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류석춘 교수의 망언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우리나라 주류 세력들 중 다수가 우리나라 역사를 자신들의 이해에 영합하는 쪽으로 끝없이 변질 왜곡해왔다는 사실이다. 일본 극우파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와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전체 국민이 아닌 오직 자신들만을 위한 국가 권력이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모국의 역사마저 부정할 수 있다는 그들의 사고방식에 대해 작금의 우리는 다른 어떠한 일보다 더 분개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가 분노해야 하는 건 국가는 충성의 대상이 아니라 몇몇 권력자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도구이자 수단으로 치부되어 왔다는 사실이 아닐까.

 

이영훈을 추종하는 이우연, 류석춘 등 친일 반민족주의자들이 국민들의 분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꼿꼿이 들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것도 자유당을 비롯한 국가기관에 잔존하는 일부 세력들이 자신들의 신변을 잘 돌봐줄 거라는 믿음이 존재하기 때문일 터, 현충원에 묻힌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이 우리의 역사 속에서 영웅으로 군림하는 한 그들의 방약무인한 태도 역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수업을 듣는 여학생을 향해 궁금하면 매춘을 해보라는 성희롱성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을 수 있었던 것도 그와 같은 자신감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서술하되 지어내지 않는다(述而不作)'는 공자의 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학의 오랜 원칙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와 일본의 역사학자들은 왜 자국의 역사를 끝없이 지어내고 있는가 생각해 볼 문제이다. 나치 세력의 유대인 학살은 옹호하지 못하면서 일본 제국주의 세력의 만행만 극구 옹호하는 것은 그들의 망언을 강력하게 처벌할 법적 장치가 부족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인의 비난 여론이 비등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같은 민족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그런 사람들과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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