 실린 모든 카페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책에 실린 카페들 외에도 수많은 카페들이 존재할 것이며, 새로 생겨날 것이고, 또 사라질 겁니다. 소중하고 의미있는 카페가 항상 옆에 남아있어 준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급변하는 세태속에서 그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책속에 소개된 가게들 중에서도 개인의 사정으로 몇 년뒤엔 찾아볼 수 없을 가게들이 보입니다. 조금 아쉽긴 하다만 개인의 사정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건 아니니까요. 너무 늦기전에 그들의 차를 그리고 따스함을 느껴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소개된 대부분의 카페가 서울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였습니다. 홍대, 인사동, 신사동, 이태원 등 사람들이 몰리는 공간의 카페들은 자주 찾아가기엔 거리감이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역의 잘 알려지지 않은 카페들을 소개하는 2탄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소중한 지금 시간 문화공간 카페에서 따뜻한 차 한잔을 홀짝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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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를 위한 밤 데이브 거니 시리즈 2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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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를 위한 밤 / 존 버든

 

도대체 뭐가 문제야? 평범한 삶을 위한 공간은 네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는 거야? 평범한 사람들과 편안하고 단순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소박한 삶, 그런 것 따윈 안중에도 없었겠지. 어짜피 넌 늘 이런 식이었는지도 몰라. 네가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삶에서 항상 부재중일 수 밖에 없는 이유. 그 이유를 성명할 수 없는 이 산속에서의 고립된 삶이 진실을 드러내주는 거겠지. 어쩌면 넌 본래 다른 사람의 감정 따윈 생각 할 줄 모르는 인간이 아닐까?

 

-P.102-

1.

 

 <658 우연히>의 히로인 '데이브 거니'가 새로운 사건으로 독자들을 찾아왔습니다. <악녀를 위한 밤>이라는 자극적인 제목부터 6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분량까지 스릴러 장르의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즐거움 입니다. 개인적으로 스릴러 장르를 선호하진 않지만 '존 버든'의 작품은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의 역량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짧게 짧게 끝나는 사건의 전환 때문에 질리지 않고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보통의 스릴러물을 읽다보면 챕터가 너무 길어 읽다 지쳐버리는데 <악녀를 위한 밤>의 경우에는 80개의 짧은 챕터로 나누어져 있어 사건의 전환을 이해하기 수월했습니다.

 

 여타 스릴러의 주인공들과는 다르게 '존 버든'이 만들어낸 캐릭터는 무척이나 인간적입니다. 잔혹하게 살해된 여인의 비밀을 파헤쳐 나가는 과정도 좋았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아내와의 갈등, 아들과의 어색한 감정들을 유감없이 표현해가는것도 그런 일련의 갈등들을 통해 인간으로서 성숙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처음에 내가 대충 상황을 파악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더 생각해보면 그렇게 생각할 근거가 전혀 없어. 재미있는 시나리오들이 여러 개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없어."

 

-P.245-

2.

 

 은퇴한 형사 데이브 거니는 그녀의 부인과 도심을 벗어난 교외에서의 삶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작에서 다뤄진 맬러리 사건으로 가족들을 위험에 처하게 만든 뒤 상의하여 내린 결론입니다. 하지만 사건을 피해 온 그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그의 친구 하드윅인데요. 그에게 기묘한 살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결혼식 날 머리가 잘린 채 발견된 신부. 용의자인 정원사는 자취를 감춘 상태입니다. 쉽게 해결될 것 같았던 사건이지만 좀처럼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용의자는 불가능한 방법으로 마치 사라진 듯 보입니다. 가족을 위해 형사 생활을 그만 두겠다 말했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정의' 앞에서 거니는 2주간의 시간을 약속합니다. 2주라는 길고도 짧은 시간 안에 범인을 잡고 말겠다고 말이죠. 하지만 사건을 파면 팔수록 더욱 미궁속으로 빠져듭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위험에 빠져듭니다.

 

 언뜻 전혀 연관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사건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되는 과정이 아마 스릴러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해 보는데요. 그런 관점에서 보았을때 <악녀를 위한 밤>은 전편 <658 우연히>보다 덜 억지 스러우며, 충분히 설득력있게 다가옵니다. 사실 책은 이렇다 할 반전이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여러가지 조각을 하나로 맞춰가는 과정과 완성된 작품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완벽합니다. 두꺼운 책이였지만 마지막장을 넘기기가 아쉬울 정도였으니까요.


 

 

"사람들은 이야기를 지어내. 그래서 진짜 증거를 놓쳐. 그게 문제야. 우리 마음이 그렇게 움직이니까. 사람들은 이야기를 너무 좋아해. 우린 이야기를 믿을 수밖에 없지. 그런데 자네 그거알아? 이야기를 믿고 싶은 바로 그 마음이 우리를 파멸시킨다는거."

 

-P.570-

3.

 

 책을 읽고 난 뒤 재밌다는 느낌뒤에 조금은 두렵다라는 감정이 들었습니다. '악녀'가 되어버린 여성이 무서운 한편 안타까웠고, 결국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성폭행의 굴레가 두려웠습니다. 과연 그녀를 악녀라고 부르는게 맞는걸까요. 한국판의 제목이 자극적이긴 하지만 곰곰히 곱씹어 볼수록 책과는 어울리지 않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문 그대로 <눈을 꼭 감아봐>라는 제목도 참 좋았을것 같은데 제목에 대해선 아쉬움이 남습니다.

 

 북미의 서늘한 스릴러가 요즘 대세라지만 개인적으로는 스릴러의 최고는 '존 버든'이 아닐까 소심하게 손들어 봅니다. 현지에서는 데이브 거니 시리즈 3편  <악마를 잠들게 하라>가 출간되었다고 하는데요. 한국에서도 빨리 만나볼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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