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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카페에 가다 - 차와 사람 그리고 이야기가 있는 공간
안혜연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9월
평점 :
그 카페에 가다 / 안혜연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건, 문화를 마시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당신이 카페에 스며있는 맛있는, 달콤한, 신선한, 훈훈한, 여유로운 문화를 골고루 마시는 데 이 책이 이정표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아울러, 하루가 멀다 하고 카페가 들어서는 홍수 속에서 제대로 된 카페만 살아남길 바란다. 그것이 맛이든, 멋이든, 문화든간에.
-P.7-
1.
요즘은 대학가 어디를 가나 비슷한 모습을 볼수 있습니다. 스타벅스와, 커피빈, 카페베네 등 수많은 프랜차이저 카페들이 비슷한 인테리어와 비슷한 맛으로 사람들을 맞이합니다. 처음엔 빠르고 편리하다는 장점에 자주 찾았습니다. 하지만 어느순간 그 장점보단 단점이 부각되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곳만의 독특한 감성이 아닌, 뻔하고 틀에박힌 상업성은 어느순간 숨막히게 지겨워 졌습니다. 아마 그때부터 작고, 외진곳에 있는 개인카페를 찾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개인카페는 대게 자리도 불편하고, 오래 앉아있기엔 눈치도 보입니다. 하지만 그곳에선 보통 특별한 일이 벌어집니다. 아니 사소한 일조차, 특별한 일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준다는 표현이 맞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카페들은 쉽게 찾기 힘듭니다. 괜찮은 곳이 생겼다 싶으면 몇달을 못가 문을 닫는 경우가 다반사 입니다. 영세한 개인이 프랜차이저의 물량공세를 이겨내기란 쉬운일이 아니니까 어쩔수 없는 선택일 겁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자신만의 독특한 색을 가진 카페들은 존재합니다. 그러한 카페들은 자신들만의 문화로 프랜차이저 카페들과의 경쟁에서 당당하게 살아남습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홍차의 깊은 맛을 전한다. 행복하게 일하는 그들의 열정을 바라보며 홍차 한 잔을 마시고 이노라면, 위로 한 모금이 목구멍으로 흘러들어 가슴이 뜨겁게 달구어진다.
-P.72-
2.
책은 이렇듯 숨겨진 개인 카페들을 소개하며, 그곳만의 독특한 매력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다림의 시간이 매력적인 더치커피 전문점 <미즈모렌>부터 신촌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미네르바>등등 소개된 각각의 카페는 그곳만의 독특한 색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주가진 못하지만 생각날때 종종 들리는 홍대 주변의 카페들 역시 소개되어 있었는데요. 알고 있는 카페가 나오니 괜한 공감대 형성이 되어 더욱 좋았던 것 같습니다.
여러 카페들 중 유독 기억에 남는 카페는 종로 사직동에 위치한 <사직동 그 가게>였습니다. 인도식 밀크티 '짜이'를 판매하는 이 카페는 수익금의 전액을 티베트 난민들의 자립을 위해 사용한다고 합니다. 단순히 차를 파는것이 아닌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의식까지 함께 판매하는 이 가게는 자원봉사자들의 봉사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티베트 인들의 아픈 사연을 수없이 들었고, 인도에서 눈으로 경험했습니다. 그런 그들의 이야기를 지나치지 않고 카페를 하나의 도움의 수단으로 만든 사람들이 있다는게 참으로 자랑스러웠고, 나 스스로에게 부끄러웠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있을 수 있는 곳을 찾고 싶어 합니다. 카페는 그런 분들이 찾아주는 존재입니다. 한 분이라도 많은 분에게 세계의 일부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오키상의 소박한 바람이다.
-P.253-
3.
책에 실린 모든 카페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책에 실린 카페들 외에도 수많은 카페들이 존재할 것이며, 새로 생겨날 것이고, 또 사라질 겁니다. 소중하고 의미있는 카페가 항상 옆에 남아있어 준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급변하는 세태속에서 그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책속에 소개된 가게들 중에서도 개인의 사정으로 몇 년뒤엔 찾아볼 수 없을 가게들이 보입니다. 조금 아쉽긴 하다만 개인의 사정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건 아니니까요. 너무 늦기전에 그들의 차를 그리고 따스함을 느껴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소개된 대부분의 카페가 서울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였습니다. 홍대, 인사동, 신사동, 이태원 등 사람들이 몰리는 공간의 카페들은 자주 찾아가기엔 거리감이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역의 잘 알려지지 않은 카페들을 소개하는 2탄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소중한 지금 시간 문화공간 카페에서 따뜻한 차 한잔을 홀짝이고 싶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