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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되어버린 남자
알폰스 슈바이거르트 지음, 남문희 옮김, 무슨 그림 / 비채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책이 되어버린 남자 / 알폰스 슈바이거르트
뭐니 뭐니 해도 그가 가장 좋아한 것은, 지면에 궤도를 그린 새까만 글자들이었다. 책을 접하다 보면 비블리 씨는 이따금씩 몸시 흥분할 때가 있었는데, 모든 활자들을 다 파악 하겠다는 호기심과 충동, 그러나 혼자 힘으로는 아직 해낼 수 없다는 실망감에서 빚어진 흥분이었다.
-P.63-
1.
제 블로그에 오시는 대부분의 이웃님들이 그러하듯, 저 역시 책을 무척이나 좋아라 합니다. 읽는 분야는 소설, 에세이 등으로 한정되어 있지만 어딜가던 책 한권쯤은 꼭 들고 다닙니다. 이런 습관은 제가 어릴적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제가 어릴적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아 저명한 학자가 될거라 굳게 믿으셨다고 합니다. (오늘날 어머니는 내가 오타쿠새끼를 키웠다며 한숨을 쉬시곤 하시지만요..) 뭐 책을 가까이 한다고 해서 똑똑하다는건 아니지만 남들보다 더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는것은 자신할 수 있습니다.
아마 제가 책으로 변한다면 전 참 재미있는 책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적당히 교훈적이고, 충분히 야하며, 때로는 극단적인 뭐 이정도의 이야기랄까요. 그 기분이 궁금하긴 하다만 굳이 책으로 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전 책이라는 사물 자체를 좋아한다기보다는, 읽고 기록하는 행위를 더 좋아합니다. 물론 수집의 즐거움도 빼놓을수는 없겠지만, 단순히 책장에 책을 꽂아놓는것보단 읽을때의 행복이 더 크기에 계속 사람으로 남아 책을 읽어 나가는 입장이고 싶습니다.
책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친구이다. 원할 때는 언제든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언제든지 환영을 받으며, 어떤 상황이든지 간에 적절한 비용만 들이면 결코 실망을 주는 법이 없다. 수많은 사람들, 그중에서 특히 남성들은 책과 교제하면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숭고한 체험을 한다.
-P.83-
2.
책은 제목 그대로 책이 되어버린 한 사내의 이야기 입니다. 고서점에서 우연히 책 한권을 발견하게 되는 주인공 '비블리'. 그는 '그 책'을 갖고싶다는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훔치고 맙니다. 그렇게 책을 손에 얻게 된 '비블리'는 책을 미워하게 되고, 곧 책을 다른 사람에게 팝니다. 하지만 그 책은 다시 비블리에게 되돌아 옵니다. 그리고 어느날 비블리는 책이 되어버립니다.
책이 된 비블리는 자신을 모욕한 편집자를 강간하고, 자신을 읽지도 앉은채 책장에 방치하려한 장서가를 살해합니다. 책이 되어버린 남자에게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들은 벗이아닌 적입니다. 도서관장은 책을 오려내고, 비평가는 책의 단점만을 부각시키는데 혈안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비블리는 피의 복수를 감행합니다.
책은 늘 우리와 함께 있다. 다락의 낡은 상자 속, 지하실의 잡동사니. 오래된 도서관의 어느 서가들 틈바구니, 가끔은 무덤 속까지, 책은 늘 어디론가 몸을 감춘다. 그러나 언제나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벼룩시장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소에서 서적 애호가들을 매료시키고 꼼짝 못하게 사로잡아 그들을 소유하고 변화시키려고 드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책 자체가 현실이 되어 해방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서 운이 더 따라 준다면, 짧은 기간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이 책으로 변화되어 육신을 포기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P.196-
3.
책은 전형적인 독일 소설을 닮아 있습니다. 얼핏 줄거리만 봐서는 흥미로울지 모르지만 막상 읽어보면 재미가 없습니다. 사실 재미 없다는 평을 쓰는데도 겁이 나긴 합니다. 이 자식이 지 욕했다고 밤중에 얼굴을 덮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니 말입니다. 책의 아스트랄한 내용은 별로였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책과 관련된 글귀와 삽화들은 참 좋았습니다.
집에 쌓아두고 읽지못한 책들에 대해 급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책이였습니다. 반성하고 빠른 시일내 읽어나가야 겠습니다. 이번달 사재기는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