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평소와 다름없이 운동복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태풍 곤파스가 어디쯤 지나고 있는지 여전히 바람이 거셌다.
간간이 떨어지는 빗방울.
등산로 초입부터 지난 밤의 거센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떨어진 잔가지와 밤송이들이 가득했다.
등산객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들리는 것은 오직 바람소리뿐. 
원시림을 걷고 있는 듯한 으스스한 기분. 
일순 나를 관통하는 경외감에 몸이 오그라든다.
자연의 힘은 얼마나 대단한 것이며, 그 앞에 인간은 그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
썩은 고목이 이번 바람에 쓰러져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멀리서 산을 내려오는 초로의 등산객이 보였다.
공사장에서나 볼 수 있는 안전모와 노란 우의를 입고 조심스레 걷는 모습이 몹시 불안해 보였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흘렀다.
바람은 점점 그 강도를 더하고 있었다.
방금 지나온 길 위로 '툭'하고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물러진 땅위로 밤송이나 잔가지가 떨어졌으리라.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얼핏얼핏 고개를 들어 아름드리 나무의 우듬지 위로 쉬이익 쉬이익 소리를 내며 거세게 부는 바람을 쳐다보았다.
바람에 맞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나무들.
나는 그들 틈에서 얼마나 작고 미약한 존재인가.
자연을 정복하려는 인간의 야심은 또 얼마나 오만한가.
후두둑 후두둑 비가 듣는 산 중턱의 나무의자에 한참을 앉아있었다.
옷이 다 젖는 것도 잊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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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올렸던 시에 대한 여러 블로거 님들의 반응에 나조차도 놀라고 있다.
사실 예전에 썼던 자신의 글을 다시 읽는 것만도 머쓱하고 낯부끄러운 일이건만 나는 그저 블로거님들과 같이 추억을 회상할 계기를 마련코자 올렸을 뿐이었다.  내가 특별히 블로거님들의 반응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유치하다거나 그때는 참 순수했었다는 정도일 거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반응을 접하면서 그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활동하는 두 사이트에 달린 댓글을 그대로 옮겨보면 이랬다.
 
"정말 감수성이 풍부하신 분이시네요.
전 영~ 글 솜씨는 없어서 시를 써 보겠다는 생각조차도 못해 봤거든요.^^
그때의 멋진 시.. 부럽네요~ "

"이런 표현이 이상할지도 모르겠는데... 시가 너무 예뻐요. ^*^ " 

"이것 너무도 멋지고 아름다운 시 인데요..?? 이것 시인으로 등극하셔야 될듯 싶어요.."

" 글 솜씨로 그 당시 인기 많으셨겠습니다^^ 순수하고 풋풋한 마음이 그대로 보입니다~~ "

"그동안 잊고 있었던 그 시절 감성이 마구 피어 오릅니다."

"이런 멋진 별사를 받고 정말 아무 미련없이 떠나줄 여인이 어디 있을까 싶네요. 사랑을 보내는 이별의 노래가 아니라 사랑을 부르는 노래처럼 들리니 말이에요. "

"맘에 와닿는 것이 제 지난 상념들이 되살아나네요. 치기가 아니라 많이 생각하는 진정이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해요."

" ^^;; 저의 그때는....풋내기였네요... 어리광 작렬에......하하~~ 이렇게 풍부한 감수성은 없었던 것 같아요...... "

"으윽~~~ ㅎㅎㅎ 꼼쥐님 오늘 정말 우울한 하루였습니다.
님의 글이 이렇게 스멀스멀 올라오다니요. ㅎㅎ
이런 연시도 쓰시고요. 그래도 나무라지 마시와요. ^^
편안한 주말되세요. "

"저도 본가 가서 예전에 쓴 글 찾아봐야겠네요.ㅎㅎ
그 때의 순수한 느낌이 전해져서 저도 사랑했던 사람들에 대한 느낌이 살아나네요. "

"맞습니다...그땐 그랬습니다...그리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어느 누군가에게 제가 그런 사람였던것 같네요. ㅎㅎ
세월 지났어도 예전 알던 사람들 다 건강하고 혹 떠올라도 그랬었다는 그런 추억이길 바래져요. "

"언젠가 시인으로 등극하세요..그럼 전 영원한 팬으로 한자리 차지하렵니다."

사실 나는 시를 자주 쓰지도 않을 뿐더러 시인이 되겠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다만, 대학 시절 친구 L이 시인으로 등단하여 시집을 출간하게 되었는데 시가 부족하다며 그동안 써놓은 시가 있으면 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내가 보기에 조금 낫다 싶은 것을 추려 그 친구에게 주었는데 그 친구의 시풍에 맞게 고쳐져(개작에 가깝다) 몇몇 시들이 시집에 실렸었다.  나는 지금도 그 친구에게 주었던 시의 초안을 간직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도, 인터넷에 공개하지도 않는다.  그것이 시에 대한 경험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끔 나의 블로그에 시의 형식을 빌린 글들을 올리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종의 놀이요, 소일거리에 불과하다.  시집에 실렸던 것은 아니지만 낙서 비슷하게 쓰여진 옛 글을 접할 때 재미삼아 올리기도 하지만 말이다.
대학에서 국문학과 과목을 수강했던 것은 '문예 비평론'이 다였던 내가 낙서처럼 끄적였던 글에 대한 여러 블로거님들의 반응에 그저 놀랍고 얼떨떨하다.
이런 반응을 기대하며 가끔 예전에 썼던 글을 올려보면 어떨까? 하는 황당한 욕심을 갖게 해주신 여러 블로거님들의 댓글에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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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 대한 리뷰는 그동안 내가 써왔던 글과는 방법을 조금 달리해야겠다.
나는 고집스럽게도 분석적 리뷰를 싫어했었다.  주제와 인물, 구성 등 소설의 각 요소를 일률적으로 분석하는 리뷰는 소설에 대한 일종의 모독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소설은, 어쩌면 문학 전체가, 자연스러운 녹아듬 또는 조화로운 혼합이기에 분류하고 분석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독자가 리뷰를 씀에 있어서도 자신의 삶에 녹아든 조화로운 감동을 글로 옮기는 것이 적당하리라.  분류하고 분석하는 방법이 비록 읽는 이가 쉽게 이해하고 필요한 부분만 읽을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으나 이는 자연과학에나 어울릴 법하다.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 방식을 나는 이 책의 리뷰에 적용하고자 한다.
여러 이유가 있었고 고민도 많았지만 내 사고의 틀에서 달리 더 좋은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이 그 주된 이유가 될 것이다.  아마도 사회주의 국가에서 나고 자란 작가의 의식이나 글쓰기 방식이 나를 그렇게 유도했는지도 모른다.

작가의 집필 의도와 주제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는 이 소설은 미리 설정한 듯한 부자연스러움이 다소 흠이라면 흠이지만 작가의 혼과 열정이 배어 있는 좋은 작품이다.  무엇보다 작가는 삶의 근원을 인간의 욕망이라 규정하고 그 전면에 부와 권력 그리고 욕정을 내세우고 있다.  특이한 것은 이야기의 화자가 죽은 자라는 것인데, 삶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탐구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감안하면 그 까닭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숲 안에 있을 때에는 숲을 바라볼 수 없듯 작가도 삶 안에 존재하는 그 누구도 삶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으리라.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 작가는 ’생명의 연약함과 탐욕의 강대함’을 쓰고자 했다.  그리고 그 거대한 탐욕 앞에 작고 무기력한 인성과 사랑이 결국에는 승리하게 된다는 것을 믿고 싶었나 보다.

주요 등장 인물

나(딩샤오창)
매혈을 비롯한 갖은 악행으로 마을 사람들의 원성을 한몸에 받고 있는 아버지(딩후이)와  삼촌(딩량)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로부터 열두 살의 나이에 독살 당했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후에 아버지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현의 최고 책임자인 가오 현장의 딸과 음혼(陰婚:영혼 결혼식)을 추진한다.  가오 현장의 딸은 나보다 나이가 많았고 간질로 죽었다.  나는 할아버지의 눈과 꿈을 통하여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

아버지(딩후이)
정부 주도로 매혈이 시작되자 사설 채혈소를 차려 마을 사람들로부터 규정량 이상의 혈액을 채취하고, 불결한 주사기를 사용함으로써 마을에 열병을 퍼뜨린 주범이다.  ’혈액 왕’이라는 호칭에 걸맞게 매혈을 통하여 부를 축적하고, 많은 사람들이 열병으로 죽어가자 정부에서 무상으로 제공하는 관을 판매하기도 하며, 결혼을 못하고 죽은 사람들을 위해 돈을 받고음혼을 주선함으로써 상상할 수 없는 부를 획득한다.  나의 여동생과 어머니를 데리고 딩씨마을을 떠나 신시가지로 이사를 한 후 공원묘지를 조성하여 더 많은 재산을 모으려 했으나 할아버지에 의해 살해된다.  작가는 아버지를 물욕의 화신으로 상정하고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 간다.

할아버지(딩수이양) 
한평생 학교에서종을 치는 일을 담당했던 할아버지는 선생님 중에 결원이 생겼을 때 이를 대신해서 아이들을 돌보고 어문 수업을 가르치기도 했던 까닭에 마을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할아버지는 탐욕에 물든 대부분의 사람들로부터 배척되고, 부도 권력도 소유하지 못한, 늙고 노쇠한 인물로 그려진다.  작가의 입장에서 인성의 상징인 할아버지를 통하여 삶에서 인성의 미약함과 숨겨진 정의를 독자들의 동정심에 호소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결국 할아버지는 나의 음혼식날 아버지를 죽이고 감옥에 갇히셨다가 마을로 다시 돌아온다. 

삼촌(딩량)과 링링 
삼촌과 링링은 매혈로 인해 열병을 얻고, 서른도 되지 않은 젊은 나이에 죽음을 기다리는 처지에 놓인다.  둘 다 결혼을 했었지만 마을에서 열병에 걸린 사람들만 학교에 격리시키자 가족들로부터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삼촌과 링링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사촌 동생의 아내였던 링링을 사랑하는 삼촌.  그들의 불륜은 학교에서 생활하던 마을의 다른 열병 환자들에게 발각되고 이 사건을 계기로 할아버지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신망을 잃는다.  이 기회를 틈타 쟈껀주와 딩유에진이 마을 사람들을 꾀어 마을을 관리하는 위치에 오른다.  역설적이게도 욕정에 사로잡힌 삼촌과 링링은 열병으로 인해 서로를 만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쟈껀주와 딩유에진   
딩씨마을에서 열병에 걸려 학교로 격리되었던 쟈껀주와 딩유에진은 딩후이가 딩씨마을을 떠난 후 딩량이 링링과의 불륜을 계기로 마을을 관리하는 책임자의 위치에 오른다.  할아버지를 협박하여 딩후이가 지니고 있던 관인을 자신들의 손에 넣게되자 학교의 모든 물건을 자의적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분배하고,  관을 짜기 위한 벌목을 허가한다.  쟈껀주는 자신이 죽기 전에 할아버지를 찾아 딩후이가 딩씨 마을에 다시 오면 죽이겠다고 말하며 딩유에진이 갖고 있는 관인을 자신이 죽은 후에 자신의 관 안에 같이 묻어줄 것을 요구한다.  죽어가면서도 권력욕에 눈이 먼 상징적 인물로 그리고 있다.

맺음말
삶은 죽은 자의 꿈이었고, 산 자의 현실이었다.
인간의 탐욕으로 빚어진 절망과 불행의 구렁텅이를 관조적 입장에서 정직하게 밝히는 것, 그것이 작가의 입장이었기에 산 자가 말하는 삶의 모습은 더이상 필요치 않았다.
할아버지의 꿈은 나의 현실이었고, 이야기는 그렇게 꿈과 현실을 넘나들며 전개된다.
작가의 혼과 열정이 느껴지는 작품.  작가는 집필 후기에 이렇게 적고 있다. 
"두 줄기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져 내렸다.  늑골을 뽑아가기라도 한 듯이 온몸이 흐느적거렸다.  고독과 절망의 강력한 압박에 무력감이 느껴졌다.  인간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드넓은 대해에, 새 한 마리 날아오지 않는 외딴 섬에 홀로 버려진 것 같았다."(P.456)
틀에 짜맞춘 듯한 구성, 아무리 아들이 미워도 아비가 어찌 자신의 아들을 살해할 수 있을까 의문을 품게 하는 비현실적 요소가 소설의 맛을 조금 떨어뜨리는 감은 있지만 중국 농촌의 비애를 알게 된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P.S.  불행하게도 오타가 너무 많아 독서를 방해할 정도이다.

른 아침이라 그런지 해는(P.61)
찻잔에 차를 따라 놓기만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갖춰지는 셈이었다.(P.65)
교정 안에 가득했던 흰 눈이 사람들의 발에 밟히면서 한 조 진흙땅이(P.89)
수십 명의 사람들이 앉거나 선 채로 실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P.91)
교정 안에는 따스함과 고함이 가득했다.(P.148)
여러분들 내게 미안해할 일이 있으면 있었지(P.182)
간통 현장에서 붙잡힌 일과 관련된 문제도 아니라는 사실을 것을 알게 되었다.(P.216)
그토록 성대한 연극 내막을 알지 못한 채(P.219)
얼굴의 종가 조금 가려웠지만 감히 손을 올려 긁지 못하고(P.274)
링링과 내가 함께 묻힌다 해서 누가 감히 다시 파내기라 하겠냐 말이야?(P.331)
다음 침대 맡에 앉아 삼촌의 자는 모습을(P.332)
한밤중이 되면 간신 잠이 들지만, 잠들 무섭게 해가 창문과 문틈으로(P.380)
그가 할아버지 낮은 목소리로 아저씨라고 불렀다.(P.391)
자신을 따라온 학생들게 끊임없이 뭔가를 지시하고 있었다.(P.400)
작은 구멍가게는 이미 문을 닫은 오래였고(P.403)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우리 집 딩씨마을에 있다는 사실뿐이었다.(P.431)
온통 모래 성이인 황허 고도에(P.433)
리얼마을이 햇빛 아래 더없이 고하게 펼쳐져 있었다.(P.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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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는 단연 인사 청문회가 아닐까 한다.
다소 비판적인 온라인 기사에는 예외 없이 많은 댓글이 달리고 그 중심축을 형성하는 것이 정부의 친서민 정책에 대한 비판의 글이다.
나는 정부를 대변하려는 사람은 아니지만 용어상의 오류를 시정하고자 이 글을 쓴다.
애당초 정부기 ’친서민 정책’을 발표했을 때, 국민들이 아는 것과 같은 "親庶民 政策"이 아니라  "親鼠民 政策"을 표방한 것이었는데, 대다수의 국민들은 전자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와 국민간애 용어상의 오해가 있었던 듯하다. 
즉, 정부에서는 서민(鼠民 )(쥐의 무리)과 친해지겠다는 뜻이었는데 국민들은 서민(庶民)(벼슬을 하지 않은 대다수의 일반 백성)으로 오해한 듯하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인사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나의 짧은 지식을 탄식하게 되었다.   하마터면 나도 정부를 심하게 비판할 뻔했던 사실을 시인해야겠다.
원래 쥐란 동물은 방금 전에 했던 일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미로찾기 실험에서 보듯 방금 전에 지나친 길을 찾는 것에도 번번이 실패하지 않던가?
하물며 수년 전에 있었던 일을 어찌 기억하겠는가.
지난 청문회의 내정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했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그렇다.  그들은 모두 쥐의 아이큐를 가진 서민(鼠民)이었고, 그들과 가까워지려는 정부의 親鼠民 政策은 거짓이 아니었다.  우리의 지도자들이 鼠民이라는 사실이 다소 씁쓸하고 내키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정부의 親鼠民 政策이 거짓이라는 비판은 삼가해 줬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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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에 썼던 공책을 들춰보면 가끔 닭살 돋는 글들이 눈에 띈다.
전공과는 무관하게 낙서처럼 흘려 쓴 그런 글을 읽을 때면 감수성이 풍부(?)했던 시기니만큼 그러려니 하고 이해할 수도 있겠으나, 세월이 흐른 지금 빛바랜 추억을 되새기는 것이 어쩐지 부끄럽고 어색하다.  그럼에도 굳이 이 글을 올리는 것은 내 나이 또래의 어느 분이 혹여 이 글을 읽는다면 ’아, 그땐 그랬었지’하고 옛 추억을 되살릴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해서이다.  내가 잠시 사귀었던 사람에게 헤어지며 썼던 글인 듯한데 지금은 그 얼굴마저 희미하다.
읽기 전에 미리 말씀 드리지만 닭살이 돋는 것은 각오하시라.  그리고 어색한 리듬과 다소 매끄럽지 못한 문맥이 곳곳에 보이지만 지금 와 수정하면 그때의 풋풋한 감정이 사라질 듯하여 원문을 그대로 옮겨본다.


사랑을 보내며

받았던 사랑을
돌려드립니다
당신께 있었던 사랑이
내게 와서
잠시나마 행복했습니다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는
아쉬움은 없습니다
외려 짧아서 짜릿했고
그만큼 강렬했습니다

당신의 사랑을
곱게 포장하는 이 순간
주인을 찾아가는
당신의 마음이
패랭이꽃처럼 가녀리고
슬퍼 보입니다

있을 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보내려는 이제사
참으로 고운 모습인줄
알았습니다

미안합니다
그 고운 사랑이
내게 와서 잠시
천덕꾸러기로 지냈습니다
뜰앞의 화분처럼
잘 가꾸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무심한 사람이라
타박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제가 그런 사람인줄
진즉에 알았더라면
제게 당신의 사랑을
보내지 않았을까요?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당신의 사랑을 탐내어
철없이 꾀어낸
제 탓입니다

오늘
주인을 찾아 떠나는
당신의 사랑을
잘 받았노라
기별을 주시렵니까?

제 안타까운 미련이

발목을 잡습니다
그러지 마세요
잘 지내라는 인사도
하지마세요

당신은 예쁜 사람
당신의 사랑이
당신의 빈 가슴에 찾아들면
깨끗이 잊었노라
처음부터 제게 
보내지 않았었노라
생각하세요

해거름에 둥지를 찾는
새떼처럼
당신의 사랑이
당신을 찾아 떠납니다

영영 이별인줄 알지만은
차마 그 뒷모습을
보지 못합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당신의 마음 한곁에
저와 보낸 세월을
같이 보내지 못한 것입니다

그 시간은 제 가슴에 화인(火印)처럼 남아
두고두고
철없던 청춘을 질책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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