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호 태풍 미탁이 올라온다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수요일 저녁 7시 진도에 상륙해 남부지방을 훑고 지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기상청 예보이고 보면 징검다리 휴일이 시작되는 목요일도 도시를 벗어나 야외로 떠나려는 계획은 한 번쯤 재고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고등학생인 아들은 한글날을 전후하여 중간고사를 치르는 까닭에 어디론가 훌쩍 떠나겠다는 생각은 애시당초 꿈도 꾸지 못하지만 말입니다.

 

어제 서초동 일대에서 열렸던 촛불문화제를 보신 분이라면 검찰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이 얼마나 뜨거웠던가 충분히 가늠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국민들이 8차선 도로를 가득 메운 것으로도 모자라 인도와 주변 골목까지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풍경은 마치 국정농단 사태 당시의 광화문 광장과 흡사했습니다.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정치검찰 물러나라", "공수처 설치", "조국 수호", "특수부 폐지", "검찰개혁 이뤄내자" 등의 구호를 외치는 함성 소리는 뭉클한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태풍이 지나가면 대기 중에 뿌옇게 쌓였던 미세먼지가 흩어지면서 맑은 하늘이 드러나는 것처럼 국민들의 함성과 구호가 계속되면 수십 년 철옹성처럼 지켜왔던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조금쯤 흩어놓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까닭은 나도 내 아들도 이 땅 대한민국을 모국으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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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 - '셀프헬프 유튜버' 오마르의 아주 다양한 문제들
오마르 지음 / 팩토리나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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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면서 겪는 대부분의 문제 앞에서 타인의 조언을 절실히 구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렇게 조언을 구하는 근본 이유는 조언자의 제안을 그대로 실천하겠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단지 내가 처한 상황과 지금 내가 겪는 고통을 누군가 알아주고 공감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조언은 단지 조언일 뿐 우리들 각자는 저마다의 생각이 있고, 스스로 판단을 하며, 여러 방법 중에서 조금이라도 나아 보이는 것을 선택하게 마련이니까 말이다.

 

과거에는 삶에서 직면하는 문제에 대한 조언을 우리 주변에서 구하곤 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학교 선배나 친구, 자신이 믿는 종교의 성직자 등 대상이 되는 사람은 매우 다양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을 꺼려하는 추세를 반영하듯 삶에 필요한 조언도 유튜브가 대신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소위 '유 선생'으로부터 모든 걸 배우고 익히는 '유 선생'의 제자이자 동급생이 된 셈이다. 나 역시 유튜브 동영상을 자주 보는 건 아니지만 누군가를 기다리는 무료한 시간이나 대중교통을 타고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경우에 이따금 보게 된다. 유튜브 동영상을 검색하다 보면 유튜브에 콘텐츠를 올리는 많은 크리에이터 중에는 전문적인 지식을 알려주는 사람도 있지만, 삶에서 부딪치는 문제나 개인적인 고민을 상담하고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는 걸 알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그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걸까?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은 어쩌면 유튜브 크리에이터 오마르의 책 <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의 책을 다 읽은 후에야 비로소 그가 올린 유튜브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중단발 머리에 거뭇거뭇한 콧수염, 그닥 단정하지 않은 외모에 사뭇 반항적인 듯한 그의 말투는 전형적인 문제아처럼 보이지만 그래서인지 구독자는 제법 많은 듯 보였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걸 알려주고 싶어 한다는 건 무슨 뜻이냐면, 아는 게 없다는 뜻이다. 아무 문제가 없는 젊은이들을 문제 삼고 싶어 한다는 것이 무슨 뜻이냐면, 지한테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꼰대가 되는 걸 예방하는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잘 살아야 한다. 물론 쉽지는 않다. 한 인간으로 스스로 만족할 만큼 제 몫을 하는 제대로 된 인간이 돼야 한다. 아니면 정말로 고장 안 인간, 어처구니없는 인간이 될 수 있다." (p.26)

 

총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그가 올린 100여 개 이상의 콘텐츠 중 수십만 구독자들이 공감하고 열광했던 콘텐츠부터 선별해 담았고, 영상에선 못했던 '보태기' 이야기를 담았다고 한다. 제一장 '나를 '불편'하게 하는 속 '편한' 사람들', 제二장 '연애도 '체력'이 필요해', 제三장 '안 만만해지기 연습'에서 느껴지는 바와 같이 우리의 삶에서 누구나 겪게 될 문제들, 이를테면 인간관계에서 오는 문제들, 사회생활에서 부딪히는 예절과 관습에 대한 문제, 연애와 자존심 등에 관련된 문제 등 인생 전체를 망칠 만큼 중대한 문제는 아니지만 사소하다고 무작정 방치하기에도 뭔가 찜찜한 문제들에 대해 저자는 시원하게 처방을 내린다.

 

"착하다는 말, 듣기 좋다.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도 달콤하지. 근데 그 말 듣자고 굳이 잘 맞지도 않는 사람들과 잘 지내고 열심히 잘해줄 필요는 없잖나. 그건 결구 자신을 갉아먹는 일이다. 그래, 내 옛 친구 B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남들 비위 맞추느라 자신의 의사를 외면하지 말자. 좋은 이미지를 위안 삼으며 스트레스를 모르는 척하는 건 한계가 있다." (p.234)

 

나는 우리가 사는 인생에서 많은 가르침이나 교훈이 필요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가 자신의 삶에서 건지는 건 시간에 켜켜이 쌓은 경험의 축적일 뿐 매 순간 누군가의 가르침이나 조언에 의해 정해진 삶을 살아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누군가의 가르침이나 조언을 끝없이 갈구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아마도 그것은 타인과의 교감이나 공감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조금쯤 누그러뜨릴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 모두가 이번 생이 처음이다. 그리고 2회차라고 해도 지금보다 딱히 더 현명한 모습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수학엔 정석이 있지만 인생은 그런 게 없으니까. 이건 수학의 정석을 3년 내내 베개로 썼던 사람이 쓴 삶의 참고서다. 참고서니까 그냥 참고만 하기를." (p.7 '프롤로그' 중에서)

 

어제 서초동 검찰청사 앞을 가득 메웠던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절대 권력에 저항하는 시민의 연대와 지지가 우리 사회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을 만난다는 건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콘텐츠에 '좋아요'나 '구독'을 누르는 것보다 훨씬 더 귀찮고 복잡한 일이지만 그 불편함을 딛고 우리 모두를 밖으로 이끌어냈던 원동력은 정의와 평등에 대한 우리 모두의 갈망이었는지도 모른다. 해방 이후 단 한 차례도 이루지 못했던 그 가치를 위해 우리는 공포를 딛고 서로의 등을 토닥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장엄한 물결을 두려워하는 어떤 이들은 '정신 나간 이들'이나 '좌좀' 등으로 폄하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어쩌면 변화를 두려워하는 그들의 공포를 고스란히 드러낸 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은 불의를 지지하는 소수의 몇몇 사람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다수가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이게 되어 있다. 그것이 역사의 순리임을 유튜브 크리에이터 '오마르'의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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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더위가 한동안 이어지고 있다. '인디언 썸머'라고 해야 할까, 암튼 시기에 걸맞지 않은 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나 다행인 것은 한낮에도 그늘에 들어서면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온다는 점이다. 계절이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대한민국의 언론은 주야장천 '조국, 조국'만 외치고 있다. 검찰 또한 다르지 않다. 다른 중요한 사건도 많을 텐데 소위 잡범에 불과한 표창장 위조, 인턴 증명서 위조에만 매달리고 있다. 검사라는 직책이 이렇게나 한가한 자리였으면서도 과중한 업무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되는 과로사에 노출되어 있다는 둥 소위 '구라'를 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는다'는 말이 있다. 소위 권력도 가져본 놈이 더욱 가지려고 노력하고, 부도 가져 본 놈이 더욱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노력한다는 뜻이다. 최근의 뉴스를 보면 인간의 욕심이라는 게 정말 지독하고 끈질기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검찰이고 언론이고 보수 정치 세력이고 모두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권력과 부를 누려왔는데 아직도 미련이 남았는지 미래에도 계속해서 그 권력을 유지하겠다고 발버둥을 치는 게 아닌가. 검사가 아버지뻘의 노인에게 반말짓거리를 찍찍하는 것은 물론 검사실에서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벽을 보고 앉으라는 지시가 하등 이상할 게 없었던 안하무인의 그들이 나이에 상관없이 피의자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은 물론 습관적으로 쥐어박던 짓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모든 권력을 내려놓은 양 행세하고 있으니 말이다.

 

권력을 이용하여 손쉽게 축재를 하고 그들만의 리그를 조성해왔던 보수 야당과 검찰이, 그들 편에 서서 한통속으로 온갖 악행을 저질러왔던 언론이 대통령 한 사람의 뜻이라고 그렇게 쉽게 변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조국 한 사람을 검찰과 보수 야당 그리고 언론이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목격하면서 가진 자들의 지독한 욕심이 얼마나 악랄하고 지독한지, 그들을 변화시킨다는 게 얼마나 순진한 발상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원칙론자였던 고 노무현 대통령도 검찰과 언론 등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권력기관을 움직이지 않았던 까닭에 오히려 그들의 손에 의해 당신이 당했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그들을 발아래 두지 않았던 까닭에 인사권에 도전하고 청와대마저 압수수색을 감행할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도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국민들의 지적 수준이 그때와는 다르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그들이 하는 짓 하나하나를 지켜보고 있다. 오늘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오후 6시에 열리는 제7차 검찰 개혁 촛불문화제는 그들을 향한 경고이자 시발점이다. 국민들을 결코 만만하게 보지 말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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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직장인을 위한 엑셀 & 파워포인트 & 워드 & 아웃룩 & 원노트
장경호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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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일이지만 누구에게나 신입사원 시절이 있다. 물론 대학을 졸업하는 순간 창업을 하거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탕진하며 호의호식하는 일부 족속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모든 것에 서툴렀던 신입사원 시절부터 계단을 오르듯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오지 않았을까.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내가 초보 직장인이던 당시만 해도 인터넷이 크게 발전했던 것도 아니었고, 선후배와의 관계가 지금처럼 자유롭지도 않았다. 그런 까닭에 업무의 많은 부분은 컴퓨터가 아닌 수작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서열이 엄격했던 당시의 직장 분위기 상 부서의 가장 막내인 신입사원의 역할은 차고 넘칠 수밖에 없었다. 야근은 말할 것도 없고, 때로는 밤을 꼴딱 새워도 다 처리할 수 없는 과중한 업무가 주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만은 있을 수 없었다. 위계가 존재하는 군대문화가 판을 치던 시절이었고, 나도 언젠가 대리가 되고, 과장이 되고, 차장 부장을 거쳐 직장인의 꽃이라는 이사가 되는 꿈을 꾸면서 힘든 신입사원 시절을 벗어나려 했다. 사수와 부사로 지칭되던 직장 내 선후배 관계는 그야말로 군대 문화의 연속이었다.

 

당시에 서류 작성을 위한 기본적 수단이자 필수적 도구가 되었던 게 엑셀과 한글이었다. 지금에 비하면 아주 초보적인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세월이 가면서 한글이나 엑셀의 프로그램도 끝없이 진화하는 것처럼 직장인의 지식이나 스킬도 진화하는 게 마땅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선배로부터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조금쯤 진화하거나 그 수준에서 머물러 있는 게 보통이다. 시간도 없고, 자기 계발의 여력도 없지만 직장 내 업무라는 게 늘 쓰던 것만 쓰게 마련이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에는 위험성이 높다는 데 그 원인이 있지 않을까 싶기는 하지만...

 

장경호의 <초보 직장인을 위한 엑셀&파워포인트&워드&아웃룩&원노트>를 읽으면서 느꼈던 건 나의 업무 스킬이 신입사원 시절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한 반성과 부끄러움이었다. 그동안 나는 뭘 하면서 그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일까. 총 6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PART 01 '초보 직장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엑셀편', PART 02 '초보 직장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파워포인트편', PART 03 '초보 직장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워드편', PART 04 '초보 직장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아웃룩편', PART 05 '초보 직장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원노트편', PART 06 '초보 직장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공동 기능과 연동편'에서 보는 바와 같이 초보 직장인이 알아야 할 전반적인 지식들이 수록되어 있다.

 

자기 계발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필요성을 핑계로 배움에 소홀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이거 쓰지도 않는데 뭐하러 배워?' 또는 '필요도 없는 일에 왜 쓸데없이 시간을 투자해?' 하는 질문은 그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생각이다. 어떻게 그리 잘 아느냐고?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이 책은 프로그램별로 핵심 기능을 우선 전달하고, 기능표와 인덱스를 통해 원하는 기능을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또한, 실제 업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예제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혹시 몰라서 버전별로 테스트해서 모든 버전에서 사용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최신 기능도 빠짐없이 담았습니다. 무엇보다 아웃룩과 원노트를 배우고 싶었지만 적절한 책이 없어 망설인 분들에게 이 책이 단비가 되길 바랍니다." (p.3 '머리말' 중에서)

 

많이 알수록 업무 효율이 높아지고 칼퇴근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게 사실이다. 덤으로 직장 상사나 동료들로부터 능력을 인정받기도 한다. 하다못해 엑셀 프로그램이나 워드의 단축키만 외워도 퇴근 시간을 얼마나 앞당길 수 있던가. 이 책에서도 역시 도서 구매시 단축키가 적힌 마우스패드를 선물로 주고 있다. 마우스 패드를 보면서 단축키를 자주 사용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저절로 외워지리라고 본다. 업무를 모두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퇴근을 준비한다는 건 얼마나 가슴 뿌듯한 일인가. 발걸음도 가볍고 콧노래가 절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만 해도 한 뼘쯤 하늘이 높아질 것만 같은 이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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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류석춘 교수의 망언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우리나라 주류 세력들 중 다수가 우리나라 역사를 자신들의 이해에 영합하는 쪽으로 끝없이 변질 왜곡해왔다는 사실이다. 일본 극우파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와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전체 국민이 아닌 오직 자신들만을 위한 국가 권력이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모국의 역사마저 부정할 수 있다는 그들의 사고방식에 대해 작금의 우리는 다른 어떠한 일보다 더 분개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가 분노해야 하는 건 국가는 충성의 대상이 아니라 몇몇 권력자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도구이자 수단으로 치부되어 왔다는 사실이 아닐까.

 

이영훈을 추종하는 이우연, 류석춘 등 친일 반민족주의자들이 국민들의 분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꼿꼿이 들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것도 자유당을 비롯한 국가기관에 잔존하는 일부 세력들이 자신들의 신변을 잘 돌봐줄 거라는 믿음이 존재하기 때문일 터, 현충원에 묻힌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이 우리의 역사 속에서 영웅으로 군림하는 한 그들의 방약무인한 태도 역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수업을 듣는 여학생을 향해 궁금하면 매춘을 해보라는 성희롱성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을 수 있었던 것도 그와 같은 자신감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서술하되 지어내지 않는다(述而不作)'는 공자의 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학의 오랜 원칙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와 일본의 역사학자들은 왜 자국의 역사를 끝없이 지어내고 있는가 생각해 볼 문제이다. 나치 세력의 유대인 학살은 옹호하지 못하면서 일본 제국주의 세력의 만행만 극구 옹호하는 것은 그들의 망언을 강력하게 처벌할 법적 장치가 부족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인의 비난 여론이 비등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같은 민족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그런 사람들과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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